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Kim did such a good job? RAW novel - Chapter 125
125화 Chapter 83 – 애완동물을 잘 기르는 김 대리!
“와, 진짜 귀엽다.”
“그렇지? 보통 포메라니안이 아니라니까. 하핫.”
정훈은 정사랑과 함께 눈에서 꿀을 뚝뚝 흘리며 강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아기라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와, 너무 예뻐.”
“좋아할 줄 알았어.”
흐뭇하게 바라보던 정훈은 일순 걱정이 생겼다.
“아, 그런데 새끼는 예방주사도 맞히고 막 새끼 전용 먹이도 줘야 되고 그러는 거 아니야? 나 그런 거 잘 모르는데.”
“예방주사는 다 맞히고 왔어. 젖도 떼서 사료 먹을 수 있는데, 아직 새끼라서 부드러운 걸로 주는 게 좋긴 하지. 그리고 모르는 게 있으면 내가 알려 주면 되지. 나도 이번에 집에 한 마리 데려와서 키우고 있잖아.”
“말 나온 김에 같이 사러 갈래?”
“그러자, 그럼.”
정훈은 일어나서 문과 강아지를 번갈아 가며 살폈다. 똥이 마려운 강아지처럼 고뇌하는 표정에 정사랑이 물었다.
“왜?”
“얘 두고 가도 되나?”
“사 오는 데 30분도 안 걸려. 괜찮아.”
“얼른 다녀오자.”
“그래.”
마음 같아선 직접 차를 몰고 빠르게 다녀오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차주는 정사랑이었다. 그녀의 차를 타고 가까운 애견숍에 도착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정훈을 위해 정사랑은 사료부터 빗, 강아지 샴푸, 간식까지 골라 주었다.
“케이지는 살래? 아니면 나중에 살까?”
마음 같아서는 강아지에게 필요한 전부를 사고 싶지만, 그러기엔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아니, 그건 나중에 살게. 딱히 멀리 갈 일이 없어서.”
“그래. 그러면 여기에 개집이랑 사료 그릇만 고르면 되겠다.”
정훈은 옆에서 디자인만 고르고, 정사랑이 실용성과 가격을 생각해서 골라 주었다. 종업원에게 묻지도 않고 척척 고른 덕분에 쇼핑은 정말로 30분도 걸리지 않아 끝이 났다.
“진짜 잘 아네.”
“그럼. 나 완전 어렸을 적부터 우리 집에서 강아지 키웠었거든.”
정사랑의 차를 타고 자연스럽게 집으로 돌아왔다. 강아지를 주기 위해서였지만, 그녀는 자연스럽게 정훈의 집에 방문했다. 이사하고 나서 집들이를 하며 김칠봉 작가와 수정 작가가 함께 온 것을 제외하면 첫 여자의 방문이었지만, 어색하지도 낯설지도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이 닫히는데 멀리서 한 아줌마가 급하게 달려오는 게 보였다. 정훈이 재빠르게 열림 버튼을 누르자 문이 아슬아슬하게 열렸고, 아주머니는 한 손에 마트 봉지를 들고 헐레벌떡 들어왔다.
“감사합니다.”
“뭘요.”
이 원룸에 이사 온 지 몇 개월이나 되어서 대부분의 사람은 안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몇 층이세요?”
“5층이요.”
정훈이 5층을 누르자, 아주머니는 웃으며 인사했다.
“고마워요.”
“이사 오신 거예요?”
“아니요. 우리 아들이 여기 혼자 사는데 반찬 좀 해 주려고 왔어요.”
“아, 그러셨구나.”
아주머니는 정훈과 사랑을 훑어보더니 씨익 웃으며 말했다.
“신혼부부?”
“네?”
“예?”
정훈은 갑자기 사레가 들려 콜록거리며 기침을 했고, 정사랑은 발그레해진 채 고개를 숙였다.
“아, 결혼은 아직이고 애인이시구나.”
썸 타는 사이인데, 대놓고 아주머니한테 썸 탄다고 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 애인이 아니라고 부정하기에는 왠지 꺼림칙하고 정사랑이 기분 나빠할 것 같았다.
-띠링. 5층입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아주머니가 푸근하게 인사를 하며 나갔다.
“좋을 때죠. 같이 가서 장도 보고, 알콩달콩 잘 지내요.”
“가세요.”
엉겁결에 정훈은 인사만 하고 얼른 닫힘 버튼을 눌렀다. 애견숍에서 사 온 사료와 개집 등의 비품이 봉지에 들어 있어서 마트에 다녀온 걸로 알았던 모양이다.
엘리베이터는 올라가고 있지만, 여전히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더 가만히 있다가는 민망함이 폭발해 버릴 것 같아서 정훈이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덥네.”
“어. 엘리베이터에 히터를 빵빵하게 틀어 놨나 봐.”
그렇게 다시 침묵 사이에서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나서 엘리베이터가 15층에 도착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후다닥 엘리베이터에서 빠져나와 정훈이 문을 열었다.
들어가자마자 폴짝폴짝 달려오는 강아지가 반갑게 맞이하자, 둘은 어색함이 언제 있었냐는 듯 사르르 녹아들었다.
“많이 기다렸어?”
정훈이 짐을 안에 내려놓는 사이, 정사랑이 강아지를 들어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어이구, 우리 귀염둥이.”
귀여운 강아지와 예쁘장한 정사랑의 투샷을 본 정훈은 자신도 모르게 아저씨 미소가 흘러나왔다.
“예쁘네.”
강아지를 향한 말인지, 정사랑을 향한 말인지 모를 감탄사를 남기며 정훈도 강아지 옆으로 다가갔다.
“우리 강아지 맘마 먹어야지?”
정사랑은 곧바로 그릇에 사료를 담아 물과 함께 가져왔다. 강아지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사랑은 문득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까 우리 강아지 이름을 안 지었네?”
“그러네! 뭘로 하지?”
정훈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신나게 말했다.
“포메라니안과 강아지를 합쳐서 폼아지 어때?”
이상한 이름을 들은 정사랑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네 아빠가 소설 제목은 참 잘 정하는데, 이상하게 이름은 참 못 정한다. 그치?”
“멍!”
대답이라도 하듯, 짖는 강아지 소리에 정훈은 기가 찼다.
“그러면 강아지야, 네 엄마는 뭐라고 이름을 지어 주는지 들어 볼까?”
그의 말에 정사랑은 또다시 볼이 발그레해졌다.
‘정훈이보고 아빠라고 했는데, 내가 엄마면… 아잇,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녀는 고개를 훌훌 털며 정훈에게 강아지를 건넸다.
“왜?”
“화장실 다녀올게.”
“그래.”
아무 생각 없는 정훈은 헤벌쭉 미소를 지으며 바닥에 엎드려 강아지와 눈높이를 맞췄다.
“네 이름은 뭐가 좋을까? 음, 사랑이가 줬으니까 ‘러브’라고 할까?”
강아지를 빤히 바라보다가 정훈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러브는 뭔가 이상해. 하트도 조금 이상하고. 아, 뭐가 좋을까?”
정훈은 화장실에서 돌아온 정사랑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한참 동안 고민했지만, ‘초코’라든지, ‘해피’, ‘뽀삐’라든지 흔한 이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뭔가 특이한 게 좋을 것 같은데.”
“천천히 정하자. 오늘 안에만 정하면 되지, 뭐.”
“왜 오늘 안이야?”
“이름은 빨리 지어 주는 게 좋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없을 때 너 혼자 정하면 네 마음대로 이상한 조합 해서 지을 것 같아.”
“아, 예.”
정훈은 입이 삐죽 나왔지만, 머릿속으로 ‘제우스’라는 이름을 떠올리고 있어서 충분히 수긍했다.
“그나저나 이제 슬슬 저녁 먹어야지. 뭐 먹을래? 강아지 집도 만들어 줬으니 안심하고 나가도 되니까 나가서 먹자. 내가 저번에 비싸고 맛있는 거 사 주기로 했잖아.”
“그건 다음에 사고 오늘은 집밥 먹자. 나 요즘 야근 때문에 매일 밖에서 먹어 가지고 오늘은 집밥 먹고 싶어.”
“그래. 근데 요리 재료가 별로 없어서 사러 나가야 될 텐데?”
“아니, 아까 보니까 꽤 있더라. 내가 요리해 줄게.”
“네가 한다고?”
“응. 왜, 싫어?”
“아니, 완전 좋지. 나 기대해도 되지?”
“당연하지. 나 요리 자격증 있는 거 몰라?”
“진짜?”
“응. 한식이랑 일식 자격증 있어. 아, 정훈이가 아직도 나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네.”
“오, 완전 기대한다.”
“금방 해 줄게.”
식사를 하는 강아지를 두고 사랑은 부엌으로 가서 식사 준비를 시작했고, 정훈은 사 온 강아지 용품을 정리했다.
배변 키트까지 설치를 마치고 나서 강아지를 보자, 녀석은 식사를 마치고 새집이 신기한지 요리조리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무언가 생각난 정훈은 조금 전에 산 간식을 들고 강아지에게 다가갔다.
강아지를 쓰다듬다가 뜬금없이 한 손으로 강아지의 앞발을 들고 외쳤다.
“손!”
영문을 모르는 강아지는 멍하니 있었지만, 정훈은 그 모습이 귀엽기만 했다.
“아이고, 잘했다.”
간식 한 점을 뜯어서 던져 주자, 강아지는 맛있게 받아먹었다. 그리고 정훈은 다시 손을 내밀며 외쳤다.
“손!”
당연히 강아지는 뜻을 모르고 가만히 있었지만, 정훈은 직접 강아지의 앞발을 잡고 나서 간식을 던져 줬다.
“아이, 잘한다.”
“너 뭐 해?”
“강아지 훈련.”
정훈이 진지하게 말하며 다시 강아지를 향해 손을 외치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사랑은 웃음이 빵 터졌다.
“으하하하핫! 그게 무슨 훈련이야? 지금 네가 직접 강아지 손 잡고 있잖아.”
“아니야, 이렇게 하면 다 된대.”
말하면서도 그는 강아지의 손을 직접 잡고 간식을 던져 주고 있었다.
“손!”
“어디서 본 건데?”
“얼마 전에 네가 강아지 데려온다고 해서 설레서 막 찾아봤거든? 근데 개조련사 강형근인가? 그 사람이 훈련법 동영상으로 올려놨는데 효과가 장난이 아니래.”
“에이, 뭐가 그래?”
그러나 강아지가 똑똑한 건지, 정말 그 훈련법이 먹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엔 정훈이 외친 손이라는 신호에 강아지가 반응해서 앞발을 들어 정훈의 손바닥에 올렸다.
그 모습에 정훈은 흥분하며 정사랑을 돌아보며 외쳤다.
“봤어?! 지금 봤어? 손 줬어!”
그러나 요리 준비에 한창인 정사랑은 양파를 써느라 뒤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에이, 그냥 우연이지.”
“아니야. 진짜라니까. 자, 강아지야. 다음은 앉아 연습이다!”
***
“진짜 맛있다.”
“당연하지. 누구 손맛인데?”
“하하하. 사랑이 손만 대면 맛있어지네.”
그렇게 맛있는 식사를 하는 와중에 정훈과 사랑의 갑론을박이 시작되었다.
강아지의 ‘손’과 ‘앉아’ 훈련을 마스터시켰다는 정훈과, 그냥 한두 번 우연의 일치였다는 정사랑의 의견은 절대 서로 굽히지 않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토론에 결국 정사랑이 결단을 내렸다.
“그래, 그러면 밥 다 먹고 해 봐. 해서 되면 내가 소원 들어준다.”
“진짜지?”
“당연하지. 대신에 말 안 들으면 네가 소원 들어주는 거다?”
“콜! 나는 무조건 콜! 완벽하다니까?”
“젖 뗀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어떻게 알아먹어?”
“아니, 된다니까 그러네.”
식사를 마치고 정훈은 자연스럽게 주방에 들어가 설거지를 마쳤다. 정사랑이 요리를 해 줬으니, 설거지는 그가 하는 게 당연했다.
손에 물기를 털고 나서 정훈은 비장한 표정으로 간식을 집어 들고 강아지 앞으로 왔다. 정사랑은 강아지를 무릎에 올려 두고 쓰다듬고 있었다.
“자, 보여 준다.”
“진 사람 소원이다.”
“콜. 콜. 콜. 뭘 시키든 무조건 하는 거다.”
“당연하지. 막 북한으로 넘어가기, 이 정도만 아니면 다 들어준다.”
“기대해라. 잘 들을 테니까.”
사랑은 바닥에 앉아 거리를 두고 떨어졌고, 정훈은 비장한 눈빛으로 강아지 앞에 앉아서 외쳤다.
“손!”
그러나 강아지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고개만 갸웃거렸다. 정사랑은 그의 실패에 화색이 돌았다.
“으하하하핫! 안 된다니까?”
정훈은 굴하지 않고 다시 한번 외쳤다.
“손!”
영특한 포메라니안.
강아지는 용케도 정훈의 말을 알아듣고 정훈의 손바닥 위에 자신의 앞발을 올렸다.
“으아싸!”
정훈은 함성을 지르며 간식을 한 점 떼어 포메라니안에게 건넸다.
정말 예상치도 못한 성공에 정사랑은 기가 찼다. 고작 식사하기 전에 몇 번 외쳤다고 저 말을 알아먹을 줄이야.
‘그래도 앉아는 못 할 거야. 손은 우연히 성공할 수도 있지.’
정훈은 싱글벙글하며 정사랑에게 말했다.
“앉아만 성공하면 소원이다.”
“빨리 해.”
“흐흐흐.”
자신을 빤히 올려다보는 강아지를 향해 정훈은 온 힘을 다해 외쳤다.
“앉아!”
강아지의 엉덩이가 내려갔다.
“멍!”
짧게 짖는 소리와 함께 강아지가 앉았다. 성공이다.
“아싸아아아아!”
정훈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4강에 진출했을 때와 같은 함성을 지르며 간식의 한 덩이를 통째로 강아지에게 던져 줬다.
“헐, 저게 성공해?”
사랑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정훈의 세리모니를 바라봤다.
그는 한참 동안 기뻐하다가 정사랑의 옆에 착석했다. 그녀는 툴툴거리며 말했다.
“빨리 소원 말해.”
“뭐든 들어주는 거지?”
정훈이 설레며 물었다.
“그래. 대신에 무조건 오늘 할 수 있는 걸로야.”
“갑자기 바뀌었어!”
“그거야 내 마음이지. 싫으면 말든가.”
“그래. 그러면 오늘 할 수 있는 걸로 시켜야지.”
“시킨다고? 너 막 이상한 거 시키지 마라?”
“당연하지. 네가 들어줄 수 있는 거야.”
“아, 너 이러니까 뭔가 불안하다.”
“불안하긴. 내가 얼마나 착한 사람인데.”
“뭔데? 빨리 말해 봐.”
그는 정사랑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든 들어주는 거지?”
“아, 그만 물어봐. 왜 이래?”
정훈은 사랑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오늘.”
“응. 오늘.”
정훈이 점점 다가오자, 정사랑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해서 침을 꿀꺽 삼켰다.
“우리 집에서 자고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