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86
187화 헬헤임의 문
주신격의 초월자인 대지모신과 필멸자 중에서도 최고라 칭할 수 있는 드루이드 선배님들이 받쳐 주고 있는 진우라고 해도 자신은 신과 같은 인물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도 하루에만 수십, 수백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굶주림이나 병 혹은 자연재해와 사고, 범죄나 게이트의 폭주로 인한 몬스터의 범람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이유로 죽어 나간다.
그 모든 것을 막아 낸다는 것은 지극히 오만한 일.
진우도 그렇기에 평상시였더라면 팜오리들과 농사를 짓는 것이 일반적이었을 터다.
허나,
“아줌마가 끼어들면 얘기가 다르지.”
헬라가 자신의 야욕을 위해 손을 들이민 것.
어찌 보면 자연재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속셈이 너무 뻔한 데다가 칼날의 끝이 향하고 있는 곳이 자기 자신이라면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헬라 : 네가 진정 이 자리에서 죽고 싶은 게로구나? 또다시 그 말을 내뱉다니. 그 같잖은 혀부터 뿌리째로 뽑아 주마.】
“뽑을 테면 뽑아 보시던가요, 아. 줌. 마.”
【헬라 : 네노오오옴!!!】
그렇기에 어그로를 너무 끌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맞이할 일.
그렇다면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길게 끌 것 없이 헬라를 불러들이면 될 일 아니겠나?
“쿨럭!”
물론 주신격에 달하는 초월자.
헬라가 죽일 기세로 노려보는 시선은 니드호그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품고 있다.
각성을 치르지 못한 일반인은 그 즉시 쇼크사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충격.
하지만 이 정도에 죽었을 거라면 애초에 어그로도 끌지 않았다.
“쓰읍. 아줌마라서 그런지 성격 참 더럽네.”
속이 진탕되어 입에서 비릿한 혈향이 느껴지긴 했어도 죽지는 않았다.
일단은 진우는 각성자들 중에서도 나름 둘째가라면 서러운 입장.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우는 혼자가 아니었으니,
[초월자(주신)이 입장합니다.]【대지모신 : 네 반쪽의 외모답게 행동이 추하기 그지없구나. 아니, 원래부터 그게 네 성격이었으려나?】
너만 주신격 초월자 있냐? 나도 있다, 이 말이야.
그것도 아줌마와는 비교도 안 될 누님으로 말이지.
“후우…….”
어찌 되었든 대지모신이 나선 덕분에 짓눌러 오던 시선으로부터 여유를 되찾았다.
【헬라 : 너는 빠져 있어! 우리가 핍박 당하던 때에는 조용히 침묵했던 위선자 주제에!】
【대지모신 :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야? 나랑 관련도 없는 일에 내가 왜? 나설 이유가 없지.】
【헬라 : 그렇다면 지금도 그때처럼 빠져 있으면 될 일 아닌가?】
【대지모신 : 그때랑 지금은 다르지. 이 아이는 나의 소중한 선지자니까.】
【헬라 : 하찮은 장난감들이 더욱 소중하다 이 말이로군.】
그러는 사이 투닥거리고 있는 대지모신과 헬라.
과거 둘에게 무슨 일이 있었고 그 영향으로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대화를 통해 예상은 되었지만 진우에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어이, 아줌마. 적당히하고 끝내지? 빨리 마무리 짓고 농사지어야 된다고. 작물 다 시들면 책임질 거야?”
과거에 어물쩍거리는 것보다 늘 현재가 중요한 법.
언제나 풍작을 기원하는 농부에게 있어서 작물의 수확은 제때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질 좋을 때 아니겠는가?
예전에야 팜오리들이 알아서 농작물을 관리해 주긴 했다지만 지금은 그 팜오리들도 군단이 되어 바깥에서 활동 중인 상태.
그렇다면 이 일의 끝을 보기 위해서 가장 빠른 지름길은 하나뿐이다.
“척 보기에도 못생긴 아줌마일 것 같은데. 대지모신 누나. 빨리 끝내 줘요.”
【대지모신 : 물론이지. 조금만 기다리거라, 나의 총명스러운 아이야.】
대지모신과 헬라.
둘다 주신격 초월자답게 나이는 셀 수 없이 먹었을 터.
허나 둘의 공통점이라면 둘다 여신. 즉, ‘여성체’라는 점.
그렇기에 한쪽은 아줌마, 한쪽은 누나로 완전히 나누었다.
【헬라 : 이 두 연놈들이…….】
어쩌면 헬라보다도 나이가 많을 가능성이 있을 대지모신.
그런데 자기만 아줌마로 취급받는다? 그걸 참을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헬라 : 네놈이 그렇게 빨리 죽고 싶어 하니, 그리 만들어 주도록 하마.】
처음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적의가 가득 어린 시선.
당연하게도 그로 인한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으니,
쿠궁- 쿠구구구-
하늘에 생성된 거대한 크기의 변종 게이트.
아니, 사이한 기운까지 풍기는 그것은 더 이상 게이트로 구분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헬헤임의 문】
[죽은 자들의 세계, 헬헤임의 문이 산 자들의 세계와 연결되었습니다. 살아남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문을 파괴하여 죽은 자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하세요.]* 헬헤임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이치에 맞지 않는 적을 제거하고 핵을 파괴하여 헬헤임의 문을 파괴하세요.
* 죽은 자들에게 안식을 선사하기 0 / 알 수 없음
* 헬헤임의 문 파괴
※ 성공 시 : ???
※ 실패 시 : 죽은 자들의 세계와의 융합
※ 특이 사항 : 해당 퀘스트의 보상은 마지막 성과를 기준으로 지급됩니다.
이곳.
아니, 어쩌면 지구에 위치해 있는 전 세계의 각성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부여되었을 퀘스트.
이 모든 것이 살아 있는 세계와 연결된 저 흉흉한 헬헤임의 문으로 일어난 결과물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지금 네가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지 알고 있는 거냐?”
헬라에게 많은 힘을 받은 만큼 아는 것도 많은 탓일까?
헬헤임의 문을 바라보는 키안 자이스가 호들갑을 떤다.
헬라에게 힘을 부여 받아서 일을 치르긴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안전이 보장되었을 때의 이야기.
허나 세상이 뒤섞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꾸득- 꾸드드드득-!
게이트의 폭주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인 환경의 동화.
당연한 말이지만 죽은 자들로 가득한 세계의 환경이 살아 있는 이들에게 친숙할 턱이 없다.
싸아아아-
주변의 푸르른 초원은 순식간에 썩어 문드러지고 금세 황폐화가 이루어진다.
그야말로 죽은 자들을 위한 무덤.
각성을 치룬 초인이라고 해도 무적인 이들은 없다.
식물이 태양 빛으로 광합성을 하듯.
사람인 이상 살아남기 위해서는 먹기 위한 식량과 마실 물이 있어야만 한다.
의식주.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식(食)이 전부 사라진다면 결국 남는 것은 굶어 죽는 결말만이 있을 뿐.
“그러니까 막아야 하겠죠?”
“뭐, 뭣?”
자칫 자신도 죽을 수 있게 된다는 뜻.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는 법.
하지만 이러한 일은 이미 예상했던 바.
진우도 최소한의 방책을 준비해 둔 상태였으니,
“그럼요. 그러니까 당신들을 여기서 심문했던 거 아니겠어요?”
“여기라니……?”
“이, 이 소국의 애새끼가! 일을 벌일 거면 너희 나라에서 벌이면 될 일 아니야!”
“아니, 기왕 망가질 거면 땅이 좀 넓은 쪽이 손해 보는 게 맞죠. 대국의 마음가짐을 가진 분들이고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이니 용서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이런 짓을 하고도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
퍽-
“거참. 더럽게 시끄럽네. 빌런 됐으면서 애국심은 남아 있는 모양이네. 뭐, 그쪽들도 살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저한테 힘 보태요. 부여된 힘을 잃을 수 있는 위험? 지금 그런 게 중요해요? 이대로면 다 같이 굶어 죽게 생겼는데.”
“…….”
전부 너 때문에 상황이 이렇게 된 거 아니야? 라는 듯한 시선이 대놓고 꽂혔지만 그런 것 따위 알 바인가?
어차피 좀 더 먼 길을 돌아가느냐, 혹은 돌파하느냐의 문제 중에서 진우는 그저 지름길로서 돌파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일 뿐.
뭐, 단지 일을 치른 현장이 중국이기에 현지 사람들이라면 불만을 표출하긴 하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초월자가 일으킨 자연재해로 인해 한국에서 기르고 있는 농작물이나 마을 어르신, 이장님이 피해를 보게 만들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허, 허어. 진정 제정신이 아니로군.”
“이 녀석이 그 정도로 미친 인간이라는 걸 이제 알아본 거냐? 인간들 중에서 늙은 것치곤 보는 눈이 형편없군.”
니드호그 때도 그렇지만 반드시 피해를 볼 수 있는 싸움이 발생했을 때마다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전장.
(중국 한복판에 연결된 대규모 언데드 게이트, 이제는 아군이 된 드래곤, 빌런들과 함께 정화를 시작합니다.)
우린 그곳을 대륙‘이였던 것’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 * *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말.
그것은 생존 앞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제아무리 힘이 좋고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고는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살아 있을 때에나 해당되는 이야기이지 않겠나?
“이게 맞아? 이래도 되는 거냐고?”
“저게 무슨 영웅이야. 우리들이 하는 짓이랑 다를 게 뭔데?”
“그렇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우리들도 죽는 건 매한가지야.”
“영악한 놈. 어린놈이 더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니까?”
“빌어먹을……0.”
결국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리는 이들.
물론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동맹이 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에잇! 너희들이나 실컷 싸우라고!”
“뒤지든지 말든지 나는 살 거라고!”
빌런이 괜히 빌런으로 불리겠는가?
헌터들 중에서도 법과 반대되는 일을 게이트 안이 아닌 바깥에서도 떨치고 다닌 이들.
묶고 있던 고삐가 풀리기도 했겠다.
그냥 도망을 선택한 이들도 수두룩했지만 그들의 시도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콰득-!
– 미물이긴 해도 언데드들에 비하면 제법 괜찮은 맛이군. 어디, 내 한 끼 식사가 되고자 지원하는 이가 더 있나?
“히이익!”
“저, 저거 드래곤이잖아!”
인간의 모습에서 본래의 드래곤으로 돌아간 니드호그.
진우가 녀석에게 전해 둔 말은 딱 하나뿐이다.
이 지역을 벗어나려는 듯한 낌새가 보이는 이들은 먹어도 된다는 허락.
물론 모든 빌런들이 작정하고 달아난다면 모두를 잡을 수는 없겠지만 확실한 것은 먼저 도주를 시도한 이는 100%의 확률로 죽게 된다는 거다.
유대라고는 개미 눈물만큼도 없는 이들이 희생정신을 발휘할 턱이 있겠는가?
‘이래서 본보기가 중요하지.’
예로부터 가장 확 와닿게 만드는 걸로는 본보기만큼 좋은 게 또 없는 법.
여하튼 빌런들도 머리가 있는 이상 이 정도면 알아들었을 테니 진우는 곧장 대기 중인 생방송을 시작했다.
– 어? 라이브 방송 시작했다!
– 시청자가 몇 명이야 이거? 이러다가 채널 터지는 거 아님?
– 노노, 걱정 마셈. 김진우 생방송 시청자 10만 명 넘어가도 렉 안 걸리기로 유명함.
– 지금 30만 넘어갔는데?
– 아직도 상승세임. 이대로만 가자, 김진우!
– 농부가 짱이라니까! 나도 귀농한다!
순식간에 몰려드는 인파.
생방송 이전에 대기 시간도 그렇고, 능력 있는 편집자인 몰리의 도움으로 이제는 뉴튜브 채널에 헌터중에서는 상위권에 진입한 진우다.
어디 그뿐만이겠는가?
진우의 떡상을 위해서 아낌없이 자신의 차원과 연결해 주는 배려(?)까지 선보여 주신 헬라 아주머니의 도움까지.
싸아아아아—
주변의 환경을 메마른 대지로 만들며 금방이라도 언데드를 쏟아낼 듯.
불길한 기운을 풍기는 게이트의 모습.
– 그런데 왜 이렇게 큰일 있을 때마다 중국이 무대가 되는 거야?
– 그러게. 김진우 한국인이잖아?
– 미리 알고서 중국에서 대기한 거면. 이 정도면 거의 테러인 거 아닌가?
다만 최근의 니드호그 건도 그렇고.
이번의 언데드를 토해 낼 것이 뻔히 보이는 게이트도 그렇고.
진우가 가는 길에만 유독 활개를 치는 큰일들.
이쯤 되면 진우가 이런 일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닌, 오히려 좋지 않은 일들이 진우를 찾아다니는 모습.
집단지성이란 무서운 법이라고.
퍼즐이 맞춰지는 상황 속에서 전염병이 퍼지듯 퍼져나가는 음모론.
그러나 그 부분은 굳이 진우가 잡아 줄 필요가 없다.
– 그건…… 중국이니까?
– 그렇군.
– 일리가…… 있어!
중국.
이 한 마디로 해결될 정도로 진상과 패악질에 있어서는 일류인 대륙.
“나이스 어시스트, 몰리.”
– 이 정도야 기본이죠!
덧붙여 바람잡이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낸 유능한 편집자의 힘도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