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133
133. 워터랜드 첫날.
을 싸게 주면 영해 내부는 정리하겠다.
대신 공해는 알아서 해라.
음···. 이런 이야기인가?
도구를 싸게 팔면 집 앞 눈은 알아서 치우겠다.
그 이외의 도로는 알아서 처리해줘라.
대신 그 도로 위에 노점을 세우고 장사하는 것은 자유롭게 해도 좋다.
하지만 그 도로의 이용을 막아서는 안 되고.
도로 주변을 본격적으로 개발해서도 안 된다.
대충 이렇게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공해의 던전은 인류의 공공 재산인 심해저 자원으로 취급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해저 자원은 건드리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느 정도는 건드려도 아무런 말도 안 할 거다.
건드렸는지 건드리지 않았는지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으니까.
던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건드릴 필요성이 있을 수도 있고.
이건 또 미묘한 선을 탔네.
비록 바다에는 던전이 잘 생겨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해도 넓이가 워낙 넓다.
면적만 따지면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영역을 합친 것과 엇비슷하지 않을까.
세계의 절반.
그 넓은 영역에 존재하는 던전의 권리를 내게 넘겨준 셈이다.
게다가 던전을 공략해서 얻는 자원만이 아니라 자멸한 던전의 자원까지 넘겨줬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심해에는 엄청난 던전 자원이 잠들어 있다.
지금까지 자멸한 던전에서 나온 마석, 몬스터 소재, 아티팩트가 심해저에 가라앉아 있으니까.
오랜 세월 풍화되기도 하고, 떠내려간 것도 있을 테고, 죽은 땅 위에 있었으니 마나가 제대로 남아 있지도 않겠지.
마석은 건지기 어려울 테고, 몬스터 소재도 제대로 된 것도 없을 테고, 아티팩트도 망가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내게는 그것들 모두가 [분석+] 스킬을 돌리고 정보를 얻어낼 자원이다.
레벨을 올리기 위한 경험치 덩어리다.
비유하자면 공해에 가라앉은 난파선의 권리를 모두 내게 준 것과 마찬가지다.
이 부분은 확실히 할 필요가 있기는 한데
아무튼 나는 이렇게 받아들일 거다.
여기까지는 자멸한 던전의 이야기.
자멸하지 않은 던전을 공략하고 나오는 마석, 몬스터 소재, 아티팩트의 권리는 전부 내게 귀속된다.
던전은 대체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반드시 이 법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나 위험한 던전은 공략할 수만 있다면 상당히 값진 물건을 얻을 수 있다.
또 정주형 던전은 값어치가 크다. 위험도가 크게 변하지 않는 장소에서 계속해서 자원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길드들이 눈에 불을 켜고 얻으려는 이권이다.
내가 꼭 직접 자원을 얻지 않아도 괜찮다.
해저 던전이 위치한 곳에 심해 엘리베이터 같은 것을 만들고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된다.
값비싼 자원이 나오는 정주형 던전이라면 해저 및 해상에 자그마한 마을도 만들 수 있을 거다.
마지막으로 이 제안은 확정된 게 아니며 초안이다.
나에게는 외계의 기술을 사용하여 사람들에게 세뇌 빔을 쏘는 게 아닐까 싶은 한스가 있다.
더 명확한 협약을 나누고 나면 지금 제시된 것 이상의 이권을 얻을 수 있겠지.
한스가 바빠지겠는걸.
***
「슬라임 헌팅」의 수호자이자 중2병 궁수인 청년도 이벤트에 참가했다.
스토리가 없는 단순한 게임을 선호하는 그에게 워터랜드가 취향에 맞을지 맞지 않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좋아하는 게임사에서 새로운 게임을 냈다면 잠깐 시도는 해보는 게 올바른 게이머의 자세다.
워터랜드가 열리자마자 바로 들어온 그는 몇 시간이 지나도록 게임을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자유도가 너무 높잖아!’
일반인들도 많이 참가하는 이벤트다. 청년은 일반인 코스프레를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커스터마이징의 자유도를 확인한 순간 그런 생각은 날아갔다.
샘플도 무시무시하게 많았고 찰흙처럼 외형을 자유자재로 주무를 수도 있었다.
원한다면 실제 외형을 바탕을 기반으로 삼을 수도 있었고.
음성 인식 기능도 있었다.
“샤프하면서 쿨하지만, 은근히 따뜻한 느낌이 있고 절로 시선이 가는 외형으로.”
이런 식으로 말해도 꽤 좋은 느낌의 외형이 완성됐다.
물론 청년은 그런 식으로 커스터마이징 할 생각은 없었다.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한 땀 한 땀 꾸몄다.
의복 또한 매우 풍부했다.
[이 의복은 게임 내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초기 의상은 아니었고 게임에서 구할 수 있다는 의상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그것을 얻는 것을 하나의 목표로 삼을 수도 있었다.
중2병 궁수는 이상적인 모습을 꾸몄다.
매우 만족스러운 모습이 됐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절대로 모른 척을 할 거지만.
[시작 지점을 정해주세요.]청년은 [랜덤]을 골랐다.
어차피 목표는 세상 어딘가에 있는 의복을 모아 이상적인 모습을 완성하는 것.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것을 향한 모험이기에 랜덤한 장소에서 시작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왕이면 쉽사리 얻을 수 없는 좋은 장비를 얻어서 시작하는 게 좋으니까.
청년은 낯선 장소에 떨어졌다.
놀랍도록 키가 큰 나무들이 가득한 숲이었다.
조금 돌아다니던 그는 커다란 눈과 눈이 마주쳤다.
“아, 안녕하세요?”
코에에엑!
“이건 아니잖아!!!”
청년은 즉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의 뒤를 거대 공룡에 뒤쫓았다.
“공룡? 공~룡? 신화의 섬이라며! 이건 원시의 섬이잖아!”
구르고, 달리고, 뛰고.
아바타의 신체 능력 보정이 있어 어떻게든 도망칠 수는 있었다.
“나는 힘 궁수라고! 민첩 궁수가 아니라!”
숲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은 현명하지 않은 행동이었으나 지금은 상관없었다.
어차피 뒤쫓아오는 거대 공룡 때문에 엄청난 소란이 일어나고 있으니까.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게 나았다.
「슬라임 헌팅」의 수호자 상태일 때라면 이런 식으로 소리치지는 않았겠지만, 지금은 무기와 복장이 갖춰지지 않아 롤플레잉이 잘 안됐다.
숲에서 벗어나며 갑자기 시야가 확 트였다.
깊은 골짜기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클리셰는 지킬 필요 없다고!!!”
청년은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다.
낭떠러지 너머의 땅을 향해 있는 힘껏 뛰었다.
발을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허공을 달렸으나 조금 짧았다.
“으아아! 악!”
그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작게 튀어나온 턱에 손가락이 걸리며 간신히 추락을 면했다.
아바타로 강화된 몸은 어드벤처 게임의 주인공 뺨치는 신체 능력을 그에게 줬다.
그 작은 턱에 의지하여 몸을 위로 끌어올렸다.
절벽 위로 기어오른 그는 뒤를 봤다.
뒤쫓아오던 공룡이 골짜기 저편에 멈춰 섰다.
청년을 쫓아온 공룡은 파충류와 조류 사이의 무언가였다.
팔은 날개에 가까웠고 몸에는 깃털도 나 있었다.
하지만 체구가 너무 커서 절대로 날 수 없을 생김새였다.
골짜기를 내려본 공룡은 몸을 돌아 세웠다.
“하하하! 이 닭대가리야! 꼴좋다!”
역시 활이 없어서 그런지 저렴한 행동이 튀어나왔다.
그게 안 좋았던 것일까.
떠나가던 공룡이 멈춰 섰다.
자세를 낮추고 뛸 준비를 했다.
“어이, 페이크지? 그렇지?”
공룡이 달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체구를 높게 띄워 올린 그것은 짧은 날개를 퍼덕였다.
그 모습은 마치 닭처럼 보였는데.
닭은 때로 날아다닌다 싶은 점프력을 보여주는 생물이다.
쿵.
공룡이 무사히 골짜기를 넘어 착지했다.
“우리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코에에엑!
“으아아악!”
청년은 다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다행히 장거리 점프는 공룡에도 부담되는 행동이었는지 즉시 쫓아오지는 못했기에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있는 힘껏 도망친 청년 앞에 돌로 된 계단이 나타났다.
그것을 달려 올라가자 돌로 된 제단 위에 운석을 깎아 만든 듯한 투박한 도끼가 있었다.
청년은 심각한 갈등에 휩싸였다.
그는 궁수였다.
무슨 게임을 하든 활잡이를 골랐다.
아무리 쓰레기라는 평가를 받아도 활을 잡았다.
그리고 장비의 외형에 매우 신경을 썼다.
성능을 조금 타협하는 한이 있더라도 장비의 생김새를 더 중시했다.
즐겜러라는 소리를 들어도 그게 그의 스타일이었다.
이런 원시인이 사용했을 법한 투박한 무기는 싫었다.
취향에 안 맞는 것을 뛰어넘어 싫었다.
활이 아니라 도끼라서 더욱더 마이너스였다.
쿵쿵쿵.
하지만 도끼는 매우 강해 보였다.
딱 봐도 매우 중요한 장소에 있는 것은 물론이고 도끼 자체가 뿜고 있는 기운도 심상치 않았다.
뭔가 휘두르기만 해도 대지가 갈라질 것만 같은 무기였다.
쿵!
공룡이 훌쩍 뛰어 제단 위로 착지했다.
코에에엑!!
“으아아악! 이번만이니까!”
청년은 눈물을 머금고 도끼를 양손으로 들었다.
전신에서 힘이 넘쳐났다.
땅을 박차자 몸이 순식간에 가속했다.
그 기세 그대로 공룡의 목을 베고 지나갔다.
피는 나지 않았다.
공룡은 슬라임처럼 형체가 뭉개지더니 쓰러졌다.
그 자리에는 보물상자가 남았다.
[업적을 달성했습니다.]-처음으로 고대의 제단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으로 고대 신화 무기를 손에 넣었습니다.
-처음으로 에어리어 보스를 처치했습니다.
-몬스터를 무찔렀습니다.
-일격필살―
―.
정신없어서 미처 확인하지 못한 업적을 확인하니 업적이 대량으로 달성됐다.
청년은 손에 쥔 도끼를 봤다.
역시 마음에 안 드는 생김새다.
그런데 고대 신화 무기란다.
엄청난 무기겠지.
장비의 설명창을 띄워서 읽었다.
뭔가 거창한 이름까지 붙은 굉장히 무기였다.
방금도 대단한 위력을 보였는데 아직 본래 힘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는 설명까지 붙었다.
“···.”
청년은 성능을 조금 타협하는 한이 있더라도 장비의 외양을 중요시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조금 타협하는 것.
이걸 포기하는 건 조금이 아니었다.
‘이번만 참자.’
이걸 포기하고 나뭇가지로 활과 화살을 만들어서 사용하다가는 이 섬에서 살아나가는 것조차 못 할 테니까.
청년은 그렇게 변명하며 보물상자를 열었다.
그대로 굳었다.
“이건 아니야. 이건 진짜 아니라고.”
보물상자 안에는 공룡 가죽과 깃털로 만든 갑옷이 있었다.
장비 설명을 봤다.
청년은 눈을 질끈 감고 장비를 착용했다.
거울은 없었지만, 아바타에는 아바타의 모습을 띄워서 볼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청년은 자신의 현재 모습을 확인했다.
“···.”
중2병 궁수는 야만 전사로 전직했다!
***
내 앞에는 바짝 얼어붙어 나를 올려보는 해적들이 있었다.
성질 더러운 펭귄들의 품에서 벗어나 겨우 바다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참 해적들이다.
“저기···.”
“네.”
“저희가 무언가 잘못했나요?”
“네. 신참 주제에 해적섬 입구를 막는 배짱 넘치는 놈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해적질을 허가한다고는 했으나 시작부터 PK 집단이 입구 막기를 실시하면 손을 봐줄 수밖에 없다.
온라인 게임 안 해봤나?
각성은 보통 20대에 하니까 경험해봤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내가 구상한 워터랜드는 전체 이용가다.
사람들 사이의 피 튀기는 싸움이 넘쳐나는 하드코어 게임이 아니다.
꿈과 촉수와 희망과 슬라임이 넘쳐나는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이라고.
하드코어 게임에서도 시작하는 마을 주변에서는 PK를 막는데.
대체 무슨 배짱으로 입구를 막고 초보자들을 사냥하려고 한 것일까.
해적 상대로 해적질하면 내가 막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나?
“소개할게요. 우리는 갈매기 슬라임 해적단이랍니다.”
“사, 살려주십쇼!”
“에이, 안 죽여요.”
갈매기 슬라임 해적들은 신참 해적들이 탄 배를 박살을 냈다.
“어푸! 어푸!”
“애들아! 월척이다!”
물에 빠진 해적들은 그물을 가져온 펭귄들에 잡혀 해적섬으로 끌려갔다.
저들은 앞으로 당분간 성질 더러운 펭귄들에 들볶이며 돈을 모아 배를 사야 할 거다. 아니면 배를 탈취해서 도망치거나.
어떤 방식으로 도망칠지는 자유다.
NPC 역할을 맡은 사람들을 상대할 때는 딱히 제한을 둘 생각 없으니까.
다른 고객의 즐거움을 방해할 때 손을 쓸 생각이다.
“응?”
꽤 큼지막한 업적이 달성됐다는 알림이 왔다.
고대 신화 무기가 벌써 나왔네.
세상에는 운이 좋은 사람도 있기 마련이니까.
절벽에서 떨어졌더니 기연을 만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여기저기 클리셰를 따라 이것저것 배치해뒀으니까 그런 경험을 하는 사람은 꽤 많이 나오겠지.
벌써 저런 무기를 줘도 되냐고?
고대 신화 무기는 굉장히 좋은 무기는 맞다.
그런데 밸런스를 망가뜨린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고대 신화다.
게임에 따라서는 ‘고대’가 붙으면 보통 신화보다 대단한 물건이 되겠지만, 슬라임랜드에서는 다르다.
고대의 무기가 현대의 무기보다 좋은 건 이상하잖아.
기술은 시간과 함께 발전하기 마련이라고.
그게 군사력이라면 더욱.
저 도끼가 에어리어 보스를 한 번에 격파할 수 있게 해준 강력한 무기인 것은 맞다.
저것을 손에 든 이상 저 섬에는 적수가 없다.
그래봐야 시작점으로 지정된 섬이다.
공룡처럼 보이는 생물도 사실은 그냥 커다랗고 흉포한 닭이고.
아무리 랜덤으로 시작한다고 해도 시작부터 최강 무기를 손에 쥐여줄 생각은 없다.
게다가 이번 메인은 육상이 아니라 해저다.
진정으로 강력한 무기는 바다 아래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고대 신화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붙은 무기를 너무 하찮게 취급할 수는 없지.
저건 강력한 힘이 깃든 운석을 도끼의 형태로 가다듬었을 뿐이라는 설정을 지닌 무기다.
그 진정한 힘을 끌어냈다고는 볼 수 없다.
고대의 기술로 깎은 투박한 무기를 발전한 기술로 갈고닦을 때마다 더 멋지고 강력한 무기가 될 거다.
너무 민폐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처리하고.
운이든 실력이든 남다른 업적을 달성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업적을 쓸어가는 애쉬에게 가서 한 소리 한 뒤 ‘처음으로’ 업적에서 제외하고.
이런 식으로 이벤트 첫날을 무사히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