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75
176화 미래를 위한 다다익선
수개월 간 쌓은 신뢰가 두터운 드워프와 언제 통수를 칠 지 모르는 인간의 탈을 쓴 뱀.
진우가 어느 편에 손을 들어 줄지는 뻔할 뻔 자 아니겠는가?
“최대한 협조적으로 나온다는 조건으로 농장에 들어온 거 아니었어?”
“그건…….”
“그룩 님이랑 만트 님. 그리고 알레시아가 말하는 요구 모두 다 들어주도록 해. 설령 쓸모가 없어진다고 해도 죽이거나 할 정도로 매정하지는 않으니까. 꿍꿍이가 있는 것만 아니라면 말이지.”
“크흐으.”
이미 자신들의 편인 그라프비트니르를 죽인 이상 뱀들에게도 돌아갈 길은 없다.
니드호그가 아닌 대지모신의 지지를 받는 인간을 택한 입장이다.
“약속은 지킬 거라고 믿겠다.”
“걱정 마. 대지모신의 선지자로서 맹세할 테니까. 나도 유진이가 살려 달라고 했던 생명을 내 마음대로 죽일 정도로 독한 놈은 아니라고.”
“……그 아이라면 믿을 수 있지.”
그렇게 한 차례 더 계약이 치러지는 것도 잠깐일 뿐.
머지않아 진우에게로 꿀벌 몇 마리가 날아든다.
위잉~
위에에엥~
알아들을 수 없는 꿀벌들만의 언어.
요란 법석한 춤사위였으나 ‘야생을 받아들여라’를 익힌 진우에게 꿀벌들의 춤은 고스란히 해석되었으니,
‘처음 보는 인간이 찾아왔어요.’
라는 내용.
새삼스럽지만 진우의 농장 곳곳에 흩어져 있는 꿀벌들은 꽃들을 통해 꿀을 채집하는 일들이 주였으나, 넓게 포진해 활동하는 만큼 신비의 나비인 시오에 버금갈 정도의 정찰 및 감시 능력을 겸비했다.
따라서 꿀벌들의 도움으로 빠르게 전달받은 된 손님의 방문.
그렇다면 이제 할 일은 하나뿐이지 않겠는가?
“전달해 줘서 고마워. 이제 할 일들 하고 있어.”
위에엥~
손님이 아군인지 적인지는 아직 모르나 농장을 방문했다면 필시 진우를 보러 온 것일 터.
“티타니아. 손님들이 절 찾아온 이유에 대해서 알아낼 수 있을까요?”
– 그거야 어렵지 않지.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 흐음, 맨입으로?
“설마요. 비용은 치를게요.”
– 그렇다면야 잠시만 기다려라.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인 법.
일단은 방문한 이들의 목적부터 빠르게 알아내는 진우였다.
* * *
위잉~
위이잉~
“꿀벌?”
“최근 경매장에 꿀에 관련된 물품들이 등록되던데. 아마도 김진우가 기르는 꿀벌들인 것 같습니다.”
“농부에 이어서 양봉업까지…… 과연 미래의 촉망받는 인재라고 할 수 있겠군.”
북한의 뱀에 관련된 건으로 급박한 상황이긴 하나 시골 특유의 안락한 분위기로 다시금 편안해지는 마음.
그러나 한편으로는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꿀벌의 경우 웬만해서는 먼저 공격하지 않는 생명체이긴 하지만 엄연히 독을 지닌 곤충이다.
그렇기에 보통의 양봉업자의 경우 산속 깊은 곳의 인명이 적은 곳에서 작업하는 것이 일반적일 터.
이곳이 시골이라고는 해도 마을에서 이 정도 숫자의 꿀벌이 움직일 정도면 항의가 빗발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꿀벌들. 보통의 꿀벌이 아니야.”
“예? 그게 무슨?”
함께 따라온 이들은 눈치채지 못했겠으나 신승혁은 헌터 협회를 책임지고 있는 협회장이다.
S등급의 헌터와 맞붙더라도 지지 않을 정도의 실력자이며, 오랜 세월 동안 헌터계를 겪어 온 경험자이다.
그런 신승혁의 본능이 말하고 있다.
꿀벌들의 기척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서, 설마 이 꿀벌들이 몬스터라는 겁니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피아식별이 불분명한 몬스터였다면 진작에 피바람이 불었겠지. 이 지역은 폐쇄 조치가 되었을 테고. 아마 진우 군이 길들인 꿀벌이겠지.”
“하, 하하. 그런 게 가능합니까?”
“불가능하지는 않지. 테이머라는 직업도 있으니 말이야. 어찌 되었든 긴장은 하되, 쓸데없는 마찰은 빚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그래도 눈치는 있는 것인지 신승혁의 의사를 단박에 파악하는 이들이다.
애시당초 지금은 김진우에게 협조를 요청하고자 찾아온 것이기도 했다.
그가 기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꿀벌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가는 시작부터 일이 틀어질 수도 있을 일 아니겠나?
“신승혁 회장님이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
“아, 진우 군. 그게 부탁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얼마 정도를 걸어 들어갔을까.
인기척과 함께 들려온 목소리.
자연스럽게 찾아온 이유를 말하는 신승혁이었으나 그를 포함한 모든 이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꿀꺽.
기척을 아예 느끼지도 못했다.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접근을 알아차렸다.
그만큼 실력 차이가 엄청나다는 반증일 터.
막말로 진우가 마음만 먹었다면 아무것도 모른 채 죽어도 모를 일이다.
허나 진우의 입장에서 공무원.
그것도 정국진 회장과 친분 관계가 있는 신승혁을 해칠 이유가 전혀 없다.
어디 그뿐만이겠는가?
‘북한에 등장한 거대한 뱀 몬스터에 대한 토벌 의뢰라. 사실상 공짜나 마찬가지잖아?’
이미 앞서 티타니아에게 확보해 둔 정보.
그것은 다름 아닌 북한에 자리를 잡고 있던 그라프비트니르를 말하는 것이다.
허나 그 거대 뱀은 농장을 찾아온 그라바크와 오프니르에 의해 달여진 지 오래였다.
한 마디로 굳이 의뢰가 아니더라도 이미 완료나 마찬가지란 소리.
뭐,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사실을 일일이 말해 줄 이유는 없다.
공짜로 돈을 주겠다는데 사양할 인간이 세상에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러니까 북한에 출현한 뱀 몬스터에 대한 처리를 의뢰하시는 거군요?”
“그렇지. 아, 물론 사례에 대한 부분은 결코 섭섭지 않게 해 줄 수 있게 내 약속하겠네.”
“돈도 좋지만, 자리에 대한 지지 약속도 가능합니까?”
“자리라면…… 어떤?”
“이곳에서 농사를 짓는 것도 좋지만 일단은 헌터이다 보니 길드를 창설해 볼까 하거든요. 거기에서 축하 말씀 한마디만 해 주시죠.”
“그 정도라면 어렵지 않지. 아니, 오히려 내가 더 하고 싶은 일이군.”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길드.
허나 그중에서 헌터 협회와 사이가 좋은 길드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적다.
특히나 대형 길드는 수호 길드 외에는 없을 정도.
인간이란 몸집이 크면 클수록 자존심이 강해지다 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헌터 협회장인 신승혁이 직접 길드 창설을 축하하는 경우는 헌터 사회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
어지간한 홍보와는 비교도 안 될 효과가 되어 줄 터.
그러한 것을 돈과 고생, 단 한 푼의 노력도 들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기회다.
“그렇다면 상황도 급박할 테니 저도 서둘러 준비하겠습니다.”
“……자네는 정말. 후우, 정말 고맙네.”
물론 진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신승혁은 진우를 영웅 쳐다보듯 바라볼 뿐이었다.
* * *
어떤 직업이든 간에 대부분은 사람과 사람이 함께 일을 하는 작은 사회를 이루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은 헌터라고 해서 피할 수 없는 법.
아니, 오히려 헌터이기에 더욱 집단화 될 수밖에 없다.
살인이 일어나더라도 증거가 없다면 제대로 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무법지대.
주변을 돌아다니는 몬스터들로 인해서 CCTV 같은 것을 미리 설치해 둘 수도 없다.
이러니 툭 까놓고 말해서 그러한 곳을 잘 모르는 이들끼리 파티를 맺고 찾아가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실제로 전리품 정산 과정에서 칼부림이 일어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벌어졌으니 오죽할까?
그렇기에 보통의 경우 알고 지내는 지인과 함께하거나 일반적으로는 길드원들과 함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력을 일궈 둬서 나쁠 것 없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게 세력이란 것쯤은 이미 숱하게 겪은 일로 알게 된 진우다.
정치인이나 타국의 높은 이들이 진우를 얕본 이유도 바로 ‘개인’이라는 부분 때문이지 않은가?
본래대로였다면 진즉에 집단에 속했어야 할 일.
그러나 농사를 짓고 다른 일도 이것저것 하다 보니 이제야 여유가 생기게 되었다.
“근데 길드를 직접 만드는 것보다는 혈석 길드 쪽에 들어가는 편이 좋지 않나? 이창혁을 바지 사장으로 두면 편할 텐데?”
“그것도 나쁘진 않지.”
그래도 한때 대형 길드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는 덕분인지 핵심을 잘 파고드는 김장혁.
허나 진우도 양심은 있다.
이창혁이 힘들게 일구어 낸 길드를 바로 꿀꺽하는 것은 너무 경우가 없지 않겠나?
“길드 창설이야 쉽긴 하지만 게이트를 차지하는 건 꽤나 고생 좀 할 텐데. 아무리 돈이 많아도 지분 싸움은 힘들거든.”
“걱정도 팔자로군. 주인님이 너랑 같을 거라고 생각하나?”
“아니, 조언이라고 조언!”
“게이트라면 걱정할 필요 없을 정도로 많으니 걱정 마시죠.”
아직 극소수만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숲의 주인’과 ‘정화자의 특성’ 덕분에 게이트라면 길드가 아니라 웬만한 국가와 비교해야 할 정도로 많은 상태다.
그중에서 일부는 작물을 기르기에는 부적합한 환경과 포악한 성정의 몬스터들을 지닌 게이트가 있었는데, 이곳들을 부산물 확보를 위한 용도로 써먹으면 될 일.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길드의 중심이 되어 줄 길드원인데, 이 부분은 다 생각해 둔 것이 있었다.
“유진아. 조금만 고생해 주면 아빠가 놀이동산 또 데려가 줄게.”
“그거 정말이에요?”
“그럼! 아빠가 거짓말하는 거 봤어?”
“우와아!”
* 태초의 깨우침 : 태초의 아이가 마나를 소모하여 깨우친 이치를 모든 생명체에게 전달함으로써 드루이드로 각성시킵니다. 이미 각성한 상태일 경우 랜덤한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10만큼 상승합니다. 개인마다 1회만 적용 가능합니다.
※ 태초의 아이가 원할 시 언제든 전달한 이치를 회수할 수 있습니다.
태초의 아이가 지니고 있는 특성 중 하나인 ‘태초의 깨우침’.
일반인의 경우 드루이드로 각성시켜 주는 것은 물론이요,
이미 각성한 이들에게는 랜덤한 능력치를 증가시키는 가히 사기적인 효과.
이것을 뉴튜브 채널에 개시한다면 한국을 포함하여 난다긴다하는 해외의 헌터들까지 침을 질질 흘리며 찾아올 게 불 보듯 뻔하다.
‘각성이나 영구 능력치 증가를 미끼로 하면 길드원 모집이야 누워서 떡 먹기지.’
짐꾼으로 살아 본 경험이 있는 진우이기에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각성하고자 하는 이들의 욕구가 얼마나 강한지, 또 10이라는 능력치 획득에 대해서 얼마나 욕심이 생기는 지를 말이다.
그렇게 들인 길드원들에게는 힘을 회수당하고 싶지 않으면 게이트에 대한 내용도 섣불리 발설할 수 없게 만들 수 있을 터.
이렇게 사실상 준비도 끝났겠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일이라고는 성공적인 길드 창설을 위해서 연기를 하는 것뿐.
“그라바크. 너희 막내 좀 잠시 데려간다?”
“누, 누님!”
“오프니르의 목숨에는 이상 없는 거겠지?”
“그건 걱정 말고. 그러게 누가 죽인 뱀을 시체도 남기지 않고 녹여 버리래?”
“…….”
헌터 협회로부터 받은 의뢰인 북한의 뱀.
이미 시체조차 남기지 않고 죽어 버렸으니 어쩌겠나.
크기는 작을지언정 같은 파충류이니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진짜 죽일 생각은 전혀 없다.
앞서 말했듯 어디까지나 연기일 뿐.
허나 추가로 연기를 촬영하는 것 외에도 북한에 찾아가는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으니,
“우선 북한에 있는 게이트들부터 챙기러 가 볼까.”
자고로 게이트는 다다익선인 법.
티타니아를 통해 듣기로 어차피 망해 버린 북한.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 진우가 주인이 없어져 버린 게이트들을 야금야금 먹어 치우는 일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