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879
마탄의 사수 (879)
“부르는 기능은 맞지만―”
“수가 많습니다.”
[으음……. 우선은 이 모습을 유지하고 있겠다. 저들의 반응에 따라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하, 하지만 벌써부터 전투 준비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우선 평화적으로! 너무 적의를 드러내 봐야 좋을 거 없을 테니까요!”
알렉산더, 키드, 베일리푸스가 긴장하고 있을 때 페르낭만큼은 조금 더 여유를 지니자고 주장했다.
낯선 곳을 많이 탐험해 본 모험가는 원주민에게 처음부터 적의를 보여 봐야 좋을 게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저게…….”
“사우르스족, 토온의 동족인가.”
“만약 하나, 하나가 토온과 유사한 힘을 지니고 있다면……. 힘겨운 전투가 되겠군.”
엘리자베스와 브라운, 브로우리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공룡이라는 존재를 ‘적’으로밖에 만나 보지 못했기에, 유저와 NPC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잔뜩 긴장을 해야만 했다.
“그래도 아주 많지는 않네요. 열둘 정도인가. 가운데에 있는 두 녀석이 조금 더 화려한 빛깔을 지니고 있고, 나머지 열이 비슷비슷……. 아마 가운데 있는 것들이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 아니, 공룡들이겠군요.”
단 한 사람 이하만이 긴장하지 않고 있었다.
“여유롭군, 이하 군.”
“어……. 사실 그렇게까지 긴장하지 않아도 될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하는 브로우리스를 향해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왜지? 또 뭐가 있나?”
코발트블루 파이톤의 포구가 벌써 적을 향하게 만들어 놓은 루거가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이하는 그를 보며 웃었다.
“내가 있잖아.”
“뭐, 뭐? 미친, 재미도 없는 농담이군.”
“아니, 아니! 내가 뭐 처리해 주겠다! 이런 뜻이 아니라! 진짜 내가 있으니까 괜찮다는 거야!”
공룡들이 또렷하게 보일수록 그들의 발소리도 점차 크게 울렸다.
쿠우웅, 쿠우웅───────!
공룡들의 발소리는 점차 커지는 중이었다.
토온 한 기만으로도 감당이 안 될 정도의 소음을 일으켰건만, 하물며 높이 40m 전후의 공룡 열두 마리가 동시에 뛰어온다면?
유저들은 마치 지진이라도 겪는 기분이었다.
“아! 뭐야? 화려한 게 아니라― 뭔가 장비를 하고 있던 거구나!”
이하의 눈은 이제 그들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별해 낼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키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투구와 같은 형태에, 가슴과 배, 허벅지를 가리고 있는 것이라면 방어구라고 봐야 할 겁니다.”
“크크, 그럼 토온은 발가벗고 다녔던 건가? 상상하기도 역겹군.”
“……그걸 굳이 말로 하냐.”
이하가 루거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들의 모습 자체는 일관되어 있었다.
팔이 길게 늘어진 대형 육식 공룡의 형태. 기형적인 모습이지만 토온을 많이 봐 왔던 유저들에겐 이제 익숙한 외관이었다.
쿠우우웅……!
“어, 멈췄는데요?”
한참을 달리던 그들은 멈춰 섰다.
꿀꺽, 누군가가 침을 삼킬 때쯤 그들에게서 외침이 들렸다.
사우르스의 일갈에 유저들은 혼비백산했다.
“반왕?”
“반왕이라고?”
[으음, 토온의 모습이 저들에겐 적대시되는 거였나.]베일리푸스가 그것을 알아들을 때쯤, 이하도 자신의 이마를 탁! 칠 수밖에 없었다.
“아차차차! 토온 자체는 그렇구나! 베일리푸스 님! 그, 확성 마법! 확성 좀 걸어 주세요!”
“확성? 또 네놈 혼자서 무슨 짓거리를 하려는 거지?”
“아, 루거 당신은 좀 가만히 있고! 베일리푸스 님! 빨리요!”
[괜찮은 건가?]“네! 오히려 늦으면―”
[3초 안에 답하지 않으면 그대를 반왕反王의 부하로 간주, 공격하겠다!]“―고, 공격받는다고요!”
“전투 준비! 토온과 같은 기술이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 되도록 멀리 떨어져서 노려야 해!”
일행이 혼란에 빠져 가는 가운데, 베일리푸스는 이하에게 마법을 걸었다.
브로우리스를 비롯한 NPC와 유저들이 흩어지기 시작할 때, 이하가 소리쳤다.
‘나도 참 바보라니까!’
이하가 루거에게 자신을 믿으라고 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업적: 사우르스족 탕아의 최후(S)〉
축하합니다!
당신은 멸종되었다고 알려진 종족, 전설 속에서나 이름이 나오는 ‘사우르스족’을 확인하였습니다. 비록 죽음으로써 그가 사우르스족임을 밝히게 되었으나, 그의 정체가 확인된 것만으로도 모든 고고학자와 생물학자들이 환호를 지를 것입니다!
사우르스의 국가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으며, 그들은 어디서, 어떤 식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인가! 미들 어스의 호사가들은 당신의 행보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상: 스탯 포인트 25개
사우르스 종족 왕가 친밀도 +20%
사우르스 종족의 국가 통행 권한
〈사우르스족 탕아의 최후〉 업적의 첫 번째 등록자입니다.
업적의 세 번째 등록자까지 명예의 전당에 기록되며, 기존 효과의 200%가 추가로 적용됩니다.
효과: 스탯 포인트 50개
사우르스 종족 왕가 친밀도 +40%
업적, 사우르스족 탕아의 최후가 있기 때문!
사우르스 종족의 국가 통행 권한은 물론 왕가 친밀도가 있는 업적을 자신이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문제의 해결이 쉬울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생긴 실수.
사우르스족에게 토온이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애초부터 베일리푸스가 ‘탕아’인 토온의 모습을 하게 해선 안 됐다.
[베일리푸스 님! 변신 풀어 주세요!]무엇보다 이하는 한 가지 또 다른 사실을 깨달았다.
어째서 사우르스 종족에 대한 친밀도가 아니라 ‘왕가’의 친밀도가 올랐을까?
그것은 토온이 사우르스 종족을 지배하는 혈통 중 하나였다고 봐야 한다. 그것도 현재 정점에 있는 개체와 반목하는 상대였다고.
슈와아아아……!
베일리푸스가 영문도 모른 채 다시금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이하는 있는 힘껏 외쳤다.
[저는― 하이하라고 합니다―! 사우르스족의 탕아였던 토온을 사살한 인간입니다!]토온을 죽였다는 것.
그것부터 밝혀야만 했다.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하는 다시금 가방을 뒤적였다.
[여기, 그 증거로 토온의 성대와 토온의 발톱으로 만든 단검! 그리고 토온의 피부 조각을 가져왔습니다!]가방에서 꺼낸 것은 토온의 피부 조각이었다. 이하는 마치 깃발을 흔들 듯 그것을 높이 치켜들어 흔들었다.
쿵…… 쿵…… 쿵―!
열 기의 공룡들이 일행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개중에는 토온보다 큰 개체도 있어, 어느 정도 거리가 좁혀졌을 땐 그들의 그림자에 의해 모두가 응달로 들어갈 정도였다.
[확인하겠다.] [네! 여기 있습니다.]이하는 넙죽 아이템을 놓고는 그대로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일행들도 이하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랐다. 상호 간 거리는 이제 약 50m 남짓. 물론 사우르스족에게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생긴 건 토온이랑 다 비슷한데…….”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그 거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하가 바닥에 놓았던 토온의 피부 가죽과 성대 뼈 그리고 발톱으로 만든 단검이 둥실둥실 떠올라 그들에게로 다가가고 있었다.
“마, 마법을…… 마법을 쓰는 토온이란 말인가.”
역시나 베일리푸스가 가장 많이 놀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토온은 마법을 쓰지 않고도…… 웬만한 드래곤만큼 강력하지 않았습니까.’
‘빌어먹을, 이게 게임인가? 이게 밸런스야?! 저런 게 몇백, 몇천 마리가 있다면 어떻게 감당하라고!’
‘가만히 있어! 어차피 저들이랑 싸울 것도 아닌데 뭘 지레 겁먹고 그래? 오히려 우리 편이 되어 준다면 개이득이잖아!’
삼총사는 속닥거리며 티격태격했다. 그러나 분명히 맞는 말도 있었다.
모두가 토온과 유사하고 그런 개체가 천 단위가 넘어간다면?
에인션트 드래곤급의 천 마리가 갑작스레 미들 어스의 세계관에 등장하게 된다는 뜻이 된다.
그들이 마왕군이나 인간 측, 어느 한쪽으로 돌아선다면?
‘그냥…… 그대로 게임 끝이지 않을까?’
〈신성 연합〉이 공중분해당하고 구대륙의 모든 왕국이 멸망하든지.
마왕의 조각들이 모조리 궤멸하여 평화가 찾아오든지.
에인션트 드래곤 천 기는 분명히 그 정도의 힘이 있을 것이다. 다만 더 큰 문제는…….
‘왕국이라고 했잖아. 그럼 최소 백 마리, 천 마리로 왕이니 어쩌니를 하진 않았을 텐데.’
부족 단위와 마을 단위를 넘어선 도시, 왕국의 단위.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가 있을까.
이하는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기분을 느꼈다.
그건 비단 이하만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이하와 유사한 생각을 하던 다른 유저 모두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유저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그들은 토온의 육신에서 채집한 물건들을 꼼꼼히 살폈다.
공중에서 여러 방향으로 돌려 가며 충분히 확인한 후에야 그들은 고개를 돌렸다.
* * *
[반왕의 뼈, 반왕의 피부가 맞습니다!] [반왕이 변한 게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아아아아──────────!]쿠우웅― 쿠우웅― 쿠우웅―!
모든 보고가 끝나고 난 뒤, 마침내 멀찍이 떨어져 있던 화려한 두 개체가 일행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 기의 공룡은 황금색 투구와 갑주를, 다른 한 기의 공룡은 그보다 조금 탁한 구릿빛의 투구와 갑주를 입고 있었다.
그들은 이하 일행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반왕을 처치한 자, 그대의 이름이 무엇인가.] [하, 하이하입니다!] [좋다. 하하이하. 그대와 그대의 일행의―] [아니! 하이하! 하이하입니다!] [음?]황금 투구의 공룡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하.이.하.입니다’라며 다시 외쳤다.
“이하 군, 이 와중에도…….”
브로우리스는 모자를 눌러쓰며 고개를 저었다.
이하를 놀리던 루거를 제외하고 모두가 이하에게서 시선을 돌려 버렸다. 잠시 그 장면을 바라보던 황금 투구의 공룡은 곧 입을 열었다.
[좋다. 반왕 제거자, 하이하. 그대와 그대의 일행의 입국을 허락한다.]우우우웅……!
잠시간의 떨림이 있었다.
그것이 결계의 해제라는 건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좋아. 들어―”
“내가 간다!”
“아니, 제가 가겠어요!”
베일리푸스가 앞장서려는 순간, 갑작스레 후방에서 경쟁이 벌어졌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의 NPC들이었으나 유저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속도가 비슷하다면, 아무리 빠르다한들 ‘결계 앞’에 있던 자보다 빨리 들어갈 순 없는 것!
결계의 바로 앞, 사우르스족과 가장 가까이 있던 자가 먼저 발을 내밀었다.
빠밤―!
최초 발견―사우어 랜드 업적을 획득하였습니다.
“우헷! 내꺼지롱!”
당연히 그건 이하일 수밖에 없었다.
“……망할 자식.”
“하긴 모르고 있을 하이하 씨가 아니죠.”
“어차피 그가 없었다면 못 들어갔을 겁니다. 이런 것도 아까워하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루거와 페르낭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하를 인정해 주는 건 키드밖에 없었다.
“자기도 오려고 해 놓고 이제 와서 쿨한 척하기는.”
“크, 크흠. 누가, 누가 그랬답니까. 억측입니다.”
문제라면 루거와 페르낭보다 키드가 더 앞으로 튀어나와 있다는 점이다.
결계 앞에서 벌어진 갑작스러운 소란을 모든 NPC들이 황당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인간의 수치다.”
알렉산더만이 고고한 얼굴로 그들의 옆을 지나쳤다.
모두가 결계 안으로 들어서자 다시금 공기가 떨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황금 투구의 공룡은 일행 모두를 빠르게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인간 앞에 고정되었다.
[특이한 기운이 느껴지는 자가 있군. 위험 요소인가.]“아녜요! 그저, 그저 조금 아픈 아이일 뿐입니다!”
엘리자베스는 카일 앞을 막아서며 빠르게 말했다. 황금 투구의 공룡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 그녀가 먼저 본론을 꺼내어 들었다.
“바로 이곳에서…… 고쳤으면 하는 병을 가진 아이, 라고요.”
[흠.]황금 투구의 공룡은 잠시 생각했다. 이하는 그가 자신을 흘긋거린다고 느꼈다.
이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엘리자베스의 말에 첨언했다.
“믿어도 됩니다.”
현재 이 시점에서 그들이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자.
이하의 말 한마디에 황금 투구 공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데려간다.]────────────……!!!!
“우왁!?”
“뭐, 뭐야, 이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열 기의 공룡이 마법을 사용했다.
일행을 각기 감싸는 방울과 같은 것이 생성되어 그들을 포획,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40m 전후의 거대 공룡들은 방울 하나씩을 들고 빠르게 이동을 시작했다.
약 3분여 후, 이하 일행은 마침내 볼 수 있었다.
“……밸런스 붕괴 맞군.”
멀리 보이는 것은 도시였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퓌비엘의 수도, 아엘스톡에 버금갈 정도의 크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