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농부와 요정, 그리고 감자
경쟁자의 숫자만 해도 수천, 수만 개에 달할 정도로 많은 각성자가 개설한 것이 바로 뉴튜브 채널이다.
그러나 그러한 각성자 중에서 힐링을 콘텐츠로 삼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끽 해 봐야 생산직으로 각성한 대장장이나 연금술사의 가공 정도가 고작일 뿐.
물론 일반인들의 채널까지 확대한다면 귀염 터지는 동물이나 농사짓는 모습 등이 나오긴 했다.
하지만 이러한 것은 상상도 못 했을 거다.
– 세상에 무슨 오리가 농사를 지음?
– 하여튼 요즘 젊은 것들은 배움이 이렇게 부족해 가지고. 오리농 법이라고 모르냐?
–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무슨 오리들이 저렇게 똑똑하냐는 거지.
– 새대가리라고 무시하지 마셈. 님 보다 똑똑함.
– 근데 저건 똑똑한 수준을 넘어서긴 했음. 무슨 자동 시스템도 아니고 명령이나 먹을 것을 통한 유도도 없이 알아서 척척 잘하네.
– ㄹㅇ 개 신기함 ㅋㅋㅋ
– 이 사람 농작물이 대량으로 풀린 비밀에는 다 오리들이 있었다 이 말이구만?
– 진짜 황금 알을 낳는 오리들이네.
진우의 명령을 받지 않고 스스로 농사일에 여념이 없는 팜오리.
뭐, 몇 번이고 본 진우의 입장에서야 이제는 일상인 풍경이지만 처음 보는 이들에게는 이만한 구경거리가 또 없다.
척척 군인마냥 오와 열을 맞춘 채 알아서 농촌의 벌레를 잡아먹고 작물들이 건강하게 자라게끔 지압도 해 주는 센스.
더군다나 어디 팜오리의 매력이 이것뿐만이겠는가?
삐! 삐삐삐!
삐이읶!
삐에엑!
– 꺄악! 새끼 오리 미쳤다.
–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 이거 분양은 안 하나요?
– 진심으로 한 마리 데려가고 싶다.
다 큰 어른 팜오리들이 능숙하게 일 처리를 하는 모습에서 매력이 느껴진다면 응애 팜오리들의 매력 포인트는 누가 뭐라고 해도 귀여움이다.
뽀짝- 뽀짝-
어른 오리들의 행렬 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각자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응애 오리들.
허나 영상을 시청하는 이들에게는 그저 계속해서 되돌려 보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지닌 부분이다.
– 벌써 몇 번째 돌려 보는 건지 모르겠네.
– 하루 종일 봐도 안 질릴 듯.
– 주인장 1시간짜리 반복 영상 만들어 줘!
“이거 반응이 엄청난데?”
– 오리들이 워낙에 귀여우니까요.
어느 정도 호응이 좋을 거라 예상하기는 했지만 이건 예상 밖으로 너무나도 좋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귀농의 풍경과 오리들의 모습에 나날이 늘어나는 구독의 숫자.
이 인기에 힘을 실어 준 것은 그저 팜오리들만의 활약만이 아니다.
깡- 까앙- 깡-!
– 와, 대장장이! 와, 드워프!
– 드워프가 무구 만드는 장면 처음 본다.
– 진짜 신통방통하네. 어떻게 몇 번 뚝딱였다고 저런 모양이 되지?
– 대장장이인데 영상으로 가르침 좀 받겠습니다.
– 저거 무구는 판매 안 하나요? 얼마가 되었든지 지불하겠습니다!
– 제작 의뢰는 안 받을까요? 재료랑 돈도 다 선입금해 드릴게요!
다른 일반적인 생산직의 대장장이도 아닌.
드워프가 직접 무구를 제작하는 장면.
잘 모르는 이들의 눈에는 그저 용광로에서 후끈거리는 철을 꺼내 망치질을 하는 것이 고작일 테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그걸 두드리는 것이 인간이 아닌 드워프라는 거다.
엘프와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지 대부분은 비밀로 숨겨진 종족.
손만 댔다 하면 유니크에, 전설에 마구잡이로 찍어 낼 수 있는 신의 손.
그 실력에 찬사를 내보이는 이들과 더불어 가르침을 구하는 대장장이부터 나아가서는 광고 의뢰를 넣는 것마냥 제작 의뢰를 맡기는 이들까지 속출할 정도!
지금 당장에야 진우가 제작할 무구나 도구가 많기에 후자의 경우에는 패스하겠지만 추후에는 또 모를 일이다.
“실력 있는 대장장이가 확실히 좋긴 좋아.”
막말로 대장장이는 의뢰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만약 드워프의 제작 실력이라면 어떠할까? 가능만 하다면야 돈을 싸 들고 와서 부탁하고도 남을 일.
그룩이나 만트나 노동으로 고생 좀 하겠지만 진우가 또 어디 그냥 날로 먹는 나쁜 사장이던가?
“열심히 해 드리는 만큼 챙겨 드리면 되니까.”
대충 드워프에게 맛난 술을 양조해 주면 서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부상조의 관계가 될 터.
하지만 진우의 방송 속.
진정한 다크호스는 팜오리도, 드워프도 아니었으니,
“이게 뭐 하는 거예요?”
“아, 우리 공주님 오셨어요? 여기, 약속했던 거 만들어 왔는데 한번 맛 볼래?”
“우와앙! 맛있겠다!”
영상 속.
진우가 건네주는 천연 꿀딸기 음료에 환장을 하고 달려드는 김유진.
누가 강탈의 공주 아니랄까 봐.
댓글을 다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싹 다 강탈해 버리는 유진 공주님.
요정 찻집의 알고리즘을 타고 온 이들의 마음을 인정사정없이 털어 버리셨다.
* * *
새롭게 채널까지 개설하고 시작하게 된 뉴튜브.
뉴튜브의 중요성은 단순히 진우의 이름을 알리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중요하다는 건 충분히 알았으니까.”
이번에 중국에서 벌인 선전 선동.
나름 잘 대처하긴 했지만, 만약 그때 당시 진우에게 뉴튜브 채널이 있었다면 해명을 하는 것도 수월했을 거다.
뭐, 반대로 채널이 테러당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적어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진우의 목소리를 내주는 것은 물론이요, 수익 창출까지 노려볼 수 있는 공간.
허나 그렇다고 해서 오로지 여기에만 몰두할 생각은 전혀 없다.
“주객이 전도될 수야 없지.”
진우의 직업은 누가 뭐라고 해도 농부다.
그리고 자고로 농부라 한다면 뭐니 뭐니 해도 농사가 가장 최우선이다.
꾸왁, 꾸와아악!
위에엥?
“하하, 미안, 미안.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할게.”
삐삐삐삐!
……물론 그렇게 말하는 것치고 농사는 오리와 꿀벌 등에게 맡기고 돌아다니기 바빴지만 이건 어쩔 수 없다.
농작물을 유통하고 판매하는 등.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 간 서로 얽히고설킬 수밖에 없다.
좋든 싫든 간에 모든 일은 유기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아무튼 진우의 목소리를 낼 수도 있고, 수익 창출이 허락되면 적지 않은 이득까지 안겨 주게 될 뉴튜브 채널 관리는 몰리에게 맡겼겠다.
진우는 그사이에도 밀리고 밀린 농사일을 처리하기 바빴다.
“역시 흉년보다는 풍년이 좋긴 좋아.”
농부로 조금 생활하다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풍년일 때 싫어하는 일도 생긴다.
아무래도 수요와 공급이 있다 보니 과도하게 공급되다 보면 도리어 풍년보다 흉년이 더 버는 경우가 나오기도 한다.
괜히 밭을 갈아엎는 경우가 있겠는가?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보통의 농부’.
각성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일 뿐.
다른 이들과 경쟁이 붙는 농작물이라면 모를까.
적어도 진우는 이 부분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유기농 한무 감자(희귀) 수확에 성공했습니다.] [보석 벌꿀(유니크) 수확에 성공했습니다.] [유기농 딸기(희귀) 수확에 성공했습니다.]…….
아이템화된 농작물.
그리고 그에 따른 능력치 보너스까지 붙어 있으니 각성자들에게는 이만한 상품이 또 없다.
효과 때문에 몬스터의 피를 정제, 응고시킨 맛없는 포션을 먹을 필요 없이 맛 좋고 신선한 작물을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장점일 테니 말이다.
“휴, 일단 얘들이 고생해 둔 건 다 수확했고. 나머지는 좀 더 무르익어야겠지.”
※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 : 자연과 관련된 것이 더 건강하게, 더 빠르게 자랍니다. 한 번 적용된 이후 거리 유무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적용됩니다.
※ 태초의 기적 : 손에 닿은 태초의 모든 것의 성장 속도를 증진시킵니다.
거기에다가 각각의 농작물마다 적용되는 진우와 유진의 특성 효과로 이루어진 작물 성장 속도 증진의 중첩까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시너지!
다만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 일거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단점도 있다.
“휴농을 할 틈도 없구나.”
쉴새 없이 회전되는 작물의 연속.
팜오리와 약초맨들을 비롯한 가축들이 도와줘서 망정이지.
진우 혼자였더라면 제아무리 ‘굳건한 체력’을 통해 지치지 않는 몸이 되었다 해도 정신적으로 질렸을 것이다.
“흐음, 이번에 파밍을 좀 빡세게 하긴 했나.”
또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라고 했던가?
한국과 일본.
이제는 중국까지.
아시아의 강대국들은 죄다 들려서 정복한 숲 게이트.
특히나 중국은 넓은 땅의 크기만큼 게이트의 개수도 상상 이상이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은 6개의 게이트.
하지만 당연하게도 많다고 해서 포기할 진우는 아니다.
“빠트리지 않고 몽땅 다 정복했지. 후후후.”
* 숲의 주인
└ 아이언 그루트의 숲 (민첩+2, 체력+2)
└ 늑대곰 동굴 (체력+5)
└ 독초 늪지대 (마력+4)
…….
‘숲의 주인’에 의해서 정복한 숲의 특성만큼 추가로 얻는 능력치들을 어떻게 참겠는가?
각성자가 된 입장에서 전부 다 취해 줘야 만족할 터.
하물며 숲의 환경은 농부인 진우에게도 이래저래 챙길 것이 넘쳐 난다.
“정말이지 숲은 버릴 게 하나도 없다니까.”
중국인들의 무자비한 착취 속에서도 태생부터 풍요로운 공간답게 꿋꿋하게 존재하던 군락지.
헌데 이제는 착취가 아니라 보살핌으로 바뀌었으니 군락지가 한껏 빛을 발휘하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덕분에 고생 좀 하겠지만. 그걸 행복으로 받아들이는 요정도 있으니까.”
이번의 중국 게이트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얻은 것은 단순히 던전 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첫 숲을 정복하던 와중에 발견했던 요정인 에르.
중국인들이 잔뜩 착취하는 환경 속에서도 들키지 않고 놀랄 만한 군락지를 형성한 실력은 어디 안 간다고.
진우가 열어 준 게이트의 공간을 오고 다니며 약초나 작물들이 잘 성장하게끔 돌봐 준다.
– 어디 돌봐야 될 새싹은 더 남아 있는가?
“저쪽에 있긴 한데 말이죠.”
– 금방 가겠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 고, 고생은 무슨! 너 같은 인간 따위보다 요정인 내가 더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 줄 뿐이다! 세계수 님과 대지모신 님도 날 좀 더 굽어살펴 보시겠지!
“그럼요.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 흐흐흐흐!
뭐랄까.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참 인재를 다루는 것에 마스터에 이른 경지.
이것도 다 짐꾼 생활로 다져진 눈치다, 이 말씀!
그래도 진우도 양심은 있다.
돈 한 푼 주지 않고 부려 먹는 악덕 업자도 아니고 말이야.
애초에 진우가 가장 좋지 않게 보는 부류가 그런 양심 없는 사람들이기도 했으니까.
“에르 님은 감자에 소금이 좋아요? 설탕이 좋아요?”
– 그게 무슨……. 감자는 당연히 날것 그대로 먹는 게 상식이지 않나? 하여튼 인간들은 이렇게 무식해서 원!
“에이, 그냥 둘 다 드셔 보세요.”
– 흥! 날 것 그대로의 맛을 모르는 한심한…… 응?
“어때요? 맛있죠?”
– 흐음? 그런대로 먹을 만하군. 큼큼. 혹시 더 없는가, 인간이여?
“안타깝게도 없네요.”
– 그, 그런……!
나라 잃은 표정으로 입속으로 직행하고 없어진 감자를 찾는 에르.
그 모습에 진우는 능글맞은 웃음과 함께 용혈 가방에 보관 중이던 감자들을 꺼냈다.
“날 것이 없다는 소리였는데요? 구운 감자랑 찐 감자는 어때요? 드워프 분들이 만들어 주신 도구로 쪄내서 더 맛있을걸요?”
– 이런 게 있으면 처음부터 줬어야지!
“싫어하실 줄 알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다음에 더 준비해 올게요.”
– 큼큼, 그럼 부탁 좀 할게.
“아뇨, 부탁은 제가 더 해야 하는데요 뭘. 농작물 잘 자라게 돌봐 줘서 고마워요.”
뉴튜브 채널의 관리를 맡은 몰리처럼.
세상에 감자를 싫어하는 요정은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