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김칫국 원샷하는 델란 나자르프
사할린에서 정화하는 것에 성공한 게이트.
비록 ‘숲’에 속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새롭게 얻은 ‘정화자’의 특성으로 인해 진우의 소유가 된 것에는 변함이 없다.
덕분에 러시아에도 보유하게 된 진우의 게이트.
애시당초 게이트 단위로 이동이 가능했으니 진우도 집에서 농사를 마음껏 질 수 있는 것이다.
그게 아니었더라면 러시아 원정이나 농사.
둘 중 하나는 잠시 동안 포기했어야 했을 거다.
어설프게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으려고 했다가는 최악의 경우 둘 다 놓치는 일이 발생 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뭐, 그건 그렇고,
“……이건 또 어떻게 된 거야?”
– 바위는 아무것도 모른다.
– 원숭이 녀석. 능력도 좋은데? 너 없는 사이에 꼬신 거 아니야?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사할린의 게이트를 통해 다시금 크렘린에 위치한 영빈관에서 엔코와 모습을 바꿔치기하려던 진우는 차마 나갈 수 없었다.
뜻밖에도 혼자가 아니었던 상황이다.
블라트 나자르프라던가 카리브 벨랴코프라던가.
그 밖의 경호원 등이라면 대충 내쫒고 바꿔치면 그만이겠지만, 실로 어처구니없게도 선객은 여성이었다.
웬만한 연예인들과 맞먹을 수준의 아름다움을 지닌 미녀.
물론 정수아나 유리 자이스 등.
어지간한 미녀들은 숱하게 봐 온 진우에게는 그렇게까지 대단하게 느껴지는 미모는 아니었지만.
한 가지 문제라면…….
훌쩍.
상대가 엔코의 앞에서 사시나무마냥 떨면서 눈물을 질질 흘리고 있다는 점이랄까?
그러고 보니 머리에 상당히 커다란 혹이 나 있는 것이 뚝배기를 한 대 쎄게 맞은 것 같기도 하다.
그녀를 울린 원인은 굳이 먼 곳에서 찾을 필요도 없었다.
“아, 그만 좀 울라고! 네가 먼저 싸움 걸었잖아!”
“그치만 이렇게 바로 공격해 올 줄은 몰랐다고! 적어도 숙녀한테 공격 한 수 정도는 양보해 줄 수 있는 거잖아!”
“별. 웃기는 애 다 보겠네. 전투에 그런 게 어디 있어. 죽이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뿐이지. 그나마 안 죽인 걸 고맙게 여기라고.”
“그, 그건…….”
“그리고 말이야. 명색이 전사가 좀 적당히 울지 그래?”
“……전 여잔데요?”
“그게 뭐 어쩌라고? 여자는 전사 아니야? 여자라고 칼이 안 박혀? 나의 어머니는 훌륭한 전사셨다. 전장에서 죽으면 죽었지. 질질 짜지는 않으셨을 거라고.”
“…….”
상대가 울든가 말든가.
혀를 쯧쯧 차며 잔나비의 전사론을 강조하는 엔코.
하긴, 잔나비와 인간은 애초에 전혀 다른 사회다.
헌터가 있다고는 해도 문명의 발달과 자본주의도 함께하는 반면, 잔나비는 극한의 약육강식이 주가 되는 사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결국 강함이 곧 신분이요, 자긍심일 테니까.
하지만 그건 그거고 로마에 오면 로마의 법을 따르는 것이 맞는 법.
러시아의 영빈관에서 두들겨 맞은 인간으로서는 현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였으니,
“으! 으으으! 너어! 내가 기억해 둘거야. 날 이렇게 대한 걸 후회하게 해 주겠어!”
“마음대로 하셔. 내 알 바도 아니니까.”
‘날 이렇게 대한 건 네가 처음이야!’라는 전형적인 대사와 함께 눈물을 뚝뚝 흘리며 떠나가는 여인.
그러거나 말거나 패자에게는 조금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엔코다.
* * *
솔직히 엔코가 얌전히 있을 거라는 행복 회로를 돌리지는 않았다.
진우의 모습으로 찾아온 기자들에게 욕지거리를 내뱉는다거나, 불같은 성격을 참지 못하고 리치의 뚝배기를 부숴 버리는 등.
아무래도 이성보다는 본능 쪽으로 좀 더 활동적인 편에 속하는 것이 바로 엔코였으니까.
그거야 인간이 아닌 잔나비였기에 이해되는 부분이었다.
허나 아무리 그래도 그냥 경호원도 아니고 여자의 머리를 그렇게 두들겨 팰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심지어 해당 여성이 누구인지 알아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블라트. 그놈. 딸이 있었어?”
굳이 요정 찻집을 통하지 않고 인터넷을 슬쩍 검색해 보는 것만으로 나오는 여성의 정체.
평범한 경호원도 아니고.
다른 누구도 아닌 대통령의 금지옥엽을 저렇게 두들겨 팼으니……. 새삼 진우는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기분이었다.
“엔코. 내가 분명히 사고 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을 텐데?”
“아니, 나도 그러려고 했지. 근데 먼저 공격해 오는 걸 어떻게 하겠어? 그래도 죽지는 않게 힘 조절은 확실하게 했다고!”
“전사가 변명하게 되어 있던가?”
“그것이. 하하핫! 미안하게 되었다. 인간.”
“죄송할 짓을 왜 하는데?”
“…….”
현란하게 엔코를 갈구기 시작하는 진우.
20대 중반의 나이라고는 해도 명색이 말년 병장으로 전역을 한 진우다.
굳이 상인이나 드루이드가 아니더라도 갈구는 거 하나만큼은 배우기 딱 좋았던 군대 내 스킬을 여지없이 활용한다.
“후우……. 그래, 이미 지나간 걸 어쩌겠냐.”
연속된 갈굼에 어질어질하는 엔코의 모습에 수차례 갈구던 진우는 결국 고개를 저어 보인다.
그 말대로 이미 일은 벌어졌다.
기억을 조작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 이상 뒤집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예 회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일단 죽지는 않은 데다가 전투에 있어서 중요한 사지라던가 장기, 뼈 등에는 조금의 손상도 발생시키지 않았으니까.
머리에 크게 난 혹도 물의 정령왕의 힘으로 치료해 주면 그만일 뿐.
다만 그 전에 진우는 엔코에게 부탁할 일이 하나 더 남아 있는 상태다.
“엔코. 너에게 따로 부탁할 일이 하나 더 있다.”
“부탁?”
“그래. 이번에 정화한 사할린의 게이트. 그곳에 남아 있는 공격성을 띄고 있는 몬스터들 좀 마저 정리해 줄래?”
“전투라면 맡겨만 달라고! 잔나비의 전문 분야니까!”
용암 지대.
끊임없이 흐르는 마그마와 엄청난 고열을 동반한 기체 가스 등.
톡 까놓고 말해서 농사를 짓는 환경과는 거리가 안드로메다급으로 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공간이다.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작물을 재배하는 것에나 국한되는 것.
드루이드로서.
또 세계수의 숲이라는 넓은 세계를 관찰하게 되면서 자신이 얼마나 우물 안의 개구리였는지를 깨닫게 된 진우다.
분명 식생 중에도 용암 지대와 같이 괴랄한 환경 속에서 더욱 왕성하게 성장하는 종류가 분명히 존재할 터.
진우가 노리는 것은 바로 그 부분이다.
남들은 시도하지 못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작물을 재배해 내는 것에 성공하는 것.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아예 시도하지도 않고 주저앉는 것보다는 실패하더라도 도전이라도 해 보는 게 좋지 않겠는가?
어차피 돈이라면 여유가 있는 상태.
더군다나 불의 정령왕인 샐리온과 계약을 한 덕분인지 불 속성과의 친화력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증가 중인 상태였다.
“이번에는 이상한 짓 하지 말고. 확실하게 해야 한다. 알았지?”
“아, 거참. 내가 사고뭉치인 줄 알고 있어?!”
네임드 몬스터는 이미 진우가 죽인 상태이니 일반적인 몬스터들은 엔코로도 충분할 터.
“그럼 어디…….”
이제 남은 것은 엔코가 벌여 놓은 일을 다시금 주워 담을 차례였다.
* * *
한국도 그렇지만 러시아라고 해서 외모의 힘이 약한 것은 결코 아니다.
세상 어딜 가나 존재하는 외모지상주의.
아름다운 외모와 B등급 헌터라는 힘.
거기에다가 블라트 나자르프라는, 전 S등급 헌터이자 현 대통령이라는 든든한 뒷배경까지.
그러한 탓에 델란 나자르프를 건드리거나 얕잡아 보는 사람은 러시아 내에는 거의 없다시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이 속해 있는 대형 길드의 길드장조차 쩔쩔맬 정도의 권력.
막말로 목숨이 아까운 것이 아니고서야 그녀에게 밉보이고 싶은 사람은 적어도 국내에는 없는 입장.
“나쁜 자식!”
하지만 이게 웬걸?
그러한 델란의 머리에는 현재 감자라고 해도 믿을 법할 정도로 커다란 혹이 나 있는 상태다.
“아야야…….”
어찌나 강하게 때렸으면 고통으로 눈물이 찔끔거릴 지경.
일단은 헌터라고는 해도 일반인보다 고통을 잘 버틴다 뿐이지 아예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것은 아니다 보니 말이다.
“진짜 어쩜. 이렇게 무자비하게 팰 수 있는 거지?”
물론 먼저 싸움을 건 것은 델란 본인이기는 하다.
허나 그렇다 한들 숙녀의 얼굴을 이렇게 두들겨 팰 줄이야.
무법지대의 게이트 내에서는 일상이긴 했으나 러시아에서 거의 귀족처럼 살아온 델란으로서는 생전 처음으로 겪어 본 일이다.
억울하기도 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조작은 아니었다는 건가?”
네임드 몬스터.
솔로 레이드를 단 한 방으로 처리해 버리는, 말도 안 되는 화력.
그게 거짓은 아니라는 것.
그녀의 기준으로 진우의 외모는 평균 이하였지만, 이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다면 얘기가 다르다.
애초에 얼굴을 뜯어먹고 살 것도 아니지 않겠는가?
20대 중반의 나이에 벌써 S등급의 헌터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영구 능력치 상승 효과가 붙은 작물을 수확해 내는 능력.
거기에다가 몬스터 웨이브로 오염된 환경을 정화하는 힘까지.
어디 그뿐이던가?
“거기. 드디어 찾았네.”
“히, 히이익!”
“거참. 안 죽여요. 안 죽여. 혹 난 거 금방 치료해 줄 테니까 이리 와요.”
“저, 정말로?”
“예.”
어느샌가 자신을 찾아내어 치료해 주기까지.
비록 머리는 좋은 편은 아니라지만 대형 길드에 속해 있는 그녀이기에 어느 정도의 상식은 알고 있다.
각성자.
그중에서도 가장 귀한 능력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치유라는 것을.
의사도 없는 게이트라는 무법지대에서 중상을 입게 되면 결국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힐러의 존재 유무다. 그러니 오죽할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을지도?”
강한 것은 기본이요,
작물 재배에다가 정화, 각성자의 인위적인 각성 및 치유 등.
다재다능한 것을 넘어선 일등 신랑감.
진우의 생각은 물어보지도 않은 채 김칫국을 원샷으로 드링킹을 하는 델란이었다.
* * *
크렘린의 영빈관.
휴식을 핑계로 있기는 했지만, 원래부터 오랫동안 눌러앉아 있을 예정은 전혀 없었다.
“슬슬 마무리 지어 볼까.”
자고로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하지 않았던가?
러시아가 기특해서.
또 블라트 나자르프가 마음에 들어서는 결코 아니다.
진우에게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간에 결국 그는 러시아의 독재자다.
카리브 벨랴코프라는 마피아와 함께 정권을 잡고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묻었을지 생각하면 결코 선인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오히려 그 반대라 할 수 있는 악인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터.
그럼에도 러시아를 도와주는 이유는 단순하다.
“받은 만큼은 일해야지.”
러시아의 국보인 유석의 파편.
그것을 거래품으로 받았기에 그저 돕는 것뿐.
게다가 이것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저 독재자가 아닌 러시아의 국민들이다.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고, 몬스터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는 희망.
물론 지지율 등 깊게 따지고 들어가면 놈도 이득을 보니 진우를 이용하는 것이겠지만, 상관없다.
‘나도 이용하면 되니까.’
블라트 나자르프가 진우를 이용하는 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진우도 블라트 나자르프와 러시아라는 배경을 이용해 먹으면 그만이다.
진우의 생방송이 해외에 크게 알려진 것엔 사할린이라는.
유럽의 강대국으로 손꼽히는 러시아의 섬을 공략하는 레이드 과정이 들어갔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 말이다.
어쨌든 활약 덕분에 진우의 구독자 숫자도 상당히 우상향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며, ‘좋아요’와 후원 비율도 나쁘지 않은 상태.
게다가 이번 기회로 얻은 이득은 단순히 이것뿐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