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s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11
111화
서안의 남쪽에 있는 종남산.
만개한 꽃들이 펼쳐진 산길을 빠르게 올라가는 두 인영이 있었다.
‘허어, 끝을 알 수가 없구나…….’
하우진은 나란히 뛰고 있는 천휘를 보면서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지금 그는 은하유영비(銀河遊影飛)를 펼치고 있었다.
그것도 극한으로!
발은 뜨겁고 땀이 날 정도였건만.
“종남산도 꽤 크네요.”
천휘는 땀은커녕, 지금 당장이라도 자신을 추월할 수 있을 것처럼 여유롭게 발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 천휘가 손가락을 들었다.
“저곳이에요?”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보는 순간 거대한 붉은 산문이 존재했다.
“맞다. 저곳이 본 파의 산문이다.”
천휘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가 저리 커?
화산파의 산문의 두 배정도 큰 붉은 산문을 본 천휘가 입을 열었다.
“엄청 크네요.”
“본래의 산문이 작다 하여, 최근에 새로 짓다 보니 조금 커졌더구나.”
하우진이 산문의 문을 두드렸다.
똑, 똑.
“누구신지요?”
“하우진일세.”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끼이익―
닫혀 있던 산문이 활짝 열렸다.
“무량수불. 일은 잘되셨습니까?”
도호를 외는 중년 도사를 본 하우진은 부드러운 웃음을 머금었다.
“잘 되었네.”
“다행이군요.”
마주 웃던 중년 도사가 천휘를 보더니, 살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사형이 데려온 손님이십니까?”
“그렇네.”
“하하하, 설마 사형이 손님을 데려오시다니…….”
중년 도사가 천휘를 보며 웃었다.
“무량수불. 만나서 반갑소이다. 본 도는 장운경이라고 하외다.”
도읍을 취하는 장운경을 본 천휘는 어깨를 으쓱이며 도호를 밝혔다.
“천휘예요.”
“오, 천휘 소협이구려. 천휘……?”
장운경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무언가 떠올랐는지 천휘를 위아래로 훑어보다 고개를 저었다.
그때 하우진이 말을 꺼냈다.
“그러면 안으로 들어가 보겠네.”
“네, 그러십시오.”
하우진과 천휘가 안으로 들어가고.
“사형이 누누이 자랑하던 친우분의 제자로구나.”
장운경은 점점 멀어져 가는 천휘의 등을 보더니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무량수불. 사형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상처를 지워 줘서 고맙소이다.”
한편 하우진을 따라서 종남파에 들어온 천휘는 두 눈을 뗄 수 없었다.
‘이게 도가야? 세가야?’
거대한 산문도 놀라웠건만, 종남파의 내부는 그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고풍스러운 전각들이 줄줄이 세워져 있었다.
‘와, 진짜 잘 지어졌네.’
고풍스러움과 깔끔함이 더해진 전각들은 멋스러움이 있었다.
‘화산파와는 완전 다르네.’
화산파의 전각들을 떠올렸다.
최근 들어 몇몇 개를 증축했다지만 대부분의 전각은 오래되어 낡았다.
‘와, 이 정도로 차이가 나나.’
천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화산파에 있던 전각들과 비교를 하다 보니 나오는 것은 한숨뿐이었다.
‘이걸 보니까, 마뇌가 돈, 돈 거렸었던 이유를 알겠네.’
과거에는 마뇌가 매일 같이 천마신교에 돈이 부족하다고 한탄했던 일들을 무시했었지만, 이제 공감이 갔다.
같은 도가, 같은 지역.
거기다 같은 구파일방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차이가 심각했다.
다른 무엇도 아닌 돈 때문에!
‘이래서 마뇌가 북해빙궁이나 태양궁에 갔다 오면 난리 쳤던 거였어.’
당시 천마신교는 구주팔황을 통틀어서 압도적인 문파였지만.
‘화려함으로 가득한 북해빙궁과 태양궁에 비하면 초라하긴 했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수많은 신도들을 살리기 위해서 돈을 쏟아붓기에도 부족했기에.
‘역시 돈이 최고인가.’
천휘는 화산파의 상태가 심각하단 걸 느꼈다.
‘흠, 얘들보다는 좋아야 하는데.’
그때 한 무리의 도사가 나타났다.
“사제 아닌가?”
앞장선 도사의 말에 하우진이 발걸음을 멈추며 정중히 읍을 취했다.
“무량수불. 사형을 뵙습니다.”
“갔던 일은 잘됐는가?”
“잘 해결됐습니다.”
“그래, 잘 됐구먼. 그런데…….”
말하던 중년 도사가 천휘를 봤다.
“이 아이는 사제의 손님인가?”
“그렇습니다.”
“이것 참. 훤칠한 미청년이구먼.”
천휘는 중년 도사를 응시했다.
부드러운 눈웃음 사이에 감춰진 눈동자는 차갑게 자신을 훑고 있었다.
‘뭐야? 내가 듣던 것과 다른데?’
천휘가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그가 귀가 딱지에 앉도록 들었었던 종남파는 어떤 곳이었던가.
운 좋게 화산파가 몰락한 틈을 타서 자리를 꿰찬 곳이라고 들었다.
한데 이건.
‘생각보다 수준이 높은걸.’
옆에 있는 하우진은 물론이고 지금 만난 중년 도사의 무위는 화산파의 장로들과 비슷하거나 약간 우위였다.
그뿐이랴.
중년 도사의 뒤에 서 있는 청년 도사들의 실력은 매화검수들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약간 앞설 정도였다.
‘종남파를 완전히 얕보고 있었네.’
천휘는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찼다.
‘고수의 무위는 비슷하지만, 아래를 받쳐 주는 제자들의 실력이 화산파보다 많고, 훨씬 뛰어날 정도니.’
종남파는 운이 좋은 게 아니었다.
지금 그들의 실력과 수준은 확실하게 화산파를 월등히 앞서고 있었다.
“음?”
그때 천휘를 보던 중년 도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검은…….”
그의 두 눈동자가 천휘의 허리춤에서 덜렁거리는 검을 담고 있었다.
잠시 보던 그가 고개를 홱 돌려서 하우진을 보더니, 입을 달싹였다.
“사제의 친우가 지닌 검 아닌가?”
하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러면 이 아이가……. 하하핫!”
말하던 중년 도사가 호쾌하게 웃었다. 그 뒤 하우진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방긋 미소를 머금었다.
“사제가 최근 들어서 강호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본 파에 머문다 싶더니 저 아이 때문이었구먼.”
중년 도사가 천휘를 보며 말했다.
“사제를 잘 부탁하네.”
뭐? 부탁?
천휘가 의아한 눈으로 중년 도사를 바라보고 있으니, 그가 몸을 돌렸다.
“모두 이만 가자꾸나.”
그는 궁금해하는 청년 도사들을 데리고 어딘가로 떠났다.
“……그러면 다시 가자.”
하우진이 멈췄던 발을 내디뎠다.
둘이 계속 산길을 올라가고.
탁.
자그마한 전각에서 발을 멈췄다.
“후우.”
숨을 고른 하우진은 전각의 문 앞에 서서는 천천히 두드렸다.
똑. 똑.
“장문인. 하우진입니다.”
“들어와라.”
안에서 기다렸다는 듯 말이 들려왔고, 하우진이 천휘를 보며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라.”
하우진이 문을 열어서 들어갔다.
“무슨 일로 찾아왔느냐?”
“소개해 주고 싶은 이가 있습니다.”
“소개? 그게 누구냐?”
“전번에 말씀드렸던 제 친우의 제자입니다.”
“…….”
안의 대화가 끊겼다.
그것도 잠시.
“천휘야, 들어오거라.”
천휘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발을 내디뎌,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둥그런 탁자에 앉은 하우진과 백발백미의 노도사가 있었다.
노도사는 종남파의 장문인, 태을검객(太乙劍客) 임영(林泳)이었다.
‘제법인데? 이 정도면 화산파는 절대로 종남파를 넘어설 수 없겠어.’
종남검성 한 명이라면 종남파를 넘볼 수 있다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이 의자에 앉게나.”
말 안 해도 앉을 생각이었던 천휘는 성큼성큼 걸어가 의자에 앉았다.
“이렇게 만나서 반갑구먼.”
“화산파의 일대제자인 천휘입니다.”
“자네에게는 늘 감사하고 있다네.”
그의 시선이 하우진을 향했다.
“자네가 없었다면 하우진, 이 녀석이 계속 밖에 쏘다녔을 걸세.”
“사백님!”
하우진이 당황하며 장문인을 불렀지만, 오히려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허허허, 왜 내 말이 틀렸느냐?”
“그건…….”
하우진이 뒷말을 삼켰다.
웃던 임영은 길게 자라난 흰 수염을 쓰다듬으며, 천휘에게 물었다.
“본 파는 잘 구경했는가?”
“다는 아니지만, 조금요.”
“어떻던가?”
“깔끔하고, 좋던데요.”
“허허, 칭찬해 주니 고맙구먼.”
“사실인걸요.”
“허허, 화산파도 좋지 않은가.”
“에이, 좋긴요. 지금 건물이 다 낡아빠졌는걸요.”
“허허…….”
신랄하게 자신의 문파를 비하하는 천휘의 모습에 장문인이 당황했다.
“겉을 꾸며 봤자 무얼 하겠나. 중요한 건 겉보다 속이거늘.”
“하지만 사람이 가장 먼저 보는 건 속이 아니라, 겉이지 않나요?”
“…….”
“겉이 엉망이면 누가 속을 보죠?”
임영이 할 말을 잃었다.
“이거 한 방 먹었구먼.”
쓰게 웃던 그는 하우진을 응시하며 입을 달싹였다.
“여태 제자를 두지 않았던 네가 왜 키우려고 하는지 알겠구나.”
임영이 부드러운 눈길로 천휘를 잠시 바라보더니, 천천히 일어났다.
“하하, 이제 그만 가 봐도 된다.”
하우진이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장문인과의 만남을 통해 천휘는 종남파에 대한 편견을 모두 바꿨다.
‘내가 알던 종남파와 전혀 달라.’
종남파의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무림맹에서 보던 종남파의 도사들은 완전히 속세에 찌들어 있었고 화산파를 적대했지만, 막상 본 산의 도사들은 전혀 달랐다.
장문인부터가 화산파를 적대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반기고 있었다.
그뿐인가.
그들은 겸손했고, 실력도 있었다.
‘……안일한 건 화산파였어.’
한편 하우진은 생각에 잠긴 채 따라오는 천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빨리 만나게 하겠구나.’
그가 천휘를 종남파에 데려온 이유는 딱 하나였다.
천휘와 한 명을 만나게 하는 것.
잠시 뒤 하우진과 천휘는 자그마한 움막에 도착했다.
‘도가의 움막은 다 비슷한가?’
천휘는 자신이 지내는 움막과 비슷한 크기의 움막을 보던 중.
“사실 종남파에 초대한 건 네게 소개시켜 주고 싶은 인물이 있어서다.”
하우진이 입을 열었다.
그 순간 움막에서 소년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사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