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349
348화 만악(萬惡)의 근원?(1)
멸천회의 역사는 길다.
존재 자체가 알려지지 않았기에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실질적인 역사는 구파보다도 길었다.
그렇게 무림의 어둠 속에서 세력을 넓혀온 멸천회 내부에는 그 역사와 규모에 걸맞게 다양한 계파가 있었다.
그중 흑기를 다루는 무인들은 무림삼불기의 하나인 흑사신의 계파였다.
계파를 대표하는 무공인 마라구천공의 특징으로 구파 무공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기에 정파를 대상으로 한 공작 활동에서 크게 활약해왔다.
멸천회에선 그들을 흑영(黑影)이라 칭했다.
하지만 같은 흑영이라도 급의 차이는 존재했다.
재능이 있어 구파무공을 깊이 익힌 고수는 대우를 받았고, 그러지 못한 자들은 소모품으로 쓰였다.
이 기준으로 볼 때 중경에서 장강의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자들은 제법 급이 높았다.
그들은 장강의 물길 위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듯 어슬렁거렸다.
“많이 늦는군.”
흑영 중 하나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기다리면 올 거다. 그 연청운이란 애송이가 사천에서 장강을 타고 움직였다는 정보가 사실이라면 말이야.”
“흥! 나라면 그놈을 애송이라고 우습게 보지 않을 거야.”
적어도 흑사신의 계파에서는 연청운의 존재는 무시할 수 없는 이름이 됐다.
처음에는 그저 주변의 대단한 고수들에게 묻혀가는 후기지수라 여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임무에 실패하고 돌아오지 못한 흑영 중 몇몇이 연청운의 손에 격살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쳇!”
딱히 대꾸할 말이 없기에 혀를 차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동료의 자만심을 찍어 누른 자가 장강을 바라보며 아직도 납득되지 않는 사안을 궁리했다.
“그보다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군. 본대를 내버려두고 고작 셋이서 배를 타고 움직인다라……. 혹여 우리의 존재를 눈치채고 유인책을 쓰려는 것인가?”
신중한 성향답게 일단 의심을 바탕에 깔고 고민을 했다.
그런 동료의 추론에 연청운을 애송이라 부르며 무시했던 흑영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허의 허를 생각하다 보면 끝이 없는 법이야. 넌 생각이 너무 많아.”
“과정 없는 결과는 없어. 분명 이유가 있을 거다.”
동료의 타박에도 신중한 성격의 흑영은 장고에 빠져들었다.
그런 동료의 모습을 보며 다른 의미로 혀를 차야 했다.
“쯧! 과정이라…….”
그러면서 타고 있는 배를 둘러보았다.
“그렇다면 이것도 인과(因果)겠지. 본래라면 안휘에서 거대한 세력을 이룬 도적연맹이 사용했을 이 배가 그놈의 숨통을 끊기 위해 움직이고 있으니까.”
실제로 이 대선들은 본래 도적연맹이 장강을 장악하면, 이후 기함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조되었다.
그만큼 빠르고 튼튼했다.
무엇보다 무림에서 금기시하는 화약 무기들도 대거 실려 있었다.
“어차피 고작 셋이야. 그중 하나는 어린 계집이고. 뭣보다 그놈 천마신교의 괴물과 한판 거하게 붙었다며?”
이들은 강정에서 벌어졌던 그 싸움을 알고 있었다.
“멀쩡할 리가 없겠지. 가만? 혹여 중경 쪽에 대단한 신의라도 있어서 찾아간 건가? 내상이 크다면 그럴 수도 있겠는데.”
본인의 생각이 제법 그럴싸하다고 느꼈는지 말을 거듭할수록 목소리가 생생해졌다.
하지만 신중한 성격의 흑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라면 차라리 당가의 도움을 받았겠지. 적어도 무림인들의 부상에는 어지간한 신의들보다 더 실력이 좋으니까.”
“아아, 그러시겠네.”
더 생각할 의욕이 상실되었는지 목소리를 높이던 흑영이 한 귀로 듣고 흘린다는 식으로 넘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장고에 들어갔던 흑영은 생각을 거듭했다.
그러다 문득 하나의 단어를 떠올렸다.
“중경…… 삼악도?”
“야야, 말이 되는 소릴 해라. 정파 놈이 사파 놈 앞마당에 제 발로 들어간다고? 그것도 그냥 사파도 아닌 제육천의 하나인 곳에? 그런 미친놈이 어딨냐?”
중경 하면 떠오르는 가장 큰 무림세력을 입에 담자마자 바로 반박이 튀어나왔다.
말을 꺼내놓고도 그건 좀 아니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터무니없는 이야기이긴 했다.
정파 최고 후기지수가 제 발로 제육천의 일각인 삼악도 앞마당으로 들어가다니?
그야말로 상식 밖의 미친 짓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소천룡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도저히 모르겠군.”
“이해가 안 되는 건 나다. 우리가 왜 이리 지지부진해야 하는지. 당대 흑사신인 우리 계주께서도 회주님 털끝 하나 못 건드린다며? 뭐라더라? 회주께선 근본과 격을 갖추지 못한 자는 손댈 수 없는 영역에 이르러 계신다던가? 그 정도라면 옛 천마가 그랬듯 홀로 천하를 평정하실 수 있는 거 아냐? 진즉에 무림일통도 끝났겠다.”
달리 반박은 없었지만, 내심 다른 흑영들도 동의하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기다리던 선박이 모습을 드러냈다.
“……삼악도?”
“저놈들이 왜?”
그 배에 걸린 깃발을 알아본 흑영들이 얼굴을 굳혔다.
절대 같이 있을 수 없는 두 깃발이 함께 나부끼고 있었다.
하지만 마냥 놀라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그아아아아아아앙!!
“투석기?”
찾아가는 악귀가 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 날아들었다.
***
“자, 준비 운동!”
“헛둘셋넷!”
“둘둘셋넷!”
끔찍한 크기의 쇳덩이를 들어 올린 삼악도 무인들이 그 괴랄한 것으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분위기는 아침 운동을 좋아하는 어르신들끼리의 동호회를 연상케 했다.
하지만 쇳덩이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할 때마다 부풀어 오르는 근육을 보면 이야기가 달랐다.
신화 속에 나오는 거인족의 후예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그 모습에서 왠지 모를 기시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소림?”
[제자야? 어째 네 말에서 묘한 기색이 느껴지는구나?]뭔가 소림이 만악(萬惡)의 근원 취급을 받는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
사실 그런 의미가 맞긴 하다.
다만 그걸 시인하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 불을 보듯 뻔했기에 입을 다물었다.
대신 슬쩍 화제를 돌렸다.
“어떻게 하면 사람 몸이 저리될 수 있는 겁니까?”
[역근경이지 뭐겠냐?]장삼풍 사부의 퉁명스러운 말투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역근.
근골을 바꾼다.
보다 무공을 익히기 적합한 신체로 단련하는 무공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눈에 띄지 않게 하려고 사부님들이 적절하게 손을 보기는 했지만, 나 역시 역근경을 익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같은 무공을 익혔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런 내 의문에 대한 답이 바로 나왔다.
[세수경이다.]세수.
골수를 씻는다.
근본이자 정수를 다듬는다.
여기에서 말하는 골수가 무엇인지는 명확하다.
“기혈.”
[보통 사람 몸의 주요 기혈을 삼백육십 개로 나눈다. 하지만 사람 몸의 기혈이 삼백육십 개뿐이겠느냐?]“아니겠죠.”
주요 기혈을 나누는 게 그 정도일 뿐이다.
세밀하게 들어가면 더 많은 혈자리가 존재한다.
세세한 기맥들, 세맥으로 나누는 분류까지 들어가면 명칭을 부여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 기혈들 중에서 크고 중심적인 것들을 꼽아 삼백육십 개의 기혈로 분류했을 뿐이다.
[저 녀석들은 단전에 내공을 쌓지 않는다. 하지만 내공이 없는 건 아니야. 단지 단전에 쌓지 않을 뿐이지.]“그러니까 그 말은…….”
[녀석들은 기혈에 내공을 쌓는 거다. 기혈을 일종의 단전으로 삼는 거지.]이게 말이 되나 싶은 소리였다.
하지만 사부님들이 저리 말씀하시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동공(動功)입니까?”
[그래.]무림인들은 내공심법을 수련하며 내공을 쌓는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호흡을 통해 내공을 쌓는 좌공수련법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부 몸을 움직이며 기를 수련하는 동공 역시 존재한다.
효율이 극단적으로 낮고, 수련의 난도는 높기에 비주류로 밀려났을 뿐이다.
“전신의 기혈을 단전화한다…….”
[저런 식이면 기를 발출하는 수법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육체적 능력 하나만큼은 극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게다. 게다가 전신에 단전이 깔려있는 셈이니 힘의 흐름이 꽤나 유기적이 되겠지. 솔직히 나쁜 방법은 아니다.]여기까지 들으니 많은 것이 이해되었다.
“내가중수법이 통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네요.”
전신의 근육에 기가 가득하니 외부에서 들어온 기가 내부를 흔들 수 없는 거다.
천라무결이 간신히 뚫었을 정도다.
물론, 이건 경태세의 특이성 탓도 있을 것이다.
경태세는 내부에 심어진 흑기를 억누르며 끊임없는 수련을 거듭하는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경태세의 수련은 무극에 다다를지도 모를 정도로 깊어졌을 것이다.
[육체가 거대해진 것도 그 영향이겠지. 근육이란 재생될수록 커지는 법이니까. 하물며 기혈까지 그런 식으로 단련했으니.]“거대해질 수밖에 없겠네요.”
아마 저들의 기혈은 일반적인 무인들과 비교했을 때 비교도 안 될 만큼 굵고 질길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 보면 육체적인 부분에서는 나와 비슷한 수준의 내구도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내공을 발출하는 것만 빼면 나머지는 뭐든 가능한 작자들이라는 소리다.
“자~ 그럼!”
그 끔찍한 작자들이 준비운동을 끝냈다.
“준비된 놈부터 발사아아아아아!”
“간드아아아아아아!!”
제일 먼저 나선 것은 장금보였다.
그아아아아아앙!
“어우야~.”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쇳덩이가 내는 소리는 끔찍함 그 자체였다.
아무리 크고 단단한 배라도 일격에 두 동강 낼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투웅!
대여섯 명이 몸을 날려 저 쇳덩이를 받아냈다.
“와?!”
저쪽도 허접한 놈들은 아니다.
[니 목 따러 오는 놈들인데, 쭉정이일 리가 없지.]장삼풍 사부의 판단은 확실히 납득되었다.
다만, 저들에게 불행한 일은 이 끔찍한 쇳덩이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흐차아아아!”
그아아아아앙!
연이어 하나가 더 날아갔다.
이번엔 경태세다.
그렇게 날아간 쇳덩이가 먼저 날아가 그들이 받아낸 쇳덩이의 중심을 때렸다.
투우우우우우웅!!!!
두 쇳덩이가 충돌하며 강력한 공진을 일으켰다.
얼마나 강한지 장강의 수면이 벼락이라도 지나간 것처럼 튀어 올랐다.
멀리 있는 나도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인데 가까이에 있는 자들은 말할 것도 없을 터였다.
푸화아아아악!
사람 몸이 썩은 홍시가 땅에 떨어진 것보다 더 심하게 터져나갔다.
‘노린 건가?’
삼악도 무인들은 일견 무식해 보이지만, 은근히 머리를 쓸 줄 안다.
어쩌면 이 쇳덩이를 유용하게 쓰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저 무시무시한 것을 사용할 방도가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부터가 상식을 벗어난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저 쇳덩이를 막아낼 방도가 사라진 이상 선박의 운명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콰아아아아아앙!
그그그그극!
거대한 소리를 내며 기울어진 배가 장강 수면에서 사라져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그렇게 쇠사슬을 잡아당겨 날렸던 쇳덩이를 회수하던 경태세가 침몰하는 배에서 이탈하는 자들을 보더니 눈을 번득였다.
“저놈들 흑기를 쓴다!!”
경태세의 그 한마디에 삼악도 무인들이 멈춰 섰다.
“그 영약?”
“뭐? 대장만 쓰던 그 기가 막히게 효율 좋은 수련 도구가 있다고?”
삼악도 무인들의 눈이 뒤집혔다.
‘아니, 왜 흑기가 수련 도구야?’
사소한 의문 하나를 품었지만, 주변 분위기는 내가 아는 상식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투척 중지!!”
날렸던 쇳덩이를 회수한 경태세가 입맛을 다시며 적들을 바라봤다.
“저놈들 잡아!”
그리고 강물로 뛰어들었다.
그 뒤를 삼악도 무인들이 줄줄이 따랐다.
“나랑 싸우자!”
“나! 나를 좀 때려!”
“내 근육이 너희를 원한다!!”
“흑기 내놔라!”
말문이 막혀버렸다.
[…….] […….] [어… 음…… 미안. 왠지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