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Kim did such a good job? RAW novel - Chapter 62
62화 Chapter 38 – 아이디어가 좋은 김 대리!
회식 금지령이 해제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에 정훈은 그대로 얼어붙어 휴대폰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럴 수가.”
“이거 실화입니까?”
“정말이에요?”
김나희 사원이 황급하게 사무실 문을 열며 출근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나희 씨,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예?”
“혹시 커피톡 봤어?”
“아니요. 급하게 오느라 못 봤는데 무슨 일 있어요?”
정훈이 떨어진 휴대폰을 줍는 사이, 현우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단체 커피톡방의 내용을 보여 주었다.
“헐.”
나희도 금세 울상을 지었다.
“오늘 저녁에 약속 있었는데…. 왜 갑자기 해제된 거예요?”
“우리도 몰라.”
후배들의 불평을 들으며 정훈은 씁쓸하게 자리에 돌아앉았다. 그는 회식 금지령이 해제된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처음에 회식 금지령이 내려진 것도 혹시나 했었는데, 한지혜에게 선을 긋고 나자마자 지금 상황이 된 걸 보면 아무래도 혹시나가 역시나였던 것 같다.
‘어쩔 수 없지. 이게 정상이니까.’
덕분에 장 부장과 박 과장, 둘만 살판이 났다.
위이잉.
동시에 울리는 진동 소리에 회식이 취소되었을 수도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을 품고 휴대폰을 열었다.
[장 부장 : 그리고 이번 주 정기 회의는 내일 제가 출장을 가는 관계로 오늘 오전 10시에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그러면 그렇지.’
기대를 품었던 게 잘못이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다운되어 사원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저는 회의실 정리하러 갈게요.”
송금철은 어깨가 축 처진 상태로 회의실로 향했다.
***
“한 대리. 작가 세미나 얼마나 남았지?”
“3주 정도 남아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슬슬 세미나 준비해야 될 것 같은데. 지금까지 한 대리가 주로 맡아서 진행했지만, 이번엔 김 대리가 맡아서 진행해 봐. 이현우 씨가 좀 도와주고.”
“예. 알겠습니다.”
작가 세미나. 이전에 강천수 작가가 물어봤던 작가 파티와 비슷한 개념이다. 공식적으로는 앞으로 웹소설계의 진행 방향을 토의한다지만, 사실상 회사 소속 작가와 직원들끼리 놀며 얼굴을 트는 자리였다.
이런 준비를 정훈이 담당하는 건 사실상 인력 낭비였지만, 지금까지 한 대리가 맡아 왔고, 이번에 정훈이 맡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작가 세미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작가들이 왔느냐’이다. 잘나가는 작가들이 많이 와야 회사의 권위도 살뿐더러 다른 작가들도 유명 작가들을 만나기 위해 참석한다.
이는 회사를 대외에 알릴 때에도 이미지 메이킹에 큰 역할을 하는데, 그래도 잘나가는 작가를 맡고 있는 편집자가 직접 담당해야 담당 작가들을 참석시키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변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이를 정훈이 맡는다는 건 이제 푸른 하늘 출판사의 메인 작가들을 정훈이 맡고 있다는 뜻이 된다.
“한 대리도 많이 보조해 주고.”
“예.”
“그리고 일단 기본적인 세미나 컨셉에 대해서는… 아직 회의 시간이 여유 있으니까 지금 이야기해 보자고. 한 대리가 일단 간단하게 이야기해 봐.”
“네.”
한 대리는 미리 장 부장에게 언질을 받아 놓은 덕분에 준비해 놓은 사진들을 화면에 띄웠다.
“지난번에는 이런 식으로 중세 시대처럼 오크 통에 와인을 담아 놓고 자유롭게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기계를 시작으로….”
간단히 정리하면 말 그대로 판타지 세상처럼 꾸며 놓은 형태라는 것. 작가 세미나는 매번 이렇게 특정 컨셉을 준비해서 진행하고 있다.
한 대리의 간단한 설명이 끝나고 장 부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사장님께서 직접 참가하신다고 장소는 푸른 하늘 스타디움에서 할 거고, 연예인은 사장님 아드님이 직접 섭외하셨다고 하니까, 그 외의 것만 준비하면 돼.”
“사장님이요?”
사원들의 시선이 장 부장에게 향했다. 신입 사원들은 잘 모르겠지만, 여태까지 세미나에 사장이 직접 참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사장의 얼굴도 보기 힘든 사원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었다.
“응. 중요한 건 아니고, 사장님 아드님이 이번에 군대 전역했는데 연예인 보고 싶다며 직접 섭외하셨더라고.”
“와….”
놀라움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연예인이 보고 싶으면 콘서트에 찾아가는 게 아니라, 직접 불러 버리다니.
‘이게 바로 금수저라는 건가.’
“어쨌든 덕분에 연예인들 섭외 엄청 많이 됐다고 하니까, 작가들 꼭 오라고 해.”
연예인이라는 말에 최원석 대리가 손을 들고 물었다.
“부장님, 혹시 어떤 연예인이 옵니까?”
“한 다섯 팀 정도 올 것 같은데.”
“우와, 그 정도면 거의 드림 콘서트 아닙니까?”
진기용 사원이 감탄하며 다른 사람들을 향해 물었지만, 다들 그저 놀라 말을 하지 못했다.
“어차피 사장님은 잠깐 오셔서 얼굴만 보여 주고 가실 거니까 작가들 위주로 해.”
그때, 조 팀장이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근데 사장님 아드님도 오십니까?”
“그건 왜?”
“재작년에 뉴스에 나오지 않았습니까? 사고 쳤다고.”
정훈도 기억이 났다. 강남 텐프로에서 술을 마시다가 종업원이 인사를 똑바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해 뉴스에 보도되었다.
당연히 크게 합의금을 준 덕분에 법정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자숙의 의미로 사장이 그를 군대로 보냈다고 했다.
“에이, 그게 언제 일인데. 전역했으니까 정신 차렸겠지. 그리고 이번에는 군대 동기들이랑 같이 온다고 하던 것 같은데? 정 걱정되면, 사장님 아드님 테이블 따로 주고 접촉할 일 없게 만들어. 어차피 작가들 만나는 게 아니라, 연예인이 주목적이니까.”
그 말에 조 팀장이 바로 정훈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하라는 뜻이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건 문제없고. 자, 이제 이번 컨셉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고.”
최 대리가 바로 손을 들었다. 원하는 게 있는 모양이다.
“코스프레 컨셉은 어떻습니까? 다들 원하는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로 분장해서….”
부장의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을 보자, 최 대리도 무언가를 느꼈는지 말을 멈추었다. 곧이어 안정수 사원이 바로 손을 들고 말했다.
“그러면 이번에는 조선 시대 컨셉 어떨까요? 작년에는 판타지였다면, 올해는 무협인 겁니다. 다만, 완전 무협보다는 한국의 옛 궁궐 같은 느낌으로요.”
장 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긴 하네. 일단 보류해 두고, 다른 사람은?”
그때, 정훈이 손을 들었다.
“혹시 클럽 컨셉은 어떻습니까?”
“클럽?”
장 부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젊은 사람이라면 몰라도, 부장은 별로 원하지 않는 컨셉이었다.
“예. 시끄럽게 음악이 쾅쾅 울리는 컨셉이 아니라, 대학교 축제에서 음악 나오는 주점처럼 나이트&포차, 이런 형식으로 가는 겁니다. 연예인도 많이 오니까 적절할 것 같고요.”
“오, 그거 괜찮네.”
“그러다가 연예인들 공연 이후에는 조금 올드한 음악 틀어 주면 연배가 있으신 작가님들도 옛 생각 나고 좋으실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젊은 작가들과 중견 작가들 모두 충분히 즐길 수 있겠구먼. 그래, 아주 좋아. 역시 김 대리야. 아이디어가 아주 창의적이고 좋은데? 하하하핫!”
장 부장은 한바탕 크게 웃은 뒤에 회의실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어디, 더 좋은 의견 없나? 있으면 바꿀 수 있어.”
그러나 이미 장 부장이 크게 흡족해한 이상, 더 아이디어를 내 봤자 먹혀들 리가 없었고, 정훈이 제시한 컨셉보다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없으면 이걸로 가지.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이번 주 안에 기획안 잡아서 올려.”
“알겠습니다.”
“더 할 말 있는 사람?”
잠시 침묵이 지나갔다. 이제 꺼낼 말이 장 부장에게는 가장 중요한 말이기에 그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숨길 수 없었다.
“그래, 이걸로 회의는 마무리하지. 그리고 오늘 저녁에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회식 있으니까 1명도 빠지지 말고 전원 참석하자고. 오늘은 디자인팀도 다 불러. 회포를 풀자고! 하하하하핫!”
***
정훈은 오랜만에 한 대리와 단둘이 옥상에 올라왔다. 한 대리는 담배를 물고 있었지만, 정훈은 그저 먼발치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 선배는 이제 세미나 끝나면 바로 가시는 건가요?”
“그러려고. 이미 작가들도 다 인수인계했고, 지금 하는 거는 뭐 크게 없잖아. 다 넘어간 작가들 보조하는 거지.”
“아… 선배 간다니까 조금 섭섭해요.”
“조금만 섭섭해?”
“하하하하하하. 많이요. 그나저나 식당은 언제 개업하시는 거예요?”
“아, 그거 조금 일정이 당겨졌어. 다음 달 말 정도?”
“그렇게나 빨리요?”
“응. 여자 친구가 먼저 일 배우고 있는데, 생각보다 엄청 잘하고 있나 봐. 그래서 장인어른도 허락해 주시고, 거기 직원 에이스 몇 명 데려와서 같이 일하면 될 것 같다네.”
“이야, 진짜 사장님 되시는 거네요. 그 전에 연락 한번 주세요. 그래야 개업식 날 찾아가죠.”
“그래. 고맙다.”
바람이 불어와 정훈의 반대쪽으로 한 대리가 담배 연기를 흘려보냈다.
“선배. 선배는 사장님 아들 본 적 있어요?”
“아니. 본 적은 없는데 들은 건 많지.”
“뉴스요?”
“응. 아무리 군대 갔다 왔더라도 사람은 변하기 참 힘들다는데, 이번에는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겠다.”
“그러게요. 조용히 넘어가고 싶은데.”
“사고만 안 쳐 주면 좋겠다. 그래도 전역한 지 얼마 안 돼서 군기는 들어 있지 않을까?”
“저번 달에 전역했다고 했죠?”
“응. 휴가 나와서 연예인들 누구 섭외할지 골라 놨다고 하더라. 하하하.”
“이야, 근데 진짜 돈이 최고네요.”
“그러게나 말이다. 직접 부르다니. 우리는 상상도 못 할 일이지.”
한 대리는 담뱃재를 세게 떨어내고 재떨이에 비벼 껐다.
“어쨌든 이번에는 테이블 형식으로 해서 작가들이랑 아예 접촉점을 없애 버려야 돼. 사전에 사고를 예방해야지.”
“네. 그렇게 해야 될 것 같아요.”
“근데 너, 나이트&포차 컨셉은 미리 생각해 뒀던 거야? 내가 봐도 괜찮던데.”
정훈은 씨익 웃으며 답했다.
“아니요. 그거 사실 몇 년 전에 예진 코믹스에서 웹툰 작가들 파티 할 때 클럽&주점 형식으로 했었거든요. 거기서 착안했어요.”
“하하하. 응용력 좋네. 어차피 웹툰 작가들이니까 겹칠 일도 없을 테고.”
“네. 맞아요. 하하핫.”
***
“아, 지정석은 아니고?”
“예. 우선 테이블 형식으로 커다란 원탁으로 해서 평균적으로 한 8명에서 10명 정도 앉을 수 있게 해 두는데, 낯가리는 분들 있으니까 4명 이하로 앉을 수 있는 테이블도 준비해 두고요. 거기서 이제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음. 괜찮네. 그리고 가수들은 여기에 나와 있으니까 보고 참고해. 등장 순서도 나온 대로야.”
장 부장은 코팅된 A4 용지 한 장을 정훈에게 건넸다.
가수 라인업은 요즘 대세라는 넵톤, 이송하, 손채영, 프리티걸, 최승호다. 사회자는 요즘 대세 스타 이건우와 아리인.
남자가 둘이나 포함되어 있지만, 최승호는 가요계에서 워낙 실력이 있는 가수기에 귀 정화를 위해 부른 것 같고, 이건우는 그래도 파티에 참가하는 여자 작가들을 위해 뽑은 듯했다. 그래도 사장 아들이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놈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들 초대는 잘되고 있어?”
“예. 대부분의 작가님들이 참석한다고 하셨습니다.”
“잘됐네. 차질 없도록 진행해. 기획안은 아까 말했던 부분만 손보면 될 것 같아.”
“알겠습니다.”
“김 대리.”
“예?”
장 부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정훈을 바라보았다.
“한 대리 나가면 정말 자네밖에 없어. 내가 최 대리를 보고 일을 맡기겠나, 아니면 저 새파란 젊은 사원들을 보고 맡기겠나?”
“하하하….”
맞다고 대답하면 다른 사원들을 욕하는 게 되기에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민망하게 웃었다.
장 부장은 자신에게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정훈은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자네가 보기에 3명 중에 누가 제일 나은가?”
“어떤 3명 말입니까?”
“신입들 말이야. 이번에 들어온 셋은 이제 적응기니까 내버려 두고 이현우, 안정수, 진기용 3명 있잖아. 그중에서 누가 제일 똘똘해 보여?”
이건 대답해야 한다. 누구 하나를 고르는 게 그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래도 실력 차이라는 게 있다. 그게 사회니까.
“제가 보기에는 이현우 사원이 가장 업무도 잘하고, 실수도 없이 일 처리를 잘하는 것 같습니다.”
정훈의 말을 들은 장 부장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역시 자네도 그렇게 느끼고 있구먼.”
“예?”
“나도 그렇게 생각했거든. 이현우 사원이 자네처럼 일을 똑 부러지게 잘하는 것 같아.”
“아, 그렇습니까?”
“그래. 나는 부장실에 있어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회의할 때나 보고 들어올 때마다 비교가 되거든. 그러면 어쨌든 이현우 사원을 제대로 밀어줘서 한번 키워 봐.”
모종의 거래가 있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이걸 라인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하지만,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기도 그렇다.
그와 별개로 회사의 업무에 에이스는 늘 필요한 법이다. 아무리 정훈이 일을 잘한다고 하지만, 1명으로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알겠습니다.”
“그래. 가면서 이현우 사원 들어오라고 해.”
“예. 가 보겠습니다.”
정훈은 인사를 하며 부장실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