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138
마탄의 사수 (138)
“크헉― 그, 그것이― 저희가 이름을 함부로 발설할―.”
“흐, 이 새끼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빠악―! 빠악! 빡!
이하는 부러진 니들 건을 거꾸로 잡고, 개머리판으로 기획실장의 머리를 연신 내리쳤다.
“아앍! 죄, 죄송합니다. 염탐꾼들, 시노비구미(忍び組)라는 길드입니다. 기, 기준은 잘 모르지만 특정 유저들을 관리 대상으로 두며 그들을 대상으로 미행이나 염탐을 주로 해서 정보를 파는 길드입니다.”
“시노비구미……. 오카상인가 하는 새끼가 길마고? 내가 그 새끼들의 관리 대상이었다는 거네?”
“그, 그렇습니다.”
기획실장이 고개를 끄덕, 끄덕거리며 재빨리 답했다. 무릎을 꿇고 앉은 기획실장과 쿄쿠지츠.
공간은 여전히 잠겨 있고, 뒤에선 레벨 100을 넘는 불곰이 그들을 언제든 씹어 먹으려 한다.
성실히 답하지 않으면 개머리판으로 죽도록 패고, 신나라가 준 물약 일부를 먹이고 또 팼다.
이하는 개머리판으로 토끼를 잡았던 이래 이렇게까지 무언가를 후드려 팬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두 사람을 고문했다.
‘이제 꼬마가 사라지려면 20분. 마츠시게와 마메하나의 관한 건 여기까진가.’
쿄쿠지츠와 기획실장이라는 녀석도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일단 아는 만큼은 토해 내게 했으니, 이제 진짜 문제를 정리할 차례였다.
시노비구미에 관한 건 다음에 처리해도 될 문제니까.
“쿄쿠지츠.”
“하, 하잇!”
“아마 알고 있을 거야.”
“무, 무엇을 말씀이신지…….”
자이언트는 얌전히 고개를 기울였다. 그 모습을 보며 이하는 빙긋 웃었다.
“헤헤, 몰라?”
“무슨 말쓰―.”
“뭐겠어? 이 씨발놈이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아, 알고―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이하가 부러진 총열을 움켜쥐자 쿄쿠지츠가 번개같이 답했다.
“뭔데.”
“라이징-선…… 을…….”
꿀꺽, 쿄쿠지츠는 침을 삼키고 이하를 바라보았다.
끝. 그 단어 외에는 도저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끝내야 한다. 이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해산해야 한다는 겁니다.”
“맞아. 네가 해산하지 않아도 어차피 망해 간다는 건 알지? 모르긴 몰라도 내가 500명을 끌어들여 죽인 게 벌써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을걸?”
“예, 아마도…….”
당장 나지 않았어도 시간문제다.
라이징-선의 본사 전투요원까지 모조리 당했다는 걸 알면 과연 저레벨 길드원들이 가만히 있을까?
라이징-선의 길드마크를 달고 다니다 이하에게 무차별적으로 죽임당하는 걸 깨달은 이상, 이탈밖에 답이 없다.
이번 사건으로 대규모 이탈이 시작될 것이고, 쿄쿠지츠는 그것을 막을 힘이 없어진 셈이다.
하물며 마지막엔 이렇게 이하에게 직접 당하고 있으니……. 역전의 한 방은 없다고 봐도 좋았다.
“알아서 해산의 기회를 주는 거야. 서서히 망해 가는 것보다야 뒤끝이 깔끔할 거다. 물론 그렇게 되면―.”
“길드전은 [석양의 무법자]의 승리로 기록되겠지요.”
“당연하지.”
쿄쿠지츠는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패배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것을 잃기 직전인 상황. 미들 어스는 당연하고 현실에서도 겪어 본 적 없는 굴욕적인 사태였다.
“빡치냐?”
“아, 아뇨, 그게 아니라―.”
“빡― 쳐 줘?”
“네?”
“네는 무슨 네야, 이 새끼가 정신 못 차리고!”
“아악!”
빠악―! 빡! 빡!
무릎을 꿇은 자이언트는 이하가 똑바로 서 있는 만큼 컸지만, 겁나지 않았다.
이하는 반 토막 난 니들 건으로 쿄쿠지츠를 마구 후렸다. 때리다 보니 분노가 인다.
“너네 때문에 내 총도 망가졌잖아! 이것도 물어내야 할 거 아냐!”
“물, 물어 드리겠습니다!”
“필요 없어!”
이런 미친 새끼가? 그러나 말도 제대로 이을 수 없다.
빠악, 빡, 빠박!
팔로 머리를 감싸 보지만, 이하의 타격은 빈 공간만을 집요하게 노리며 들어왔다.
터지고, 터지고, 또 터지고!
‘크윽, 이 새끼! 완전 미친개야! 이 치욕은 반드시 갚아 주마, 하이하!’
얻어터지는 쿄쿠지츠도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었다.
길드? 다시 만들면 된다. 이미 시스템적으로 한 번 구축해 봤던 것이니 더욱 쉽다.
그리고 하이하만 노리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
라이징-선만큼의 위세를 갖추려면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괜찮았다. 다시 일어 설 수만 있다면.
한 번의 패배를 딛고 일어서는 게 일본인이라는 민족 아닌가! 무엇보다 맨손으로 시작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자본이 있다!
“그럼 해산을―.”
“하기 전에 중요한 거 있잖아? 어이, 그 옆에 실장님?”
“네, 네?”
“아까 계약서라는 단어가 들렸는데 말이야……. 어차피 해산할 길드고, 당신들이 그간 저지른 악행의 대가는 토해 내야지?”
쿄쿠지츠와 기획실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토해 내라고?
“설마 골드를……? 달라는 말씀이십니까?”
“마음 같아선 내가 먹어 버리고 싶지만 그런 걸 함부로 먹으면 탈난다는 걸 알거든.”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이하 자신 때문에 최근 영업이 지지부진했다지만 분명 상당량의 골드를 비축하고 있을 터.
탐이 난다. 확실히 탐이 난다.
그러나 이하도 알고 있다. 만약 자신이 저 돈을 꿀꺽해 버리면?
‘다음은 내가 타겟이 된다. 라이징-선은 단체라서 고렙들이 내비 뒀다지만, 나는 혼자야. 정체도 모르는 고렙이나 랭커들한테 평생을 쫓기며 게임해야 할지도…….’
똥 묻은 돈은 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
그래서 이하도 나름대로 생각해 낸 방법이 있었다.
라이징-선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괴멸시킬 방법 첫 번째, 자본 해체.
“그러면……?”
“아까 너희들이 했던 말에 따르자면 〈계약서〉의 효과는 미들 어스 시스템으로 강제되는 거지? 따라서 ‘무조건’적으로 지켜야 하는 거고?”
“마, 맞습니다.”
“나눠 줘. 네놈들이 눈물 흘리게 했던 저렙 유저들한테.”
“네?!”
“미들 어스 시스템이라면 가능할 거야. 라이징-선 길드원들에게 죽었던 유저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당했던 피해액의 얼마라도 되찾아갈 수 있도록. 뭐, 그게 안 되면 일률적으로 같은 금액을 돌려주도록.”
로그 기록이 분명 있을 것이다.
〈계약서〉라는 아이템으로 계약 상대방의 행동을 강제할 수 있다면 분명 이런 식의 특약도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리고 쿄쿠지츠와 기획실장은 이하의 말을 듣고 입이 쩍 벌어졌다.
해 본 적은 없지만 이하가 말한 방법이 일리 있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그, 그게―.”
“아니면? 가지고 있는 템이고, 돈이고 전부 흘릴 때까지 죽어 볼래?”
쿄쿠지츠의 동공에 지진이 났다. 단순한 선택의 문제다.
“맞고 토할래? 그냥 토할래? 넌 새끼야, 어차피 지금까지 벌어서 팔아 치운 돈도 있을 거 아냐! 그거 빼앗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 실장? 계약서 꺼내.”
“예, 옙!”
“기획실장!!! 감히 내 명령도 없이―.”
“이 새끼가 어디서 큰 소리야?”
빠악, 빡!
기획실장을 막으려던 쿄쿠지츠에게 다시 매질이 가해진다. HP는 많이 닳지 않지만 은근하게 아프고 기분 나쁜 타격.
그사이 기획실장은 이하가 했던 말을 기반으로 빠르게 계약서 내용을 적어 넣었다.
“흠…… 흠…… 오케이. 서명하시죠, 쿄쿠지츠 님?”
이하는 혹여 독소조항은 없는지, 두 번, 세 번 철저하게 계약서를 읽은 후에야 서명하고 내밀었다.
이제 이름이 적히는 순간, 라이징-선의 기존 자본과 길드는 완전히 해체된다.
“크으윽…….”
“이러나저러나 끝이니까 억울한 척 말고 빨리 이름 적어.”
조금 있으면 ‘꼬마’가 사라질 시간. 이하는 쿄쿠지츠를 재촉했다.
이하가 앞서 말한 대로 라이징-선은 어차피 구멍이 난 댐. 무너지는 순간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므로 쿄쿠지츠도 도리가 없었다.
“적었…… 습니다…….”
사각, 사각, 사각.
쿄쿠지츠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하의 입꼬리가 올라가기 무섭게, 팡파르가 터졌다.
팡파르와 시스템 알림은 미들 어스 전역에 울려 퍼졌다.
라이징-선 길드와 석양의 무법자 길드 간의 전쟁이 종료되었습니다.
석양의 무법자 길드가 승리하였습니다.
* * *
“반드시…….”
“뭐?”
“반드시 복수하겠어, 하이하…….”
이젠 모든 일이 끝났다.
길드전이 끝난 이상, 이하가 자신을 죽이지 않을 거라 생각한 쿄쿠지츠가 포부를 드러냈다.
그 말을 듣고 때려? 아니, 이하는 그러지 않았다.
라이징-선과 싸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했던 고민, 적당한 대상이 없어 미처 풀지 못했던 방법!
라이징-선을 괴멸시키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을 써먹기 좋은 순간이었으니까.
“아, 거기 실장님이라고 했나요?”
“네, 네?!”
“어차피 이 새끼가 길드 다시 만들 거잖아요, 그렇죠? 이 기회에 실장님이 새롭게 하나 만들어 보면 어때요?”
“무, 무슨 말씀을……?”
기획실장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하와 쿄쿠지츠를 번갈아 보았다.
“라이징-선은 지금 당장 사라지겠죠. 하지만 그다음은요? 라이징-선이 사라진 자리는 누가 차지하죠?”
“그야 물론 대표님이 다시 길드를 만들―……. 아!”
“큭큭, 역시. 그 정도 두뇌가 있으니까 저 새끼 옆에서 실장이든 뭐든 하고 있었겠죠?”
기획실장의 눈이 동그랗게 되었다.
그래, 라이징-선은 이제 해체된다. 길드의 자본도 모두 뜯어먹혔다.
즉, 라이징-선의 완전한 괴멸! 다단계식 악당 길드의 무주공산 상태!
“기획실장! 너 이 새끼! 배신하면 가만 안 둬!”
쿄쿠지츠도 이하와 기획실장의 생각을 읽고 재빨리 일갈하지만 이미 늦었다.
“흐, 하여튼 대가리는 빨리 도는구만.”
이하는 쿄쿠지츠의 반응을 보며 웃었다. 쿄쿠지츠가 저렇게 반응할 정도라면 자신이 생각한 게 맞으리라.
기획실장이라면 쿄쿠지츠 옆에서 라이징-선의 부침을 함께 겪으며 노하우를 알아낸 사람.
그 기획실장이 쿄쿠지츠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대표님― 이 아니고, 니미, 이제 당신 대표도 아니잖아? 그동안 좆같은 월급으로 잘도 부려 먹었겠다? 나라고 대표 하지 말라는 법 있어?”
“이, 이 새끼가―.”
“이 새끼 저 새끼 하지 맙시다, 쿄쿠지츠 상. 피차 새롭게 비즈니스 상대가 될지도 모르는데.”
기획실장의 태도를 보며 이하는 성공을 확신했다. 라이징-선을 무너뜨릴 두 번째 방법.
기정의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던 것으로, 바로 ‘전국시대’를 만들어 버린다는 계획이다.
‘큭큭, 다시 라이징-선의 재건을 두고 볼 순 없다. 쿄쿠지츠가 혼자 길드를 만들고 규합한다면 금방 그렇게 되겠지. 그러나 라이징-선의 시스템을 따라한, 소규모 길드가 난립한다면? 제2, 제3의 라이징-선이 아니라, 제99, 제100의 라이징-선을 동시에 태어나게 만드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