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30
130화 전리품에는 벌레가 꼬인다
가장 중요한 유진이의 보호는 스콜과 하티.
두 마리 늑대로 인해서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어진 상황.
거기에 덧붙여 생존자 구출에 대한 부분도 진우가 소환한 나무 정령들이 전부 다 알아서 척척 하고 있다.
그 결과 진우가 해야 할 일은 무척이나 간단해졌다.
콰직! 콰직! 콰직!
양손에 착용한 천둥석 건틀렛으로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을 죽이고, 또 죽인다.
그냥 몸을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공격을 회피하고 퍼부어야 하니 가히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각성자라고는 해도 지치는 것이 정상일 터.
하지만 진우는 ‘보통’이라는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 굳건한 체력 : 활동 시 지치지 않습니다. 주변의 아군에게도 적용됩니다.
드루이드로 각성하면서 획득했던 진우의 첫 특성 중 하나인 ‘굳건한 체력’.
단순히 농사일을 하는 데 있어서 지치지 않게 해 주는 특성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특성이었으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여타의 특성들보다 효과를 월등히 뛰어넘는다.
– 벌써 몇 시간째 몬스터를 때려잡고 있는 거야? 저게 사람이 맞나?
– 언데드도 저만큼은 못 버틸 거 같은데…….
– 근데 씨발 협회 놈들은 뭐 하고 있는 거냐? 이렇게 시간 벌어 주고 있을 때 빨리 지원 와 줘야 되는 거 아니야?
– 협회보다는 월영 길드가 문제지. 진풍 놀이 공원이면 지들 담당 구역일 텐데 지금까지 안 오는 거 보면 100% 내뺀 거임.
무한한 지구력.
진우의 생명력이 깎여 나가는 것이 아니라면 끊임없이 100%의 컨디션을 유지하게 만들어 주는 힘.
더군다나 진우에게는 단순히 오래 버티게만 해 주는 특성, ‘굳건한 체력’만 있는 게 아니다.
사아아아-
뿌드드드득-!
사방팔방으로 뻗어 나가는 폴튼 트렌트의 덩굴로 과다하게 쏟아져 나온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한순간 속박하고,
– 바위처럼 단단하게!
– 바람처럼 날렵하게!
정령의 힘으로 내구성과 스피드를 상승시킨다.
불과 물의 정령도 있긴 했지만, 불은 몬스터의 부산물에 손상을 발생시키고, 물의 회복 기능은 진우가 부상을 당할 일이 없으니 필요하지 않았다.
게다가 진우가 다루는 정령은 4대 속성 말고도 하나 더 존재했으니,
– 어둠을…… 맞이하라!
고뇌의 숲에서 새롭게 받아들인 어둠의 정령들.
처음으로 사용해 본 그들의 힘은 심플하면서도 강력하다.
“그, 그어어어!”
“키에에에엑!”
어두운 기운으로 적의 시야를 차단하는 힘.
얼핏 보면 마법사들의 시야 차단 스킬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효과는 엄연히 상위호환이다.
“시야 말고 다른 것도 차단해 버리는 건가?”
– 당연하다. 어둠은 모든 것을 공허롭게 만드니.
– 우리는 아직 수련이 부족한 작은 어둠이기에 이 정도일 뿐. 태초의 어둠께서는 그 크기가 얼마나 되었든 간에 존재 자체를 집어삼키시지.
“호오…….”
겉모습으로 보이는 시야만 가리는 것이 아니라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시각을 포함한 오감을 마비시켜 버리는 어둠의 정령이다.
그 힘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전투 중 오감을 차단시킨다면 적은 빈사 상태에 다다르더라도 자신의 상태를 모른다.
즉,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몬스터의 생포도 가능해진다는 뜻.
모든 몬스터의 부산물이 가치가 있는 법이라지만 그중에서도 산 채로 확보한 몬스터의 값은 상당하다고 들었다.
“뭐, 지금은 그다지 신경 쓸 거리가 아니지만.”
지금은 생포를 생각하는 것보다는 쏟아지는 몬스터를 처리하기도 바쁜 상황.
그 사실을 알려 주듯 진우의 경험치는 쑥쑥 오르기 바쁘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포인트를 5 획득하며 신용도가 2 상승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포인트를…….]S등급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답게 잡을 때마다 상당히 짭짤한 경험치로 인해 쑥쑥 오르는 레벨.
그 밖에도 현재 사정상 해체를 진행하지 못했지만, 놀이동산 곳곳에 즐비하게 깔린 몬스터의 시체들.
가죽과 혈액, 고기.
또한 가장 중요한 마정석까지. 이곳의 모든 개체를 해체함으로써 나올 부산물의 양은 가히 상상 이상일 터.
거기에다가 진우에게는 가공의 대가라 할 수 있을 드워프가 2명이나 농장에 있지 않던가?
여기서 벌어들일 수익은 쉽게 예상할 수 없을 정도!
몬스터의 부산물 외에도 진우가 얻게 된 수확은 또 있었다.
사아아아-
– 명령하신 대로 생존자 모두 안전지대까지 확보했습니다.
‘고생했어.’
생존자 구출을 목적으로 소환했던 나무의 정령들이 임무의 완료를 알렸다.
모든 생존자를 구하지는 못했지만, 일부를 구해 낸 것만으로도 엄청난 공로다.
“흠, 이럴 줄 알았으면 생방송을 할 걸 그랬나.”
좋은 일은 널리 알려서 나쁠 게 없는 법.
방송이라도 켰다면 적지 않은 조회수를 기록했을 테지만 어쩔 수 없다.
진우가 아무리 욕심이 많다고는 해도 지금은 1분 1초가 급한 상황이다.
눈 깜빡할 때마다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방송을 켤 정도로 진우에게 여유가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게 뭐야?”
– 어, 드디어 여기 본다!
– 굉장했습니다, 김진우 헌터!
– 역시 S등급! 클래스가 다르네!
– 인명 구조 멋져요!
어째선지 진우가 킨 적도 없는 생방송이 송출 중인 상태.
[‘내 프사를 눌러라’가 당신에게 100,000원을 후원합니다. – 개 멋있다 -] [‘구독 500명 달성 시 치킨 기프티콘 쏜다’가 당신에게 1,000원을 후원합니다. – 구독 좀 눌러 주라 -] [‘샘 로버트’가 당신에게 500,000원을 후원합니다. – 멋진 주먹입니다. 격투가로서 기회가 된다면 한번 친선전으로 자웅을 겨루어 보고 싶군요. -]…….
심지어 슈퍼 채팅도 열린 것인지 후원 세례도 장난이 아니다.
천 원부터 많게는 최대 금액인 50만 원까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슈퍼 채팅이 오고 있는 상태.
여기서 벌어들인 수익도 만만치 않지만, 조회수 역시 끝을 모르고 상승 중이었다.
‘샘 로버트면 미국의 S등급 헌터잖아.’
그리고 후원을 한 이들 중에는 진우도 이름 정도는 들어 본 헌터도 있었다.
물론 그 밖에도 이름을 모르는 이들이 한가득 있었지만 뉴튜버로서 관심을 받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
아무튼 켜지도 않은 생방송이 알아서 시작된 원인을 알아내는 것은 굳이 멀리 갈 일도 없었다.
– 그게 말이죠, 고용주님. 어째 찍어 둬서 나쁠 것이 없을 것 같아서…….
“잘했어.”
– 예?
“잘했다고. 나중에 찐 감자 원 없이 먹게 해 줄게.”
– 이얏호!
요정 찻집의 몰리.
역시 돈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맡는 요정 아니랄까 봐 편집자로서 정말이지 출중한 능력이었다.
* * *
“후우, 이걸로 몬스터 웨이브는 어느 정도 안정화 된 건가?”
시작된 이후 몇 시간.
시간이 얼마나 흐른 지는 모르겠으나 미친 듯이 몬스터를 쏟아내던 변종 게이트는 어느덧 쏟아붓는 것을 멈추고 잠잠해진 상태다.
잠시나마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는 뜻.
허나 아직 안심하기에는 섣부르다.
진우도 직접 겪어 본 것은 처음이나 짐꾼 생활을 해 오면서 몬스터 웨이브에 대한 정보는 어느 정도 들어 본바.
이렇게 잠잠해진 상태일 때가 가장 위험할 때라고 들었다.
실제 그 예로 몬스터 웨이브의 대표적인 전조 증상인 환경의 동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지 않던가?
‘태풍의 눈이라 이거지.’
자칫 게이트 내부에 가장 강력한 몬스터인 네임드 몬스터가 나올 수도 있는 일.
혹여라도 진짜로 튀어나오면 진우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
‘네임드 몬스터라면 더 이상 욕심부리지 말고 빠져야지.’
몬스터 웨이브에서 쏟아져 나오는 오우거와 작은 악마 정도는 이미 공격 패턴 외에도 모든 게 익숙해진 진우다.
그런 놈들이야 이제는 한 트럭으로 몰려와도 지치지 않는 ‘굳건한 체력’ 덕분에 문제가 전혀 없겠지만 네임드 몬스터라면?
심지어 이번 게이트는 진우가 보기에도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최소 A등급.
아니, 최악의 경우에는 S등급 정도 되는 힘.
C등급 게이트였던 칼날엄니 숲의 굴린만 해도 상당히 강력한 편이었는데, S등급의 네임드 몬스터라면 적어도 S등급의 각성자의 도움이 더 필요하다.
꿀꺽-
조여 오는 긴장의 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네임드 몬스터가 출현하면 지금껏 사냥한 몬스터들의 부산물들은 포기해야 한다.
용혈 가방에 쓸어 담는 것에도 한계는 있을 터.
하지만 그러한 걱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빠. 저 문 거슬려?”
“응?”
어느샌가 늑대를 타고 진우의 곁으로 다가온 유진이.
진우만큼이나 이번 토벌에 혁혁한 공을 세운,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자랑스러운 딸내미께서는 누가 강탈의 공주님.
아니, 태초의 아이 아니랄까 봐.
현재 세상의 상식으로는 생각하지도 못한 일을 저질러 주셨으니,
“닫혀라, 나쁜 문!”
“아하하, 유진아. 그런 걸로 닫힐 리가…… 있네?”
유진이가 제법 커졌으나 아직 오밀조밀한 손을 ‘앙’ 하고 오므리자 서서히 닫히기 시작하는 변종 게이트.
뿐만 아니라 놀이 공원과 동화되기 시작했던 게이트의 환경도 함께 스르르 소멸된다.
“……새, 생방송 중이잖아!”
그제야 떠오른 라이브 방송.
게이트를 닫는 각성자라니.
이런 듣도 보도 못한 사실을 생방송으로 공개했다가는 당연히 좋은 꼴을 못 볼 터.
그러나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고용주님! 안 그래도 느낌이 불안해서 잠시 비공개 처리해 뒀으니까요.
“여, 역시 몰리야!”
성능이 확실하다 못해 양손에 엄지 척을 불러일으키는.
100점 만점에 1,000점을 줄 만한 몰리의 눈치에 진우는 진심으로 직원을 잘 뽑았다고 생각했다.
* * *
* 5,000 / 5,000
“흐음, 역시 이 정도가 한계인가.”
신화 등급답게 용혈 가방이 여타의 다른 가방들과 비교했을 때 사기적인 성능을 가졌다는 점에는 동감하지만, 보관이 ‘무한대’는 아니기에 한계는 명확하다.
더군다나 이번 몬스터는 오우거와 악마의 뿔이 돋아난 그렘린이지 않던가?
쓰러트린 숫자만큼 면적도 장난이 아닌 터라 채 10%도 다 넣기 전에 꽉 차 버렸다.
그나마 가장 비싼 마정석들은 이미 다 챙긴 상태라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뭐, 그래도 상관은 없다.
“어차피 안 뺏길 거니까.”
오우거의 단단한 가죽과 힘줄.
그리고 그렘린의 악마 뿔은 연금술이나 무기를 제작할 때 엄청난 값을 자랑하는 재료들이다.
농부라고는 해도 기껏 사냥한 것을 남에게 줄 정도로 자선 사업가는 아닌 입장.
그렇다면 해결법은 간단하지 않겠는가?
– 진우 씨! 몸! 몸은 괜찮으신 거예요?
이럴 때 인맥을 쓰지 언제 쓰겠는가?
대기업 전성의 힘이라면 실력 있는 기술자들을 대거 보유 중인 데다가 운송용 차량도 있으니 아무리 몬스터 부산물이 많아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아, 보고 계셨습니까?”
– 당연하죠! 그걸 어떻게 몰라요! 지금 한국에서 진우 씨 영상 모르면 간첩일걸요?
“흠흠. 그러면 혹시 인원 좀 보내 주실 수 있을까요?”
– 물론이죠! 안 그래도 헌터 분들을…….
“아뇨, 전투원은 괜찮습니다. 게이트는 사라졌으니까요.”
– 예? 게, 게이트를 소멸시켰다고요?
“그렇습니다.”
– 대체 어떻게……. 아, 아니지. 자세한 부분은 캐묻지 않을게요. 진우 씨라면 나쁜 일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하하.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안전 부분은 제가 다 책임지도록 할 테니까요.”
– 진우 씨라면 믿을 수 있죠. 걱정하지 마세요! 이럴 것 같아서 이미 손질에 자신 있는 기술자들은 따로 다 모집해 둔 상태거든요.
“감사합니다.”
미래의 대기업을 운영할 오너답게 일 처리도 시원시원하다.
정말이지, 몰리도 그렇고 전성도 그렇고.
능력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는 언제나 웃음 짓게 만든다니까.
다만, 세상사 좋은 일만 있는 법은 아니라고 했던가?
“히야. 진짜 믿기지가 않네. 정말로 다 처리했잖아?”
“뭡니까 당신들은?”
“아아, 우리? 이런 사람인데 이제 좀 감이 와?”
진풍 놀이동산을 진짜 지켰어야 할 월영 길드.
그들은 뒤늦은 것을 넘어서 아예 일이 끝나고 나서야 찾아왔다.
“어쨌든 여긴 우리 구역이었으니까 전리품은 뱉어 줘야겠어. 물론 양심상 30% 정도는 떼 주도록 할게. 어때? 너도 제법 지쳤을 테니 꽤나 나쁘지는 않은 거래라고 생각하지 않아?”
한참을 늦게 찾아온 녀석들은 터무니없는 권리를 요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