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Kim did such a good job? RAW novel - Chapter 52
52화 Chapter 29 – 안마도 잘하는 김 대리!
“아이고, 뻐근해.”
백진우 차장이 왼쪽 어깨를 잡고 목을 시계 방향으로 돌렸다. 사무실에서는 거의 입을 열지 않는 그였기에 일순 사원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의 옆에 있던 한준호 대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깨 아픈 건 사무직들의 전형적인 직업병 중 하난데.”
“평소에 문제없다가 며칠 전부터 안 좋길래 처음에는 밤에 잘 못 잔 줄 알았는데 계속 안 좋네.”
“병원 가 보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에이, 이 정도로 무슨 병원이야. 조금 참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우우웅.
그때 혜리에게서 커피톡 메시지가 왔다.
하다못해 밉상 박 과장과도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기는 하지만, 정훈도 백 차장과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이번 기회에 이야기도 트고 좋겠지?’
정훈이 슬쩍 일어나며 백 차장에게 말했다.
“차장님, 제가 안마 솜씨가 장난 아닌데, 좀 해 드릴까요?”
“그러면 그럴까?”
거절할 법도 한데, 단번에 승낙하는 걸 보면 상당히 상태가 안 좋기는 했던 모양이다. 정훈은 백 차장과 함께 휴게실에 들어갔다.
“여기 앉으세요.”
정훈은 백 차장에게 시원한 물 한 잔을 건네고 어깨에 손을 얹었다.
“여기가 안 좋으세요?”
“어, 여기부터….”
백 차장은 어깻죽지 바로 위부터 뒷머리로 이어지는 라인을 어루만졌다.
“여기까지.”
“알겠습니다.”
정훈은 백 차장의 목 뒤의 목뼈 사이와 그 양쪽의 근육을 꾹꾹 눌렀다.
“어으.”
“아프세요?”
“아니, 좋아.”
양손으로 천천히 압박하며 귀 밑에서 쇄골로 이어지는 라인까지 부드럽게 주물렀다. 백 차장은 조용히 눈을 감고 정훈의 손길에 근육의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목 옆선을 엄지로 눌러 돌리듯 안마를 마친 정훈은 목뼈의 양옆을 누르며 쓸어 내렸다. 다음은 어깨다. 다른 사람이 하는 것처럼 손가락으로 조물조물 주무르는 건 안마하는 사람의 손이 쉽게 피로해진다.
정훈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안마를 하며 터득한 방법을 꺼냈다. 주먹을 쥐고 손날 부분을 어깨에 올려 돌리듯 누른다.
좌우로 움직이며 목에서 내려오는 어깨 부분을 누른 뒤, 어깨 바로 밑에서 손가락 4개의 마디를 이용해 누르며 쓸어 올린다.
이 행동을 반복하면 안마 비법 끝.
30분이나 안마를 한 뒤에야 백 차장은 어깨를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만해도 되겠다. 수고했어.”
“아닙니다.”
“아니야, 진짜 시원해. 김 대리, 안마 솜씨가 보통이 아닌데?”
“감사합니다.”
백 차장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 실제로 조금 전에는 어깨에 근육이 뭉쳐 팽팽하게 당기고 있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그 뭉친 근육이 풀어져 어깨가 부드럽게 움직이는 게 느껴지고 있었다.
“어디서 안마 배운 적 있나?”
“아닙니다. 어렸을 적에 조부모님 안마해 드리면서 늘었습니다.”
“그렇구먼. 정말 고마워.”
“하하하. 아닙니다.”
“그래, 들어가지.”
그때, 휴게실로 장 부장이 들어왔다.
“부장님 안녕하십니까?”
백 차장과 정훈이 동시에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장 부장은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늘 인상을 구기고 있던 그가 이제는 웃고 다니다니, 참 많이도 변했다.
“둘이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던 건가?”
“아닙니다. 사실, 제가 어깨가 조금 안 좋았는데 김 대리가 안마를 해 줬더니 금방 좋아졌습니다.”
“오, 김 대리가 안마를 잘해?”
장 부장은 반짝이는 눈으로 정훈을 쳐다보았다.
“아닙니다. 좋게 봐 주신 덕분에….”
“자네 혹시 허리 쪽 안마도 할 줄 아나?”
“예?”
***
“아프지 않으십니까?”
“어, 딱 좋아.”
부장실에서 매트리스 위에 늙은 남자가 와이셔츠를 벗고 러닝셔츠만 입은 채 누워 있었고, 젊은 남자가 그 위에 올라타 허리를 마사지하고 있었다.
장한얼 부장과 김정훈 대리였다.
백 차장의 안마를 끝내고 나가려던 참에 장 부장에게 잡혀 와 이곳에서 그의 허리 안마를 하고 있었다.
“부장님, 하나 여쭤봐도 됩니까?”
“뭐든.”
“이런 매트리스를 왜 가지고 계신 겁니까?”
“아, 이거? 가끔씩 방에서 골프 퍼팅 연습할 때 밑에 깔고 하는 거야. 혹시나 소리 들리면 안 좋잖아?”
이제 전적으로 정훈을 신뢰하는 장 부장은 방에서 골프를 연습한다는 사실까지 그에게 털어놓고 있었다.
실세와 가까워진 것에 기뻐해야 할지, 이런 사적인 일을 한다는 것에 슬퍼해야 할지 잘 판단이 되지 않는 정훈이었다.
“어우, 시원해. 그래, 그만하면 됐어. 고생했네.”
말이 끝나자마자 정훈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 부장은 “으어!” 소리를 내며 일어나 허리를 좌우로 비틀었다.
“어, 장난 아니구먼. 시원하고 좋아. 역시 김 대리야. 어떻게 못하는 게 하나도 없나? 이러다가 나중에는 직접 글을 쓴다고 하는 거 아닌가 몰라.”
“하하하하.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고생했고. 고마우니까 내가 한턱 쏘지. 오늘 저녁 한 끼 어떤가?”
“오늘 저녁 말입니까?”
손수 안마까지 하고 나서 받는 보상이 부장과의 회식이라니…. 정훈은 울고 싶었지만 부장 앞에서는 기뻐하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저야 좋습니다.”
“허허. 역시 김 대리는 잘 안 빼서 참 좋아. 요즘 것들은 뭐만 하면 자꾸 빼려고 해서 문제라니까, 쯧쯧.”
“하하… 그러면 전 이제 업무 복귀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안마 고마웠네. 그리고 회식하는 건 다른 사원들한테 이야기하지 말게나. 오늘은 단둘이 식사할 생각이니까.”
“아, 예. 단둘이요. 알겠습니다.”
씁쓸함을 속으로 겨우 삼키고 부장실에서 나왔다.
정훈이 자리로 돌아온 것을 본 혜리는 바로 메신저를 보냈다.
[혜리♥ : 오빠, 부장실에서 뭐 했어요?] [정훈 : 안마했어.] [혜리♥ : 점수 많이 땄겠네! 크, 역시 내가 내조의 여왕이라니까. 고생 많았어요! 이따가 상 줄게요.] [정훈 : 부장님이 끝나고 단둘이 식사하자는데?] [혜리♥ : 헐.]혜리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정훈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세상을 잃은 표정으로 허무하게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
“김 대리.”
“예, 부장님.”
정훈은 최대한 방긋 미소를 지으며 장 부장을 쳐다보았다. 그의 오른손에는 고기를 굽던 집게가 들려 있었다.
“혹시 사장님 만난 적 있나?”
“사장님 말씀이십니까?”
부장이 말하는 사장은 정훈도 몇 번 본 적 없는 회사의 최종 보스, 푸른 하늘 기업 전체를 거느리고 있는 사장이었다.
“아니요. 없습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그래?”
장 부장은 어두운 표정으로 스읍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면 혹시 사장님 딸은 만난 적 있나?”
“예?”
푸른 하늘 사장 딸이라니. 그 사장에게 딸이 있는지도 몰랐다.
“아니요. 누군지도 모릅니다. 얼굴도 본 적 없고요.”
“그래?”
부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장님 직속 비서실에서 따님 관련해서 자네 이야기를 조금 하더라고.”
“제 이야기를 했다고요?”
알지도 못하는 딸과 관련돼서 자신의 이야기가 나온 이유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머릿속 그 어느 곳에서도 푸른 하늘 기업 사장의 딸에 대한 기억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장 부장은 확고하게 이야기했다. 이제 막 소주 두 잔을 마셨으니 취했을 리도 없다.
“그래. 따님이 자네한테 호감이 있는 것 같다더라고. 우연히 알게 됐는데, 자네한테 작가도 하나 소개시켜 줬다고 했는데.”
“저한테요?”
“어. 모르나? 최근 일이라던데.”
부장은 정훈의 잔을 채워 주었다. 정훈은 기억을 되짚었다.
‘최근에 소개받아서 작가를 데려온 일이라….’
정훈의 머릿속에는 1명의 작가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오래된 정성』이라는 작품을 쓰는 강천수 작가다. 그 작가를 소개시켜 준 사람은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났던 한지혜라는 검사다.
그러고 보니 푸른 하늘 기업의 사장 이름이 한태용이다. 한지혜와 같은 성씨를 가지고 있다.
‘설마 그 여자가?’
정훈의 눈이 커지며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을 보고 부장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누군지 예상이 가나?”
“예. 가긴 갑니다. 이번에 계약한 강천수 작가를 소개시켜 준 여자가 하나 있긴 한데….”
“그 여자 맞을 걸세.”
한지혜가 푸른 하늘 사장의 딸이었을 줄이야.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혹시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정훈은 부장에게 미리 말했다.
“아, 그 강천수라는 작가는 인맥으로 데려온 건 절대 아닙니다. 실력 보고 판단해서 받았습니다.”
“아이,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게. 김 대리, 공과 사 확실한 건 내가 제일 잘 알지.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자네는 어떤가?”
“예?”
“사장 따님 말일세.”
“어…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요. 근데 사장님 따님이 한지혜 씨 맞습니까?”
“나도 이름은 잘 몰라. 그런데 같은 한씨면 맞겠지.”
정훈이 누군지 알아챈 듯하자, 마음이 편해진 장 부장은 그제야 만족스럽게 고기를 집어 쌈을 싸 먹었다.
“먹으면서 이야기하게.”
“예.”
정훈도 고기를 먹으려고 하나 집어 든 순간, 장 부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참고로 오늘 있었던 일은 사장님께 알려져서는 안 되네.”
그는 들었던 고기를 내려놓고 조용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몰래 진행된 겁니까?”
“응. 어떻게 알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비서실에 있는 비서 하나가 알게 되어 가지고, 더 위로 보고하지는 않고, 비서실장 선에서 끊고 나한테 연락한 것 같더라고.”
“그렇습니까?”
아마도 그녀를 담당하는 비서가 따로 있는 모양이었다. 친구들과 전화를 하는 걸 듣거나 하는 방법으로 알아챘을 것이다.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저번에 만났을 때 혜리 이야기를 했었는데? 본인도 남자 친구 있다고 했었고.’
확인할 게 생긴 정훈은 자리에서 슬쩍 일어났다.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다녀와.”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휴대폰을 들었다. 지혜는 SNS에 올린다며 같이 식사했던 사진을 찍었었다.
정훈은 회원 가입만 하고 사용한 적 없었던 SNS 앱을 내려받았다. 한지혜의 휴대폰 번호로 검색하자, 단번에 그녀의 SNS를 찾을 수 있었다.
[(3일 전에 업데이트) 우리끼리 솔로 파티!] [사진] [#청춘 #솔로 파티 #인생 뭐 있냐? #솔로 만세!]‘어?’
3일 전에 업데이트했다. 사진에는 그녀의 친구들로 보이는 여성들과 함께 집에서 파자마 파티를 하는 모습이 보였고, 무엇보다 글에 썼던 내용을 보면 솔로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남자 친구 없는데?’
혹시나 며칠 전에 깨졌을까 봐 예전의 기록도 살펴봤지만, 어디에도 남자 친구의 흔적은 없었다. 게다가 정훈과 만났던 날의 며칠 전에는 그녀의 친구가 ‘소개팅시켜 줄까?’라고 묻는 내용도 있는 걸 보면 확실하게 남자 친구가 없었던 모양이다.
‘혹시 그것 때문에?’
그녀와 만났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
“제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돌려서 말하는 걸 잘 못하거든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아,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저 여자 친구 있습니다.”
정훈이 농담조로 말하자, 지혜는 긴장이 풀리는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도 남자 친구 있어요. 하하핫. 다른 게 아니고, 제 친구가 소설을 쓰거든요. 근데 이 친구가….”
***
‘여자 친구가 있다고 말해서 그냥 있다고 한 거였어?’
정훈은 한숨을 깊게 내뱉었다.
마음은 답답했지만, 장 부장이 밖에서 홀로 기다리고 있다. 그는 더 시간을 끌지 않고 자리로 돌아갔다.
부장은 반갑게 정훈을 보며 가장 난감한 질문을 했다.
“그나저나 자네, 여자 친구는 없지? 혹시나 있으면 큰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