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s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적검과 설란은 매화칠관이라고 적힌 거석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제 괜찮은 걸까…….”
“사숙님께서 괜찮다고 하시니.”
전번에 들어가 한차례 곤욕을 겼었던 걸 떠올린 둘은 중얼거렸다.
지금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쉴 틈도 없이 사방에서 쏟아지는 촉이 없는 화살과 깜빡거리는 불빛.
그것은 정신이 아득할 정도였다.
하나 천휘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사숙님께서 말하는데 거부하는 게 오히려 더 지옥이야. 억지로 대주천한 것도 고통스러웠는데…….’
‘사숙님께서 들어가라 했으니.’
둘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만약 들어가지 않았다가 대신하여 받게 될 수련이 무엇일지 짐작도 안 갔다.
거기다.
“……이번에 영약을 먹은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기도 하고.”
“맞아요.”
둘이 서로 눈을 맞췄다.
천휘가 억지로 유도한 대주천 덕분에 그들은 영약을 빠르게 흡수했다.
아직 반 절가량이 남았음에도 그들은 하단전이 풍족한 것을 느꼈다.
지금 매화칠관을 들어가면 그 변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을 터.
이윽고 둘은 크게 결심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매화칠관의 입구로 걸어갔다.
여러 생각을 하며 굳은 다짐을 하는 둘과 다르게 단목린과 천향은 눈을 빛냈다.
“매화칠관…….”
“여기가 사제가 만든 관문이라고?”
둘이 움직이는 이유는 단순했다.
‘사형이 처음으로 부탁했어.’
‘저기를 통과하면 강해질 수 있단 말이지?’
넷이 각자만의 열의를 크게 끌어 올릴 즈음, 현려는 천휘를 바라봤다.
“내가 인솔하라는 게냐?”
“그렇죠.”
현려는 고민하다 입을 뗐다.
“나 말고 다른 이는 안 되겠느냐?”
“왜요?”
“이런 것은 무공이 뛰어난 자를 보내는 것이 낫지 않으냐.”
“그렇기는 한데, 누구 있나요?”
“딱 맞는 적임자가 한 명 있다.”
말과 함께 현려는 어딘가로 떠나더니, 잠시 뒤 무련각주를 데려왔다.
‘오, 무련각주?’
천휘가 미소를 지었다.
적임자라 하더니, 그 말 대로였다.
‘마침 매화칠관을 담당하는 사람도 필요하기는 했었는데.’
천휘가 그를 보며 말을 건넸다.
“오랜만이네요.”
“임무를 마치고 왔구나.”
무련각주가 부드럽게 웃었다.
하나 그것도 잠시.
“사저에게 듣기를, 내가 필요하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더냐?”
아무래도 급하게 데려오느라 현려가 설명을 하지 못했는지, 그는 매우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 왔다.
“별거는 아니고…….”
천휘는 이어서 매화칠관에 대한 설명과 그가 불려 온 이유를 말했다.
“고수를? 흐음, 그렇단 말이지.”
이야기를 듣던 무련각주는 이따금씩 놀라거나 감탄하며 눈을 빛냈다.
“기대되는 곳이로군.”
“그래서 확인차 딱 하루만 개방할 생각인데, 한번 들어가 보실래요?”
“그거야 당연한 게 아니냐.”
무련각주가 허리를 꼿꼿이 폈다.
“내가 통솔하도록 하마.”
잠시 후 매화칠관에 들어가기로 한 다섯 명이 입구에 한데 모였다.
무련각주는 앞의 넷을 바라봤다.
천향과 적검, 설란.
셋은 지금 화산파의 미래를 책임지는 후기지수들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한 명.
단목린은 저 셋과 달랐다.
그녀의 자질이 뛰어나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지만, 최근에 새로 무공을 익혔다고 하지 않았던가.
‘괜찮을지 모르겠군.’
걱정이 됐지만, 이내 지워 냈다.
그녀를 포함시킨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천휘이지 않은가.
곧 그는 넷에게 물었다.
“모두 준비되었느냐?”
“당연하죠!”
힘차게 말하는 천향의 대답을 시작으로 셋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럼 들어가마.”
무련각주가 앞장서서 걸어가자 넷도 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제갈성현이 천휘에게 물었다.
“그러면 언제 통로를 열까요?”
“내일 이 시각이 좋겠지.”
다음날 어제와 같은 시각에 매화칠관에 도착한 천휘는 미간을 좁혔다.
“뭐가 이리 많아?”
매화칠관의 입구에는 도복을 입은 도사들이 꽤 많이 모여 있었다.
것도 화산파의 제자가 아닌 평소에 보기 힘든 현자 배의 도사들이었다.
“왔느냐?”
“천휘구나!”
장문인과 현청이 천휘를 발견하고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반겼다.
“왜 이리 모인 거죠?”
“현려에게 듣고 내가 모았느니라.”
장문인은 두루두루 모인 현자 배의 도사들을 보다가 입을 달싹였다.
“직접 매화칠관이 어떤 곳인지 보고, 그 관문을 경험해 본 무련각주의 말을 듣게 할 생각으로 불렀다.”
그의 눈이 반개했다.
천휘에게 매화칠관에 대한 세세한 계획을 들었을 때, 그는 이것이야말로 화산파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고수를 만들어 준다는 점도 그렇지만.
그보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화산파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이 매화칠관이야말로 그 어떠한 것들보다, 화산파의 전통과 명맥을 후대에까지 전해 줄 수 있었다.
그래서 모두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그리고 알려 주고 싶었다.
우리가 그동안 가만히 있는 동안에 천휘는 무엇을 이룩한 것인지.
변화를 하지 않고, 그대로 계속 유지하는 것은 퇴보나 다름없단 것을.
“이렇게 각인시켜 놔야 매화칠관을 거부할 생각이 없어지지 않겠느냐.”
천휘가 피식 웃었다.
‘예전에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심사숙고하더니.’
언제부터인가, 장문인은 변화를 꾀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반영하더니, 이제는 말하기도 전에 준비를 하니.
‘이제 좀 편하게 할 수 있겠어.’
천휘가 현자 배의 장로를 훑는 장문인을 보고 있으니.
저벅― 저벅―
입구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나왔구나.”
안에 들어갔던 모두가 나온 순간.
“…….”
정적이 흘렀다.
먼저 나온 넷의 상태가 심각했다.
적검은 한쪽 눈에 피멍이 들어서 상태가 안 좋아 보였고, 설란은 머리카락이 풀어 헤쳐져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 옆에 있는 단목린은 또 어떤가.
그녀는 독기가 서린 눈을 뜨며 주변을 샅샅이 경계하고 있었다.
그나마 나은 것이 천향이었는데.
겉모습만 그럴 뿐, 충격을 받았는지 두 눈동자에 초점이 잡혀 있지 않았다.
“도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저 안에 있는 것이 뭐기에 저렇게 엉망진창이란 말인가.”
현자 배의 장로들이 놀라며 볼 때.
“어떠셨습니까?”
“아주 만족스럽소. 매화일관 말고 다음 관문은 이것과 비슷하오?”
“이관은 조금 다릅니다.”
“어떻게 다르…….”
제갈성현과 무련각주가 나왔다.
“무련각주의 상태가 좋지 않군.”
“허허, 안이 꽤 힘든가 보구먼.”
무련각주를 본 장로들은 놀랐다.
그의 얼굴은 다행히도 넷과 다르게 아주 깨끗했지만, 도복에 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지 않은가!
“사제가 저렇게 땀을 흘리는 경우는 최근에 손에 꼽을 정도거늘……. 그저 그런 관문이 아니란 겐가.”
비각주, 현인이 굳은 표정으로 속삭이자, 근처에 있던 장로들의 표정도 덩달아서 심각하게 변해갔다.
‘처음은 좋구나.’
그들의 반응을 찬찬히 지켜보던 장문인은 무련각주에게 다가갔다.
“나왔느냐.”
“장문사형.”
“장문인을 뵙습니다.”
둘이 대화를 끊으며 그를 반겼다.
장문인은 포권을 취하는 제갈성현을 보며 고개를 주억였다.
“오랜만이구려, 제갈 공자.”
“오랜만에 뵙습니다.”
제갈성현와 인사를 한 장문인은 무련각주와 눈을 맞췄다.
일견 보기에 무표정으로 보였지만, 오랫동안 무련각주를 보아 왔었던 그는 지금 무련각주의 심정을 읽고 있었다.
‘상당히 마음에 들었나.’
장문인은 그에게 물었다.
“어떻더냐?”
“이건 본 파에 꼭 필요합니다.”
눈에 힘을 주어 말하던 무련각주는 휙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물었다.
“그보다 천휘는 어디에…….”
“왜 찾아요?”
불쑥 앞에 나타난 천휘에 무련각주는 짐짓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하나 그것도 잠시.
“일관은 안력을 키우기 위한 관문인 것 같던데, 맞느냐?”
천휘가 씩 웃었다.
‘역시 현도를 제외하면 화산파에서 그나마 가장 낫다니까.’
“맞아요. 괜찮죠?”
“괜찮은 수준을 넘어서 수련으로는 완벽할 정도였다.”
무련각주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하루 동안 경험한 매화일관은 그동안 해 온 수련과는 그 격이 달랐으니.
“빠른 속도로 쏘아지는 작은 철구에다 반복되는 불빛. 거기다 긴장감을 주기 위해 쉬고 다시 쏘기를 반복까지…….”
무련각주의 입이 쉬지를 않았다.
그가 천휘에게 매화일관에서 겪은 일들을 나열하며 경탄을 계속하자.
“그 정도라고?”
“대체 어떤 관문이 있으면…….”
장로들이 놀란 눈으로 봤다.
무련각주가 저리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하는 일은 본 적이 없었다.
그때 설명을 끝맺은 무련각주는 천휘와 눈을 맞추며 물었다.
“……다른 관문도 비슷한 것이냐?”
“조금 다르기는 한데……. 자세한 것은 제갈성현에게 물어보면 돼요.”
설명하기 귀찮았던 천휘는 제갈성현을 힐끗 보며, 모든 걸 떠넘겼다.
“알겠다.”
무련각주가 대답과 함께 천휘와 눈을 똑바로 맞추더니, 어깨를 잡았다.
“고생했다.”
무련각주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보통 고생이 아니었다.
저런 대단한 관문을 설계하고 제갈세가에 도움까지 요청할 정도니.
“이런 것은 본래 내가 해야 될 일이거늘…….”
말하던 그가 고소를 머금었다.
솔직히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화산파를 위한다면서 한 것이라고는 쥐뿔도 없는데, 천휘는 벌써 해낸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오악검회에서 화산파가 죽지 않았음을 알리는 것을 시작으로 무공 복원과 암향단, 거기다 임무 수행까지.
너무도 많은 일을 해 주었다.
‘막내 사제의 눈이 맞았구나.’
그는 천휘를 위아래로 훑었다.
막내 사제가 데려왔을 때 그 연약했었던 꼬마는 없고, 화산파를 지탱하고 키우고 있는 거인이 존재했다.
“뭐, 그렇죠.”
천휘는 대충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때 장문인이 말을 건넸다.
“이제 이야기를 나누자꾸나.”
말을 하는 그의 눈이 번뜩였다.
“매화칠관에 대해서.”
* * *
이틀 뒤, 화산파는 매화칠관에 대한 이야기로 한창 들썩였다.
“매화칠관이란 곳에 들어가면 엄청난 고수가 된다며?”
“응? 내가 듣기로는 들어가면 무공을 익힐 수 있다던데?”
“난 개고생을 한다고 들었는데.”
아직 매화칠관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그들의 이야기는 모두 갈렸다.
하지만 딱 하나.
그들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만은 같았다.
‘그곳에 들어가면 달라진다.’
한편 화산파 내에서 한창 매화칠관에 대한 내용으로 떠들썩할 무렵.
“여긴 왜 왔어?”
천휘는 갑자기 거처까지 찾아온 제갈성현을 바라봤다.
그의 모습은 전과 달랐다.
수염을 깨끗하게 깎았고 머리카락은 한데 묶어서 얼굴을 드러냈다.
“이제 가 볼까 합니다.”
제갈성현이 나지막이 말했다.
매화칠관을 완성한 이상 이제 화산파에 머물 이유는 없었다.
“모두 알려 줬어?”
“현양 진인께 전했습니다. 기관진식을 발동하는 법과 멈추는 법. 그리고 기관진식실도 말입니다.”
“그럼 됐어.”
천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전했으면 충분했다.
그때 제갈성현이 포권을 취했다.
“소협께 많은 걸 배웠습니다.”
“알아.”
천휘의 말에 제갈성현은 웃었다.
“혹, 언젠가 한번 본 가에 방문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내가 왜?”
귀찮아하는 천휘의 말에 제갈성현이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생각하시면서 본 가에 그런 서찰을 보낸 겁니까?”
“기관진식은 제갈세가니까.”
“하하하, 그거 소협께 들은 말 중에서 가장 기분이 좋은 말이군요.”
“그건 자부심 가져도 돼. 내가 칭찬하는 것은 보기 어렵거든.”
“알고 있습니다.”
제갈성현은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래도 방문해 주십시오. 소협이 도복이 아닌 무복으로 방문하시면, 누구도 화산파의 도사라고 생각하지 못할 겁니다.”
“내가 왜 그렇게까지 해야 돼?”
“아주 극진히 모시겠습니다.”
“꽤 필사적이네.”
“형님들께 꼭 소협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형님들?”
“네.”
천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가 말하는 형님이란 자들 중 한 명은 최근에 만나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니 그자도 오라 했지?
뭐, 언제 한번 들러 볼까.
천휘는 입을 열었다.
“그럼 생각해 볼게.”
제갈성현의 표정이 환해졌다.
“꼭 오십시오.”
“봐서.”
“그거면 충분합니다.”
제갈성현이 일어나, 포권을 취했다.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래, 잘 가.”
천휘가 휘적휘적 손을 흔들자.
“몸조심하십시오.”
제갈성현은 밖으로 나갔다.
이후 그는 이미 산문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솔들과 화산을 하산했다.
“참으로 좋은 곳이었어.”
슬쩍 뒤를 돌아 화산을 올려다보던 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지내는 동안 불편함을 느끼기커녕, 오히려 기분이 좋은 나날들이었지 않은가.
계속 연을 잇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러기는 힘들겠지.”
그는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그러려면 제갈세가와 연을 끊어야만 했으니.
“부디 서로 검을 겨누는 최악의 상황이 훗날에 벌어지지 않기를…….”
화산을 바라보며 속삭이던 그가 다시 화산을 내려가기 시작할 때.
저벅― 저벅―
화산을 올라오는 청년과 교차했다.
무언가 초조한 듯 잰걸음으로 산을 오르는 청년은 제갈세가의 인물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마음이 급했기 때문이었다.
‘서둘러야 돼.’
잠시 후 화산의 산문에 도달한 청년은 화산파의 도사에게 다가갔다.
“무량수불. 시주께서는 무슨 일로 본 파에 방문하셨소이까?”
“소인은 일화문(一華門)의 주고율(周古律)이라 합니다.”
화산파의 도사의 눈이 커졌다.
일화문이라면 화산파의 속가 문파로, 크게 휘청거릴 때도 매년 공양을 보내온 곳이지 않은가.
그는 포권을 취했다.
“무량수불. 일화문에서 오셨군요.”
말과 함께 청년을 보며,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도움을 받으러 왔습니다.”
화산파의 도사는 뜬금없는 도움 요청에 살짝 당황하며, 물어봤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지금 본 문이 위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