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적응하는 야생의 힘
즐거운 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만큼 시간이 금방 지나가는 경우는 없다고 했던가?
농사일에 열중하기 시작한 덕분인지 순식간에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휘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네, 이거.”
이토록 즐거웠던 일이 어째서 과거에는 그리도 하기 싫었던 걸까?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뭐, 그때는 각성하지도 않은 일반인이기도 했고, 아직 철이 덜 든 나이였으니 어쩔 수가 없다.
고된 노동보다도 친구들과 노는 것을 더 좋아할 나이였으니까.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 입맛이 변한다는 말처럼 지금의 고된 노동은 진우에게 있어서 삶의 활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쩝. 이러니까 완전히 어르신 다 된 것 같네.”
세상 다 산 것처럼 말하는 20대 중반이라니.
이장님께서 보신다면 애늙은이 다 됐다면서 혀를 차실 일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과거에는 그리도 싫었던 일이 지금은 안 하면 죄를 짓는 것같이 보람찬 것을.
꾸와아아악!
위이잉~
꺄꺄꺄꺄!
“그래, 너희들 보는 맛에 더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진우의 귀농 생활에 크나큰 활력소가 되어 주는 것.
그것은 농사도 있지만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가축과 약초맨들의 덕도 빼놓을 수 없다.
자고로 인간이란 외로움을 탈 수밖에 없는 생명체다.
일을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이것은 더 이상 노동이 아니라 함께 활동하는 영역이 되어 버린 지 오래.
물론 보통이라면 말이 통하지 않는 동식물이기에 크게 교감할 수야 없겠으나 진우에게는 만능의 소통이라 할 수 있을 특성, ‘야생을 받아들여라’가 있지 않은가?
거기에다가 ‘야생을 받아들여라’는 엄연히 전설 등급의 영단에서 획득한 특성.
진정한 힘은 그저 교감적인 부분에서만 발휘되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 야생을 받아들여라
└ 천년 묵은 핑크 옐로우 인시리움의 염력 : 중력을 조절합니다. 무게가 가벼울수록 소모되는 마나의 양이 증가합니다. / 마력+6
같은 ‘핑크 인시리움’’종이라고는 해도 핑크 뒤에 ‘옐로우’가 붙은 영향일까?
천묵이의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추가된 천노묵이의 힘.
“나쁠 건 없지.”
‘숲의 주인’이나 신용도와 마찬가지로 ‘야생을 받아들여라’로 얻어지는 힘은 다다익선이다.
좋으면 좋았지, 나쁠 것이 전혀 없다는 뜻.
덧붙여서 종은 똑같다 보니 얻어지는 중력 효과는 똑같지만 천묵이와 다른 점이라면 천노묵이의 중력 조절은 가벼울수록 마나의 소모량이 증가한다는 거다.
“무거울 것을 움직일 때는 천노묵이의 힘을 쓰면 되겠는데?”
반대로 가벼운 것을 들어 올릴 때는 천묵이의 힘을 쓰면 될 일.
게다가 비슷한 효과라고는 해도 엄연히 별개의 힘들이기에 쿨타임이 따로 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일 터.
또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상황인 만큼 진우에게 추가된 야생의 힘은 천노묵이의 것 하나로 끝이 아니다.
└ 뮤린의 독 면역 : 독에 대한 면역성이 생겨납니다. 최대 체력의 2배 이상으로 지독한 맹독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 체력+5
└ 얀드라고라의 시선 : 집착 어린 시선으로 대상을 노려봄으로써 위축시킵니다. 단, 자신보다 능력치의 총합이 높은 대상에게는 효과가 약해지며, 당신에게 어떤 감정으로든 관심이 있다면 흥미를 증폭시킵니다. / 마력+3
“어, 어떻게 독버섯을 먹고도 살아 있는 건가 주인?”
“녀석. 독버섯 먹인 거는 알고 있구나?”
“그, 그것은…….”
“독.버.섯인 거는 알고 있었다는 거네?”
“커, 커커커! 이것도 다 주인의 면역성을 길러 주기 위한 나의 치밀한 계획이었다!”
“그래, 그렇다고 치자고.”
미운 정도 오랫동안 함께하다 보면 고운 정이 된다는 말처럼.
버섯 녹각족인 뮤린에게서도 힘을 획득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동기(?)라고도 볼 수 있는 시오와 비교하면 참 늦게도 획득한 힘이지만, 그런 만큼 효과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독에 대한 면역.
게이트의 환경마다 대부분 존재하는 독초에 의한 영향 속에서도 진우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
어디 그뿐이겠는가?
현재 대놓고 적대 관계에 놓인 니드호그와 그 밑의 쫄따구 여섯 마리의 뱀들까지.
스바프니르의 경우도 그렇지만 일단 뱀 하면 독부터 떠오르니 면역성을 길러 둬서 나쁠 것은 하나도 없다.
“그건 그렇고……. 왜 만드라고라가 아니고 얀드라고라인 거지?”
뮤린의 힘과 함께 더불어 획득한 ‘얀드라고라의 시선’’.
마치 천노묵이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 생겨난 힘.
이름이 뭐랄까.
꺼림칙하긴 했지만 뭐 어떡하겠는가?
“효과만 좋으면 장땡이지.”
옵션만능주의의 헌터 사회에서는 효과만 좋으면 만족일 뿐.
특히나 대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앞으로 세계적으로 비즈니스 활동을 해야 하는 진우에게 있어서 좋으면 좋았지, 나쁠 것은 하나도 없다.
이미 ‘뱀의 혀’가 톡톡히 그 효과를 보여 주지 않았던가?
말빨과 시선으로 대상을 쥐 죽은 듯이 만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입증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다만…….
“위축만 있지 않다는 게 문제긴 한데.”
‘흥미를 증폭시킨다’라.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 궁금한 것도 잠시.
그 효과를 알게 되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을 기다릴 필요도 없었으니,
두두두두두-
“헬로우! 진우!”
“안녕하세요, 진우 씨!”
“……어?”
이제는 익숙한 헬기 소리와 함께 찾아온 미국의 대통령 테일 로렌트와 유리 자이스.
후자의 경우에는 대환영이지만 전자는 좀……. 낄 땐 끼고 빠질 땐 빠질 줄 알아야 할 텐데 그런 것을 바랬다면 애초에 찾아오지도 않았을 일이다.
[매혹을 사용하기에 최적의 타이밍입니다.] [매혹이 자동적으로 발동합니다.]거기에 추가로 발동되는 팔미호의 여우구슬 귀걸이에 담긴 추가 효과.
“너마저도 이러기냐?”
[팔미호의 여우구슬 귀걸이(신화)]– 여우 일족 중에서도 상당한 경지에 도달한 팔미호의 여우구슬을 세공함으로서 완성한 귀걸이입니다. 매력을 대폭 상승시키며, 이성의 흥미를 이끌어 냅니다.
※ 주의! 너무 잘생기거나 아름다운 이가 착용할 경우 동성에게도 적용됩니다.
더군다나 눈치 없는 아이템까지.
어째 오늘은 무척 복잡한 하루가 될 것 같은 기분이다.
* * *
“오랜만이에요. 근데 어째 진우 씨는 더 멋있어지시는 거 같아요?”
“하하, 그런가요?”
접점이 전혀 없는 중국과는 달리 미국은 진우에게 있어서 꽤 쓸 만한 패 중 하나다.
당장에 힘이 부족한 개인이었던 진우가 중국을 대상으로 크게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은근히 뒤를 지원해 준 미국의 힘도 무시할 수는 없었으니까.
허나 그렇다고 한들 갑을 관계를 따지고 본다면 엄연히 ‘갑’에 속하는 건 진우 자신이었다.
“납품하기로 한 물품들은 전성을 통해서 유통될 거예요.”
“배려 감사드려요.”
첫 번째로 다른 국가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농작물의 납품량.
과거라면 모를까.
이제는 세상에 대놓고 알리게 된 진우의 수확물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소량으로 수확하는 핑크 인시리움은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들 정도!
또한 진우가 갑의 위치에 설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농부로서의 역량만 있는 것이 아니다.
“흠흠, 그건 그렇고 이런 일로 찾아뵙게 되어서 죄송해요.”
“아뇨, 뭘. 약속했던 부분이기도 한 일인데요.”
오로지 진우만이 제공해 줄 수 있는 두 번째.
그것은 드워프의 제작 의뢰 부분이다.
전 세계의 모든 대장장이와 겨루더라도 꿀리지 않는 종족인 드워프.
오랜 세월 동안 쌓인 노하우를 같은 동족이 아니고서야 누가 이길 수 있겠는가?
거기에다가 진우와 함께하는 드워프는 그룩 토르산 혼자만 있는 게 아니다.
“새로 오신 드워프 중에 만트 데름 님도 있으신데, 그분께도 부탁드려서 최대한 빠르게 작업해 드릴게요.”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아무래도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둘이 하는 게 더 빠를 테니까요. 저도 이번에 도움받은 게 있고 이 부분은 유리 씨니까 해 드리는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자이스 가문은 은혜를 잊지 않을 거예요.”
중국에서 강탈해 온 드워프인 만트 데름의 도움까지.
무려 드워프가 더블이었으니 작업 속도는 물론이요, 완성품의 값어치 상승은 따 놓은 당상일 터.
흐음…… 이러고 보면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는데.
그래서 우리 김유진 양이 강탈의 공주가 된 건가?
뭐, 그건 그렇고. 유리 자이스와 대화를 더 나누는 것도 좋겠지만, 거물 양반 한 명이 더 있는 판국에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반갑습니다. 미국 대통령님.”
“하하, 말 편하게 해도 괜찮아.”
“……한국어 잘하시네요?”
“진우 친구의 가치를 생각하면 배워 둬서 나쁠 것 없지. 한국은 미국의 중요한 우방국이기도 하니까 말이야.”
그러고 보니 과거에 처음 만났을 땐 통역사가 붙었었는데 이번에는 통역사 없이 찾아왔다.
유리 자이스가 한국과 영어를 둘 다 할 수 있다고는 해도 전문 통역사와는 비교가 될 수밖에 없으니까.
그나저나 이제는 번역 기능이 붙은 리본 비단 손수건이 있는 진우이기에 영어로 말하더라도 알아듣긴 했다만…… 이건 굳이 알려 줄 필요는 없겠지?
‘이참에 한글을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니.’
진우도 번역 기능으로 듣는 것보다는 유창한 한글로 대화하는 게 더 편했다.
“그런데 의뢰가 목적이시면 유리 씨만 보내도 괜찮은 거 아니었나요?”
“거참. 말 편하게 해도 괜찮다니까 그러네.”
그게 말이 쉽지.
이장님 뻘 되는 나이를 먹은 사람한테 반말을 어떻게 쉽게 하겠는가?
자유를 중시하는 서양과는 다른 동양의 문화권.
그래도 더 내버려 뒀다가는 계속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 테일 로렌트를 보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니, 거의 100% 확실하게 보겠지.
‘이놈의 아이템. 매혹은 액티브라며? 액티브라며!?’
액티브라고 쓰고 패시브로 읽는 것도 아니고.
자동 발동되는 매혹 효과 때문에 이래저래 골머리를 앓는다.
“……테일이라고 부르면 될까?”
“물론이지. 앞으로 잘 부탁해 진우.”
그제야 뾰로통(?)한 표정을 풀어 보이는 테일 로렌트.
진짜 이렇게 보면 괜히 미국에서 또라이로 취급받는 대통령이 아니구나 싶기도 하다.
“물론 자이스 가문의 자녀분께서 일 처리는 확실하시니 상관없지만, 사람이 사람을 보고자 하는데 이유가 필요하겠나?”
“아…….”
이 양반이 왜 이래, 약 먹었나? 아, 매혹을 먹긴 했지.
근데 유리에 비해서 유독 잘 듣는 매혹의 힘.
괜스레 끼치는 소름도 잠시.
진우에게도 구원자가 도착했으니,
“슬슬 찾아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은 했지.”
“오, 그룩! 오랜만일세!”
“네 녀석의 얼굴을 이렇게 보게 될 줄이야. 오늘은 재수가 없겠어.”
“허허, 이거 섭섭하게 왜 이러나? 내가 지원도 아끼지 않았잖나.”
“그거야 그렇지. 만트 녀석한테 들어 보니 확실히 미국이 만트가 있던 곳보다는 좋았어. 그래도 진우 괴롭히지 말고 이리 와서 술이나 한잔하지. 어떤가?”
“나야 환영일세!”
중국 주석인 리샤오링을 만나고 싶지 않아 하는 만트와는 달리 의외로 사이가 좋은 그룩과 테일 로렌트.
어찌 되었든 그룩 덕에 상상할 수 없는 큰일은 피하게 된 진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