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306)
올 힘 마법사 2부 마신의 탑
063화
이스트 랜드.
대륙의 동쪽 끝인 마제로스 해역에 서도, 더 깊은 동쪽으로 이동해야 발견할 수 있는 미지의 대륙.
우리와는 다르게 눈동자 색도 까맣 고, 피부색도 다르고, 무엇보다 사용 하는 언어가 다르다.
지금까지 그 어떤 교류도 없었고, 완전히 다른 세계라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에게는 흔한 ‘마법’이라는 개 념이, 동대륙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 는다.
대신 샤먼이라는 영적인 존재가 부 리는 주술이 마법을 대신하고, 신관 대신 하늘산 오우거들처럼 ‘제사장’ 이라는 직책이 있다.
이렇게 대부분 모든 것이 다르지 만, 두 대륙 사이에는 가장 커다란 공통점 하나가 존재한다.
바로.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은 악귀
마족?”
마족.
“우리는 악귀들에게 모든 것을 빼 앗겼다. 땅도, 가족도, 왕국도……. 국왕이시던 우리 아버지를 비롯하여 100만에 달하던 내 백성들이 악귀 에게 목숨을 잃었고, 현재는 소수의 백성만이 살아남아 오직 내가 돌아 오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괜찮 다면, 우리가 이곳으로 이주해올 수 있도록 힘써주지 않겠나?”
《돌발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동대륙의 왕자》
《마신은 죽고 사라졌지만, 이미 동대륙은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당 했습니다. 땅은 마기에 오염되었고, 물은 부패하여 마실 수 없으며, 생 존자들은 살아남을 길이 막막해졌습 니다. 생존자들이 새로운 터전에 자 리 잡을 수 있도록, 프렐리아 대륙 으로 이주시키십시오.》
《보상 :〈권능- 정화〉》
퀘스트 내용은, 동대륙의 생존자들 을 데려와 이 땅에 이주시키는 것.
보아하니, 이 동대륙의 왕자는 자신 들의 대륙을 벌벌 떨게 만든 마신이
죽었다는 사실도 모르는 모양이다.
하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목숨을 걸고 대해를 넘고 있었을 테니까.
“브록스 1세. 그는 우리의 형제였 다. 피부색도 다르고, 문화도, 언어 도 모두 달랐지만……. 낯선 이방인 인 그를 우리는 따뜻하게 맞아주었 다. 그대들에게도, 우리와 같은 자비 가 있기를 바란다.”
“일단, 무슨 말인지는 알았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해상왕을 슬쩍 바라보았다.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자, 그는 주먹 을 불끈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당장 동대륙으로 가야겠습니 다. 제 아버지의 은인들이 위험에 빠졌다는 뜻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하지만 우선 진정부 터 하세요. 그렇게 단번에 결정할 쉬운 문제는 아니니까.”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요?”
“동대륙으로 가는 길을 이 왕자가 안내한다고 하더라도……. 그 수 많 은 사람을 실어 올 배는 어떻게 합 니까? 못해도 3만 명은 넘을 텐데.”
“중형급 이상의 모든 선박을 동원 한다면, 어려운 일이지만 가능은 합 니다. 정 부족하다면, 구호물자를 싣
고 가서 전해준 뒤에 두 번 나눠서 이동할 수도 있고요.”
“막상 모두를 데려와도 문제입니 다. 생존자들이 못해도 몇만 명은 될 텐데……. 이들 모두를 수용할 공간과 시설이 마제로스에는 부족하 지 않습니까?”
내 말에 해상왕이 고개를 끄덕였 다.
불같은 성질로 일단 들이받아 버리 고 싶지만, 결국 이들만으로는 뒷수 습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럼, 탑주님께서는 다른 의견 있
으십니까? 이대로 모른 척 할 수는 없습니다.”
“저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러니, 판을 키워야만 합니다.”
“판이요?”
“돈도 많고, 배도 많은 제국을 끌 어들이겠습니다. 새로운 대륙, 미지 의 문명, 새로운 이주민들. 이 세 가지면, 분명 황제는 저희와 함께할 겁니다.”
“그, 그렇군요! 라이나크 제국은 레버다인 재건으로 일손도 많이 필 요한 상황이니……. 분명 협조할 겁 니다.”
“곧바로 마탑 회의를 소집하여 동대 륙으로 출항할 자세한 계획을 수립하 고, 제국 측으로부터 당장 가용 가능 한 선박 모두를 협조받겠습니다.”
“그, 그렇게까지 하는 것이 가능합 니까? 감사합니다. 탑주님이 아니셨 다면,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감사 인사는, 모든 일이 끝나고 받겠습니다.”
나는 동대륙의 왕자, 반을 향해 고 개를 끄덕였다.
“동대륙으로 가는 길, 안내할 수 있습니까?”
내 물음에 반은 당연하다는 듯 고 개를 끄덕였다.
“ 고맙다.”
사람도 구하고, 명분도 얻고…….
그리고, 퀘스트도 완료하고.
이만하면 밑질 것 없는 장사다.
♦ * *
마제로스 해상 연방은, 비상상황에 들어갔다.
“중형급 이상의 모든 선박은 항구
에서 대기한다!”
“북쪽 항만을 열어라! 라이나크 제 국의 군용 범선들이 정박할 것이다!”
“들었어? 동대륙으로 갈 선원을 모 집한다던데?”
“중형 이상 선박들을 죄다 끌어모 으고 있는 것도, 동대륙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는군.”
“전설 속에서나 존재하는 줄 알았 던 신대륙이, 정말 실존했을 줄이 야……
“자네도 선원으로 지원할 거지?”
“당연히 해야지. 뱃삯도 두둑하게 얹어 준다고 하는데, 이런 기회가 아
니라면 언제 그런 곳까지 가보겠어?”
“흐하! 손자 녀석에게 들려줄 이야 기가 하나 늘겠어.”
동대륙의 전설.
이는, 모험과 낭만을 사랑하는 뱃사 람들을 들뜨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주점에서는 밤새 동대륙 출항에 관 한 이야기가 오갔다.
동대륙 여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겠 다느니, 동대륙의 문물을 잘 이용해 큰돈을 벌어보겠다느니…….
개중에는 시답잖은 이야기도 존재 했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기대를 품 고 있다는 증거기도 했다.
마법사의 탑은, 이번 동대륙 출항 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바람을 다스려야 한다고요?”
“그렇다. 바람을 조종하여, 정확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만들어야 한 다. 자칫 다른 길로 빠지는 순간, 대해에서는 영영 길을 잃어버린다.”
“그러면, 왕자님은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는데요? 마법사도 아니면서.”
“나는 왕자이자, 샤먼이고, 동대륙의 가장 유능한 제사장이며, 뱃사람이다. 바닷바람은 언제든 내 편이다.”
그 주술인가 뭔가 하는 것으로, 바 람을 조종한 모양이다.
그래.
동대륙으로 가기 위해서는, 1,000 여 척이 훌쩍 넘어가는 선박마다 마 법사가 한 명씩 탑승해야만 한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최초로 동대 륙에 도착했던 해상왕 브록스 1세는 마법사 없이 이동했다는 점이다.
바닷바람의 가호가 있었기 때문이 라는데, 이러한 점 때문에 결국 고 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어쨌거나, 동대륙 출항 계획은 순 탄하게 진행되었다.
라이나크 제국에서는 500척에 가 까운 범선을 지원했고, 수많은 선장 과 선원이 빅 아일랜드에 모였다.
출항하려는 지원자가 어찌나 많았 는지, 선원을 베테랑급으로만 구성 하기도 벅찰 정도였다.
제국 외에도, 이번 여정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는데.
“도련님. 잘 지내셨습니까?”
“볼바르 경? 아니, 제이슨까지?”
“나도 마탑 소속 마법사거든. 일이야, 일. 너랑은 다르게 일하러 왔다고.”
“푸흡, 반갑다.”
개중에는, 반가운 얼굴도 다수 섞 여 있었다.
나처럼 모처럼 휴가를 즐기던 스트 랑과 드라카 역시, 빅 아일랜드로 소집되었다.
이렇게 출항 직전까지 준비는 순탄 하게 흘러가는 듯 보였지만…….
사소하다면 사소하고, 중요하다면 중요한 문제도 하나 있었다.
“해적들이 걱정입니다.”
“……군도를 약탈한다는 붉은 깃발 해적단 말인가요?”
“예. 대규모 출항을 한다는 소식은,
당연히 해적들에게도 들어갔을 겁니 다. 저희 함선들을 노리지는 못하겠 지만, 남겨진 이들을 노릴 것이 분 명합니다.”
후방에 남겨지는 이들이 불안한 것 이다.
나는, 인마대전이라는 큰 전쟁을 겪으며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배우지 않았던가.
뿌리를 뽑아야 한다.
불안감 자체를 이겨내지 못할 때 는, 근원을 뿌리째로 뽑아서 잘라버 려야 한다.
“해적의 완전 소탕은 불가능합니
까?”
“마제로스 해역에는 33개의 큰 섬 을 제외하고도, 100개가 넘는 작은 섬이 있습니다. 개중에서 관리가 되 지 않는 이름 없는 무인도까지 합친 다면, 수백이 넘어갑니다. 이들 가운 데, 해적들의 진짜 본진이 어디인지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 다.”
“으음, 그렇겠군요. 일반 시민으로 둔갑하여 숨어지내는 이들도 있을 테니까요.”
“예, 저희가 고전하는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이렇게 하시죠. 출항일까지 3일 남았으니, 그동안 제가 해적들을 뿌 리 뽑겠습니다. 해상왕께서는, 출항 준비만 완벽하게 해주십시오.”
“……잠시만요. 방금, 해적을 뿌리 뽑겠다고 하셨습니까?”
“ 네.”
“어디 숨어있는지도 모르는 녀석들 은 무슨 수로……. 아니, 좋은 생각 이라도 있으십니까? 허, 참! 분명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데, 탑주님께 서 하시니 괜히 믿음이 갑니다.”
“자주 듣는 얘기입니다.”
나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적들을 한 번에 소탕할 좋은 생각.
떠올랐다.
마제로스 해역을 위협하는 붉은 깃 발 해적들의 용의주도함은 혀를 내 두를 정도다.
특정 지역에 일반 시민으로 위장하 여 숨어지내다가도, 발각되었다 싶 으면 꼬리를 자르고 사라진다.
무인도에 정박 된 배를 수상하게
발견하여 기습을 감행해도, 결국 일 부분일 뿐이고 몸통은 따로 있다.
한곳에 모이지 않기 때문에 완전 소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본거지를 찾아내려는 노 력은 그다지 효율적이지가 않다.
“불러내야죠.”
“어떻게요?”
아이린의 질문에, 나는 단순명쾌하 게 대답했다.
“해적들이 긴밀하게 소통하는 은어 만 알아내면, 간단하지 않겠어요?”
“은어가 괜히 은어겠어요? 그렇게
쉽게 알아낼 수 있으면, 애초에 은 어라고 불리지도……
“ 쉿.”
나는 아이린의 입을 가볍게 가리 며, 벽 쪽으로 몸을 붙였다.
훌쩍!
전초기지 수용소에서는 붙잡힌 해 적 하나가 담을 넘고 있었다.
아이린이 눈을 크게 뜨며 저게 뭐 냐고 물었고, 나는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해적이 탈옥할 수 있도록, 티 안 나게 풀어주라고 했어요. 이를테면 열쇠 주머니를 허리춤에 차고 낮잠
을 잔다든지?”
“네? 그게 통해요? 삼엄한 전초 기지에서 탈옥했다는 것만으로도, 해적들이 의심할 텐데요. 저 사람을 쫓아가 봐야, 해적들의 본거지를 알 아내기는 힘들……
“네. 바로 두목이 있는 본거지로 가지는 않겠죠. 하지만, 자신의 상관 에게는 달려갈 겁니다.”
“어떻게 확신하시는데요?”
“그럴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거든 요. 탑주가 해적들을 모조리 소탕할 것이라는 얘기를 해적 듣는 곳에서 떠들도록 만들었으니까.”
“비밀 작전을 아예 드러내기까지? 도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그래야만 움직일 테니까요. 탑주 가 자신들을 노린다는 사실을 알면, 저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맞서 싸 우려고 할까요?”
“해적 따위가 감히 탑주와 맞서려 고 하겠어요? 당연히 숨으려 들겠 죠. 지금 꼭꼭 숨어버리면, 완전 소 탕은커녕 오히려 도망칠 기회만 주 는 꼴이……. 아!”
아이린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숨으라는 지령을, 중간에 바꿔치
기하려는 거군요.”
“역시, 누구 여자친구 아니랄까 봐 똑똑하다니까요. 은어를 알아내서 지령을 바꿔치기할 겁니다. 모두 한 곳에 집결하여 숨을 수 있도록. 장 소는?”
“……루인 님이 계신 곳.”
“맞았어요.”
나는, 어둠 속으로 황급히 달아나 고 있는 해적 뒤를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