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227
227화 : [제73장] 파죽지세 2
악소소.
가부좌하고 있는 그녀의 몸에서 금빛 광채가 우러나오고 있었다.
지면에서 석 자 정도로 떠올라 있는 그녀는 눈을 감고 있는 상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백리사초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지막 고비다!’
그랬다.
옥녀심공의 대성을 돕기 위해 내공을 넣어줌과 동시에 혈맥까지 모두 뚫어준 후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마지막 단계는 본인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야 도달할 수 있기에 이제 백리사초의 손을 떠난 상태였다.
악소소가 눈을 뜬 것은 얼마 후였다.
그녀의 전신을 휘감고 있던 금빛이 입과 코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전신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휙휙휙.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회전을 멈춘 악소소의 신형이 다시 집무실 바닥에 내려섰다.
그녀가 옥녀검을 뽑아 옥녀검법을 펼치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옥녀심공의 최후 경지를 옥녀검법으로 확인하려는 것 같았다.
휙휙휙.
옥녀검이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검기를 내뿜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옥녀검 전체에서 금빛이 우러나며 검신에 미인의 얼굴이 흐릿하게 나타났다.
한데 그녀의 얼굴은 바로 천상옥녀의 것이 아닌가.
“아!”
백리사초가 탄성과 함께 미소를 지었다.
옥녀심공과 함께 옥녀검법을 대성할 때 나타나는 표지이기 때문이었다.
“휴우!”
악소소가 검무를 마친 후 심호흡을 했다.
그녀의 표정은 벅차 있었다.
그녀 스스로 생각해도 옥녀심공과 옥녀검법을 대성했기 때문이었다.
남은 것은 옥녀심경에 수록된 다른 무공들인데, 이제는 원리를 터득했기 때문에 한 번씩만 연습해보면 무난하게 최고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었다.
“축하한다. 소소.”
“감사해요. 이게 다 백리 오라버니 덕분이에요.”
악소소가 이마에 맺힌 땀을 손으로 훔치며 미소를 지었다.
백리사초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소소 역시 임 소저와 비슷한 경지에 올랐구나. 그 위력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더는 흑반선들의 공격에 위협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악소소가 말했다.
“작전 회의 시간이 다 되었으니 어서 가도록 해요.”
“그래, 어서 가자.”
* * *
“성도에 있던 서장무맹 병력 삼십만이 십만대산으로 향했다는 첩보입니다.”
“청성산에 주둔 중인 서장무맹 본대 병력 삼십만이 보호진을 보완하고 있으며, 아직 이곳 아미산으로 진격할 움직임은 없습니다.”
연이어 전해진 보고에 백리사초 주재로 열린 작전 회의에 참석한 사천무림연합 지휘부 고수 백여 명이 안색을 굳혔다.
대승을 거두고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벌써 여러 변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백리사초가 담담히 말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장무맹 놈들의 움직임에 대해서 말입니까?”
아미사태의 물음에 백리사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단 서장무맹 무사들이 십만대산으로 향한 것은 마교에 대한 복수 차원의 움직임이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네. 일전에 십만대산으로 먼저 갔던 서장무맹 병력 이십만이 이번에 새 교주가 되었다는 천마서생에게 몰살을 당했다는 소문이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으나 우리로서는 매우 잘된 일입니다. 서장무맹 놈들의 힘을 분산시킬 수 있으니까요. 다만 청성산에 있는 서장무맹주를 비롯한 본대 병력이 수성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조금 의외입니다. 복수를 하려 한다면 이곳 아미산으로도 병력을 보내는 게 맞기 때문이지요.”
청성진인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사천당가 당강이 말했다.
“제 생각으로는 청성산에 있는 서장무맹주가 겁을 먹고 수성에 치중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쳐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남은 서장무맹 병력의 절반이 십만대산으로 향했으니 좋은 기회가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그래도 청성산에는 삼십만 병력이 있습니다. 그것도 서장무맹 최정예 병력이 말입니다. 지금 우리 병력으로 선공을 가하는 것은 솔직히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미사태의 말이었다.
몇 사람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벌써 선제공격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었다.
백리사초가 말했다.
“일단 이번에 성도에서 십만대산으로 향했다는 서장무맹 병력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그 병력은 마교 측에서 알아서 할 테니까요. 문제는 청성산에 있는 서장무맹 병력인데, 그들이 수성에 치중하려는 게 사실이라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미리 결정해야 할 듯합니다. 그래야 그에 따른 준비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청성진인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당연히 공격을 주장합니다. 본파 총단이 청성산에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되겠지만, 놈들이 공격을 해오지 않는 한 우리가 여기서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당 대협이 말씀하신 대로 놈들의 병력이 분산된 지금이 기회입니다. 이번에 십만대산으로 향한 성도 병력이 복귀하기 전에 속공을 가해 놈들을 몰살시킨다면 나머지 서장무맹 놈들은 지리멸렬될 겁니다.”
“청성진인께서는 이번에 서장무맹주를 꼭 죽여야 한다는 말씀 같군요.”
“네.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서장무맹주 천왕불이 비록 포달랍궁 역사상 최고수라고 하나, 맹주님의 무공이라면 충분히 제거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찬이십니다. 천왕불 그자는 서장무림의 최고수이기도 하니 저 역시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총순찰의 의견은 어떠하오?”
“청성산에 있는 서장무맹 병력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일종의 유인작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놈들이 청성산 주위에 쳐놓은 보호진을 보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우리가 청성산으로 가더라도 보호진으로 버티다가 나중에 십만대산으로 떠났던 삼십만 병력이 복귀하면 안팎으로 우리를 협공하려는 계획이 아닌가 합니다.”
“으음, 총순찰의 생각에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가 지금 생각 못 하는 변수 또한 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임기응변이 필요할 것 같군요.”
“맹주님의 뜻을 밝혀주십시오.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명을 내려주십시오.”
지휘부 고수들이 일제히 백리사초의 의견을 기다렸다.
하기야 다들 백리사초의 경천동지할 능력을 직접 목도한 바 있기 때문에 최종 결정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백리사초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내일 아침 전 무사들을 이끌고 청성산으로 떠나겠습니다. 우리 병력이 지금은 이만에 불과하나 이곳에서의 승전 소식이 퍼지면 사천성 곳곳에 은신해있던 무림인들이 대거 합류할 수도 있을 겁니다. 모두 준비해주십시오.”
“명을 따르겠습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 * *
작전 회의를 마친 백리사초는 악소소와 함께 아미산 총단 뒤쪽에 있는 공터로 향했다.
무사들에겐 미리 아무도 접근하지 말라고 명을 내린 상황.
악소소가 물었다.
“백리 오라버니. 무얼 하려는 거예요?”
“무림맹 구만 병력을 회복시킬 때가 된 것 같다. 마침 내공이 조화지경에 달했으니까 성공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아! 그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한데 백리 오라버니가 실은 마교주 천마서생이라는 사실은 언제 사람들에게 알릴 생각인가요?”
“아직 모르겠다. 언젠가는 다 밝히고 무림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겠지만, 지금은 적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이 더 유리한 상황이니까. 다만 아까 내가 말한 변수가 조금 걱정이긴 하구나.”
“변수라면 혹시 서장무맹 정도의 힘을 가진 제3의 세력 말인가요”
“그렇다. 아직 직감이긴 하나 그런 생각이 자꾸 드는구나. 그럴만한 세력이 어디가 있지?”
“글쎄요. 마교와 비슷한 힘을 지닌 세력으로는 수백 년마다 한 번씩 발호하는 혈교 정도가 있지 않을까요?”
“아! 그래. 혈교가 있었군.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혈교까지 발호한다면 무림을 평정하는데 좀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군.”
“하지만 이참에 불순 세력을 모두 소탕한다면 무림은 당분간 평화로울 거예요. 물론 흑반선회와 마계 세력이 남아있긴 하지만 말이에요,”
“그건 그렇지. 일단 상황을 좀 더 지켜볼 수밖에 없겠군. 여기쯤이 좋겠다.”
백리사초가 공터 중앙에 서서 신선호리병을 꺼냈다.
그런 후 의념을 불어놓자 안개와 함께 구만여 구에 달하는 강시들이 나타났다.
바로 마계에서 혈우강시로 만든 무림맹 무사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을 어떻게 회복시킬지 의문이 아닐 수 없었다.
악소소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저번에 진전이 있다고 하셨지만 지금 보니 그렇지 않은 것도 같고.”
“무사들의 몸속에 침투한 독은 이미 모두 해독을 했다. 문제는 마기인데, 조화지경에 달한 내공의 힘으로 생사금침대법을 펼쳐볼 생각이다. 소소 너는 뒤로 물러나서 호법을 서도록 해라. 내가 이미 공터 주위에 보호진을 쳐두었지만, 그래도 모르니 외부인의 침입을 철저히 차단하도록 해라.”
“알겠어요.”
악소소가 옥녀검을 뽑고 뒤로 물러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공터 주위에 은은한 금빛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백리 오라버니는 언제 보호진까지 쳐두셨지. 내 비록 옥녀심공과 옥녀검법을 대성했지만, 오라버니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 같구나.’
악소소가 호법을 서는 동안 백리사초는 침통을 꺼내고 있었다.
모두 백팔 개의 침이 들어있으나, 내공을 이용해 기로 만들어진 침을 구만여 개 만들 생각이었다.
백리사초의 표정이 사뭇 비장했다.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실패하면 구만여 무사들은 소멸할 것이다. 나 역시 타격을 받아 주화입마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언제까지 신선호리병 속에 둘 수 없으니 모험을 해야 한다.’
백리사초가 눈을 빛낸 후 침통을 흔들었다.
순간 침통에 들어있던 백팔 개의 침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동시에 그 침들은 다시 두 배, 세 배, 네 배 이런 식으로 끝없이 늘어났다.
바로 기로 이루어진 기침(氣針)이었다.
이는 무한대에 가까운 양에다가 질적으로도 뛰어난 내공으로만 가능한 침술로, 사실상 생사금침대법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끝없이 불어난 침들이 구만여 개에 달했을 때.
마치 비처럼 빠르게 하강하며 구만여 구의 강시들의 정수리 백회혈에 꽂혔다.
순간 강시들이 움찔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백리사초가 양손으로 금빛 기류를 뿜어내 강시들을 감싼 것은 바로 그때였다.
하지만 강시들은 몸을 떨 뿐 별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백리사초의 안색이 굳어졌다.
‘큰일 났다. 마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 상태로 일각만 지나면 모두 소멸하고 만다.’
백리사초가 당황하던 그때.
신선호리병 속에서 신선여의주가 나와 공터 전체에 금빛을 뿜어냈다.
바로 그 순간 강시들의 백회혈에서 검은 연기 같은 것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백리사초가 미소를 지었다.
‘마기다! 이대로 한시진만 버티면 된다.’
백리사초가 내력 소모를 아끼지 않고 금빛 기류를 계속 뿜어냈다.
신선여의주 또한 비슷한 금빛을 발산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백리사초가 예상한 한시진이 다 되었을 무렵.
마기를 모두 뿜어낸 구만여 강시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백리사초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쓰러져 잠을 푹 자는 것이 강시가 원래 모습을 회복하는 마지막 과정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강시들의 몸에서 빠져나온 마기가 사라지지 않고 허공에 공처럼 모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지금 외부로 배출된 마기 덩어리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한 명의 무림인이라도 회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던 어느 순간.
마침내 구만여 강시 모두가 쓰러져 깊은 잠에 들었다.
침들이 침통으로 회수되었고, 신선여의주 또한 자기 일을 다한 듯 스스로 선선호리병 속으로 들어갔다.
“휴우!”
백리사초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창백해진 안색이었지만 성공을 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허공에 뭉쳐져 있던 마기 덩어리가 무서운 속도로 백리사초를 향해 날아왔다.
쐐애액.
백리사초가 당황하지 않고 무명검을 휘둘러 마기 덩어리를 쳐냈다.
꽈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마기 덩어리가 그대로 소멸하였다.
“으윽!”
백리사초가 한 차례 비틀거렸지만 이내 신형을 바로 했다.
악소소가 달려와 물었다.
“괜찮으세요?”
“괜찮다. 마기가 조금 몸속에 침투했을 뿐이다. 누군가 강시를 회복시킬 때를 대비한 안배 같은데, 마침 천마검을 통해 천마진기를 흡수한 상태라 큰 타격을 받지는 않았다. 오늘 밤 운공요상을 하면 치료될 것이다. 그나저나 무사들에게 명을 내려 이들 구만 병력을 돌보게 해라. 깨어나면 정신이 들 테니 당황하지 않게 상황 설명도 해주고.”
“네. 그건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방으로 가서 쉬도록 하세요.”
“그래,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