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106
105화 내가 당신과 급이 같다고 보이시는지요?
소싯적 성격이 튀어나와 미쳐 날뛰는 무당파 장문인 벽하도장의 노기(怒氣)에 무당파의 분위기도 덩달아 험악해졌다. 위아래 할 것 없이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할 정도였다.
심지어 어지간한 일로는 간섭받는 일이 없는 장로들조차 수행을 빙자하여 산으로 도주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다. 결국, 근본적인 요인을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에 무당파 사람들은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벽하도장은 매우 친절하게도(?) 본인이 왜 이렇게 미쳐 날뛰는지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아니, 오히려 제대로 알고 있으라는 듯 언성을 높일 때마다 그 이유를 사족처럼 매달았다.
소천룡 연청운.
무림에 도는 풍문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였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과 별호가 무당파에서 끊임없이 오르내렸다.
“그냥 뒈지라는 거군. 빌어먹을!”
궁지에 몰린 신제현은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숨 쉬는 것도 조심하는 처지라면, 신제현은 숨을 쉴 때마다 날카로운 가시가 숨구멍을 타고 내려와 폐를 쑤시는 기분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무당파 고위층이 내려와 질책을 했다. 평소라면 근엄한 모습으로 헛소리나 하고 가던 양반들이 다짜고짜 욕부터 처박았다.
게다가 감찰당은 현도당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현도당을 털어대고 있었다.
없던 먼지도 털어낼 것같이 꼼꼼하게 털어내고 있으니, 먼지가 아니라 똥덩이가 가득한 신제현의 운명은 그야말로 태풍 앞에 촛불이나 다름없었다.
친분을 유지하던 동기들과 후배들도 모른 척 등을 돌렸다.
“씨발…….”
무엇보다 신제현을 비참하게 만드는 건 무당파 속가제자들마저 신제현을 똥 덩어리 보듯 한다는 점이었다.
아주 싱싱한 똥 덩어리.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에 악취를 풍기는 더러운 똥 덩어리 취급이다.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압박이 들어왔다.
이러한 상황이 말하는 바는 매우 명료했다.
“다 내려놓고 폐관에 들어가 나오지 마라? 아주 제대로 판을 만드시는군. 썩을!”
사실상 유폐(幽閉)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제 발로 들어가느냐, 형을 선고를 받고 끌려가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아마도 어지간한 일로는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무당파를 나간다는 선택지는 없다.
기초적인 무공이나 익힌 속가제자들과 달리 본산제자급이 파문될 때는 그에 맞는 제재가 가해진다. 무당에서 받은 모든 것, 내공심법을 비롯한 무공을 모두 회수한다.
쉽게 말해 무공을 사용하지 못하게 단전을 부수고, 사지근맥을 자르며, 심법을 유출하지 못하게 혀를 자른다. 그야말로 폐인이 되는 것이다.
“대체 어떻게 연청운 그 얼간이가 허도진인이 감탄할 만한 기재가 된 거냐고…….”
연청운이 정말로 허도진인의 제자가 되어 무당파로 귀환한다면, 제대로 된 지옥도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신제현 본인이라도 그리할 것이다.
연청운과 신제현은 무당파 안에서 양립할 수 없다.
당연히 박살 나는 쪽은 신제현이다.
최악의 경우 파문될 수도 있다. 평생 땅을 기는 벌레처럼 살다 비참하게 죽게 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최악이다.
“으아아악! 씨바아알!”
신제현이 악을 지르며 눈에 보이는 것들을 때려 부수었다.
그렇게 더 이상 주변에 때려 부술 것이 없게 된 다음에야 이를 갈며 치솟는 감정의 방향을 돌렸다.
“이게 다 윤시후 그놈 때문이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될 텐데요.”
“헉!”
배후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신제현이 기함을 하며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싸늘한 눈을 하고 있는 윤시후가 있었다.
“너어…….”
신제현이 놀란 점은 욕을 하던 윤시후가 있다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물론 그것도 있지만, 더 심각한 것이 있었다.
배후를 빼앗겼다.
신제현이 아는 윤시후의 무공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속가제자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했다. 아무리 흥분 상태였다고 해도 배후를 빼앗길 때까지 기척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언제부터 거기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잔뜩 흥분해 있는 신제현과 달리 윤시후는 차분한 모습이었다.
신제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취급을 당하고 있는 처지임을 감안하면 이상한 일이다.
신제현이 알고 있는 윤시후의 삐뚤어진 성격을 생각하면 더더욱.
신제현이 알고 있는 윤시후가 아닌 것 같다.
그런 어딘가 이질감이 느껴지는 윤시후가 입을 열었다.
“어차피 당주님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저도 나가야 하는 처지 아닙니까. 그러니 앞으로도 쭉 저와 함께하시죠?”
뜻밖의 제안에 신제현이 다른 의미로 눈을 크게 떴다.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을 구할 동아줄을 발견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손을…… 잡자는 거냐?”
“하하하하!”
하지만 호탕하게 비웃는 윤시후를 보며 얼굴을 굳혔다.
“아직 주제 파악을 못 하시네.”
“너어…….”
“어느 주인이 부리는 수하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습니까? 아직도 우리 관계가 이전과 같다고 생각하십니까?”
굴욕으로 일그러진 신제현을 바라보며 윤시후가 사실로 뼈를 때렸다.
“댁이야 유폐냐 파문이냐만 남아 있는 신세지만, 나는 별 볼 일 없는 무당파 속가제자가 아닌 덕풍 윤가의 유일한 후계자입니다. 그런 내가 당신과 급이 같다고 보이시는지요?”
후계자로 거론되던 윤시후의 동생이 죽은 지금, 덕풍 윤가의 다음 주인은 윤시후다.
굴욕으로 몸을 떨고 있는 신제현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계산이 섰다.
누군가는 용 꼬리보다 뱀 머리가 좋다지만, 지금 신제현은 뱀 꼬리조차 감지덕지다. 적어도 덕풍 윤가의 차기 가주에게 신임받는 수하라면 뱀 허리 정도까진 된다.
그리고 덕풍 윤가의 도움이 있다면 폐관 상태에서라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게 당신에게 주어질 가장 좋은 권유라는 것도 아실 텐데요.”
“……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출세를 위한 지갑에 불과하던 윤시후에게 이런 수모를 당하는 것에 심한 굴욕감을 느끼고 있지만, 신제현은 그 모든 감정을 꾸역꾸역 삼켰다.
“잘…… 부탁드립니다.”
신제현이 포권을 쥐며 허리를 숙였다.
고개 숙인 신제현의 뒤통수를 빤히 내려다보던 윤시후가 이죽였다.
“거기에서 무릎까지 꿇고 고개를 숙이면 더 보기가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신제현의 자존심을 난도질했다.
하지만 이미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은 신제현은 무릎까지 꿇으며 이마를 땅에 댔다.
오체투지하는 신제현을 보며 윤시후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제현.”
“……예.”
***
신제현을 완전히 굴복시킨 윤시후는 자리를 벗어나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윤시후의 얼굴에서는 조금 전 짓고 있던 웃음이 사라졌다.
“무당파에서 쫓겨나는 걸 ‘그분’이 좋아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하나는 건져서 다행이야.”
어딘가 안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조금씩 여유를 되찾아 가는 윤시후의 입가에는 다시금 웃음이 차올랐다.
“끼리끼리 노는 법이라고 했지. 무당파에 있는 쓰레기가 저 양반만 있는 게 아닐 터. 저치가 아는 쪽을 이용해서 파다 보면 뭐가 나와도 나오겠지.”
결심을 굳히는 윤시후가 꾸욱 움켜쥔 주먹에서 알 수 없는 붉은 아지랑이가 아른거리다 사라졌다.
***
설아 누나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삼재일기공의 성취가 필요했다.
당연히 내 수련은 삼재일기공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뭐, 말이 삼재일기공의 수련이지, 사실상 세 분 사부님들의 무공을 가다듬는 일이었지만.
삼재일기공은 소통의 무공이다.
무위자연(無爲自然)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도가 계열의 무공답게 몸 안팎의 모든 것들과 소통하여 동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당연히 가장 많은 소통이 필요한 것은 달마 사부의 중토신공과 천마 사부의 천마무겁수다.
즉, 삼재일기공을 수련하는 것만으로 중토신공과 천마무겁수 또한 성취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노리셨나?’
좋게 보자면 세 가지 무공 모두를 고루 단련하고 수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삼재일기공만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달마 사부의 중토신공이나 천마 사부의 천마무겁수는 그 특색과 위치가 뚜렷하다. 그렇기에 서로 공존할 수 없다.
중토신공과 천마무겁수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삼재일기공이 필요하다.
즉, 어떤 무공을 사용하든지 간에 내가 펼칠 무공의 시작은 삼재일기공이 될 것이다.
그래야 내가 가진 무공들을 충돌 없이 통합하고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장삼풍 사부가 바라보는 내 무공의 궁극적인 형태는 어떤 모습일까?’
동시에 이걸 함부로 물어도 되나 싶은 의문 하나가 슬그머니 떠올랐다.
“장삼풍 사부.”
[왜?]“사부랑, 달마 사부랑, 천마 사부가 싸우면 누가 이겨요?”
[…….]세 분 모두 천상에 다다랐을 정도로 경지가 높은 분들이라 민감한 물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 분의 무공을 좀 더 깊이 있게 파고들고, 그 힘과 특색을 직접 느껴 보니 궁금증을 떨쳐내기 어려웠다.
장삼풍 사부는 한동안 말이 없으셨다.
[가위바위보를 아느냐?]“그거야 알죠.”
[대충 그런 거라고 보면 된다. 나는 보, 천마는 가위, 달마는 주먹이라 볼 수 있지.]“아아…….”
‘상성이 있다는 건가?’
어쨌거나 저 설명대로라면 장삼풍 사부에게는 천마 사부가 어려운 상대라는 것 같다.
[내 무공은 나와 세계를 연결하여 천지의 흐름을 내 뜻대로 부리는 거다. 내가 곧 세상이 되는 거지. 하지만 천마 그 양반의 무공은 자신만의 영역 안에서 창조와 파괴를 마음대로 하는 군림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확실히 나와는 상성이 안 좋지. 천마 그 양반이 힘을 쓸 때는 세상과 동화한 내 영역을 집어삼키는 셈이니까.]생각보다 솔직하게 말씀하신다. 사실 조금은 자신이 최고라고 치장하며 말씀하실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그럼 달마 사부는…….”
[도가의 가르침을 바탕에 두고 있는 나와 달리 달마의 무공은 불가의 특성을 그대로 담아냈다. 불가의 목표는 자기완성. 달마 그 양반의 무공은 스스로 완전한 존재가 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지. 그렇기에 반대로 천마의 영역을 침범해도 스스로를 지키고 나아가 천마의 영역을 찢어 버릴 수 있는 것이고.]“뭉개 버리는 거네요.”
[그런 거지. 몸 상태의 차이라든가, 상황에 따라 변수가 있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상성은 그런 느낌이다.]장삼풍 사부의 설명을 들으니 왜 세 분의 무공을 두고 가위바위보에 비유했는지 알겠다.
‘그럼 나는 뭘까?’
그러다 문득 세 분의 무공을 다 얻은 내가 이룰 형태는 무엇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좀처럼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하나하나가 워낙 어마어마한 것들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굳이 상상해 보자면…….
[그나저나.]“예?”
[청명심법 수련은 잘하고 있는 게냐?]갑자기 불쑥 숙제 검사를 하신다. 나는 하던 생각을 멈추고 현재 진도를 보고했다.
“예,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지금은 거의 숨 쉬듯 자연스럽게 운용할 수 있으니까요.”
첫 무림행을 할 때만 하더라도 청명심법을 실전에서 운용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내공을 가다듬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청명심법이 운용된다.
사부님들의 무공을 제대로 펼치기 위해 노력할 때마다 청명심법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어느새 자연스럽게 몸에 익었다.
[그래?]내 대답에 장삼풍 사부가 기꺼워하셨다.
‘사부님도 참.’
은근히 세심한 구석이 있으시다.
의외로 기념할 만한 일들을 꼼꼼하게 살피시는 성격이신가?
처음으로 사부님과 만난 날을 잘 기억해 놔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자잘한 생각을 떠올리고 있는 가운데.
“응?”
누군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