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168
168화 : [제54장] 우담화 3
‘오랜만이군. 사실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았는데, 서약사자들이 있던 곳에서 보낸 시간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군.’
백리사초가 낙양 성문 안으로 들어오며 잠시 회상에 잠겼다.
생사동이 무너지기 직전 이동대법에 성공하긴 했지만 약간의 착오가 생겨 낙양 인근에 떨어지는 바람에 이제야 성안으로 들어오는 그였다.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인지 완전히 새로운 얼굴로 역용한 그는 연신 주위를 둘러봤다.
관도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곳곳에서 병장기를 들고 다니는 무사들은 영웅맹 무사들이 아니었다.
‘저들은 북해빙궁 무사들이겠군. 사흘 전 북해빙궁 무사 십만이 기습 공격을 가해와 낙양 무림을 일거에 장악했다고 하더니 정말인 것 같구나.’
백리사초가 안색을 조금 굳혔다.
어젯밤 낙양 외곽에 떨어졌던 그는 인근 객잔에서 낙양 무림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가 들은 소식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사흘 전 북해빙궁 무사들의 기습 공격으로 낙양 무림이 초토화되었다는 것.
무엇보다 황금장원에 있던 영웅맹 무사 삼만여 명도 북해빙궁 무사들과의 싸움에서 패해 뿔뿔이 흩어졌다고 했다.
영웅맹 무사 삼만 중 전사자가 절반에 가깝다고 하니 그야말로 큰 피해가 아닐 수 없었다.
하기야 영웅맹 맹주 백리사초와 부맹주 백화선자 두 사람이 한꺼번에 실종된 셈이니, 지휘체계가 흔들릴만했다.
‘아무리 그래도 총군사를 맡고 있던 임 소저라면 신중히 움직였을 텐데, 황금진의 보호를 받고 있는 황금장원을 나와 굳이 전면전을 벌일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겠군. 아무래도 고립을 걱정해 장원을 나온 것 같구나. 모두가 내 잘못이다.’
백리사초가 안색을 굳히며 황금장원 쪽으로 향했다.
황금장원은 영웅맹 총단으로 사실상 무림의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었다.
실제 그 세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기도 했다.
물론 마교 십만 병력이 낙양 인근까지 접근해 큰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으나, 어찌 된 일인지 마교 십만 병력은 낙양성 진입 직전 악양으로 철군해 버리고 말았다.
이는 천계의 마계에 대한 압박 때문이었으나, 사정을 모르는 무림인들은 백리사초와 백화선자의 활약 덕분으로 생각했다.
물론 두 사람이 이후 소식이 끊겼으나 곧 복귀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한데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해빙궁 십만 무사의 기습 공격을 받아 낙양 무림을 내주고 만 것이다.
북해빙궁이 이전부터 낙양 무림맹 총단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고 마교와 결탁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이런 기습 공격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게 사실이었다.
실제 기습 공격 전 북해빙궁 무사들의 남하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북방에 있던 북해빙궁 무사들이 갑자기 낙양 무림을 공격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이동대법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천계와 마계의 전면전이 임박하자, 흑반선회주가 편법을 써서 북해빙궁주를 부추긴 것일까.’
백리사초가 여러 추측을 해봤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사실을 알기 힘들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흩어진 영웅맹 무사들을 찾는 것이었다.
아무리 절반이 전사했다고 해도 남은 생존자들이 어디엔가 은신해있을 가능성이 컸다.
‘임 소저라면 무사들을 이끌고 황금장원에서 나왔을 때 뭔가 표식을 남겨두었을 것이다. 실제 그러기로 약속하기도 했고.’
백리사초가 발걸음을 빨리했다.
* * *
다시 찾은 황금장원은 겉으로 보기엔 이전 모습 그대로였다.
백리사초는 섣불리 진입하지 않고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도 그럴 것이 황금장원 주위를 북해빙궁 무사 만여 명이 포위하고 있었다.
다만 그들은 장원 주위에 쳐진 황금진 때문에 장원 안으로 진입을 못 하고 있었다.
백리사초가 그 광경을 보고 눈을 빛냈다.
‘황금진이 아직 위력을 발휘하고 있구나. 어쩌면 아직 장원 안에 영웅맹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부모님과 혜아라도 무사해야 할 텐데······.’
백리사초가 이동대법을 펼칠 준비를 했다.
처음 낙양 외곽에 떨어졌을 때 곧바로 황금장원으로 이동대법을 펼치려 했으나, 연속 이동대법의 위험성 때문에 보류한 바 있었다.
게다가 당시는 낙양 무림 사정도 모르는 상황.
그래서 일단 상황을 알아보고 황금장원 안으로 들어가려 했던 것이다.
‘일단 들어가 보면 알겠지.’
스스슷.
백리사초의 몸이 천천히 사라졌다.
장원 주위에 쳐진 황금진은 이동대법 차단의 기능도 있지만 직접 진을 설치한 백리사초에게는 해당 없는 이야기였다.
* * *
황금장원 안으로 진입한 백리사초는 그 적막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했지만 놀랍게도 장원 안에 단 한 명의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다들 어디로 간 것일까?’
백리사초가 장원 곳곳을 정밀 수색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백리사초가 마지막으로 가본 곳은 외부와 통하는 비상 통로였다.
이 비상 통로를 아는 사람은 백리사초와 백화선자, 백리풍, 백리혜, 임설 이렇게 다섯 명 정도였다.
이는 보안을 위해서로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알려준 셈이었다.
백리사초는 비상 통로에 많은 사람이 지나간 흔적을 발견했다.
‘으음, 아무래도 고립을 피하려고 일찌감치 장원을 비운 모양이구나. 하지만 바깥에서 북해빙궁 무사들과 만났고 어쩔 수 없이 전면전을 치른 것 같다. 그렇다면 이후 무사들의 행방이 중요한데, 임 소저가 표식을 남겼을 가능성이 크다.’
백리사초가 장주 집무실에 들어가 연락함을 열었다.
연락함은 그와 임설, 백리풍 등 영웅맹 지휘부 사람들이 중요한 서신을 넣어두는 곳으로 기관진식을 통해 벽면에 숨겨져 있었다.
백리사초가 집무실 벽 한 부분을 세 번 두드리자 위윙 소리와 함께 벽면이 갈라지며 상자 하나가 나왔다.
바로 연락함이었다.
백리사초가 급히 열어보니 예상대로 서신 한 통이 놓여 있었다.
서신을 펼쳐보니 역시 임설이 남긴 것이었다.
그 내용은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고 판단해 황금장원을 비우고 화산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급한 상황 때문인지 구구절절한 설명은 적어놓지 않았다.
백리사초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기야 십만 병력의 북해빙궁 무사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흑반선들을 삼만 병력으로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을 것이다. 나나 백화선자 두 사람 중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아무튼 황금장원을 빠져나가 화산으로 향하던 영웅맹 무사들이 북해빙궁 무사들에게 발각이 되었고, 결국 대패를 당하고 만 것 같군. 그렇다면 생존한 무사들은 이곳 황금장원이 아니라 화산파 본산으로 갔을 것이다. 그곳에는 내가 만든 천마강시 천여 구가 있고 화산파 무사들도 있으니, 고립 위험성이 높은 이곳보다는 나은 환경이라고 판단한 것 같군.’
백리사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웅맹 지휘부의 결단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동 도중에 싸움이 벌어져 절반 가까이 전사한 것은 뼈아픈 일이었다.
‘모두 내 탓이다. 내가 좀 더 일찍 복귀했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백리사초가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게다가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이 아니라 전사자 수가 과장되었을 수도 있었다.
‘으음, 이제 어떻게 한다? 영웅맹 무사들을 따라 화산으로 가야 하나? 아니면 나 혼자라도 북해빙궁 무사들을 제거해야 하나?”
백리사초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낙양성은 북해빙궁 무사들이 완전히 장악한 상태.
화산으로 이동 중인 영웅맹 무사들의 안전이 더 시급한 것으로 판단했다.
무엇보다 화산으로 이동 중인 무사 중에는 그의 가족도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 화산으로 가자. 차라리 이렇게 된 이상 마교와 북해빙궁 병력을 모두 화산으로 유인해 일거에 섬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 * *
백리사초가 황금장원에서 나온 방법은 바로 비상 통로를 통해서였다.
아직 영웅맹 생존 무사들이 화산으로 향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 흔적을 추적하기 위해서였다.
하기야 화산행은 북해빙궁 무사들과의 전투가 없다는 가정하에서 이루어진 결정이었다.
얼마든지 상황에 따라 변경이 가능했다.
게다가 사흘은 낙양에서 화산까지 가기에는 너무 촉박한 시간이었다.
‘어느 정도 확인 후 화산으로 가도 늦지 않을 터.’
비상 통로를 통해 황금장원을 빠져나온 백리사초가 영웅맹 무사들이 남긴 흔적을 따라 추적을 시작했다.
매화초상비로 빠르게 날아가며 일단 북해빙궁 무사들과의 전투 장소부터 알아내려는 그였다.
그렇게 얼마나 날아갔을까.
낙양성 밖 낙양벌에 도착했을 때였다.
백리사초의 신형이 멈췄다.
낙양벌 곳곳에 싸움의 흔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이군. 최소 십만 이상의 무사들이 싸움을 벌인 흔적이다. 아무래도 비상 통로를 통해 황금장원에서 빠져나온 후 이곳에서 놈들과 만난 것 같군.’
백리사초가 안타까워했다.
이곳 낙양벌은 이전에 마교 십만 병력이 주둔했던 곳으로, 이곳만 벗어나면 추격이 쉽지 않았다.
백리사초가 기감을 끌어올려 영웅맹 무사들의 도주로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화산이 있는 서쪽이 아니라 남쪽으로 영웅맹 무사들이 향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적의 공격을 받아 급히 행선지를 바꾼 것 같구나. 하기야 여기서 화산까지는 너무 멀다. 무사들이 다시 결집하기에는 하루거리 이내가 가장 적합하지. 남쪽이라면 혹시 소림사가 아닐까?’
백리사초가 눈을 빛냈다.
하기야 소림사는 이전부터 무림맹 총단의 일 순위 피신 장소였다.
낙양과 가깝고 소림사 주위에 펼쳐진 보호진이 매우 견고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흑반선들의 등장으로 인해 소림사의 위상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나, 소림사 주위의 지형은 여전히 천연요새라 할 수 있어 피신 장소로는 제격이었다.
‘으음, 소림사로 한번 가볼 필요가 있겠군. 하기야 사천으로 향했던 무림맹 총단 무사들이 흑반선들의 공격을 받아 거의 전멸당했다고 했던가.’
백리사초가 어젯밤 낙양 외곽 객잔에서 들은 한 가지 다른 소식을 떠올렸다.
그것은 바로 무림맹 총단 무사들 소식으로 만능공자, 상관의 등이 이끄는 무림맹 총단 무사 삼천여 명이 섬서성과 사천성 접경 지역에서 마교의 기습 공격을 받아 초토화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그들은 이전에도 여러 번 마교의 공격을 받아 이동 속도가 매우 느려졌는데, 결국 사천성 진입을 하지 못하고 치명타를 받은 셈이었다.
아무튼 이로써 무림맹은 공식적으로 해체가 되고 말았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만능공자와 상관의 등 무림맹 지휘부 고수들이 직접 이를 발표했다. 이는 무림맹 소속이었던 각 문파가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소림파는 그중 가장 대표적 문파로 아직도 무림의 태산북두로 불리고 있었다.
게다가 소림사 경내에는 여전히 수많은 고수가 있었다.
하기야 북해빙궁의 다음 목표가 소림사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웅맹과 힘을 합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렇게 얼마간 소림사 쪽으로 경공을 펼친 백리사초는 소림사가 있는 숭산 산기슭에 만여 명의 북해빙궁 무사들이 포진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웅맹 무사들의 흔적도 소림사 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역시 소림사로 피신했었군. 원래 병력의 절반이라고 해도 만 오천 명가량이나 되니, 소림사 고수들과 힘을 합치면 북해빙궁과 한번 겨뤄볼 만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겠군. 하지만 흑반선들이 가세하게 되면 승산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소림사로 들어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