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1
서장
나는 흰색이 좋아.
어렸을 때 희고 아름다운 것을 본 적이 있어.
열 살쯤이었을 거야. 눈이 더럽게 펑펑 내린 어느 날 겁도 없이 동네에 살던 어떤 또라이놈의 꾐에 넘어가 바깥엘 싸돌아다니다가 눈사태에 휘말릴 뻔한 적이 있지.
그때 꼼짝없이 눈에 파묻혀 죽었을 나를 구한 것이 하얀 사람이었어.
흰옷에 흰 피부 그리고 세상을 덮어버릴 듯 덮쳐오는 눈사태 속에서 눈보다 더 아름답게 흩날리는 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단순한 뼈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이 그저 땅을 기며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날이기도 했지.
할아버지와 가깝게 지내는 무림인이라는 존재가 어떤 이들인지 분명하게 알게 된 날이기도 하고.
어째 독백의 내용이 자꾸 이상해지는 것 같지만, 그건 모두 그날 느꼈던 감정을 다 풀어내지 못하는 내 부족한 어휘력 탓인 걸로 하자.
어쨌거나.
내가 왜 이런 이상한 독백을 하고 있느냐면,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중이라서 그래.
“이래서 재능 없는 놈은 안 된다니까. 너 같은 놈이 어떻게 여길 들어왔지?”
이거 말고.
얘는 방금 내 턱을 후려갈긴 싸가지야.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이상한 소리는 이게 아니야. 제대로 한 방 맞은 것 때문에 눈앞이 새하얗게 변했다고 독백이라니, 그거야말로 정상은 아니지.
그러니까 지금 내가 이렇게 독백을 하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어.
[이런 엉터리 태극권은 처음 보는군.]그래, 이거.
마치 내 속에 또 다른 자아가 있어 그 자아가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
귀를 틀어막아도 막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 심지어 대련 중 턱을 맞고 기절하기 일보 직전인 상황인데도 이 목소리만은 뚜렷하기만 하다니까.
그러니까 나는 지금 내가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나 자신에게 말을 던져 보고 있다는 거지.
[그리 뻣뻣하게 움직이는 게 무슨 태극권이냐. 속 터져서 못 봐주겠네, 진짜!]누가 나보고 미치지 않았다고 좀 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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