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85
186화 초월자를 호출하는 방법
원래 대부분의 것이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힘들 뿐.
한번 시작하고 나면 두 번째는 저절로 쉬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그게 뭘 말하는 거냐고?
“그다음으로 가장 큰 세력을 이루고 있는 놈들은 이쪽 지역에 몰려있을 거다.”
“호오, 그렇단 말이지?”
말해 뭐 할까.
당연히 배신이다.
괴식 고문 앞에서 한 번 무너진 이후 이제는 입에 모터라도 달린 듯.
진우가 굳이 시키지 않아도 술술 뱉어 내는 니드호그의 진술.
썩어도 준치라고.
초월자에 속하는 녀석답게 헬라가 지구에 심어 둔 교단에 대한 정보 하나는 요정들보다도 우위에 있을 정도다.
[선지자여. 그대를 죽이려고 했던 놈이다. 과한 신뢰는 좋지 않다.]‘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니드호그를 결코 아군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죽이는 것보다 살려서 이용하는 쪽이 이득이 되기에 목숨줄을 붙여 둔 것일 뿐.
앞서 언급하지 않았던가?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고. 그러면 세 번은 얼마나 쉬울까?
바깥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무섭다는 말이 있는 게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뭐, 그래도 너무 과할 정도로 협조적으로 나오는 것은 진우로서도 뜻밖이긴 하다.
제아무리 괴식이 두려워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술술 불어 주니 오히려 거짓 정보가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지경이다.
“왜 그러지?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미물?”
“아니, 너무 많이 알려 주는 게 수상해서 말이지. 그리고 너 내가 경고하지 않았나? 한 번만 더 ‘미물’이라고 지껄이면 눈에 스프레이 뿌려 준다고?”
“크흠, 그, 그건 입버릇으로 붙게 되서…… 사과하도록 하지. 그리고 거짓 정보는 없다. 용언으로 약속했으니까.”
“그건 그렇겠네. 근데 어지간히 괴식이 먹기 싫었나 봐? 이 정도로 협조적으로 나오는 걸 보면?”
용언의 약속이 있는 한, 그리고 진우가 니드호그 외의 세력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이 아닌 한 녀석은 자신에게 불리한 행동을 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터.
그리고 니드호그의 과한 친절에도 나름의 이유는 존재했다.
“그것도 그렇지만 나는 그저 나의 것을 도둑질 한 인간인 너보다 헬라가 더 싫을 뿐이다.”
“그거라면 납득이 되네.”
국가와 인종, 종족에다가 추가로 필멸자와 초월자를 막론하고 존재하는 상사에 대한 반발은 어딜 가나 있기 마련인 법.
하긴, 애시당초에 니드호그가 지구로 넘어와서 괴식 고문을 받게 된 것도 다 헬라가 등 떠밀어서 오게되어 겪게 된 일이지 않던가?
원래 싫어하는 것에도 강도와 순서는 있을 터.
여하튼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이러한 분위기는 진우에게 이득이 된다.
“유럽 다음으로는 아프리카도 신경 써야겠네.”
요정들도 모르는 헬라가 숨겨 둔 고급 정보들만 쏙쏙 빼먹게 된 진우.
그다음 할 일이라면 뻔하지 않겠는가?
“이쪽이라면 맡겨만 두게.”
“이거야 원. 선배 너무 부려 먹는 거 아니여?”
“걱정 마시죠. 저 그렇게 경우 없는 놈 아닌 거 아시잖아요?”
“킬킬킬. 내가 이래서 널 좋아한다니까.”
이곳 지구에 있어서 진우보다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드루이드 선배님들의 지원.
그들 모두 다 어떠한 패널티도 없이 넘어온 덕분인지 힘이며 이동 속도하며 지구 내에서는 상대할 수 있을 만한 이가 아예 없을 정도다.
헌터 사회의 등급을 기준으로 치면 SSS등급.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을 주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믿음직스러운 이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선배님들에게만 의지할 수는 없는 노릇인 게 소수정예의 단점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무척 강하다 해도 몸이 여러 개가 아닌 이상에야 지구의 전 지역을 커버할 수는 없을 터.
그렇기에 진우도 어느 정도의 방책은 마련해 둔 상태다.
우우웅- 우웅-
진우가 손을 젓자 나타나는 게이트.
그곳으로 몸을 싣자 이동된 농장에는 어느덧 적지 않은 인원들이 모여 있는 상태다.
“다들 모여 계시는군요.”
“진우 씨!”
진우도 어느 정도 안면을 터 구면에 속하는 각국의 정상들.
“자네 덕분에 살았어. 은혜는 잊지 않겠네.”
“일본은 도움을 잊지 않습니다.”
“쯧. 난 굳이 도움이 없었어도 살아남을 수 있었거든? 그래. 이제부터 뭘 하면 좋을지 말만 하라고.”
그들 중에는 진우에게 우호적인 태도로 나오는 이들도,
“김진우라고 했던가? 목숨을 구해 준 것은 고맙지만, 게이트를 통로로 이용하는 건 대체 어떻게 한 건가?”
“일전에 일어난 게이트 실종 사건의 배후가 그쪽이었던 게로군. 다른 사람들은 속일 수 있어도 내 눈은 못 속여. 내가 우리 일본에서 관리하던 게이트의 이름도 모를까?”
“이건 엄연한 범죄라고!”
아직 인간의 문명으로는 다룰 수 없는 게이트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는 진우에게 적대적인 태도로 나오는 이들도 결코 적지 않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건 뭐, 물에 빠진 사람 기껏 구해 줬더니만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 아닌가?
“불만이시면 돌아가시면 됩니다.”
“뭐, 뭐야? 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감히!”
대부분이 국민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출신답게 곱게 떠날 턱이 없겠지
그러나 애시당초에 팜오리의 군세를 일으켰을 때부터 이러한 상황은 예측했던바.
당연하게도 그에 대한 대처법도 준비해두었다.
“니드호그.”
“거기 미물들. 불만 있으면 나한테 얘기하라고.”
“넌 또 뭐야. 상관없는 놈은 저리 빠져 있어!”
“나? 아, 인간의 모습이라서 몰라볼 테니 이 정도면 알아보려나?”
마법을 다루는 것에 있어서 인간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지닌 니드호그다.
너구리 일족과 잔나비의 둔갑술이 아닌.
드래곤의 마법인 폴리모프로 인한 변신답게 일부분의 육체를 변화시키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
그리고 그 말인즉슨,
쿠구구구구-!!!
펄러어어억-!!!
땅의 울림과 함께 인간 형태의 니드호그의 어깻죽지를 뚫고 튀어나온 날개.
비록 그 크기는 드래곤 때에 비하면 턱없이 작다 해도 ‘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알 수밖에 없을 터.
덧붙여 이미 니드호그의 안광은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다.
쭉 찢어진 채 피식자를 노려보는.
마치 파충류의 눈이 되어 버린 지 오래.
“너희들은 운이 아주 좋았다는 걸 모르나 보군. 이 인간이 아니었더라면 지금 여기서 살아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
압도적인 힘의 포식자.
누누이 말하지만 썩어도 준치인 법이라고.
드래곤의 힘은 확실히 강력했다.
* * *
굿 캅 배드 캅.
흔히 당근과 채찍이라고 했던가?
“이 일이 잘만 마무리되면 전성을 통한 작물의 거래를 확실히 약속드리죠.”
“미, 믿도록 하지.”
“걱정 마시죠. 약속은 지킵니다.”
포식자인 니드호그가 ‘채찍’으로서 이들을 압박하면 진우는 중간에서 ‘당근’의 역할로서 농작물에 대한 거래를 제안해 왔다.
이들도 각자 나라 내에서는 입지전적인 자리를 차지하던 인물들.
진우와 니드호그가 한통속이라는 것쯤은 알고야 있겠지만 그렇다 한들 어쩌겠는가?
딸꾹-
패널티를 받아 약해졌다 한들 초월자는 초월자.
니드호그가 보내는 살기는 S등급 헌터든, 일반인이든 간에 고양이 앞에 놓인 쥐처럼 주눅이 들 수밖에 없게 만든다.
예컨대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눈뜨고 코가 베이는 것을 막는 것이 불가능한 환경.
이렇게 되면 그들로서도 그나마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좋게 좋게 말할 때 서로 윈윈하면 얼마나 좋아?’
꼭 한 대 꿀밤을 맞아야만 알아듣는 사람들이 있으니 원.
뭐, 하여튼 각국의 헌터들의 지원도 약속받았으니 팜오리 군단과의 연계로 사회에 찾아온 혼란도 금세 잦아들게 될 터.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다는 소리는 결코 아니다.
결국 뭐가 되었든 이 모든 일의 원인이 되는 헬라를 제압하기 전에는 언제 또 일을 벌일지 모를 일.
그렇기에 진우가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또 뵙게 되었네요.”
“……날 잡았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면 곤란할 거다. 우리들은 그 분에게 있어선 장기 말의 일부에 불과할 뿐이니.”
“그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키안 자이스.”
“네가 예전에 날 이긴 것은 그저 운일 뿐이다. 이프리트들이 제대로 힘만 발휘했어도 넌 한 줌의 재가 되었을 게야.”
포박당한 상태에서도 웃어 보이는 키안 자이스.
반란을 일으킨 자이스 가문의 강경파들은 전부 다 붙잡힌 상태에서도 이리 자신만만하게 나오는 것을 보건대 자존심 하나만큼은 쉽게 꺾이질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상대가 이렇게 나온다면 무릇 꺾어 줘야 예의이지 않겠나?
“후우, 아직도 모르겠습니까? 당신이 다루는 이프리트와 제가 계약한 정령 간의 격차를?”
화르르르륵-!!!
“서, 설마! 마, 말도 안 되는!”
“말이 안 되기는요. 제가 계약한 건 명백하게도 샐리온입니다. 다른 이름으로는 불의 정령왕이라고 하던가요?”
“…….”
정령사라면 존재를 알 수밖에 없는 최고위의 정령인 정령왕.
그 막대한 힘을 지닌 개체가 저런 핏덩이와 계약을 했다고? 라는 표정이 키안 자이스에게 고스란히 드러난다.
– 계약자여. 우리도 있다.
– 바위처럼 우직하게.
‘여러분은 괜찮아요. 아직은 때가 아니니까.’
이거야 원.
불의 정령왕 뿐만 아니라 다른 정령왕들과도 계약되었다는 사실을 알린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새삼 기대되기도 했지만, 그런 패까지 다 보여 줄 이유는 없다.
진우가 미국에서 반란을 일으킨 강경파의 자이스 가문.
그중에서도 키안 자이스를 찾아온 이유는 간단했으니,
“이제 쥐새끼처럼 숨어 있지 말고 거 한번 대화나 해 봅시다. 헬라 좀 불러 주시죠.”
이 모든 일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헬라와 직접 대면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
이미 한 번 격돌한 판국인 탓에 좋게 풀리진 않겠지만 그래도 상관은 없다.
어디까지나 중요한 것은 확실하게 선전포고를 하거나 물릴 수 있다면 물리거나 하면 그만일 뿐.
“네가 범상치 않은 정령사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그래 봤자다. 우리는 우물 안의 개구리일 뿐. 설령 네가 불의 정령왕을 완벽하게 다루게 된다 해도 마찬가지일 거다.”
“그거야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겠죠.”
“허, 허허허. 그 자신감은 좋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 분을 부를 수 없다. 아예 불가능의 영역이니까.”
“흐음. 그래요? 그럼 제 방식대로 불러도 된다는 거죠?”
“……그게 무슨?”
키안 자이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의 SS등급 헌터다.
헬라에게 적지 않은 힘을 부여받았을 테니 현재 조용히 진우를 관찰하고 있을 터.
일단 보고 있다는 것이 확실한 만큼 그녀를 끌어내는 방법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보고 있는 거 알고 있으니까 나오시죠, 헬라 아줌마? 아니면 어르신이라고 불러 드릴까?”
“미, 미친…….”
“이봐 인간. 제정신이냐?”
[역시 선지자야. 믿고 있었다니까.]순식간에 무거워진 분위기.
키안 자이스도, 인간들 앞에서 기세가 등등했던 니드호그조차도 당황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반면에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 듯이 웃어 보이는 대지모신 님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이가 많다며 희롱하는 말을 듣고 좋아할 이가 누가 있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초월자(주신)이 입장합니다.]【헬라 : 이 고얀 것이 감히…….】
어그로의 기능으로서 ‘아줌마’의 성능은 너무나도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