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Kim did such a good job? RAW novel - Chapter 126
126화 Chapter 84 – 책 추천도 잘하는 김 대리!
정훈은 젊은 사원들과 함께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오늘은 평소의 출판부 멤버가 아닌, 다른 부서의 사람들이었다.
예전에 유호진 과장이 알려 줬던, 회사 사원들만이 인증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는 푸른 하늘 기업 전용 커뮤니티인 ‘푸르미’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그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온다는 유호진 과장의 말에 호기심으로 가입했지만, 막상 들어가서 보다 보니, 업무에 관해 도움 되는 자료들도 많았고, 세상을 사는 즐거운 이야기도 많았다.
그렇게 꾸준히 들어가며 활동하다가 본사에 있는 직원들 중 나이대가 비슷한 직원들끼리 만나서 식사를 하며 친분을 쌓게 되었다.
그래서 매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씩 만나서 이렇게 함께 식사를 하고 휴식을 하곤 했다.
모두가 한두 살 위아래인 데다가 업무적으로 겹칠 일이 거의 없기에 이야기를 하거나 휴대폰을 보거나 하며 다들 편하게 시간을 보냈다. 참고로 이렇게 만나는 이들의 직급은 전부 대리.
인사팀의 박영준 대리가 커피를 마시다가 궁금한 듯 정훈의 휴대폰을 바라보며 물었다.
“정훈 씨는 뭘 그렇게 재미있게 보세요?”
“아, 이거 소설이요. 이번에 저희 계약 작가가 신작을 냈는데, 꽤나 재미있더라고요.”
“판타지 소설이에요?”
“네. 판타지요.”
“와, 점심시간에는 좀 쉬세요. 그렇게 열심히 하면 지쳐요. 이따가 오후 내내 업무 해야 되는데 머리도 식히면서 해야죠.”
“하하하. 재미있어서 읽는 거예요. 영준 씨도 하나 읽어 보실래요?”
정훈의 물음에 영준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됐어요. 판타지 소설은 중학교 때 이후로 졸업했어요. 나이 들어서 보니까 조금 유치하달까요?”
늘 이런 식이다. 웹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 사람들의 장르소설에 대한 인식이 이런 점이 정훈의 입장에서는 제일 아쉬웠다.
그러자 옆에 있던 영업 4팀의 곽희원 대리는 영준의 말에 정훈이 기분 나빠할 것 같아서 판타지 소설을 옹호했다.
“에이, 문학에 유치한 게 어디 있어요? 그 유명한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도 전부 판타지 소설인데. 요즘은 웹툰이랑 같이 웹소설도 대중적인 문화로 성장하고 있어요.”
그 이야기를 듣자, 정훈도 괜히 뿌듯해져서 한마디를 더 보탰다.
“맞아요. 그리고 요즘은 독자들이 30대, 40대가 더 많아요. 저희 나이대 이상 사람들이 주요 독자층이거든요.”
영준은 민망함과 미안함이 동시에 들어 뒤통수를 긁으며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 그래요?”
“네. 나중에 시간 되면 한번 읽어 보세요. 생각보다 재미있을 거예요.”
처음에 했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영준은 적극적으로 물었다.
“그러면 저, 소설 하나만 추천해 주실 수 있어요?”
“장르소설요?”
“네. 이야기 들으니까 옛 향수도 자극될 것 같고, 읽어 보고 싶어져서요.”
“음, 어떤 취향 좋아하시는데요?”
“막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는 것도 좋아하고, 몬스터 때려잡는 것도 좋고, 영지물도 좋아하고요.”
일반적으로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중적으로 유행하는 소설을 추천해 주겠지만, 아주 오랜만에 판타지 소설을 읽는 데다가, 장르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이 아니니 그를 확 사로잡을 만한 글을 추천해야 했다.
그렇게 확 빠져들어야 다음에 만났을 때도 기세가 산다. 재미가 없으면 ‘역시 판타지는 좀….’과 같은 인식이 박혀 버릴 테니까.
정훈은 웹소설 앱에서 선호작 목록에 들어가 어떤 작품을 추천할까 고민하다가 박영준 대리의 취향에 딱 맞는 소설을 찾았다.
“일단 문스토피아 앱 설치하시고… 여기 보시면 ‘달필드’ 작가님의 『차원이동해서 대통령 된 남자』라고 있거든요? 이게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면서 우연히 드래곤의 막타를 치는 바람에 사냥에 성공하는데, 이 세계가 레이드 포인트로 대통령이 결정되는 세계라서….”
소설에 관해 이야기해 주자, 영준은 눈을 빛내며 이야기에 집중했다.
“오, 완전 제 스타일일 것 같은데요?”
“하하하. 재밌게 읽으시면 좋겠네요.”
“한 15년 만에 읽는데, 옛날 생각도 나고 좋을 것 같아요.”
영준의 휴대폰으로 소설을 찾는 것까지 도와주고 나자, 옆에서 조금 전에 웹소설을 두둔했던 곽희원 대리도 정훈에게 물었다.
“저도 소설 하나만 추천해 주실 수 있어요?”
“어떤 분야로요?”
“엄청 자주 읽는 편은 아닌데, 저도 가끔 웹소설 보거든요. 요즘은 뭔가 찐한 로맨스가 읽고 싶더라고요.”
“그 로맨스가 19금이에요? 아니면 건전한 거예요?”
“음, 2개 다 추천해 주세요.”
“하하하하. 그, 아예 19금 소설로 대단히 유명한 게 하나 있어요. 『야왕 불기둥』이라고 저희 출판사에서 출간한 작품인데, 그거 한번 읽으면 계속 읽게 될 거예요. 그리고 건전한 로맨스로는… 『마운드 위의 사랑꾼』이라는 작품이 있거든요? 그게 야구 선수와 연극배우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건데, 진짜 설레면서도 가슴이 미어지는 내용이에요.”
소설 이야기가 나오자, 정훈은 신이 나서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 갔다.
다른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대폰을 보고 있던 다른 직원들도 어느새 정훈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워낙 작가들과 이야기를 하며 말주변이 늘었기에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정훈 씨, 저도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저는 스포츠를 좋아하는데….”
***
“축하드립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대리님 덕분에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다음 주에 서울 가니까 저녁에 술 한잔 같이해요.
“물론이죠. 언제든 필요하실 때 부르시면 달려가겠습니다.”
-그래요. 하하하하하. 아, 그리고 제가 차기작 준비해 둔 게 있는데….
정훈의 눈이 반짝거렸다. 『재벌집 막내 손자』로 대히트를 친 산기영 작가의 차기작이다. 읽어 보지 않아도 대박이라는 건 직감할 수 있다.
-『재벌집 막내 손자』 마지막 화 올리면서 후기에 같이 신작 홍보해도 될까요? 퍼블리싱 나가는 거에는 삭제하더라도, 문스토피아에서는 그렇게 바로 쓰면 독자들 유입이 엄청날 것 같아서요.
“당연하죠. 그런 건 저한테 이야기 안 하시고 결정하셔도 됩니다.”
-에이, 그래도 이야기는 드려야죠. 그러면 그렇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예. 차기작 기대하겠습니다.”
-하하하. 그래요. 앞으로 퍼블리싱 계속 잘 부탁해요.
“네!”
아주 기분 좋게 통화를 마쳤다. 산기영 작가의 대작 『재벌집 막내 손자』가 드디어 완결이 났다. 정확히 말하면, 완고를 했을 뿐, 아직 마지막 화가 올라가려면 일주일이 넘게 남아 있다.
그때, 신작을 풀며 함께 홍보를 하겠다는 이야기다. 즉, 이건 정훈이 또다시 차기작 계약을 위한 영업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라는 것.
『재벌집 막내 손자』 작품이 워낙 잘나간 덕분에 4대 플랫폼은 물론, 모든 타 플랫폼에서도 이벤트는 최대한으로 받아 냈고, 매출도 어마어마하게 올렸다.
작가 케어는 당연한 것이었고, 작업에 있어서 둘 모두가 워낙 프로페셔널했기에 서로 만족한다고 자부했다.
‘차기작도 무조건 따내야지.’
정훈은 흐뭇하게 전화를 마치고 바로 부장실로 다가가 노크했다.
“어, 들어와.”
부장의 목소리도 밝아 보였다. 장 부장이 이렇게 기분 좋은 날은 드물지만, 이런 날에는 웬만하면 이야기를 들어준다.
“안녕하십니까.”
“어, 김 대리 왔어? 안 그래도 부르려고 했는데.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부르다니,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일단 정훈은 할 말을 먼저 했다.
“예. 산기영 작가가 이번에 완고를 해서 다음 주 중에는 완결이 날 것 같습니다.”
“벌써? 조금만 더 끌어도 수익이 엄청날 것 같은데, 아쉽네.”
“그런데 작가님이 이제 글의 퀄리티나 다음 작품을 생각해서 더 끄는 것보다는 깔끔하게 완결 치는 게 좋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그래야지.”
“그래서 말인데, 산기영 작가님 완결 기념으로 선물을 좀 보내 드리는 게 어떨까 해서 여쭤보려고 왔습니다. 제가 직접 하는 것도 괜찮지만, 저희 출판사 차원에서 하는 게 더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명절에 보내는 선물을 포함해 회식과 미팅 비용은 회사의 법인 카드를 통해 하지만, 그 외에 작가 관리는 개인적인 비용으로 충당한다. 일종의 고객 관리니까.
그러나 산기영 작가의 경우는 워낙 거물인 데다가, 작은 선물보다는 출판사 차원에서 나서는 게 스케일도 커지고 만족스러워할 것 같았다.
“그래야지. 산기영 작가님이 우리 출판사에 벌어 준 게 얼만데. 김 대리가 제대로 되고 센 걸로 골라서 보내 드려. 적당히 고르지 말고, 묵직하고 큰 걸로 해. 받으면 부담스러울 정도로. 그래야 차기작도 같이 하지. 하하하핫!”
“알겠습니다. 그리고 차기작도 이야기가 나왔는데, 다음 주에 마지막 화 올리면서 같이 홍보하신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바로 차기작 들어가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 그러면 바로 미팅 잡아야지.”
장 부장의 눈이 커지며 눈빛이 반짝거렸다. 일단 쓰기만 하면 대박을 내는 작가기에 꼭 붙잡아야 한다는 건 김 대리만큼이나 잘 알고 있다.
“안 그래도 다음 주에 출판사 오셔서 같이 식사 한 끼 하기로 했습니다.”
“오, 역시 김 대리! 말하지 않아도 벌써 일을 척척 진행해 놨구먼!”
“하하하. 작가님이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 선물 이번 주에 받을 수 있도록 보내고, 다음 주에는 내가 따로 준비하지.”
“알겠습니다.”
정훈이 인사하자, 장 부장이 아까 하다 만 이야기를 꺼냈다.
“그나저나 김 대리, 혹시 인사팀에 아는 사람 있나?”
“인사팀이요?”
인사팀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푸르미에서 만난 박영준 대리 1명밖에 없다. 근데 그를 물어보는 건 아닌 것 같아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박영준 대리라고 1명 아는 친구가 있긴 한데, 무슨 일이십니까?”
“아, 이번에 인사팀 팀장이 연락이 왔더라고.”
인사팀 팀장이면 웬만한 부서의 부장급 파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정훈은 걱정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장 부장의 환한 표정을 보며 좋은 일이길 바랐다.
“그 친구가 원래 무협 소설광인데, 이번에 자기 부서에 대리 하나가 판타지 소설을 읽으면서 부서에 전파시켰다대. 그래서 어찌 된 일이냐고 물어보니까 출판부에 아는 친구가 1명 있는데 그 친구가 추천해 줬다고 하더라는 거야.”
처음에 판타지 소설은 유치하다고 했던 그 친구다. 그런데 오히려 주변에 판타지 소설을 전파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다니. 주변에 소설을 추천해 주고 이렇게 뿌듯했던 적이 또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뭔가 동질감도 느껴지고, 기분 좋다고 연락이 왔더라고. 이야기하는 김에 무협 소설도 좀 추천받고 싶다고 하고. 대리급 직원이니까 자네 아니면 최 대리인데, 왠지 최 대리는 아닌 것 같더라고. 그러면 자네밖에 없잖아.”
“아, 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역시 김 대리야. 안 그래도 회식 때 웹소설 이야기를 꺼냈는데 인식이 안 좋아서 조금 독고다이가 된 기분이었는데 동지가 생긴 것 같다대! 하하하핫!”
장 부장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그도 장르소설에 대한 자부심은 크지만, 유치한 문학이라고 취급되는 게 불만이었던 사람 중 하나였다.
“자네가 우리 출판부의 인식을 좋게 바꿨어. 이렇게 차근차근 발전해 나가는 거야. 나도 출판 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자랑스러워.”
“감사합니다!”
“늘 이렇게만 해 줘. 덕분에 인사팀에서도 내가 콧바람 좀 넣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하하하하!”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내로 최고의 무협 소설들 목록 쫙 뽑아서 올리겠습니다.”
“그래, 수고해 줘.”
“예.”
정훈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부장실을 나왔다. 문을 빠져나오는 사이에 울린 휴대폰의 진동. 대리들이 모여 있는 단체톡방에서 소설 추천을 해 달라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장르소설의 인식이 나아질수록 일에 대한 자부심도 커지는 정훈은 흐뭇한 마음으로 좋은 작품들을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