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88)
#재능만렙 플레이어 688화
김혁진은 나프탄이 가르쳐주었던 ‘용체’를 떠올렸다.
용체화가 가능하다면 초롱이도 지구에서 무리 없이 생활할 수 있을 테니까.
“용체화가 가능한 거야?”
“아직 모르겠어. 해당 연구는 태극방패와 검은 나비가 합작해서 진행 중이야.”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사이 세니아는 이사벨과 김혁진에게 인사했다.
“저는 잠시 떨어져 있겠습니다. 두 분,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세니아는 이사벨과 김혁진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사벨이 물었다.
“마음 쓰여?”
“조금 미안하기는 하네.”
“남편이 너무 잘나서 그래.”
이사벨도 괜스레 미안했다.
“세니아가 많이 도와줬지?”
“응.”
나 때문에 존재를 걸었어.
그 말까지는 하지 않았다.
이사벨과 김혁진 사이에 약간의 침묵이 감돌았다.
“검림의 왕은 후궁을 들일 수 있어.”
검림의 왕은 이사벨이다.
김혁진이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후궁?”
순간 아마존에 폭풍이 불어닥쳤다.
거대한 나무들이 뿌리뽑혔고 강물이 범람했다.
이사벨이 가볍게 웃었다.
“농담이야, 농담.”
“그런 농담하지 마. 알겠어?”
“응.”
이사벨은 사실 김혁진에게도 후궁을 제안해 볼까를 잠시 고민했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세니아라면 인정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잠깐 들었었다.
‘안 돼. 못 줘. 미안해, 세니아.’
세니아에게는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될 일이었다.
김혁진이 이사벨의 후궁을 용납하지 않듯, 이사벨도 김혁진의 후궁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다.
둘은 아마존에서 며칠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사이, 아마존 근방에서는 기현상이 목격되었다.
주변의 온도가 삽시간에 달아올랐고 7일 동안 낮이 지속되었다.
태양이 사라지지 않는 기현상에, 사람들은 멸망의 전조증상이라며 두려워하기도 했다.
이사벨의 얼굴이 잔뜩 붉어졌다.
“남편. 인제 그만 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풀이 가득했던 이곳이 이제는 공터가 되어버렸다.
두 사람이 내뿜는 거친 호흡과 열기에 주변의 모든 것이 불타 없어졌다.
이사벨은 조금 피곤한 듯 보였다.
“7일 동안 잠을 안 잤어.”
“벌써 7일이 지났어?”
김혁진은 상의를 탈의한 상태.
이사벨은 김혁진의 가슴팍에 손가락을 대고서 살살 만져보았다.
“탄탄하네.”
“3일만 더 있을까?”
김혁진은 이사벨과 단둘이 보내는 시간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이사벨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일부러 튕겼다.
“안 돼. 용혈에 관한 연구 보고도 들어야 하고.”
“그럼 하루만 더 있자.”
김혁진의 손이 이사벨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았다.
이사벨은 못 이기는 척 김혁진에게 몸을 맡겼다.
둘은 마치 하나가 된 것 같은 모양새로 함께 누웠다.
이사벨의 두 다리가 교차하며 김혁진의 등을 끌어안았다.
아라테사만큼의 강렬한 불꽃이 주변을 집어삼켰다.
그 누구도 두 사람의 사랑을 훔쳐보지 못할 정도의 강렬한 열꽃이 피어올랐다.
주변의 공기가 또다시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 * *
이사벨은 귀환한 김혁진에게 거신군주의 자리를 넘기겠다 하였으나 김혁진은 그 자리를 사양했다.
“차기 거신군주는 슈르트가 맡아주면 좋겠습니다.”
김혁진은 슈르트를 좋게 봤다.
본래 사람들을 위해 자기 스스로의 목숨을 내던졌던 인물이다.
김혁진 때문에 군주가 아닌 궁수로서 성장하고는 있으나 군주로서의 재능도 출중했다.
“왜 제게…….”
은퇴하기에는 너무 한창 아닌가.
“이제 재미없어서요.”
정확히 말하면 가진바 힘이 너무 컸다.
이사벨과 단둘이 시간을 보냈더니 사람들은 ‘세계 멸망의 전조증상’이라며 두려워했다.
지구 차원이 감당하기에 김혁진의 힘이 지나치게 강했다.
“모든 치트키를 다 쓰고 게임을 플레이하면 재미없기 마련이잖아요.”
“…….”
슈르트는 김혁진을 쳐다보았다.
그는 김혁진의 마음을 대충은 읽어낼 수 있었다.
‘재미없어서가 아니야.’
김혁진이 너무 강해서.
그 힘의 책임이 너무 커서.
‘그래서 은퇴하시려는 거겠지.’
슈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명예 길드장으로 계속 계셔주십시오. 저 역량으로는 부족한 것이 너무 많습니다.”
혹시라도 김혁진이 거절할까 싶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이름만 올려주시면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세계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슈르트는 최근 기적을 경험했다.
김혁진의 말 한마디에 해적들이 대부분 종적을 감췄고, 해군이 창설되었다.
세계 각지의 기업들과 길드들이 해군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게 김혁진의 힘이었다.
김혁진이 명예 길드장으로서 이름만 올려주면 거신의 힘이 한층 강화된다.
신연서가 배시시 웃었다.
“그 정도는 허락해줘, 대장아.”
김혁진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그리고 있잖아, 나 가끔 쩔 좀 해주면 안 돼?”
“……쩔?”
“응. 고레벨이 저레벨 끌어주면서 키워주는 거.”
검후앓이 돌풍을 일으킨 신연서는 밝게 눈웃음 지었다.
“제바아알. 응? 최근에 가나 쪽에 새로 생긴 던전. 거기 진짜 클리어 난이도가 개사기란 말이야. 응? 응? 응?”
그 모습에 강상구가 크흠, 헛기침을 내뱉었다.
“야. 너 너무 들이댄다.”
강상구와 신연서는 교제한 지 3개월이 되었다.
강상구는 요즘 염제라는 이름보다 검후의 남자친구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인생은 강상구처럼.
요즘 유행하는 말이었다.
김혁진이 피식 웃고 말했다.
“걱정 마. 마나로 철벽 쳤어.”
강상구가 자세히 보니 김혁진과 신연서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스킨십이 아예 불가능하게 되어 있었다.
신연서는 그런 것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혁진 대장아아아. 쩔 좀 해쥬세용. 난 너무 약하단 말이야.”
김혁진이 펼친 막은 투명 유리막과 비슷했다.
신연서의 볼이 찌그러졌다.
김혁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시간 되면.”
“백수가 남는 게 시간이지!”
신연서는 공략대상을 바꿨다.
검후다운 날쌘 몸놀림으로 김선화 옆에 앉았다.
“선화야. 오빠 좀 꼬셔 봐. 그거 알아? 그 던전에서 은천비단 드랍된대.”
“진짜요?”
김선화가 눈을 크게 떴다.
안 그래도 요즘 은천비단을 찾고 있던 중이었다.
워낙에 희귀한 아이템이라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아티팩트.
“오빠.”
김선화는 깊은 내적갈등을 해야만 했다.
‘내가 도와달라고 하면 분명 도와줄 텐데.’
그렇지만 스스로 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오빠는 지금 자신의 지나친 힘을 경계하고 조심하고 있는데, 내가 괜히 나서는 거 아닐까?
고민하다가 이내 말했다.
“스스로 해볼게요.”
“야아. 선화야. 그러지 말고. 네가 한마디만 하면 되는데! 네가 치트키인데!”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선화가 부탁하면 생각해 볼게.”
김선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열심히 해볼게요. 열심히 해보고 안 되면 도와달라고 할게요.”
“그래.”
스스로의 힘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선화를 위해서는 쓸 수 있었다.
사실 신연서의 부탁도 어지간하면 들어주려고 했다.
다만 신연서의 행동이 웃겨서 튕겨보았을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곽태운은 잠자코 속으로 생각했다.
‘혁진 형은…… 그대로네.’
내게 저런 힘이 있다면 어땠을까?
곽태운이 보는 김혁진은 신에 가까운 절대자가 되었다.
마음만 먹으면 세계를 쥐락펴락할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을 노예로 전락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그렇지만 김혁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예전과 똑같아.’
거신길드원들을 대하는 태도.
친구들과의 관계.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모든 것이 예전의 김혁진과 똑같았다.
‘나는 저렇게 못 했을 것 같은데.’
그래서 김혁진이 존경스러웠다.
스스로가 가진 힘에 겸손할 줄 아는 사람.
곽태운이 보는 김혁진은 진짜 어른이었다.
다른 거신길드원들도 비슷하게 느꼈다.
마상현이 외쳤다.
“형님! 오늘 아영 누님께서 레스토랑으로 오라고 하셨습니다! 오늘 진짜 맛있는 저녁 만들어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스케쥴 있으면 빼라고 하셨습니다! 거신길드는 명예 길드원들까지 전부 참석하라 하명하셨습니다!”
그 말에 거신길드원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강상구가 과장스러운 모양새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윽. 아영 폐하께서 명령하셨으면 당연히 들어야지.”
그러면서 입맛을 다셨다.
김아영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셰프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각종 매체에서 김아영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중이었다.
김아영의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무려 8개월 전부터 예약금을 걸고 예약해야만 했다.
‘맛있겠다.’
강상구는 행복한 상상에 빠졌다.
* * *
청와대는 긴급상황에 돌입했다.
“뇌창 린하이, 뇌제 등평, 언령술사 반기명, 중국 주석 라오위, 검은 나비 피에트로, 전신 살바레토, 명인 페드로, 투왕 벨라, 금자탑 미셸 및 휘하 미셸 사단…… 등,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집결 중입니다. 최근 미국에서 활동 중인 신궁 현정화도 워프포탈을 통해 귀국했습니다. ”
대통령이 침을 꿀꺽 삼켰다.
“재앙급 마물이라도 나타나는 건가?”
“그런 전조증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국가를 전복시키고도 남을 전력들이 한 날, 한 시에 모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은퇴한 점성술사 이타치와 예언가 함소현.
그리고 태극방패 송기열에 독마녀 천수지까지.
“그들 사이에 혹시 분쟁이라도 일어나면…….”
그러면 상암동 일대.
아니, 서울 일대가 쑥대밭이 될 것이었다.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소집자가 김아영 쉐프라고 합니다.”
“김아영 쉐프? 김혁진의 친누나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대통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별문제 없겠군.”
하마터면 비상대책위원회를 열 뻔했다.
최근 플레이어들의 힘이 강력해지면서 무력충돌이 발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러면 그 일대가 망가지기 마련이었고, 큰 피해가 벌어졌다.
그래서 경찰을 비롯한 국가 기관들은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관찰했다.
“예. 김혁진 씨까지 함께한다고 하니 별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행이군.”
이토록 든든할 수가 없었다.
김혁진이라는 존재는 그야말로 해일을 막아주는 방파제였다.
그런데 마물 탐지기에서 커다란 진동이 발생되었다.
“이 정도 진폭은 아마존에서 관측된 이후로 처음입니다.”
얼마 전, 두 개의 거대한 진동이 발생했었다.
이사벨이 아마존으로 직행했고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었다.
그 주변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세계 멸망의 전조증상이 나타나기는 했으나 다행히 지금은 잘 수습된 상태.
“당시 아마존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하였던 것 기억하십니까?”
자연마저 뒤흔들 수 있는 재앙급 대마물.
그것이 우연히 상암동 근처에 나타나는 것 같았다.
“이번에도 분명 위험하기는 합니다만…….”
“긴장이 되지 않는군.”
상암동은 현재 거신길드의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곳이었다.
대통령은 간만에 속이 편안함을 느꼈다.
시간이 조금 흘렀다.
“각하. 진동이 사라지질 않습니다.”
진동은 점차 커졌다.
진폭 탐지기에 폭발해 버렸다.
“탐지기가…… 깨졌습니다.”
인간이 만든 마물 탐지기로는 감히 관측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마물이 나타났다는 뜻이었다.
그제야 대통령이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생각해 보면 이미 거신길드 혹은 진왕에 의해 진압되었어야 했다.
그런데 아직도 진동이 계속되는 것으로 보아 대마물은 아직도 토벌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혹시 모르니 일단 벙커로 이동하십시오. 확인되는 대로 보고 올리겠습니다.”
보좌관이 황급히 태극방패 송기열에게 연락을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파티를 즐기고 있던 김혁진도 거대한 존재감을 느꼈다.
‘뭐지?’
대마물 따위가 아니었다.
거인의 존재감을 뛰어넘는 존재감.
고래일족보다 더 흉폭한 힘을 가진 존재가 느껴졌다.
이사벨도 아니었다.
다른 이들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를 부르고 있다.’
김혁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올게.”
김혁진은 혼자서 밖으로 나갔다.
의지를 움직여 이동했다.
강대한 무엇인가가 자신을 부르는 그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