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160
159화 새로운 무공. 새로운 동반자.
갑자기 이질적인 것이 몸에 훅 들어왔다.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서둘러 내력과 신력을 움직여 손을 타고 올라오는 길을 막았다.
“음?”
진로가 막히자 팔을 타고 오르던 그것이 움직임을 멈췄다.
“얌전하네?”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뜬금없이 내 몸속으로 들어왔기에 상당히 제멋대로일 것이라 생각했다.
당연히 길을 막으면 반발해 부딪쳐올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얌전히 움직임을 멈춘 채 자리를 지켰다.
마치 허락을 구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범상치 않은 것임은 분명한데…… 아, 그러고 보니?”
문뜩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기억이 있었다.
[정(精)이 깃든 건 과실 안의 씨앗이니 그것만 네가 삼켜라. 그럼 그것도 네가 천상에 오를 때 너와 함께 올라올 수 있을 거다. 뭐, 네가 그 씨앗을 취하면 부가적으로 얻어지는 것도 좀 있을 테니 좋은 게 좋은 거겠지.]장삼풍 사부가 했던 말을 떠올려 보니, 지금 내 몸에 들어온 이것의 정체가 짐작이 간다.
“천상의 도화나무가 남긴 아이. 이게 씨앗에 담겨 있다는 도화나무의 정(精)인가?”
내가 얻은 나무 신력의 근간은 이 정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니 거기에 이끌려 들어온 것 같다.
“씨앗을 먹은 걸로 얻어야 할 줄 알았더니 이런 식으로도 들어올 수 있었나 보네.”
그렇다면 굳이 막을 이유가 없다.
어차피 취하려 했던 것이기도 했고, 천상의 보물에서 나온 것이 내게 해를 끼칠 것 같지도 않았다.
어떻게 반응하나 보자는 생각으로 막았던 길을 열어주니 얌전히 있던 그것이 살금살금 위로 올라왔다.
“자아가 있나?”
조심스러운 움직임이 마치 ‘정말 올라가도 돼요?’라고 묻는 것 같았다.
그 물음에 답하듯 가만히 내버려두니 쪼르르륵 속도를 높인 그것이 어느새 머릿속, 상단전으로 들어와 슬그머니 자리를 잡았다.
“……끝인가?”
부가적으로 얻어지는 게 있을 거라고 해서 좀 기대한 것도 있었는데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느낌이다.
뭔가 시야가 좀 더 맑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기분 탓으로 치부할 만큼 차이가 없었다.
“흐음……. 말을 걸어오거나 하진 않네.”
별반 달라진 것도 없는 것 같고, 위화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언젠가 천상에 오를 때 함께 올라갈 씨앗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
[일어나라.]한밤중, 나는 듣는 것만으로 으스스 소름이 돋게 만드는 목소리에 화들짝 잠에서 깼다.
“천마 사부?”
[대답은 빨라서 좋군.]아무래도 다른 사부님들과 달리 친근하게 대하기 어려운 분이다. 그래서인지 머릿속에 닿아 오는 소리 한 글자, 한 글자가 차가운 계곡물처럼 느껴졌다.
‘어우! 잠이 확 깨네.’
낮에 온몸이 푹 퍼질 정도로 수련을 했다. 단잠에서 깨어나기가 쉽지 않은 일임에도 정신이 맑았다. 스스로 기이하게 느낄 만큼 몸과 정신의 상태는 평상시, 아니 그 이상으로 만전이었다.
바싹 긴장했다는 소리다.
“그간 별래무양하셨는지…….”
[지옥에서 염병할 새끼들 아가리에 별똥별 쑤셔 넣고, 똥물에 튀기는 걸 별래무양이라 할 수 있다면, 뭐 그렇겠구나. 별래무양했다.]“……아, 예.”
아무래도 천마 사부를 무서워하는 영향이었던 것 같다.
특히 장삼풍 사부에게 지옥에 대해서 들은 뒤라 그런지 저 말들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다.
[여전히 삼풍과 달마 녀석의 무공만 죽어라 파는 모양이더구나.]“하하…… 천마 사부 무공은 좀 어려워서요.”
[흥! 내 무공이 좀 고차원적이긴 하지. 기초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릴 여지가 없어져 버린 탓에 지금 네 수준에서 감당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고.]뭔가 갑자기 흥이 높아지시는 것이 천마 사부 무공에 대한 찬사로 받아들이신 모양이다.
뭐, 사부님들이 하나같이 위대한 분들이시니 사실만 적시해도 자연스럽게 찬사가 되어버리긴 한다.
‘응? 잠깐! 그럼 나중에 내 수준이 높아지면, 점차 천마 사부랑 엮일 일도 많아진단 소리잖아!’
갑자기 미래가 잿빛으로 변하는 기분이다.
내 앞날, 정말 괜찮은 건가?
‘아니야. 좋게 생각하자. 어쨌거나 천마 사부도 사부님이니까. 내 성장을 위해 큰 손해를 보면서까지 이화도 보내 주셨고. 익숙해지면 괜찮아질 거야.’
나는 열심히 희망이라는 깃발을 머릿속에서 펄럭였다.
[내 차례가 오면 아주 잘 굴려주마.]“아하하…….”
머릿속에서 타탁! 타탁!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희망이라는 깃발이 불타는 소리다.
[뭐, 조만간의 일은 나중에 이야기하고. 용무나 보도록 하자.]‘조만간……입니까?’
자꾸 말꼬리를 잡는 것 같지만, 어째 말 사이사이에 함정처럼 숨어 있는 위화감이 느껴지니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무공 하나를 가르쳐 주마.]“……예?”
[집중해라.]뜬금없이 무공을 던져 주시는 천마 사부시다.
머릿속으로 천마 사부가 전하는 무공의 구결이 쏙쏙 들어와 박히기 시작했다.
역시 천상표 무공에 걸맞게, 무공의 구결들이 몸에 자리를 잡아갔다.
‘응?’
그런데 이번 무공은 뭔가 요상했다.
‘대맥(大脈)이 움직이질 않아?’
일종의 심법인 듯한데, 일반적인 심법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누가 천상표 무공 아니랄까 봐 유별나기 그지없다.
아니, 이번에는 유별나다는 말로 설명할 성질이 아니다.
‘기경팔맥(奇經八脈)을 중심으로 하는 심법이 아니라니. 말이 되는 건가?’
내력이 지나가는 대맥으로 대표적인 기혈이 기경팔맥과 십이경맥이다. 몸에서 가장 크고 넓어 내력이 지나가기 가장 좋은 통로기 때문이다.
그중 무인에게 가장 중요한 곳이 기경팔맥의 대맥인 임맥과 독맥이다.
호흡을 통해 외부에서 들어온 기를 임독양맥이라 말하는 이곳에서 한 바퀴 돌리는 것을 소주천이라 한다.
이 소주천을 통해 내공을 쌓는 것이 기본적인 내공심법인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신공절학이라는 심법들 또한 이 임독양맥을 기본으로 하여 기경팔맥과 십이경맥으로 점차 넓혀 가며 발전한다.
‘임독양맥을 통하지 않는 내공심법이라니. 마치 청명심법 같이……. 청명심법?’
중단전에 자리를 잡은 청명심법이 이와 비슷했다.
‘그렇다는 건…….’
내부의 변화를 관조하자 머릿속 상단전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있었다.
낮에 받아들인 도화나무의 정이다.
얌전히 있던 녀석이 뭔가 부지런히 움직이더니 머리와 연결되어 있는 줄기를 통해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다.
마치 나무가 뿌리를 내리는 것 같았다.
몸에는 혈맥이 있다.
그렇다면 머리, 뇌에 이어져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물론 뇌에도 혈맥이 있고, 대맥의 한 통로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이 연결되어 있다.
신경.
뇌를 통해 온몸으로 자잘한 뿌리처럼 뻗어있는 것이다.
머리에 자리 잡은 도화나무의 정이 신경을 통해 뿌리를 뻗어나가자 신비한 감각이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내내 고심했지. 달마의 무공은 육신을, 삼풍의 무공은 마음을 단련한다. 녀석들이 무의 근간을 먼저 선점했기에 내가 나설 영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해서 상단전에 자리 잡은 내 힘이 영향력을 발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했더니 답이 나오더군.]천마 사부의 무공 천마무겁수가 위력은 뛰어났지만, 수련은 쉽지가 않았다.
장삼풍 사부나 달마 사부처럼 자주 오셔서 수련에 조언을 주신 것도 아니고.
장소적으로도 천마 사부의 무공을 수련하기가 난감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랬더니 말도 안 되는 무공을 가져오셨다.
신경을 단련하는 무공이라니…….
‘와! 이게 말이 되나 싶은데, 되네.’
낭인들의 전설로 불리는 무공, 숱한 실전 속에서 얻어진 경험과 예리하게 다듬어진 감각을 통해 구사한다는 감각무도(感覺武道)라는 무공이 있다곤 들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사선을 넘나들면서 익히는 무공이지 이런 얼렁뚱땅은 아니었을 것이다.
[운이 좋았다. 본래라면 네 수련이 좀 더 진행되었을 때쯤 전해 주려 했으나, 오늘 보니 재미있는 걸 얻었더구나.]좋은 일을 하면 복이 생기고, 운이 따른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설마 이것도 그 여파인 것일까?
그저 우연히 얻어진 것인데, 일이 풀리는 수순을 보고 있자니 무척 작위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연경심법(硏經心法)이라 지었다. 나중에 이를 활용하는 무공도 전해 줄 생각이니 지금은 전해 준 것을 부단히 익혀야 할 것이다.]이것만으로도 놀랄 일인데, 시작에 불과하다 하신다.
이젠 놀라기도 지쳤다.
‘청명심법은 삼재일기공의 본체가 되었지. 그럼 연경심법도 차후 천마무겁수를 지탱하는 하나의 축이 되는 건가?’
절로 가슴이 뛰었다.
이건 또 어떤 놀라운 무공으로 진화하게 될까?
[너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 필요가 있다. 나도 더 이상 인과에 여유가 없어 말할 순 없지만, 달마가 너를 보러 오지 못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게다가 나와 연이 닿아 있는 녀석도…… 쯧!]천마 사부가 하던 말을 어중간하게 끊으며 혀를 찼다.
‘아니, 이렇게 중간에 말을 끊으시면…….’
아직 연경심법을 통해 도화나무의 정이 뿌리를 내리는 과정이 다 그치지 않아 입을 열지 못해 눈만 껌뻑일 수밖에 없었다.
“천마 사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더 이상 도화나무의 정이 움직이지 않게 되었을 즘에는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이미 자오경에서 자리를 뜨신 모양이다.
결국, 스스로 추론하는 수밖에 없었다.
“천마 사부와 연이 닿아 있는 녀석이라면…… 마교? 마교 쪽 움직임을 주의하라시는 건가? 소주에서 경상언이라는 전직 고위 관리가 죽은 방식이 화산파에 잠입한 마교 간자 상우경과 유사했었지. 그래서 마교와 학 사이에 뭔가 연결이 있을 수 있다고 추론했고. 그것과 연관된 건인가?”
이맛살을 찌푸려 가며 생각에 잠겼지만, 주어진 단서 몇 개만으로는 추론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
밤새 고민을 했지만, 결국 다다른 결론은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현실이었다.
차라리 나를 단련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실리적인 행동이었다.
어쨌거나 천마 사부가 지시한 것도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것이었으니까.
그런 결론이 나오니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신력 간의 궁합에 대한 문제였다.
‘얘 괜찮나?’
상단전을 통해 전신의 신경으로 뿌리를 내린 도화나무의 정은 속성이 속성이니만큼 불의 신력과 사이가 좋지 않을 것이란 걱정이 들었다.
‘괜찮네?’
다행히 도화나무의 정은 큰 문제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도화나무의 정이 자리 잡은 영역이 상단전과 신경이라 그런지, 대맥을 통해 움직이는 불의 신력과 접촉이 적었다.
아주 없진 않았지만, 나무와 궁합이 좋은 땅의 신력이 적극적으로 막아줬다.
의외인 것은 대맥을 통해 움직이는 나무의 신력을 잡아먹을 듯 구는 불의 신력이 도화나무 정에 대해서는 슬쩍 못 본 척해 준다는 느낌이다.
걱정을 덜었다.
그렇게 수련이 시작되면서 빠르게 달라진 점을 체감했다.
“헥…… 헥…… 너, 밤에 뭐 좋은…… 후엑…… 거라도 먹고 잤냐? 왜 이렇게…… 쿠엑…… 상태가 좋아?”
아직 정오가 되기 전인데도 숨을 헐떡이며 죽어가던 백무호가 의아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왜?”
“왜긴! ……후욱! 다른 때보다…… 헥…… 횟수 채우는 게…… 후엑…… 훨씬 빠르잖아!”
단체 수련의 장점이 바로 경쟁 상대다. 홀로 수련하는 것에 비해 주변의 속도를 따라붙게 되면서 효율이 올라가는 것이다.
백무호의 경우는 나를 기준으로 속도를 맞춰왔다.
“평소랑 다르지 않은 것 같았는데?”
“다르지 않긴! 너 평소보다…… 쿠엑…… 이 할을 더 했어! 흐아! 죽겠네…… 후우! 후아!”
언성을 높이는 것도 힘든지 백무호가 가쁘게 숨을 헐떡였다.
‘평소처럼 한 것 같았는데……. 오히려 밤에 잠을 설쳐서 적당히 조절한 편에 가까웠고.’
도화나무의 정과 연경심법의 공능인 걸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무의식중에 올라간 손이 도화나무의 정과 연경심법이 자리 잡은 머리, 뒤통수 부분을 다독였다.
“……고마워.”
그런데 그에 대한 대답이라는 듯, 뭔가 움찔하는 느낌이 전해졌다.
‘진짜 자아가 있는 건가?’
칭찬을 받고 좋아하는 어린아이 같은 느낌이다.
단순하고, 순수하고, 본능적인.
그걸 알게 되니 갑자기 이름이라도 지어 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칠 즘.
“…….”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화의 눈빛이 살짝 바뀐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