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17
117화 숨겨진 게이트, 꿀벌 동산
요정 여왕의 콧대 높은 자존심을 무너트린 꿀 가래떡.
보석 꿀벌들이 한 땀 한 땀 비축과 숙성을 거듭한 꿀과 진우가 직접 키운 쌀을 빻아 만든 가래떡이었다.
확실히 여기까지는 좋았다.
다만, 그 위력이 너무나 뛰어나도 문제였다.
“근데 안 돌아가셔도 괜찮습니까?”
– 나는 괜찮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아니, 그게 아니라 정보 수집을 하셔야 되는 거 아닌가 해서요.”
– 후후후, 요정의 힘을 인간의 상식선에서 생각하지 말아라. 지금 이곳에 있는 건 나의 본체이기도 하면서, 분신이기도 하니까. 게다가 정보 수집을 위한 준비는 늘 만전을 기하고 있으니까.
“…….”
요정 찻집? 혹은 요정계?
본인의 집으로 돌아갈 생각도 하지 않고 진우의 농장에 완전히 한 자리 차지한 티타니아였다.
요정이라한들 자그마한 크기라고 해서 얕봐서는 안 된다.
오물-
– 으음! 맛있구나, 맛있어!
진우의 어깨에 앉은 상태로 입 안에 넣고 있는 꿀 가래떡의 개수만 해도 벌써 두 자릿수를 가볍게 넘어간다.
오물오물-!!!
현실의 먹방 뉴튜버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복스럽게 먹어 치우는 엄청난 식욕!
그 자리에서 꿀 가래떡을 먹어 치우는 것은 물론이요,
감자까지 그 자리에서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운다.
– 더 줄 수 있겠나?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양이 부족한 것일까?
기어코 세 자릿수를 갱신해 보이겠다는 의지를 티타니아는 내보였다.
그녀는 요정 특유의 순진한 눈빛으로 손을 내밀어 보였으나 이미 진우는 요정들의 본 모습, 자본주의에 찌들대로 찌든 모습을 잘 알고 있다.
“죄송하지만 다음부터는 그냥은 못 드리겠네요.”
– 치사하게 먹을 것 가지고 그러는 건가?
“글쎄요. 치사하다는 부분을 논하기에는 드신 양이 너무 많지 않나 싶은데요?”
– 큼, 크흠흠. 뭐, 이 작은 내가 얼마나 먹으면 먹는다고 그러는 건지 원.
말은 그렇게 해도 그제야 정신없이 먹었던 것을 깨닫고 부끄럽기는 했다는 듯.
입을 삐죽 내민 채 티타니아는 툴툴거렸다.
꿀꺽-
그러면서도 시선은 여전히 꿀이 담긴 병으로 향하며 입맛을 다셔 보인다.
하긴, 한 번도 안 먹어 봤으면 모를까.
이 달달함을 알고도 한 번 먹고 끝내는 경우는 쉽게 못 본다.
당장 그 예로 유진이가 있지 않던가?
물론 진우도 먹을 것 가지고 치사하게 구는 것은 썩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먼저 치사하게 나온 건 그쪽이니까.’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해도 A4용지 1장 정도 되는 정보 몇 개로 6천억 원을 요구하다니.
목숨이 걸려 있는 정보라고는 해도 정도가 있는 법 아닌가?
그렇기에,
“정 원하시면 뭐 쓸 만한 정보라도 제공해 주시던가요. 그래야 계산이 맞지 않겠어요?”
운을 띄우며 쓸 만한 정보를 캐내려는 의도를 내비치는 것도 잠시.
– 알겠다. 정보를 원한다 이거지? 이거면 괜찮을까?
“…….”
꿀 가래떡의 위력.
그것은 운을 띄우기도 전에 요정 여왕이 정보를 불게 만드는 마법의 음식이었다.
* * *
요정 찻집이 제공하는 정보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특정인의 목숨이 걸려 있는 의뢰와 관련한 정보부터 펠기르브의 약초학 같은 공략 종류의 팁들까지.
셀 수도 없이 많은 종류를 자랑하는 정보들.
그러나 각성자.
헌터들이 가장 선호하는 정보라고 하면 누가 뭐라 해도 파밍.
특히나 히든 피스 쪽이다.
한 가지 예로 진우가 구매했던 지그룸의 히든 피스인 불보의 존재 같은 것.
그리고 이번에 티타니아가 제공해 준 정보 역시 따지고 보자면 후자의 것이다.
“정말 이런 곳에 게이트가 있다고요?”
– 물론이다. 요정은 모르는 게 없다고.
무려 정부에게 발견되지도 않은 게이트라니.
이것만 봐도 확실히 ‘변종’에 속하는 게이트였다.
허나 특이한 것은 이 게이트의 경우 생겨난 지 벌써 5년이나 지난 상태라는 거다.
“5년 동안 발견되지 않는 게 가능한 일인가?”
– 인간 사회의 사고방식에만 얽매이지 마라. 게이트 내부에 살아가는 생명체의 생활 방식에 따라서 달라지기 마련이니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다른 곳에서도 흔히…… 까지는 아니어도 더디게 발견되는 경우가 있으니.
보통은 제아무리 변종이라고 해서 정부가 파악하지 못한다고 해도 몬스터 웨이브가 발발함으로서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인데, 이번 게이트는 5년 동안 걸리지 않았다.
예컨대, 그 시간 동안 단 한 번의 몬스터 웨이브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뜻.
그것만으로도 말도 안 되는 일인데 티타니아는 더욱 큰 정보들을 연이어 풀어 주었다.
– 그 게이트에는 다양한 종류의 꿀벌들이 존재하기에 우리 요정들은 ‘꿀벌 동산’이라고 부르고 있지.
게이트에 존재하는 몬스터가 다름 아닌 꿀벌이라는 것.
게다가 ‘다양한’이라는 말로 알 수 있듯이 보석 꿀벌 외에도 다양한 벌꿀이 살아가는 던전이라는 점.
“아하? 그곳에서도 제가 꿀을 채집한다면 먹겠다. 뭐 그런 목적인 겁니까?”
– 부, 부정하지는 않겠다.
뻔히 보이는 속셈이기에 부정 없이 긍정하는 티타니아.
하기사 여왕도 요정이고 입이 달려 있는데 맛 좋은 음식을 거부할 수야 있겠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냄새가 난다.”
한 번도 안 먹어 봤으면 모를까.
진우 또한 보석 벌꿀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은 매한가지다.
“달콤한 돈 냄새가.”
다양한 벌꿀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은 진우로서도 상당히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 * *
요정들이 꿀벌 동산이라고 명명한 게이트.
그 이름에 걸맞게 입장과 함께 보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꿀벌의 세상이었다.
위잉~
위이이잉~
위에엥~
보석 꿀벌과 비슷하게 빨간빛과 초록빛의 보석이 박힌 꿀벌들과 더불어 장수말벌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크기를 자랑하는 거대한 꿀벌까지.
각양각색의 꿀벌들이 활동 중인 공간.
그 모습에 조금은 이질감도 느껴진다.
“아예 분쟁이 없는 것 같은데?”
곤충이 섭취하는 꽃의 꿀과 같은 한정적인 자원이 있다면 꿀벌 간에도 자원을 독점하기 위해 견제를 하거나,
심한 경우 무력을 동원한 분쟁이 일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굳이 인간이 아니더라도 몬스터들끼리도 먹이를 독차지하고자 치고 박고 싸우는 걸 짐꾼 시절에 심심치 않게 목격한 진우이지 않던가?
그러나 몬스터.
그중에서도 꿀벌들은 상상 이상의 평화주의자들이었다.
– 싸울 이유가 없으니 당연한 거 아니겠나? 꿀벌들도 아는 것이지. 과하게 꿀을 모으는 것보다 적절히 꽃가루를 흩뿌리면서 꽃의 군락지를 늘리는 것이 더욱 이득이라는 것을.
생김새와 모습은 다를지언정 모두 다 꽃가루를 머나먼 곳까지 흩뿌릴 수 있는 충매화 과정.
– 다만, 둥지는 건드리지 않는 걸 추천하지. 꿀벌들의 역린을 건드리는 짓이니.
“구태여 말씀 안 하셔도 저도 그 정도 상식은 있습니다.”
다만 제아무리 평화를 선호하는 꿀벌들이라고 해도 무릇 발작 버튼은 존재하기 마련.
원래 착한 사람이 화나면 제일 무섭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도 이런 걸 보고 가만히 넘어갈 수는 없지.’
꿀벌의 가장 기본적인 생산품인 벌꿀을 비롯하여 밀랍과 로열젤리, 프로폴리스 등.
한두 개도 아니고 자그마치 다수의 꿀벌 둥지가 있는 듯한 풍경.
달리 말하자면 수많은 꿀벌의 종류만큼 여왕 꿀벌도 다수 분포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하나하나 그 여왕들을 길들이는 것만으로도 진우가 얻게 될 부가적인 이득은 셀 수 없이 많아진다.
그렇다면 시간이 금인 만큼 지금 곧장 길들이는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인지상정일 터.
– 우선은 군단장 꿀벌들과 친해지는 것이 정석이다. 요정들도 그리 했으니 내가 팁을 주겠다.
티타니아의 공략법도 있겠다,
요정의 방식을 따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나 진우는 인간이다.
요정에게는 요정의 방식이 존재하듯.
인간에게는 인간의 방식이 있는 법.
더불어 시간까지 아낄 수 있다면 망설일 필요가 있을까?
– 그러니 저쪽으로…… 어? 이봐! 거기는 둥지 방향이야! 여왕이 있다고!
“네, 여왕을 만나려고 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곳 꿀벌 동산에서 가장 강력한 여왕이 있는 곳이 어디죠?”
– 뭐? 방금까지 내가 했던 말은 어디로 들은 거야? 그건 안 된다고 말했을 텐데!
“때로는 역린이 가장 빠른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거. 제가 보여 드릴 수 있으니 부탁 좀 드릴게요. 위치만 알려 줘요. 가래떡 하나 떼어 드릴 테니까.”
– 세, 세상에 뭐 이런 무식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처럼.
거침없이 내딛는 진우의 발길.
진우는 최단 코스의 지름길인 꿀벌들의 우두머리가 있을 벌집으로 곧장 걸음을 옮겼다.
* * *
위잉, 위이잉?(여긴 어디?)
위에에엥!(새로운 꿀벌들이다!)
변종 게이트로서 꿀벌 동산이 처음 생겨났을 당시.
여왕 꿀벌을 비롯하여 모든 꿀벌에게는 한 가지의 명령이 하달되었다.
(침입자를 죽이고, 세를 불려 침입하라.)
뇌를 파고드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의지.
보통이라면 거기에 응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꿀벌.
특히나 사회성 곤충이자 집단지성을 지닌 꿀벌들에게는 그 의지가 정상적으로 전달되지 않았다.
위이이잉!(꿀을 모아라!)
부웅~ 위에에엥~(여왕님께서 명을 내리셨다!)
하나하나의 꿀벌 개인보다도 여왕 하나가 내리는 명령에 따르는 꿀벌들이다 보니 알 수 없는 의지가 하달한 명령은 잊혀진 지 오래.
꿀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들의 식량인 화밀을 채집했고, 군단의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더욱 넓은 꽃 군락지를 형성해야 했기에 바빴다.
위이이잉~(잘 부탁합니다.)
위잉~(반가웡~)
그 와중에 새로운 여왕 탄생의 소식은 꿀벌 동산에서는 상당히 기쁜 소식일 터.
시간이 흐르면서 공주 꿀벌들은 여왕으로서.
또 완전히 새롭게 적응함으로써 아예 기존의 꿀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취하는 등.
꿀벌들은 각양각색의 꿀을 모아 나갔다.
그렇게 평화로운 나날을 지내던 와중 동산에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위에에에엥!(침입자다!)
위이잉!(침입자, 죽인다! 침입자!)
위에에에엥!!!(내 목숨을 꿀단지에!!!)
꿀벌 동산을 최초로 형성해 낸 여왕에게 다가오는 침입자의 반응.
집단지성의 꿀벌들은 개인의 목숨도 불사하고 달려들 기세로 살벌하게 모여들었으나, 침입자 인간의 대처는 뜻밖이었다.
“죽이기 전에 이것부터 먹어 볼래?”
위이잉?(어떻게 우리들의 언어를?)
“그야 친구니까?”
위에에에엥!(말도 안 되는 헛소리! 너는 날개도 없고, 몸집도 작다! 무엇보다 인간은 꿀벌들의 천적!)
“아니, 뭘 그런 걸 따져. 일단 먹고 생각하는 건 어때?”
꿀벌들에게 내민, 찐득한 천연의 향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보석 벌꿀.
당연히 천적이 내미는 물건.
과거 하달받았던 알 수 없는 의지의 명령을 거부했듯이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꿀벌들은 거부하려 들었다.
허나,
위에에엥~(마, 맛있는 냄새!)
위잉~ 위이잉~(참을 수가 없다!)
씰룩~ 씰룩~
절로 꿀벌들의 엉덩이를 흔들게 만드는 달콤한 향에 꿀벌들은 푹 빠진 채 꿀에 머리를 박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로 곁에서 지켜본 티타니아는 차마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 대, 대체 어떻게 한 거냐 인간? 요정들도 힘들게 겨우겨우 친밀감을 쌓아 왔었거늘!
“어려울 것 있나요. 종족을 떠나서 원래 폭력은 즐거움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이용했을 뿐이죠.”
– ……재밌군. 나 또한 사고의 틀에 갇혀있었다는 건가.
예로부터 폭력은 쾌락을 이길 수 없는 법.
“너희들의 여왕님에게도 대접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위잉!(독은 없다. 여왕님에게도 이상은 없을 것이야!)
위에에엥~(……그렇다면야, 환영한다 인간.)
잔나비 일족에 이은 두 번째 하이패스.
체르에게 배웠던 것을 스펀지마냥 빨아들여서 활용하는 진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