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통수의 통수
사할린을 정화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여 준 덕분일까?
사실상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정화’가 가능한 데다가 인위적인 각성이 가능한 인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러니 이 정도로 요청이 쇄도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실력이 인정된 헌터는 웬만한 연예인급의 인지도를 가지기 마련이다.
굳이 외모가 잘생기거나 아름답지 않더라도 ‘순수한 강함’에서 나오는 존경심.
그것만으로도 광고주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차고 넘칠 터.
그렇기 때문일까?
국가나 정부 차원의 단위가 아니더라도 메일로 날아온 이들의 질은 결코 낮지 않다.
아니, 오히려 몇몇 약소국들과 비교했을 때 조건만 놓고 보면 더욱 우위에 있을 정도.
특히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헌터 챌린지’였다.
“샘 로버트. 어째 올 것 같기는 했어.”
샘 로버트.
이전, 라이브 영상에서 도네이션 최대 금액인 50만 원을 쿨하게 후원한 미국의 S등급 헌터다.
허나 그것보다도 더욱 눈여겨볼 것은 그가 속해 있는 조직이다.
‘헌터 챌린지’라고 불리는 경기장.
경기장이라는 말 그대로 이곳에서는 능력을 각성한 헌터들끼리 서로 치고 박았다.
물론 게이트의 환경처럼 무법지대까지는 아니며, 살인은 금지하는 등 기본적인 규칙은 있다고 들었다.
게다가 주최하는 곳이 자유 시장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이기도 하고, 뉴튜브 각도 뽑아낼 수 있는 최적의 기회였다.
“역시 힘은 보여 줄 땐 보여 줘야 한다, 이건가?”
최대한 힘을 숨기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어느 정도 드러내 줌으로서 압박을 하거나 이득을 취하는 데 써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실제로 지금의 진우를 만든 건 힘을 꽁꽁 숨기지 않은 영향도 없지 않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세간에 알려진 진우의 힘 역시 사실상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영상에서는 그저 폭발적인 화염 스킬을 다룰 줄 알고 건틀렛을 사용하는 무투파 농부 정도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겠지만, 실상 진우의 가장 큰 주축은 다름 아닌 정령들이다.
‘들’이라는 표현처럼 1개의 속성이 아닌.
무려 4개의 속성인데다가 정령왕들과 계약 중인 상태.
심지어 비록 계약은 하지 않았을지라도 힘은 빌릴 수 있는 관계에 있는 어둠의 정령왕도 빼놓을 수 없다.
다룰 수 있는 속성의 종류가 많아짐으로써 생기는 이익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 이다음은 내가 나서도 되는 건가?
– 아니지, 그게 아니지. 이다음에도 이 몸이 활약할 때이지.
– 이 욕심쟁이야. 너만 힘 있냐? 나도 분출하고 싶거든?
– 바위는 존버한다.
“다음에 공략할 지역의 속성에 따라서 부탁드리겠습니다.”
– 그럼 그럼. 맡겨만 달라고. 그리고 힘 좀 더 기르고.
– 하여튼 말하는 거 하고는. 샐리온을 제외한 우리만 믿거라 계약자여.
“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속성에 맞춰서 상극으로 대처하기에 수월해진다는 점.
지금 당장은 마력이 부족해서 그렇지.
불과 바람이라던가 물과 땅처럼 속성을 섞어서 활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영역이다.
어디 그뿐만이겠는가?
‘야생을 받아들여라’가 깃들었던 영단에 친화력이나 지배력에 따라서 몬스터의 힘을 다룰 수 있게 해 주는 특성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진우의 성장은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말씀!
[선지자여……. 나보다 정령왕들을 더 믿는 건 아니겠지?]아, 물론 진우가 이 모든 것을 갖추기까지 가장 많은 공을 세운 것은 누가 뭐라 해도 대지모신 님이다.
“당연하죠! 여신님이 최고예요! 최고!”
[흡족하구나.]누가 질투의 여신님 아니랄까 봐.
간간이 챙겨 줘야 할 정도로 은근 멘탈이 약한 여신님이라는 부분은 조금의 흠이라면 흠이라고 볼 수도 있으려나?
* * *
러시아의 섬 사할린을 정화해 낸 이후 진우의 작업은 그야말로 파죽지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 정화자 : 정화한 지역과 게이트를 자신의 소유로 삼습니다. 허락이 떨어지지 않는 존재의 경우 입장이 제한되거나, 능력치에 패널티가 부여됩니다. 정화시킨 지역의 숫자에 따라 능력치가 소폭 상승합니다.
└ 사할린의 용암지대 (마력+5)
└ 눈보라 협곡 (마력+4)
…….
가뜩이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추운 날씨를 자랑하는 러시아였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싸늘하게 눈보라가 치는 협곡 속에서 등장하는 거구의 설인들. 그리고 맹독을 품고 있는 벌레들이 득실거리는 공간 등.
하나같이 몬스터들이 현세를 오랫동안 집어삼킨 만큼 최악의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으나, 물의 정령왕 엘라인과 바람의 정령왕 미네르바와 계약한 진우에게 추위 같은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벌레는 말할 필요도 없다.
자고로 농부란 거름. 그리고 벌레와 사투를 벌이는 직업으로도 불리는 법.
바퀴벌레 떼가 아닌 이상에야 어지간한 벌레는 정신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게다가 그까짓 맹독? 재배할 때마다 독 기운을 내뿜는 핑크 인시리움이랑 비교하면 갓난아이가 애교 부리는 격이다.
“이거 몇 마리는 표장해 가도 괜찮겠는데?”
– 호오, 그 오리들 말이냐? 하긴. 오리 녀석들. 벌레라면 사족을 못 쓰고 먹는 먹보들이긴 하지.
– 그런데 괜찮겠어? 네가 별종이라서 그런 거지. 이 녀석들이 품고 있는 독. 가볍게 볼 게 아니야.
“아, 그거라면 괜찮을 겁니다. 이 정도 독은 가볍게 체내에서 해독이 가능할 테니까. 오히려 특식으로 여기지 않을까요?”
– ……그, 그런가?
본디 주인과 애완동물은 닮는 법이라고도 하지 않던가?
진우만큼이나 점차 별종으로 진화해 가는 팜오리들.
귀염 뽀짝한 녀석들에게 어서 이 맛있는 특식을 먹여 줄 생각에 기뻤던 것도 잠시.
진우가 상당한 숫자의 맹독충들을 포획한 영향일까?
“끼에에에에엑-!!!”
자신의 둥지를 침입한 위험 분자를 향해 노성을 터트리는 여왕 맹독충.
굳이 위에 떠오른 이름이 아니더라도 겉으로 표출되는 놈의 위세는 놈이 이곳의 주인이자 네임드 몬스터라는 것을 알려 준다.
보통이라면 노성만으로도 달아나는 것이 정상일 터.
“그래 봤자 지금은 내 점심이죠?”
하지만 진우는 규격을 넘어선 이레귤러였다.
또, 사할린 때처럼 굳이 한 번에 마력을 모두 쏟아부을 필요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쿠드드득— 콰아앙-!!!
땅을 박차는 것과 동시에 하나의 인간 포탄이 되어 날아가는 진우.
그 육체와 부딪치는 것으로 여왕의 생은 그것으로 끝이었기 때문이다.
쿠후웅-!
쿠화아아아악!
“끼에에에에-!!!”
진우의 돌진 한 방에 그대로 몸에 구멍이 뚫린 채 쓰러지는 맹독충의 육신.
솔직히 이 공격을 행한 진우도 이 말도 안 되는 파괴력에 믿기지 않았다.
‘누가 상상이나 해 봤겠어. 이게 평범한 몸통 박치기라고 말이야.’
다른 누구도 아닌 칼날 파괴신 부르스티에게서 획득한 힘인 ‘몸통 박치기’.
* 야생을 받아들여라
└ 칼날 파괴신 부르스티의 몸통 박치기 : 대상을 향해 몸통을 부딪칩니다. 이 순간 부르스티의 힘과 체력만큼 데미지가 더해집니다. 몸통 박치기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당신은 죽을 수도 있습니다. / 체력+20
진짜 설명 그대로 무시했다가는 골로 가기 딱 좋은 스킬이었다.
* * *
러시아의 분위기는 축제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활기찬 상태였다.
가지고 있는 영토만 넓다 뿐이지 제대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사용하고 있는 곳은 몇 안 되는 곳이 바로 러시아라는 나라다.
하물며 그런 상황 속에서 오랜 몬스터 웨이브로 인해서 오염된 환경들까지.
게이트의 폭주로 튀어나온 몬스터들은 한 곳에만 계속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이 사람을 식량으로 삼는 개체들인 만큼 바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가 그에 따라서 환경의 동화는 서서히 빨라지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결국 언제나 몬스터의 위협 속에서 공포에 떨며 살아가던 것이 지금까지 러시아 국민들의 인생이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걱정도 덜게 되었다.
[사할린에 이어 블라고베셴스크까지. 신성 정화자의 활약.] [김진우. 한국이 벌인 놀라운 기적!] [블라트 나자르프의 다섯 수는 내다 본 혜안. 지지율의 상승으로 이어져…….]비록 국보인 유석의 파편을 건네주었다지만 그 대가로서 쓰지 못하던 대량의 땅을 사용할 수 있게 된 러시아다.
기쁘지 않다면 이상할 터.
물론 대체적으로 한국에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오는 국민들과는 별개로 정치인들.
특히 그중에서도 김진우를 불러온 블라트의 표정은 올라가는 지지율과는 반대로 그다지 좋지 않았다.
“카리브. 자네는 저게 정말로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니. 어이가 없는 건 나도 마찬가지라고. 저건 이미 인간이 아니야. 괴물이지.”
게이트 폭주로 오염된 지역에는 일반적으로 전자기기는 오래 버티질 못한다.
어지간히 실력 좋은 대장장이가 몬스터의 부산물로 만든 것도 금세 내구도가 달아 버리는 환경이다.
그러나 블라트는 직접 실시간으로 김진우의 활약을 지켜보고 있었다.
굳이 숨기지 않고 대놓고 생방송으로 공개해 준 뉴튜브 채널 덕분에 말이다.
숱한 러시아의 A등급과 S등급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던 몬스터들을 단신으로 처리하는 것은 물론이요,
강력한 화력의 스킬과 육탄전 등.
모든 부분에 있어서 김진우라는 청년은 이대로 가만히 둬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러시아로 귀화시켜서 완전한 아군으로 삼거나 혹은 죽이거나.
그리고 전자의 경우 미국의 사례로 보건대 거절할 가능성이 크다.
경국지색인 딸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 데다가 돈으로도 부족할 것 없을 테니 더욱이 거절하고도 남을 일.
블라트 나자르프.
그에게 있어서 인재란 어디까지나 자신의 손에 있을 때나 소중한 것이다.
바깥.
특히나 컨트롤하기 힘든 미국과 같은 국가로 귀화하는 날에는 김진우는 엄청난 적수가 되어 버린다.
그럴 바에는 적어도 처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거기에다가 녀석의 활약 덕분에 러시아는 몬스터들로 인해 오염되었던 구역이 전부 정화되었다.
반면에 타국은 여전히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태.
한마디로 러시아의 국력을 키우기에 지금만큼 최적의 타이밍이 또 없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주게. 지금 저자를 이곳 러시아에서 살려서 보내는 게 맞겠는가?”
“괴물은 마저 다 크기 전에 잡아 죽여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유석의 파편. 아마 녀석이라면 그것을 가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을 수도 있을 테니 이 또한 챙겨야겠지.”
“……역시 자네는 나랑 닮았다니까.”
그의 방식대로라면 남몰래 처리하는 것이 정석일 터.
자신보다 약하면 그저 처리하면 되고, 강하면 군사를 일으키고 책략을 쓰면 된다.
제아무리 강하다 한들 집단을 이길 수는 없는 법.
그렇기에 블라트도 마피아의 보스였던 카리브와 손을 잡았던 것이 아니겠나?
칙- 치익-
“씁쓸하군. 구국의 영웅을 내 손으로 담그게 될 줄이야.”
“언제부터 그런 걸 따졌다고. 조직원들은 미리 준비시켜 뒀으니 결정은 네가 해라.”
“그래, 이번 사냥이 끝나고 나올 때를 노린다. 늘 하던 대로 잘하자고.”
러시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정화 구역의 레이드를 힘겹게 처리하고 나온 김진우를 집단으로 몰아친다.
늘 하던 대로 카리브의 능력으로 전자기기는 무력화될 테니 그 어떠한 증거도 남지 않는다.
김진우는 반복된 레이드 속에서 몬스터에게 사망한 것으로 처리하는, 그야말로 완전 범죄.
허나, 블라트와 카리브.
러시아의 마피아들은 뒤늦게 깨달았다.
“흐음, 준비해 온 건 그게 끝인가요?”
“……자네 그, 그건?”
“귀엽죠? 제 친구인 부르스티랑 굴린이라고 해요. 여기 이 녀석은 지룡이고요.”
“네, 네임드 몬스터를 이렇게나 사육하다니 대체 어떻게…….”
“테이머라는 직업도 있는 마당에 뭘 새삼스럽게. 그리고 그쪽들도 좋은 의도로 찾아온 거 아닌 건 피차일반 아닌가? 정보통이 그쪽에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아주 크나큰 착각입니다.”
“…….”
“꾸위이이이익!(엄마의 적!)”
“꾸위이익?(이놈들을 조지면 된다 이거지?)”
“응, 죽이지는 말고. 이용해 먹을 가치는 있으니까.”
자신들이 사냥하려던 김진우라는 사냥감의 크기는 삼키기에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