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16
116화 벌꿀은 못 참지
– 이번 결제도 감사합니다. 고객님!
“뭐, 별수 있나. 내가 의뢰를 부탁한 건데.”
– 그래도 큰 금액이었는데 고맙죠. 저도 여왕님한테 점수를 딸 수 있는걸요.
“하하. 그건 나쁘지 않네. 편집자가 승승장구하는 것도 좋으니까.”
– 맡겨만 주시죠 고용주님!
고작해야 정보 1개가 담겨 있을 A4용지 하나에 적힌 내용들.
어떻게 보면 이런 정보를 1,560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서 구매하는 건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나 자고로 정보란 양보다는 질이 최고인 법.
게다가 지금까지 진우가 요정들이 물어다 온 정보들로 본 이득을 생각하면 천 억이 넘어가는 비용은 까놓고 말해서 손해라기보다는 이득에 가깝다.
‘요정 찻집과의 인연은 꾸준히 이어져야 나한테 이득이 되니까.’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목숨이다.
아무리 농사로 돈을 많이 벌면 뭐 하겠나?
돈 한 푼 아끼겠다고 쟁여 뒀다가 정작 뱀들의 수작질을 눈치채지 못하고 죽어 버리면 소용없는 일.
천국이든 지옥이든 가진 돈을 사용하지 못하면 결국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
(정말로 티타니아 님으로 하시겠다고요? 비용이 장난 아니게 나오실 텐데…….)
(괜찮으니 그대로 진행해 줘.)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그 비용이 천 억을 가뿐하게 넘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기껏해야 200억 안쪽으로 구매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과거 몰리의 경고를 무시했던 자신에게 죽빵을 날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으나 이미 벌어진 일.
엎어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지 않겠나?
다만 이번 거래로 진우가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니었다.
“흐음, 이렇게 나오겠다, 이건가?”
뱀들은 무려 중국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리샤오링에게 접근까지 한 상태였다.
“누가 뱀 아니랄까 봐. 아주 교활하기 짝이 없네.”
중국의 대표적인 자본줄 중의 하나인 연금 협회의 기둥을 뽑아서 휘청거리게 만든 것은 물론이요,
본래 중국에 속해 있던 드워프, 만트 데름도 몰래 데려온 진우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미국과 중국.
둘의 사이가 썩 좋지 않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에게 신상품을 납품한 진우..
귀화는 하지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 진우가 미국 쪽으로 노선을 틀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터.
“쯧. 이거 상황이 영 좋지는 않겠어.”
중국이 괜히 중국(中國)이라고 불리겠는가?
대륙이라기엔 사람들의 속이 좁고, 소국이라기엔 땅덩어리가 넓기에 중국이라 불리는 것 아니겠나?
당연히 진우가 저지른 짓을 하나도 잊지 않고 갚으려고 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헌데 거기에다가 뱀이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나 들러붙기까지 했다.
“그래도 여섯 마리가 붙지는 않아서 다행이네.”
딱 한 가지 위안이라면 적어도 뱀들이 한 번에 쳐들어오지는 않다는 점.
하긴, 최약체라고는 해도 이미 한 마리를 죽인 진우다.
교활한 뱀들이라면 조심성을 챙기는 것도 당연한 일.
헌데 진우가 받은 것은 요청한 정보뿐만이 아니다.
– 저어. 고객님? 혹시 시간 괜찮으신가요?
“응? 왜? 채널 관련해서 상담할 게 있어서 그래?”
– 아뇨, 그 부분이 아니라 여왕님께서 고용주님을 보고 싶다고 요청해서요.
“여왕이라면 티타니아?”
– 네. 최근 자신을 대상으로 정보를 요구하는 흑우…… 가 아니라 고객님은 근 천 년 만에 처음이라고, 흥미가 동하신다고 하셔서요. 특히 인간은 처음이라서 더 그런 걸 수도 있을 거예요.
방금 흑우라고 한 거 아닌가?
뭐, 어쨌든 여왕에게 관심을 받게 되는 것은 썩 나쁜 일은 아니다.
방법은 몰라도 어떻게든 정보를 찾아내는 데다가 뉴튜브의 알고리즘까지 알아낸 요정 찻집이지 않은가?
그러한 요정 찻집을 운영하는 실세와의 만남.
이 정도 인맥을 만들어 두는 것이라면 진우도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흠. 상관없지. 언제 어떻게 보면 되는데?”
– 지금 당장이요. 그리고 직접 찾아오신다고 하셨어요.
심지어 곧바로 직접 찾아오는 배려심까지!
돈만 밝히는 것만 빼면 모든 것이 완벽한 비즈니스 파트너라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 반갑구나.
몰리의 말을 끝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허공에서 빼꼼 튀어나오는 자그마한 요정.
허나 그 크기가 작다고 해서 무시할 수는 없다.
같은 요정이라고 해도 날개가 거대했고, 겉모습에서 느껴지는 고고한 아우라가 있었기에.
척 봐도 알 것 같다.
이 녀석이 요정의 여왕이라는 것을.
– 나에게 의뢰를 요청한 고객이여. 이번 만남은 별 게 아니라 정보를 추가로 가져왔기 때문에 급히 찾아온 것이다.
“아! 역시 천억 원이나 드렸으니 정보를 추가로 제공해 주시려는 거군요?”
– 그게 무슨 헛소리냐? 당연히 추가 정보 3개를 포함. 4,200억 원을 더 받으려고 찾아왔을 뿐이다.
“……예?”
정정하겠다.
고고한 아우라는 무슨.
자본주의 꿈나무인 요정들의 끝판왕 아니랄까 봐.
또 다른 체르를 보는 듯 뼛속까지 자본주의에 찌든 상인의 미소.
– 그럼 결제해 주실까요? 고객님?
블랙 말랑카우 하나 확 물었다는 말을 웃음으로 표현해 주시는 여왕님이셨다.
* * *
1,560억에 이어 4,200억이라는.
자그마치 6천억 원에 육박하는 금액은 진우로서도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 금액의 가치는 그냥 측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정보를 수집하는 저의 수고비와 의뢰인의 가치. 그로 인한 비용이 추가된 것뿐이니까요.
“…….”
뭐,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다.
평범한 사람과 S등급 헌터의 몸값이 다르듯.
진우가 벌어들이는 액수와 가치에 따라서 뻥튀기되는 정보료.
애초에 미국과의 거래 한 번으로 수천억을 벌 수 있는 진우라면 충분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지만, 아까운 건 아까운 거다.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펑펑 쏟아부을 수는 없지 않은가?
– 의뢰를 하셨으면서 금액을 지불하지 않으시면 블랙리스트에 등록됩니다. 그렇게 되면 요정 찻집은 두 번 다시 이용할 수 없게 되니 양측에게 손해이지 않겠습니까?
“여기 계좌요. 그냥 알려 드리면 되죠?”
– 오늘도 감사합니다. 고객님!
‘뭘요, 첫 만남인데요.’
그래도 어쩌겠나?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라고.
진우가 직접 요청한 의뢰였던 것을.
울며 겨자 먹기로 결제와 함께 통장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금액.
아쉽긴 해도 돈들의 희생으로 총 여섯 마리나 되는 녀석들의 위치와 하려는 수작질은 파악되었다.
“근데 어째 그라바크는 왜 아시아를 벗어난 거죠? 원래 같으면 제 위치도 알고 있겠다. 더 가까이 다가올 줄 알았는데?”
– 호호호, 그야 겁먹어서 그런 거 아니겠어요? 뱀도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고객님께서 소환하셨던 라타토스크가 뱀 사냥을 아주 기가 막히게 하거든요.
“아하……. 저, 그런데 이 정보도 돈 받으려는 건 아니죠?”
– 음, 우수 고객에게 이 정도는 서비스로 제공해 줘도 괜찮다고 보네요.
일전에 라타토스크를 마주했던 그라바크는 자신을 사냥하는 것보다 도망치는 것을 택했고, 그 외의 두 마리는 각각 북한과 러시아에서 방향을 모색하는 상태.
아마 모르긴 몰라도 한국과 가까운 이웃 나라에서 진우를 견제하려는 수작일 터.
그래도 당장에 걱정해야 할 놈들은 누가 뭐라고 해도 3마리와 함께 행동 중인 중국이다.
“이상 현상이 발생하면 바로바로 알려 주세요.”
– 어머? 그 부분은 서비스로 안 될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습니다. 다 감안해야죠 뭘.”
앞서 언급했듯이 목숨이 걸려 있는 일이다.
돈이 얼마가 들든 간에 감당할 수 있는 선이라면 아낄 이유가 전혀 없다.
다만,
“그래서 말인데 우수 고객 흥정은 없을까요?”
상인이라면 당연히 흥정을 하는 것이 기본 아니겠나?
– 흐음, 그 말씀은 제가 가져오는 정보가 가치에 맞지 않다는 걸까요?
“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 그러면 흥정하는 이유가 없지 않나 싶네요?
물론 반대로 에누리를 한다는 것은 해당 물건의 가치를 내리는 일.
다른 요정들도 아니고 무려 여왕이 직접 가져온 정보다.
요정에게도 존재하는 자존심을 잘 찌르고 들어오는 티타니아였으나 진우가 누구던가?
‘역시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 이거지?’
주업이 농부이기는 해도 엄연히 체르에게서 알게 모르게 상인의 의지를 이어받은 진우다.
이 정도의 대답은 이미 예상했던바.
당연하게도 그에 대한 대처도 이미 마련되었다.
그게 뭐냐고? 그야…….
“그 전에 혹시 식사는 하셨나요?”
– 요정은 마나와 이슬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뇨, 음식은 포만감도 목적이지만 식도락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기왕 찾아오신 김에 한번 맛보시죠.”
위이이이잉-
익숙한 소리와 함께 다가오는 꿀벌 무리.
씰룩- 씰룩-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귀염뽀짝하게 흔드는 꿀벌들의 군무.
‘여왕은 너 혼자인 게 아니라고.’
진우의 농장에도 고고하게 존재하는 한 마리의 여왕.
위에에에엥~(나 불렀엉~?)
그것은 보석 꿀벌 여왕님이셨다.
* * *
‘꿀벌’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누가 뭐라 해도 벌꿀이라 할 수 있다.
꽃에 존재하는 화밀들을 모아 온 일벌들이 저장과 소화, 숙성을 거치면서 만들어지는 자연산 벌꿀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법.
그리고 사람과 마찬가지로 요정들도 벌꿀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누가 봐도 꽃이지 저건.’
몰리부터 시작해서 요정 여왕인 티타니아까지.
아주 자그마한 크기의 요정이지만 그들의 몸에는 상징이라도 하는 것처럼 꽃이 자리 잡고 있었다.
몰리의 경우에는 그 크기가 워낙에 작았으나, 티타니아는 여왕답게 우아한 모양을 하고 있는 꽃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위이이잉~
– 미안하지만 내 꽃의 꿀은 줄 수 없단다. 어린아이들아.
그리고 벌꿀과 함께 꿀벌에게는 연계되는 꽃의 존재.
아쉽게도 여왕의 꽃에서 화밀을 채취하는 것은 실패했으나 본래의 목적의 달성은 아직이다.
– 이건 설마 뇌물인가요?
“그렇게 보셔도 상관없습니다. 맛과 건강은 제가 직접 보증하니 한번 맛보시죠?”
보석 여왕꿀벌에게 직접 건네받은 달콤한 보석 벌꿀 덩어리.
– 흐응, 제법 머리를 쓰긴 하셨지만, 보석 벌꿀은 저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물건입니다.
“글쎄요. 과연 여타의 양봉업자들이 수확한 것과 맛이 똑같지는 않을 겁니다.”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진우는 지구상에서 가장 최초로 아이템화된 농작물을 수확해 낸 농부다.
그저 터치 한 번으로 적용되는 특성,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와 유진이의 ‘태초의 기적’.
스스스스-
심지어 왼손에 새겨진 신성한 세계수의 뿌리가 지닌 ‘녹음의 힘’까지 더해졌으니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할 수야 있겠는가?
뭐, 맛을 아예 안 보면 논외겠으나,
– 그래도 준비해 주신 배려가 있으니 거절하지는 않겠습니다.
세상에 공짜 싫어하는 사람 없듯.
공짜 싫어하는 요정도 없는 법.
–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달콤함이라니…….
일단 한 입 맛보는 것으로 사실상 승부는 이긴 것이나 없다.
“아, 그리고 꿀은 그냥 먹는 것보다 이것도 함께 드셔 보시죠?”
요정 여왕의 자존심.
그것은 진우가 미리 준비해 둔 음식.
꿀과 찰떡궁합인 가래떡과 감자 콤보 앞에서 손쉽게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