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156
156.
을 사러 슬라임랜드를 찾은 주부는 새로운 을 발견했다.
주부는 우선 가격표부터 확인했다.
요즘에는 수천만, 수억 원짜리 도 판매하니까.
‘만 원이구나.’
비싼 프리미엄 이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값싼 일반 이었다.
‘하긴, 비싼 건 아예 판매 장소가 다르지.’
주부는 안심하고 신제품의 포장부터 쭉 훑었다.
같은 제품이라도 상자의 디자인은 한가지가 아니었다.
전부 알케미슬라임 컴퍼니에 소속된 미술가들이 그린 그림들이었다.
놀랍도록 뛰어난 디자인도 있었고.
조금 미숙함이 엿보이지만 귀엽거나 재치 있는 디자인도 있었다.
마치 미술관에 온 것처럼 상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주기적으로 디자인이 바뀌기도 해서 몇 번이고 찾아와 즐길 수 있었다.
주부는 귀여우면서도 깊이가 있는 독특한 그림이 그려진 상자를 발견했다.
디자이너의 이름을 확인한 주부가 미소 지었다.
‘이번에는 그렸구나.“
독자적인 화풍을 가진 아이가 있다.
주부는 개인적으로 그 아이가 그린 그림이 좋았다.
을 살 때면 그 아이의 그림이 그려진 제품으로 샀다.
당장 필요 없는 물건이라도 그 아이가 그린 포장지에 담겨 있으면 샀고.
’예전에는 진짜 별로였는데.‘
옛날 연금센터에서 판매한 은 포장이 최악이었다.
실내화를 파는 듯한 플라스틱 봉투에 넣어 제품 정보만 대충 찍어서 판매했었으니까.
하지만 알케미슬라임 컴퍼니에서 을 판매하기 시작한 뒤로는 포장지가 완전히 바뀌었다.
버리지 않고 가지고 싶어지는 멋진 그림이 그려진 상자로 바뀌었다.
’뭐, 그때는 이렇게 여유 부리면서 살 수도 없었지만.”
살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지 포장지가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까.
지금은 이 품절되는 일이 없다.
아무리 손님이 몰려도 재고가 계속 보충됐다.
그래서 온라인몰에서 사도 괜찮기는 했다.
그래도 직접 구경하는 맛이 있었기에 주부는 슬라임랜드를 찾았다.
덕분에 오가기도 편했고.
‘?’
평소에 먹는 음식에 적힌 원산지가 진짜인가 궁금할 때가 있기는 했다.
그래도 믿을만한 가게에서 파는 상품이니까 괜찮다고 여기며 샀다.
‘사볼까?’
평소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 넘어갔겠지만, 이런 제품이 있다는 사실을 아니까 확인해 보고 싶었다.
‘5개가 들었네.’
상자 안에는 이 5개 들어 있었다.
개당 2,000원이다.
채소 하나의 원산지를 확인하겠다고 사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그래도 믿을 수 있는 가게를 찾는 용도라고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
비싼 고기를 살 때라면 충분히 낼 수 있는 금액이었고.
주부는 사용법을 확인했다.
‘아, 랩이나 비닐봉지처럼도 사용할 수 있구나.’
이 은 활성화면 쭉쭉 늘어나 음식을 감쌀 수 있었다.
그 상태로 잠시 기다리면 원산지가 표면에 떠오르는 방식이었다.
만약 이 에 다른 처럼 온도를 보존하고 내용물의 변질을 막는 기능이 있다면 안에 음식을 보관해 둘 수도 있었다.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으나 사용할 수 있다면 비닐봉지를 사는 것보다 나을 것이었다.
‘역시 수명이 있구나.’
활성화하고 2주까지만 작동한다는 경고문이 적혀 있었다.
2주는 길면서도 짧은 기간이었다.
한 번 쓰고 버린다면 긴 시간.
음식을 오래 담아둘 생각이라면 짧은 시간이었다.
2,000원짜리 비닐봉지라고 생각한다면 꽤 커다란 단점이었다.
하지만 보온 도시락통이라고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았고.
‘일단 써볼까.’
주부는 을 원지를 확인하는 용도가 아니라 비닐봉지로 사용할 생각으로 만만했다.
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건 언제나 있는 일이었다.
과 을 산 주부는 집으로 돌아왔다.
냉장고 문을 열고 에 야채칸에 있던 채소를 넣으려다가 멈췄다.
생각을 바꿔 냉동고를 열어서 고기를 꺼냈다.
국산 돼지고기였다.
을 꾹 누르자 장난감처럼 말랑말랑해졌다.
쭉 펴서 고기를 감쌌다.
끼리 붙으며 고기는 완전히 밀봉됐다.
그 위에 문자가 떠올랐다.
[확인하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이게 뭐라고 주부는 긴장했다.
잠시 기다리자.
원산지 : 한국.
신선도 : 중상.
더 보기.]
“휴···.”
다행히 원산지는 한국으로 나왔다.
더 보기를 누르자 상당히 많은 정보가 나왔다.
하지만 주부에게는 크게 의미가 없는 정보들이었다.
꽤 신선한 한국산 돼지고기 등심이라는 사실이 확인됐으니까.
주부는 을 떼어냈다.
다시 돼지고기를 감싸자 방금 보았던 정보가 그대로 떠올랐다.
‘재사용할 수 있구나. 혹시 다른 것도 될까?’
왠지 재밌어진 주부는 넣을만한 게 없을지 냉동고 내부를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고춧가루를 발견했다.
인터넷으로 산 국산 유기농 고춧가루였다.
전에 중국 고춧가루에서 쥐가 나오는 영상을 본 뒤로는 국산을 고집했다.
매콤하게 먹는 것을 꽤 좋아해서 많이 먹는 것이라서 유기농으로 샀고.
약간 덜어서 안에 넣었다.
[확인하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은 문제 없이 작동했다.
2주 동안 비닐봉지로 사용할 수 있겠다고 기뻐하기도 잠시.
[상품 : 고춧가루.원산지 : 한국/ 중국.
신선도 : 중/ 중하.
더 보기.]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비싼 돈을 주고 산 고춧가루는 중국산 고춧가루가 혼합된 물건이었다.
주부는 떨리는 손으로 더 보기를 눌렀다.
농약 : O(오XXXXX. 사XXX―).
화학비료 : O.
심지어 유기농조차 아니었다.
깊은 충격을 받은 주부의 안에서 한발 늦게 분노가 타올랐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고민한 끝에 우선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갔다.
그 고춧가루는 지금도 국산 유기농이라고 팔리고 있었다.
분노가 한층 더 강해졌다.
욕설로 가득한 리뷰를 남기려고 하다가 참았다.
욕설이라는 이유로 삭제될 테니까.
창을 닫고 고춧가루 봉투를 찾았다.
사진으로 찍은 뒤 알케미슬라임 컴퍼니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갔다.
★★★★★ 5.0/5.0
-(사진).
정말 최고예요.
이게 없었으면 이런 것도 모르고 먹었을 거예요.
이 이 널리 알려져서 이런 거짓 상품 죄다 없어지면 좋겠어요.
고춧가루 봉투와 의 결과를 리뷰로 올려버렸다.
상품을 산 곳에 리뷰를 올려도 묻혔을 가능성이 크다.
개인 블로그나 SNS도 평소에 하지 않던 사람이었기에 널리 알려질 리가 없었고.
식품안전정보원에 올렸어도 괜찮았지만, 그랬다면 아마 이 고춧가루를 판매한 기업만 처분을 받고 끝났을 공산이 크다.
매일 수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알케미슬라임 컴퍼니의 온라인몰.
사람들이 한창 흥미가 있는 신제품 의 리뷰.
아직 올라온 리뷰가 적어서 글이 묻히지 않을 타이밍.
이 모두가 시너지를 냈다.
주부가 올린 글은 시발탄이 됐고.
★★★★★ 5.0/5.0
-(사진).
수산 시장에서 먹은 국산 참돔.
애초에 국산이 아니었는지 아니면 도중에 바꿔치기 당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뒤통수 세게 맞음.
전에는 얻어맞은 줄도 몰랐을 텐데 지금은 바로 경찰에 신고함.
★★★★★ 5.0/5.0
-(사진).
와···. 대박이네요.
시장에서 산 브로콜리를 바로 넣었더니 중국산으로 떴어요.
바로 따지니 시장 아줌마가 이 틀렸다고 하네요.
을 의심하다니 아줌마도 중국산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 5.0/5.0
-(사진).
한우라고 산 고기.
나는 흑우가 됐다.
한국 식재료 시장이 뒤집어졌다.
***
난리가 났네.
음식의 원산지를 알기란 매우 어렵다.
구분하는 기술이 있기는 한데 언제나 정확하지는 않다. 또 명확한 구분법조차 없는 식품도 있고.
어디서 났느냐에 따라서 맛의 차이가 있다고는 하는데.
그걸 일반인의 혀로 무슨 수로 구분해.
아무리 같은 장소에서 자란 동식물이라도 개체에 따라 맛이 다른 게 당연하다.
요리 방법, 함께 요리한 재료, 심지어 식사하는 장소의 분위기조차 인간이 느끼는 맛에 영향을 준다.
재료의 질이 매우 안 좋다면 구분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수입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질이 나쁜 것은 아니다.
원재료로도 구분하기 쉽지 않은데 가공을 거치면 더욱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유전자 검사라도 해보지 않으면 알아낼 수 없을 정도로.
작정하고 속이려고 하면 속을 수밖에 없다.
속이기 꽤 쉬운 분야라는 뜻.
인간은 탐욕스러운 생물이다.
들키지 않으면 괜찮다고.
벌 수 있는 돈을 벌지 않는 게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다.
을 출시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동안 숨어 있던 온갖 거짓말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
[첫 월급으로 산 한우.]좋은 회사는 아니라서 백화점은 무리였고 꽤 큰 정육점에서 한우라고 해서 샀음.
기쁜 마음으로 부모님과 함께 나눠 먹었음.
역시 한우라고, 한우는 다르다고 하면서 맛있게 먹었음.
그런데 갑자기 원산지 표기 위반 문제가 뜨네?
불안해져서 된장찌개에 넣으려고 조금 남겨놨었던 거 확인해 봤음.
(사진).
ㅅㅂ.
내 첫 월급.
-출신지 들키면 ‘한’이 맺히는 ‘소’라서 한우냐.
└ㅋㅋㅋ.
└예의상 웃어줬음.
-맛의 차이도 모르면 싼 수입 소나 먹어라.
└인성 실화?
[오늘의 수산 시장.]국산 횟감 좀 샀습니다.
괜찮아 보이는 게 있어서 사서 에 넣는데 시장 아줌마의 얼굴 와락 일그러졌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물 건너온 놈이었습니다.
아줌마와 눈이 마주치니까 이러더군요.
“안 팔아! 안 판다고! 환불해 주면 될 거 아니야!”
정말 더러운 경험을 했습니다.
다시는 안 갈 겁니다.
-수산 시장은 가는 거 아님.
└회를 먹고 싶으면 차라리 슬라임랜드에 가기를 추천. 진짜 물고기를 낚을 수 있는 낚시터가 있는데 물고기도 신선하고 슬라임이 회도 쳐줌.
└물고기 회치는 슬라임? 보고 싶은데?
└이렇게 또 한 명이 낚시의 늪에 빠지는 건가.
[수상한 떡집은 수상한 게 맞음.]집 근처에 시장이 있음.
국산 쌀로 만들었다고 돼 있기는 했는데 가격이 싸서 솔직히 수상했음.
그래도 맛은 괜찮아서 사 먹었는데.
(사진)
이변이 있었음.
국산은 맞았음. 단지 곰팡이 섞인 국산이었을 뿐.
-와 씹.
└ㅅㅂ. 무서워서 뭘 사 먹겠냐.
—
시장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크고 작은 기업들에서도 문제가 터져 나왔다.
[사용한 재료를 국산이라고 속여서 판매한 업체 32곳 적발.] [수입 식재료를 국산으로 둔갑시킨 기상천외한 수법들.] [죽은 땅 위에 보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식재료를 사용한 OO 기업.]대형 상점에서 파는 제품조차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붓는 일이 추가로 일어났으니.
[농약 검출된 고춧가루. 초중고에도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아이들의 건강이 위험하다. 한 고등학생이 올린 결과.] [지역별로 차별하여 재료를 공급한 한 기업.]급식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ㅅㅂ. 양심 어디에 팔아먹었냐?
-어떻게 애들이 먹는 음식을 가지고 장난을 치냐.
-감옥에 처넣고 판매한 거 전부 회수에서 그것만 먹어야 함.
의심하지 않고 음식을 넣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국내의 모든 거짓 식재료를 뿌리 뽑아 불태우겠다는 듯 온갖 인증사진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위기감을 느낀 사기꾼들이 반격을 시도했다.
-아니, 저게 진짜인지 어떻게 아는데?
└지금 S 등급 연금술사가 만든 제품을 의심하는 거냐?
문제는 의 제조자가 바로 나라는 점.
검사가 잘못됐다고 주장하기에는 내 위상이 지나치게 대단했다.
그래서 사기꾼들은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집에서 가져온 쓰레기 식재료로 결과 내고 원산지 표기 위반했다고 리뷰 테러하고 식당 협박하는 사람들 있음. 지금 올라오는 인증 절반은 거짓일걸?
└진짜임?
└ㅇㅇ.
└걱정할 필요 없음. 알케미슬라임 컴퍼니에서 공지함.
(링크)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하면 알케미슬라임 컴퍼니에 알리라고.
식품에 문제가 없음을 인증해 주고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그리고 리뷰 테러하고 식당 협박한 사람은 블랙리스트에 올려버리겠다고.
└연슬은 신이다.
└라멘
└라멘.
소용없었다. 대책은 세워뒀다.
현재 한국은 분노하고 있다.
사람들의 분노와 함께 이 불티나게 팔렸다.
오래갈 분노는 아니다.
태울 대상이 없어지면 사그라질 테니까.
분노의 저주가 주는 영향일까.
거슬리는 일들이 종종 눈에 들어온다.
분노는 너무 쌓아두면 몸에 안 좋다.
그래서 사소한 분풀이는 그냥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