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332
마탄의 사수 (332)
“자! 다음에는 단체 미팅이라도 한 번 하지, 똥파리! 우리 쪽에선 예쁜이를 데려갈 거니까 그쪽은 노인네를 빼고 나오도록!”
[어리석은 소리. 네 녀석이 티아마트, 컬러 일족의 여왕을 소환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 메탈 일족조차 그 방법을 알지 못하는―]“아, 아, 시끄럽고. 그거야 두고 보면 알지 않겠나? 흐흣, 가자, 파우스트.”
“예, 백작― 아악! ―님.”
따악―!
푸른 수염은 지팡이를 휘리릭 돌려 파우스트의 머리통을 때리자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파우스트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이 잠깐 보이나 싶을 때, 이미 두 사람의 모습은 사라진 후였다.
[정말 티아마트를 소환할 수 있단 말인가…….]사라진 장소를 보며 베일리푸스가 조용히 읊조렸다.
쿠즈구낙’쉬를 잡고, 그의 드래곤 하트를 회수했지만 이하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이것은 고작 ‘발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 * *
“이제 끝…… 난 거죠?”
이하는 눈에 힘을 주며 사방을 살폈다.
[적어도 로드 바하무트의 이름이 있는 이상 이곳으로 다시 오진 않겠지.]그들의 마나는 베일리푸스조차 감지할 수 없는 것. 그러나 베일리푸스는 바하무트의 언급 때문이라도 그가 돌아오지 않으리라 믿었다.
“끄응, 뭐라도 보이면 좋으련만…….”
레드 드래곤 쿠즈구낙’쉬 못지않게 자신의 마나를 잘 숨기는 게 푸른 수염이었다. 진작 지속 시간이 끝난 이하의 ‘마나 투시’ 정도로는 찾을 수 없었다.
잠시 허공을 바라보던 골드 드래곤은 그 거체를 이하와 혜인을 향해 돌렸다.
혜인이 잠시 움찔거렸으나 베일리푸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골드 드래곤의 기다란 목이 땅에 닿을 듯 내려갔다.
언젠가 블라우그룬이 이하에게 보여 주었던, 상대방을 향한 드래곤의 최상의 예절이었다.
[고맙다, 하이하. 그리고 공간을 다루는 마법사여.]“벼, 별말씀을. 저야말로 이번 계획에 넣어 주셔 감사드립니다, 골드 드래곤.”
담담한 이하와 달리 혜인은 허둥지둥 베일리푸스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보며 베일리푸스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적어도 공간 마법에 한정해서라면 그대는 어덜트 드래곤보다도 강하다. 어쩌면 우리 메탈 일족의 에인션트급 이상일지도 모르지. 허나, 컴플리트 홀트를 쿠즈구낙’쉬에게 사용했다는 점을 떠벌리고 다니진 말라. 컬러 드래곤 일족이 그대를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안 그래도 그런 업적이― 아니, 네.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골드 드래곤.”
이하는 그의 말을 들으며 그에게도 어떤 업적이 떴는지 대강 추측해 볼 수 있었다.
컬러 드래곤 일족과의 친밀도가 마이너스로 되는, 그런 류의 업적이 떴을 것이다. 이하가 빠르게 훑고 꺼 버린 알림창 중 하나에도 그런 비슷한 것이 있었다.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혜인입니다.”
[혜인. 그대의 이름을 기억하겠다.]베일리푸스의 말이 끝나자 혜인이 다시 움찔거렸다.
‘골드 드래곤이 이름을 기억한다고 했으면― 업적 또 땄나?’
이하의 추측대로였다. 혜인은 허공을 잠시 응시하며 옅은 미소를 짓고는 다시 한 번 베일리푸스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베일리푸스는 고개를 끄덕이곤 이하를 바라보았다.
“준비요?”
[로드 바하무트께 갈 것이다.]“켁, 역시. 그분이 온다는 건 허세였나 보군요. 공격했으면 큰일 날 뻔했네.”
이하는 방금 전 상황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었다.
만약 거기서 푸른 수염을 향해 발포했다면? 정말 일이 어떻게 꼬일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허세?]그러나 지금은 말실수부터 바로잡을 때였다. 골드 드래곤의 눈썹이 조여졌다.
“아뇨, 그, 허, 허세가 아니라. 허장성세! 허장성세의 줄임말이죠. 멋진 작전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베일리푸스 님.”
이하가 손과 고개를 동시에 젓자 베일리푸스는 흥, 하며 콧바람을 내뿜었다.
[물론 좋은 작전이었지. 마왕의 조각을 상대로 배짱을 부리려면 에인션트급의 이름이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이하는 어쩐지 키드가 동물이 되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은 상상을 했다.
그리고 그 잠깐의 가벼운 소란 사이, 쿡쿡 웃던 혜인이 이하의 어깨를 툭 쳤다.
“저를 불러 줘서 고맙습니다, 하이하 씨.”
다소 병약해 보일 정도의 청년이 싱긋 웃으며 이하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러고 보니 이하는 아직 혜인의 나이도 알지 못했다. 몇 살이나 되었을까. 아마도 이하의 또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하는 혜인의 감사를 받으며 자신도 감사를 표했다. 만약 이번 작전을 국가전처럼 표기할 수 있다면 혜인 역시 ‘일등공신’에 가까운 활약을 보여 준 셈이기 때문이다.
“저야말로 고맙죠. 예상보다 더 활약해 주셔서 살짝 배도 아프고. 업적은 많이 땄죠?”
이하의 농담에 혜인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간 서로가 서로를 물어뜯으려 했었으나 적어도 지금은 그런 앙금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 이것으로 믿음은 쌓인 겁니까?”
“글쎄. 적어도 혜인 씨와 나 사이에 ‘마음의 빚’은 없는 셈 칠 수 있겠죠.”
이하는 그를 보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혜인은 살짝 실망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렇겠죠. 고작 한 번에 신뢰를 다 쌓을 순 없을 테니까. 허나,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제 업적만 봐도……. 앞으로 하이하 씨와는 여러 번 다시 뵙게 될 것 같으니까요.”
“뭔데요? 저도 아직 업적을 못 봐서…….”
혜인은 이하의 궁금증을 직접 풀어 줄 생각은 없었다. 그는 스태프를 들고 바닥에 마법진을 그리며 말했다.
“나중에 직접 보세요. 그럼, 저는 그 바하무트라는 분께 초대를 못 받은 것 같으니 이만 가 보겠습니다. 다음에 인연이 닿으면 또 뵙겠습니다, 골드 드래곤.”
[음.]“잘 가요, 혜인 씨.”
혜인이 스태프를 들어 올리고 마법진 중간에 쿡, 꽂아 넣자 그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하는 친구 창을 열어 그가 어디로 갔는지 확인했다.
‘이런, 왜 그렇게 급하게 가나 했더니만. 쉬지도 못하겠군.’
이하는 처음 보는 장소였으나 기정과 태일, 비예미 등이 있는 곳이었다. 아마도 푸른 수염의 귀족 군단을 방어하는 도시 근방의 어딘가이리라.
[그럼 갈까.]“옙!”
이하는 친구 창을 닫으며 미소 지었다.
별초의 인원들이 퀘스트 깨며 고생하는 건 하는 거고! 이제는 요 며칠 쉴 틈 없이 고생했던 자신이 보상받을 차례였다.
‘으히힛! 대체 아이템을 몇 개나 받을 수 있을는지!’
헤벌쭉한 미소를 미처 거두지도 못한 사이, 어느새 이하와 베일리푸스의 몸은 메탈 드래곤 로드, 바하무트의 레어로 이동해 있었다.
* * *
여전히 바하무트의 레어에는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드래곤들이 있었다.
거대한 원탁, 드래곤의 실제 크기도 감당할 레어였기에 인간 형태로만 있기에는 장소가 너무나 넓었다.
그리고 그 넓은 장소를 빛내고 있는 골드 드래곤이 지금 막 바하무트의 앞에서 인간으로 폴리모프했다.
‘멋지단 말이지.’
상처투성이의 골드 드래곤이 인간으로 폴리모프하자, 역시 곳곳에 잔상처가 난 황금의 기사가 되었다.
바하무트를 비롯한 드래곤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베일리푸스가 상처를 입긴 했다지만 이하와 같이 있다는 점, 그리고 바하무트의 레어에 와서도 전혀 성급하게 굴지 않았다는 점으로 비추어 보자면 그 정도의 추측은 당연했다.
그들이 쿠즈구낙’쉬를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
“베일리푸스.”
“로드. 임무를 마치고 귀환했습니다.”
오오오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드래곤들도 자신들의 추측이 확신이 되는 순간, 얼마간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돌아갈 수 있겠어!”
“이럴 수가, 베일리푸스 님이 정말로―”
“베일리푸스 님만으론 불가능했다고 했잖아! 그렇다면 저 인간 영웅 때문이라는 건가? 저 인간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다니!”
드래곤들이 수근대는 소리를 이하가 못 들을 리 없었다. 이하는 일부러 더 어깨를 활짝 펴곤 가슴을 내밀어 당당한 자세를 취했다.
‘크, 더 칭찬해 줘, 더!’
어린아이 같은 드래곤도 있고, 이하 또래처럼 보이는 드래곤도 있는 이 장소에서 탄성과 칭찬을 듣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해츨링이나 어덜트 드래곤들도 해내지 못한 일, 그 일을 자신은 해낸 것이다.
“끌끌, 모두 조용.”
그리고 바하무트의 한 마디에 드래곤들의 속삭임이 멈췄다.
“그대가 필요하다던 힘은 도움이 되었나, 베일리푸스.”
“물론입니다, 로드.”
베일리푸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들었다.
이미 모든 빛을 잃어 그 형태조차 불분명했지만 이하는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드, 드래곤 하트다!”
“쿠즈구낙’쉬의 것?! 저게?”
“하지만― 블라우그룬의 마나가 느껴지는데?”
“자, 자, 조용, 조용.”
콩, 콩.
바하무트가 다시 테이블을 툭툭 치자 드래곤들이 조용해졌다.
그들로서도 이런 이벤트는 겪기 힘든 것이었을까. 이하는 가만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과연……. 그렇게 된 건가.”
“예. 로드.”
그 상황이 만들어지기까지 베일리푸스의 노력이 더욱 컸다.
이하뿐 아니라 혜인의 업적도 있다. 그러나 언제가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골을 넣은 사람이 되는 법이다.
“인간 하이하가 블라우그룬의 유지를 이루어 냈습니다. 쿠즈구낙’쉬를 죽인 것은 그입니다.”
베일리푸스는 모든 공을 이하에게 돌렸다.
바하무트는 싱긋 웃으며 블라우그룬의 드래곤 하트 탄彈이 박힌 쿠즈구낙’쉬의 하트를 받아 들었다.
“하이하.”
“예, 예, 로드 바하무트.”
“그대는 우리 일족의 위협이 되는 적을 무찔렀을 뿐 아니라……. 안식의 방에서도 안심할 수 없었던 우리 일원을 구원한 셈이네.”
“별말씀을요. 제가 했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인데요.”
이하는 도리어 겸손하게 말을 꺼냈다. 이미 다 전해진 말이다.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 잘난 척은 사실 어울리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홀로 할 수 없는 일, 모두가 힘을 합쳤기에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그 누구보다 이하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답지 않은 겸손함이로군. 껄껄, 하지만 정말이야. 그대가 없었다면 베일리푸스의 힘으로도, 또는 다른 그 누구의 힘으로도 불가능했을 거야. 그 쿠즈구낙’쉬와 또 다른 방해꾼에게 걸리지 않을 자는 그대밖에 없었을 테니까.”
바하무트는 일어서서 이하의 앞으로 다가왔다.
원탁을 빙 돌아오는 그의 모습, 원탁 저편에 있을 때는 이하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메탈 일족 유일의 ‘플래티넘 드래곤’의 위엄이 느껴졌다.
이하는 다리의 힘이 풀리려는 것을 억지로 참아 내었다. 마치 시스템 상으로 누가 위에서 짓누르는 것만 같은 압박이었다.
“정말 고마워.”
“예…….”
이하가 고개를 숙이자 옆에 있던 베일리푸스가 이하의 옆구리를 찔렀다. 무릎을 꿇으라는 그의 입모양을 이하도 알아볼 수 있었다.
이하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자 베일리푸스가 한 걸음 비켜섰다. 다른 드래곤들 또한 경건한 표정으로 바하무트와 이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인간 하이하. 그대에게 묻겠다.”
꿀꺽, 이하에게도 짚이는 점은 있었다.
단순히 퀘스트의 완료가 아니다. 마치 왕과 기사의 서임식 같은 이런 행위라면……?
“예, 로드.”
“그대는 정의를 수호하고 선을 집행할 마음이 있는가.”
그 와중에도 이하의 걱정은 하나였다.
‘이거 알렉산더처럼 답해야 하나? 나 그런 컨셉 잘 못 잡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