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1125
마탄의 사수 (1125)
[중앙의 맨티코어 군단을 시작으로 전방 좌측 방면이 언데드, 우측이 야수형 몬스터들의 배치입니다! 참전하시는 분들께서는 공개된 저들의 약점과 상성을 충분히 고려하시고, 가장 유리한 전장을 선택하여 주시길 바랍니다!]전장 곳곳에서 낭랑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후방에서의 보급 책임은 〈신성 연합〉의 이름으로, 팔레오들이 담당할 터이니 각종 물약과 스크롤, 아이템의 수리가 필요하신 분은 언제든지 말씀하십시오!]전투에 참가하는 유저들이라면 대부분이 알고 있는 수준의 내용이었으나, 또렷한 목소리를 통해 사기가 다시 한 번 고조되기 시작했다.
“진짜 람화연 씨는 뭔가 달라도 다른 것 같아요. 안 그래요?”
“그렇긴 한데, 기정 씨가 지금 다른 여자 칭찬하는 건 별로 듣고 싶지 않네요.”
“그, 그냥 느낀 점을 말하는 거죠! 칭찬이라니!”
“뭐어, 하지만 나도 람화연 씨의 저런 아이디어나 말은 좋다고 생각해요. 대단한 여장부야. 레벨만 조금 더 높았어도 미들 어스 안에서 훨씬 영향을 키웠을 텐데.”
샘이 나 기정에게 투덜거려본 보배였으나, 그녀 또한 느끼고 있었다. 단순히 한 사람이, 한 자리에서 이야기 하는 게 아니다.
전장 구석구석까지 람화연의 목소리가 퍼질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람화연의 길드, 화홍의 유저들은 물론, 곳곳에 퍼진 팔레오들의 등에는 작은 크기의 확성기가 부착되어 있었고, 해당 확성기를 통해 전장 중앙부에 있는 람화연의 말은 모든 곳으로 퍼질 수 있었던 것이다.
“하핫……. 저도 동감입니다. 설마 주파수라는 개념을 미들 어스에서 찾아내, 마나와 연동시킬 줄이야. 이런 ‘스피커’ 하나 유지하는데 필요한 마나도 초당 3정도라고 하니, 화홍 길드의 마법사 직업군 몇 명만 람화연 곁에 있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겠죠.”
혜인은 멋쩍은 미소로 동의했다.
“혜인 형님도 예전에 주파수 그거 막 뭐 해보려고 하지 않았어요?”
“시도는 했었지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닌데다― 귓속말이 가능한 미들 어스에서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 이런 대규모 전투가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으니까.”
이미 현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개념을 끌어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해당 개념을 미들 어스 안에서 어떻게 구현할지가 문제일 뿐. 부단한 노력과 상당한 시간, 그리고 자본까지 투입되어야 찾아낼 수 있는 솔루션이었으나 바로 그것이야말로 람화연이 가장 잘하는 일 중 하나였다.
별초의 유저들은 람화연의 공적에 대해 감탄하고 또 칭찬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런 태연함과 일상적인 대화에, 주위 유저들은 묘한 박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키메라 쪽부터 처리해 해! 화염 속성 스킬 좀 써 봐!”
“빌어먹을, 이쪽은 야수들이라고! 오우거의 팔이 네 개지, 내 팔이 네 개냐? 여기 막고 있는데 거기다 어떻게 스킬을 써!”
“도대체― 흐으읍! 이 와중에 저 인간들은 왜 이렇게 침착한 거야!?”
별초의 인원들이 ‘저런’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은 전장의 최전선이었기 때문이다.
전선에 위치한 그들도 약한 유저들이 아니다.
이미 신대륙 서부의 몬스터들을 충분히 상대해 본 경력이 있는 데다, 나름대로 인스턴스 던전 공략과 필드 보스 레이드를 숱하게 경험해 온 베테랑 중 베테랑들이다.
“심지어 저런 전투 방식은 어떻게 하는 거야!”
대다수의 유저들에게 별초의 전투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형식의 것이었다.
“비예미 씨, 준비해 주세요. 〈리버스 그래비티〉, 〈스페이스 그랩〉.”
혜인은 〈리버스 그래비티〉를 사용, 역중력으로 키메라 두 기를 하늘로 올린 후, 그것을 128조각으로 분해해 버렸다.
키메라가 쪼개지며 뿜어진 독성이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어린 표정을 짓는 유저들이 있었으나 별초에는 독의 스페셜리스트도 있다.
“키킷, 맡겨 두라고요. 푸우우웁―!”
비예미가 하늘로 뿜어 댄 가루는 키메라의 조각난 덩어리에서 새어 나온 독성을 향했다.
하늘의 색깔마저 바꿔 버릴 정도로 짙은 독의 기체들은, 그 순간 비예미가 뿜어 댄 가루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게 뭐야?”
“독을 움직이는 건가? 지가 쓴 스킬도 아니면서 어떻게―”
“독 연기가 뭔 가루 같은 것에 붙어 버렸어!?”
일반적인 스킬들도 독을 만들어 내거나 조종할 수 있다. 단, 어디까지나 ‘자신이 생성한 것’에 한하여 적용될 뿐이다.
강력한 바람 스킬을 이용하여 날려 버릴 수도 있지만,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건 그런 단순한 이용이 아니었다.
“킷킷, 화학의 이용이죠.”
비예미는 키메라가 등장한 그날부터 한시도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연구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해 왔다.
비예미의 곁에 서 있던 커다란 안경을 끼고 있는 소년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너무 편하게 말씀하시네요. 엄연히 말하면 저와 같이 연구한 거잖아요. 으음, 성분 유도는 지금보다 조금 더 활성화가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키메라의 독성 기체를 흡착시킨 가루들의 움직임을 보며 무언가를 빠르게 필기해 가는 소년. 그를 보며 비예미가 혀를 차며 웃었다.
“킷, 웃기는 소리. 연구 끝낸 내 자료를 가지고 알바 씨가 결과만 만들어 낸 거죠.”
“그게 중요한 거 아닐까요?”
티격태격 대는 두 사람을 보며 유저들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키메라의 독성에 관한 연구를 마친 비예미는 사우어 랜드에 다녀온 유저들을 통해 〈마공학자〉 알바의 존재를 알아내었고 곧 그에게 연락했다.
그 결과, 키메라들의 독성분을 흡착하는 가루를 만들고 해당 가루를 통제하여 역으로 적에게 사용할 수 있는 스킬과 아이템의 조합법을 만들어 낸 것이다.
별초의 활약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모두가 사우어 랜드와 〈라퓨타〉에 가고 싶어 할 때. 해당 원정대에 참여하지 못했던 별초의 인원들은 놀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저건 또 뭐야?”
“플레이어블 종족은 인간, 자이언트, 우드 엘프, 미야우, 리자디아 아니었나? 왜 날개 달린 인간이 있지?”
“날개 달린 인간이 아니라……. 드루이드 징겅겅 씨랑 하이랜더 태일 님이야.”
“〈폴리모프〉를 저렇게 할 수 있다고?”
태일의 머리 위로는 작은 뱀의 머리가 하나 튀어나와 있었다. 그것이 바로 징겅겅의 얼굴이었다.
그러나 몸은?
태일의 등에서 좌우로 거대하게 뻗은 날개는 분명 금 독수리의 그것이었다.
“〈화火, 사혈관통〉!”
금빛 날개를 단 태일은 하늘을 날며 검을 휘둘렀다.
불붙은 그의 검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인간형 몬스터들의 즉사 포인트를 공략하고 있었다.
강습 공격을 실행하던 징겅겅과 태일의 곁으로 곧 황동색의 드래곤이 따라붙었다.
호른은 명함을 주듯 징겅겅과 태일에게 무언가를 하나 건네곤 곧 공중으로 솟구쳤다.
브라스 드래곤이 내뿜는 브레스는 눈으로 보기에 큰 특징이 없었다.
불이 뿜어지거나 얼음이 뿜어지는 게 아니었으니까.
다만 그의 브레스는 지나가는 모든 공간을 일렁이게 만들고 있었다.
압도적인 열기는 공간을 비틀어 버릴 정도의 아지랑이를 만들어 냈고, 그의 열풍에 뒤덮인 키메라들은 순식간에 녹아내릴 지경이었다.
“저토록 강한 열풍熱風 브레스를 뿜는 드래곤에게 인정받다니. 기쁘겠구만, 징 군.”
[기쁘긴 하지만― 태일 님 덕분에 눈에 띈 것뿐인걸요.]“언제나 겸손한 점이 마음에 드네. 가지.”
굳이 화염이 아니어도 키메라를 대규모로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드래곤의 공격이 가해지자, 다른 유저들은 앞다투어 키메라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전투 방식은 별초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었다.
〈마공학자〉 알바가 비예미와 손을 잡고 연계했듯, 사우어 랜드를 다녀온 유저들 대부분은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지 않았던가.
“우라우라우라우라―! 뼉다귀밖에 없는 자식들이 우리 도끼질을 견딜 리가 없지!”
“어차피 당신의 도끼는 날이라고 부를 것도 없지만……. 기왕이면 둔기가 더 효과적일 것 같은데.”
“이 자식이, 어디서 또 아는 척이야!?”
거대한 배틀 엑스와 마울을 각각 휘두르는 존재들.
자이언트 반탈과 우드 엘프 비욤은 자신의 파괴력을 경쟁하듯 과시하고 있었다.
피로트-코크리의 언데드 군세들은 말 그대로 뼛가루가 되어 휘날리고 있었다.
〈신성 연합〉의 보상으로 강해진 이유도 한몫했지만, 그보다 더욱 효과적인 도움이 이미 그들에게 더해져 있기 때문이었다.
반탈과 비욤의 등과 허리, 어깨 등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
“부적 사거리에서 너무 떨어지지 말아요! 우리는 저격수가 아니라고!”
“크하하핫! 얼른 쫓아와, 도사 형제들!”
그것은 바로 부적이었다.
반탈과 비욤 그리고 배추 도사와 무 도사, 육체의 파괴력만을 극한으로 갈고 닦은 유저들과 육체의 파괴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버퍼Buffer들의 만남!
비단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서로가 함께할 때 가장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걸 눈치챈 유저들은 이미 그들만의 ‘라인’을 구축한 상태였다.
────, ────!
“흐음, 명중률이 훌륭한데요?”
“궁귀에 비하면 아직 멀었소.”
“그렇게 말해 주면 고맙죠. 저 남자도 그걸 좀 알아야 하는데.”
보배와 암부스트 또한 그런 ‘라인’ 중 하나였다.
라파엘라의 축복까지 받은 그들의 공격은 맨티코어의 피부를 종잇장처럼 찢어발길 정도로 강력해졌고, 더 이상 키메라를 만들어 내는 맨티코어들은 전장의 선두 하늘을 날아다닐 수 없을 지경이었다.
전장의 후방을 향하는 맨티코어들을 보며 바하무트는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베일리푸스, 아르젠마트.] [정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인간들의 열망은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더욱 강해질 겁니다.]“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것은 인간만이 지닌 장점이지.”
베일리푸스와 알렉산더가 각기 답했다. 바하무트는 둘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자 아르젠마트가 곧장 입을 열었다.
[전투 시작 한 시간입니다.]“음?”
알렉산더는 아르젠마트의 말을 쉽사리 이해하지 못했으나, 바하무트는 가벼운 미소와 함께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른 시점에 전황이 기울기 시작했다는 의미인가.] [예. 강하군요.]그제야 알렉산더도 아르젠마트의 말을 이해했다.
대규모 전투에서 개전 한 시간째라면 극초반의 전황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자신이 크게 활약하지 않는 이유도 그것이지 않은가.
메탈 드래곤 몇몇이 나서고 있긴 하지만, 베일리푸스와 알렉산더 자신 그리고 바하무트는 첫 10분의 전투에만 힘을 보여 준 후로 적극적인 개입은 하지 않고 있었다.
‘내가 끼어들지 않아도 마왕군의 돌격 기세가 멈춰 버렸다.’
기세 좋게 몰려오던 적들의 발을 멈추게 만들기까지가 그들의 할 일이었고, 그 이후로는 순수하게 〈신성 연합〉의 힘만으로 몬스터들을 밀어내고 있을 정도의 힘을 보이고 있다.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아르젠마트의 시선이 멈춘 곳에선 수없이 많은 야수형 몬스터들이 얼어붙고 있었다.
람화정의 활약을 지켜보며 그는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 *
다만 공중에서 전황을 살피는 모두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걱정되는군요. 저들이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제가 하이하 님과 돌아다니며 겪어 본 바로는……. 이런 식으로 전투를 걸어올 녀석들이 아닙니다. 더욱이 지금 저쪽에는 마왕의 조각도 없지 않습니까.]특히 블라우그룬은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바하무트는 블라우그룬의 말을 들으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제야 알렉산더는 바하무트가 어째서 전장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