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385
384화 황궁의 혼란
주변 시선이야 어쨌든, 신경 쓰이는 점이 생겨 사부님들께 물었다.
“저기, 사부님.”
[왜?]“저도 힘을 쓸 때 인과를 지불해야 합니까?”
[당연하지.]쓸데없는 데 낭비하지 말라는 소리에 혹시나 했는데, 뭘 당연한 걸 묻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갑자기 눈을 번뜩이는 징세관(徵稅官)들에게 포위당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저 아직 사람이지 말입니다?”
[하지만 쓰는 힘은 신의 영역에 발을 들이고 있지.]‘……이거 강매 아닌가?’
잘 배웠더니 이제 와서 쓸 때마다 돈 내라는 말을 들은 기분이다.
그런 내 표정을 읽으셨는지 장삼풍 사부가 피식 웃으셨다.
[하면, 니가 얻은 오행이니, 태극이니, 혼돈이니 하는 신의 영역에 속한 힘들을 싹 다 뱉어낼래?]“저희 집은 세금 탈루한 적 없는 성실납세 집안이지 말입니다.”
[지랄한다.]요즘 들어 장삼풍 사부가 천마 사부를 엄청 많이 닮아가는 기분이다.
그 띠꺼움이 가득 담긴 훈계가 이어졌다.
[제자야, 세상에는 천리라는 거대한 흐름이라는 게 있단다. 무극을 통해 네 의지를 세상에 관철함은 기존의 흐름, 천리를 흩트리는 짓이지. 그 흐트러짐을 메꾸는 게 인과라는 거다. 그러니 니가 아직 사람이든 신선이든 네 의지를 세상에 관철시켜 변화를 끌어냈다면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도리라는 거야.]“……옙!”
아무튼, 조심해야 할 것이 생겼다.
나는 마음을 다부지게 가다듬으며 주먹을 휘둘렀다.
빠악!
“커헉!”
멸천회주가 나를 직접적으로 노리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기이하리만치 높게 쌓여있는 인과라고 했다.
멸천회주가 놀랄 만큼 인과가 빵빵한 상황이라곤 하지만, 세상일이란 건 모르는 법이다.
무의미한 낭비는 내 명을 재촉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우직!
“끄아아아악!”
‘그건 그렇고 달마 사부가 요즘 대답이 없으시네. 업무 복귀하셨나?’
배를 째느니 어쩌느니 하는 소리가 들리던데, 살짝 걱정이 되긴 했다.
쩌억!
“으어……!”
“아, 미안. 다른 생각을 좀 하느라.”
나는 상체의 일부, 어깨에서부터 옆구리가 뜯겨나간 동창 당역에게 사과했다.
“미, 미친놈…….”
“그래그래,”
아파죽겠는데 뭔 말인들 못 할까.
퍼걱!
나는 쓰러진 동창 당역의 머리를 밟아 부쉈다.
이번에 깨달은 신선의 힘을 적극 활용했다면 힘을 일으키는 것만으로 싹 쓸어버릴 수 있었지만, 직접 몸을 움직였다.
사부님이 말씀하신 대로 쓸데없는 데 낭비하는 것보다 조금 수고를 하는 편이 낫다.
하지만 그렇다고 깨달은 힘이 모두 무용한 것은 아니다.
“흐으으읍!”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자 달라진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진짜 공령인가?”
선도의 극치 중 하나로 분류되는 경지.
공령.
내 안에 자리 잡은 세 개의 영역인 상단전, 중단전, 하단전을 관통한 하나의 선은 정수리 끝에 이르러있었다.
열린 머리끝이 일종의 숨구멍처럼 천지와 함께 숨을 쉰다.
이전의 공령이 누군가가 입에 물려준 당과 같은 것이었다면, 지금은 진실로 그 영역에 닿아있음을 알 수 있었다.
확실히 이전과 달랐다.
호흡에서부터 눈길이 닿는 시야, 피부 위의 감각까지.
세상과 접하는 모든 것이 달리 느껴진다.
눈높이가 달라졌다.
마치 거인이라도 된 것처럼 모든 것을 눈 아래로 내려다보는 듯한 감각이다.
익숙해지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마침 연습 상대는 주변에 널려있었다.
“좀 더 해보자.”
생각이 동하니 몸이 움직인다.
의와 행이 하나로 합쳐지니 걸음에 자연스럽게 능운금광보의 묘리가 실렸다.
정중동의 극치가 숨 쉬듯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퍼걱!
또다시 동창 당역 하나가 피박살이 났다.
목숨을 잃은 자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할 만큼 순식간이다.
거품처럼 꺼지는 몸뚱이를 뒤로하고 다음을 쫓아 손을 뻗었다.
퍼걱!
푸컥!
다음, 그리고 다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동창 당역 하나의 목숨이 사그라든다.
무기를 잃은 상태라 그런지 변변찮은 대응조차 없었다.
당당하게 황궁을 휘젓던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공포에 떨며 전의를 상실한 채 무너져갔다.
“귀신이다!”
“악귀가 나타났다!”
“도망쳐라!”
그중 일부는 등을 돌려 달아났다.
하지만 그 누구도 도주에 성공한 자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하나는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채 떨리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사, 사람을… 벌레처럼 죽이는…… 귀귀귀귀, 귀신이구나…….”
내가 나쁜 놈인 것처럼 매도(罵倒)한다.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약자를 괴롭힌다는 껄끄러움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내 행위에 거리낌이 있지는 않았다.
“지랄하네. 황궁을 피로 물들이려던 것들이.”
“큭!”
“지 욕심에 칼 든 놈들이 같잖은 소리 지껄이지 마라.”
불의로 칼을 든 자가 약자로 전락했다고 해서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더 들어줄 것도 없는 헛소리에 나는 그대로 손을 휘저었다.
퍼억!
일장에 동창 당역의 몸뚱이가 터져나가며 사지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 일대의 동창 당역들은 모두 소탕되었다.
침묵에 휩싸인 사위를 훑어보자 내 모습을 지켜보던 생존자들, 목숨을 건진 자들과 눈이 마주쳤다.
“히익!!”
“사, 살려…….”
목숨을 구원받았음에도 나와 눈을 마주친 이들은 기겁을 하며 머리를 땅에 처박았다.
경이로움보다는 공포를 느끼는 모습이다.
두렵고 두려운 존재.
사람의 사고로 닿을 수 없는 괴력난신을 목도한 모습이다.
말이라도 섞으면 거품을 물고 기절할지도 모르겠다.
“쯧!”
이런 이들과 무슨 대화를 하겠는가.
나는 그들에게서 신경을 접고, 다른 쪽으로 감각을 뻗었다.
‘할아버지는 어디 계시지?’
아마 황제가 있는 곳에 계실 가능성이 크다.
황궁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어버렸으니 몰래 잠입한다는 기존의 계획은 폐기되었을 것이다.
황궁의 규모는 보통 사람이 온종일 걸어도 다 둘러보지 못할 만큼 거대했지만, 의식적으로 크게 끌어올린 감각은 그 모든 곳을 뒤덮었다.
진정한 공령을 이룬 지금, 내 역량은 사람의 영역을 넘어섰다.
“응?”
그런 내 감각에 묘한 것이 잡혔다.
“……많은데?”
황궁 내에서 날뛰는 자들의 수가 생각보다 많다.
예상을 넘어서는 수준이 아니다.
“기천 명은 넘겠는데, 이거.”
황궁 내에 존재하는 사람의 숫자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읽어낸 숫자는 무인들의 수다.
그것도 그냥 무인이 아니다.
“죄다 고수라고?”
황궁 내에는 예상을 벗어나는 숫자의 고수들로 가득했다.
***
관중연은 황궁 입구를 포위한 채 진형을 갖추고 있는 역도들을 공격한 이를 바라보며 놀랐다.
“하, X벌. 모처럼 뻐겨볼 기회였는데.”
노회한 고수들의 면모를 확인한 관중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불평불만으로 가득한 말에는 천만다행이라는 기색이 짙게 깔려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죽음을 각오했던 관중연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자 등에 업혀있던 황제의 눈가에도 희망이 어렸다.
“아, 아군인가?”
“황사입니다, 폐하! 저들은 황사의 친우로 무려 왕의 별호까지 얻은 전대의 고수들입니다!”
“무림인이 왕을 자칭하다니…….”
황제는 무림인이 왕이라는 별호를 쓴다는 것에 무척이나 떨떠름해 했다.
그런 황제의 태도에도 관중연은 오히려 웃었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라고 했다.
저들의 진면목을 본다면 바로 납득할 것이다.
다만 그렇기에 미리 주의를 주었다.
“성격이 무척이나 괄괄한 분들입니다.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무림인들이 무척이나 무례하잖습니까?”
협박처럼 들리는 관중연의 조언에 황제가 얼굴을 굳혔다.
“크흠! 뭐…… 그리 대단하다면 내 직접 작위를 내릴 수도 있겠지.”
겁먹은 황제의 반응에 관중연이 피식 웃었다.
목숨을 건졌다고 생각하니 여유가 돌아온 모습이다.
하지만 황제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콰쾅! 콰득! 콰드드드득!
“으아아악!”
“아아악!”
콰콰쾅!
“끄아아아악!!”
고작 다섯 명의 무인에 의해 앞을 가로막고 있던 역도들이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갔다.
“화, 황실 정예들이 저리 간단히…….”
황궁을 지키는 금군은 정예 중의 정예에서 선발된다.
하물며 시위상직군은 그런 금군 중에서도 손꼽히는 자들이다.
하나하나가 장군직에 앉아도 이상하지 않을 무인들이다.
그런 최정예가 순식간에 쓸려나가는 광경은 황제에게 경이로움으로 다가왔다.
“허… 허허… 대단하군.”
“더 대단한 이도 있습니다.”
“더 대단하다고? 혹여 황사의 손자를 말함인가? 장강용왕의 화신이라는?”
“예.”
황제는 왜 관중연이 연가의 조손(祖孫)을 건드리지 말라고 당부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왕작을 내려도 아깝지 않겠구나.”
이제야 황제가 좀 알아먹은 것 같아 관중연은 안도했다.
그사이 전투가 마무리되었다.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그 잔해를 넘어 연자염이 모습을 드러냈다.
“황사…….”
못 본 지 오래되긴 했지만 바로 연자염임을 알아본 황제가 관중연의 등에서 내렸다.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힌 황제가 연자염에게 달려갔다.
황실의 예법에 따르면 연자염이 황제에게 다가가 예를 갖춰야 했지만, 황제는 그 모든 것을 무시한 채 연자염에게 안겼다.
“이 사람아…… 왜 이제야 왔는가!”
천하의 지배자인 황제가 대뜸 달려와 안겨 아이처럼 운다.
황위에 앉아있는 동안 쌓인 수많은 감정들이 단번에 폭발한 모습이다.
연자염조차 그런 황제의 행동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다.
“송구하옵니다, 폐하.”
“암! 송구해야지! 송구해야 하고말고!”
황제는 일찍 성혼을 했다면 연청운만 한 아들이 있을 나이다.
그럼에도 아이처럼 구니 전대의 고수들은 다들 어안이 벙벙했다.
“황제 맞아?”
“쉿!”
권왕 천진패나 창왕 조경후 같은 괄괄한 성격들은 정말 황제가 맞는지 의구심 어린 눈길을 보낼 정도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으로 여겼다.
연자염도 그렇지만, 다들 황제의 삐뚤어진 폭주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걱정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황제의 이런 태도를 보니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때, 주변을 경계하던 검왕 남기룡이 검을 뽑아 휘둘렀다.
“무애, 조심하게!”
서걱!
황제와 함께 연자염을 꿰뚫을 기세로 날아오던 화살이 쪼개졌다.
섬전처럼 날아든 화살을 쳐낸 남기룡이 사나운 눈으로 화살이 날아온 곳을 노려봤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란 이들이 연자염과 황제를 둘러쌌다.
파라라랏!
파파팟!
그러자 경공을 펼치며 나타난 한 무리의 무인들이 사방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고수?”
경공을 펼치며 진형을 구축하는 이들의 몸놀림은 보통이 넘었다.
“많구먼…….”
게다가 넓게 포위했음에도 물샐 틈 없을 만큼 빽빽했다.
단순히 머릿수만 많은 것이 아니다.
무림에서도 절정으로 구분할 만한 고수들이다.
“어디서 이만한 자들이…….”
남기룡을 비롯한 고수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전대라고는 하지만 왕이라는 칭호를 별호에 붙인 고수들이다.
아무리 절정급 고수들이라고는 하지만 상대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이 정도 숫자가 진형을 갖춘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게다가 지켜야 할 대상이 존재하는 만큼 손발이 묶이는 영역이 생길 수밖에 없다.
목숨이 끊어지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흠모하는 친우를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짝! 짝! 짝!
그런 가운데 누군가가 손뼉을 치며 앞으로 나왔다.
“하하하! 감동스러운 재회였습니다, 폐하.”
“장인태감!”
고수의 무리 속에서 나온 자는 장인태감 풍보현이었다.
“폐하께서 원하는 것을 들어드림이 신하 된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그리 좋아하시는 황사와 오래오래 함께하게 해드리지요.”
충직한 말과 달리 풍보현의 표정과 행동에는 비웃음으로 가득했다.
“그곳에선 외롭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손뼉을 치던 손이 그치는 순간.
솨솨솨솨솨솨솨솨!!
평범치 않은 화살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