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96
197화 헬헤임표 농작물의 경매장 데뷔
헬헤임의 재건이란 목표를 두고 있으나 실상은 진우의 폭업을 위한 준비.
그 과정 속에서 헬라와의 거래를 통해 추가한 조건 중 하나인 지구에 대한 간섭 제한과 헬라의 힘을 부여받은 이들의 명단을 인수 인계받았다.
“참 많이들 해 먹었구만.”
그 결과 명단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먼 나라의 대통령이나 총리, 헌터 등.
이름만 대면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유명인들로 밝혀졌다.
덧붙여 이미 사망한 이들의 경우 명단의 X표시로 쫙 그어져 있었는데, 개중에는 과거 연금 협회에서 진우와 엔코에게 뚝배기가 박살 난 리치도 포함되어있다.
“어딜 가든지 좋지 않은 일에는 다 끼어 있구나, 대륙은.”
이제는 당연하다시피 한 대륙 유니버스의 현 주소.
뭐, 달리 말하자면 이들이 이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헬라의 힘 덕분일 터다.
어찌 되었든 명단을 인수 인계 받은 이상 이제 적어도 지구 내에서 이들을 통제하는 것은 헬라가 아닌 진우가 되었다.
“알아서 인맥이 굴러들어 오네.”
문서 하나로 이들과 인맥을 형성하는 것을 넘어 압도적인 슈퍼 갑이 되어 버린 진우.
“끄어어, 내가 왜 여기에?”
“뭐, 뭐야 내 몸이 이상해…….”
“지옥에 온 걸 환영해. 이제부터 보람있게 일해야 되니까 마음에 드는 농기구 집어. 너희 몸보다 비싼 드워프제니까 잘 다루고.”
아, 물론 죄질이 너무 악독한 경우에는 이 자리에서 즉각 헬헤임 행 특급 티켓을 끊어 준다.
언데드들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해야 할까?
지치지 않기에 무한한 노동력을 지녔을뿐더러, 진우의 특성인 ‘굳건한 체력’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노동력 외에도 다가오는 언데드들을 막아서는 1차 방어선의 역할까지 충실하게 해낼 수 있는 셈.
“……너는 김진우?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당장 돌려보내!”
“우리 신께서 천인공노할 것이야!”
“안타깝게도 그 신들이 포기한 게 너희니까 받아들여. 그동안 누리던 거 뱉어 낸다고 생각하고 말이지.”
반발들이 거셌지만 결국 몸의 통제권을 꽉 잡힌 이상 헬헤임에서 반란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추가로 이렇게 잔당들을 한 번에 정리한 덕분에 드루이드 선배님들도 더 이상 발 벗고 뛰어다닐 필요성도 없어졌다.
즉, 세계수의 숲으로 다시 귀환해도 된다는 뜻.
물론 모든 선배님이 돌아간다는 의지를 표한 것은 아니었다.
【브락시온 : 이런 문명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안 그렇소, 티리에나?】
【티리에나 : 좋을 대로 생각하시던가요.】
【김진우 : 예. 다들 편하신 대로 즐기다가 가세요.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비로스 : 아주 꿀이 뚝뚝 떨어지는군. 수호자의 사정으로 결혼 못한 켄타우로스 입장은 생각 안 하나?】
【시드 : 남 신경 쓸 거면 연애는 언제 하고, 결혼은 언제 하나.】
【체르 : 킬킬, 결혼을 뭣 하러 해. 돈이 최고의 반려인 것을.】
【비로스 : 참 너 다운 생각이군. 나는 인내의 숲 관리를 위해서라도 떠나 보겠네.】
어차피 니드호그에게 패널티를 떠넘기고 온 상황인데 무엇이 걱정일까?
각자의 사정에 따라서 뿔뿔이 흩어지는 선배님들.
쉽게 모이는 일이 없는 만큼 아쉽긴 해도 언제든지 때가 되면 할 수 있는 드루이드 어셈블이기도 하고, 진우에게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태산처럼 밀려 있는 상태다.
“그래도 가장 급한 불은 역시 이쪽이겠지.”
넓디 넓은 헬헤임.
흙은커녕 독무로 가득한 민둥산인 이곳의 씨앗들을 심어 푸르게 만드는 일도 있지만, 이 부분이야 팜오리와 언데드들이 함께해 주니 천천히 나아가면 될 일이다.
현재 진우가 가장 우선시 해야 할 것은 누가 뭐라 해도 대지모신에게서 받을 특성을 고르는 것이다.
헬라가 자신에게 부여했던 저주를 회수함으로써 클리어 보상으로 획득한 몫.
그렇게 확인해 본 대지모신의 신격들은 누가 땅과 관련된 힘 아니랄까 봐 하나같이 농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접점을 가지고 있다.
가장 먼저 흙을 구의 형태로 뭉쳐서 쏘아 낼 수 있는 공격적인 머드 볼부터 머드 골렘 소환, 토양 강화 등.
“흐음…….”
대지모신의 축복을 얻었던 과거가 떠오를 정도로 행복한 고민.
이 중에서 하나만 고를 수 있다는 것이 참 괴로웠으나 결정을 내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결정은 하였느냐 선지자여?]“네.”
[그래. 무엇일지 몰라도 미안하구나. 내가 좀 더 힘이 있었다면 모든 것을 부여해 주었을 텐데 말이다.]“지금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요, 뭘. 저는 이 녀석으로 할게요.”
대지모신도 칭찬하신 결정.
이 신격을 특성으로 선택한 것이 정답일지, 아니면 오답일지는 앞으로의 행보가 결정해 줄 터였다.
* * *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
이처럼 참 간단명료하면서도 오만한 것이 또 없다.
헬라가 남몰래 지구에 전파한 헬헤임의 종교.
그렇지만 갑작스럽게 등장한 오리 군단과 이종족의 도움으로 지구는 빠르게 회복기에 들어갔다.
딱 한 곳, 중국을 제외하고 말이다.
“지독하군. 시독으로 완전히 가득해.”
“가망이 없어. 완전히 죽은 땅이야.”
“이런 빌어먹을…….”
아주 작은 헬헤임의 일부.
그 통로의 역할로서 헬헤임의 문이 잠깐 열렸을 뿐이지만 그사이에 빠져나온 언데드의 숫자는 실로 가공할 정도다.
인간 혼자서 막았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
시독의 독기만으로도 중국의 헌터.
그중에서도 상위에 있는 이들만 겨우 접근할 정도이니 오죽할까?
심지어 이 헬헤임의 문이 열린 것은 다 김진우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탓일까?
중국의 여론은 한국에게 상당히 좋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이건 전부 다 그 한국 놈 때문인 거 아니야?”
“한국에게 변상을 요구해야 한다!”
“고쳐 놔라, 김진우!”
애초에 김진우만 없었더라면 중국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의지 표명.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닐 뿐더러 설령 진우의 탓이 아니더라도 전 세계 인구 1위, 군사력과 경제면에서 아시아의 절대 강국인 중국의 말을 무시할 수 있을 만한 나라는 없을 터.
허나, 늘 그렇듯.
예외 사항은 존재하기 마련인 법이다.
“다들 진정하시게.”
“중국이 일개 개인에게 과잉 대응을 하는 것 아닌가 싶네.”
“중국이라는 나라가 개인 1명에게 무너질 정도로 허술한 나라였던가?”
일본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국 등.
그곳의 대통령들이 나서서 진우를 변호한다.
그야말로 웬만한 변호사들을 아득히 넘어서는 최고급의 인력들.
중국이 아무리 인구수를 밀어붙이며 떼를 써도 하나도 아닌 다수의 강대국이 목소리를 한 데 모으면 어쩔 도리가 없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그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으니,
– 저는 헌터에서 빌런으로, 또 다시 빌런에서 헌터로 복귀하고자 합니다.
– 이번 피해 발생에 있어서 변제를 충실히 이행하겠습니다.
– 중국에 발생한 재앙은 저의 잘못도 있으니 복구에 힘쓰겠습니다.
뉴튜브 곳곳에서 켜지는 방송.
그들 대부분의 신분이 이번 사태에서 빌런으로 날뛰던 이들이다.
신이 시킨 것도 아닐 텐데, 순식간에 개과천선하여 앞서 나서서 보상을 하겠다는 빌런들.
당연하게도 그들 모두 갱생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지이이잉-!
“억울해도 받아들여. 다 업보로 돌아오는 거야.”
헬라에게 받은 명단.
그들 중 지옥행 티켓을 끊을 정도로 지독하진 않지만 어쨌든 불법적인 일로 벌어들인 돈이었기에 거부감은 더욱이 없다.
무엇보다 자신이 피땀 흘려 번 돈도 아니지 않은가?
다른 방법으로 진우가 거둬들이는 쪽도 있겠지만 찝찝한 돈은 사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에는 죄가 없다지만, 범법 행위로 번 것이 대부분이라면 차라리 기부에 쓰는 것이 올바르지 않겠나?
물론 기부를 하더라도 중간에 해 먹는 이들도 적지 않으니 믿을 만한 쪽에 맡기는 것은 필수일 터.
뭐, 그렇게 빠져나가는 돈의 액수를 보면 아쉬운 것이 사람 마음이라지만 진우는 이러한 탐욕에 집어삼키질 이유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지옥표 작물 맛 좀 보여 줄 시간이군.”
모름지기 뿌린 대로 거두는 법.
헬헤임이라는 다른 농부들은 감히 시도도 하지 못할 지구.
아니, 차원 내 최초의 작물.
이제 진우에게 펼쳐진 것은 레드 카펫이 깔린 길이요,
돈방석에 앉아 갈퀴로 돈을 쓸어 담는 일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 * *
하루에도 기본 억 단위.
유동이 많을 때는 조 단위의 돈이 오가는 곳이 바로 경매장이라는 공간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특별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암암리에 개최되는 VIP, VVVIP등의 초호화 고객층들이 오고 갈 경우에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야말로 돈 놓고 돈 먹기.
주최하는 입장에서는 놓칠 이유가 전혀 없는 이들이다.
물론 VIP고객들의 관심을 끌고 유치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상품이 받쳐 줘야 할 일이었으나 사울 경매장의 실세인 유석영은 걱정하지 않았다.
“원정 다녀오시느라 많이 힘드셨을 텐데!”
“뭐, 헌터 일이란 게 다 그렇죠.”
그의 앞에 앉아 있는 옛된 외모의 청년.
이제 겨우 사회 초입에 들어서는 20대 중반의 나이였으나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정도로 유석영은 무지하지 않다.
그도 그럴 게 눈앞의 사내는 다름 아닌 김진우이지 않던가?
최초의 약초.
그것도 일반적인 도핑 수준이 아니라 영구적인 능력치 상승을 발휘해 내는 핑크 인시리움을 출품함으로서 세간의 집중을 받다 못해 뜨거운 감자가 되어 버린 인물이다.
그리고 유석영은 아직도 잊지 못했다.
김진우가 가지고 왔었던 전설 등급의 벌꿀주를.
당시에 벌어들이는 수익도 수익이지만 본디 경매장.
특히 VIP를 모시는 경매장의 입장으로서는 돈보다도 이런 귀중한 상품이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법이다.
대어를 낚기 위해서는 도구와 미끼가 따라 줘야 하지 않겠나?
그런 의미에서 김진우는 최고의 낚싯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부라고 해서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인물이지.’
유석영이 괜히 사울 경매장의 총괄을 맡고 있겠는가?
놓쳐서는 안 되는 인맥을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
그중에서도 김진우는 20대의 나이에 벌써 이 정도의 길을 닦아 냈다.
달리 말하자면 앞으로의 탄탄대로는 물론이요,
그 미래에 전 재산을 걸어서 투자하더라도 아까울 만한 인재.
그저 지금처럼 작물을 납품하고, 또 이전번과 같은 핑크 인시리움과 벌꿀주만 경매장에 내놔도 아직 구매하지 못한 초호화층 고객들은 서로 구매하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일 터.
하지만 김진우가 겨우 그 정도로 만족할 인물이 아니라는 것쯤은 유석영도 알고 있다.
아마 그렇기에 출품하기 전 직접 자신을 마주하러 온 것일 테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 출품하려는 물건은 이 녀석입니다.”
“오오! 그건 작물인가?”
“예. 지옥에서 수확한 작물이죠.”
“껄껄! 젊은 친구가 농담도 잘하는군.”
기대 속에서 내보인 생전 처음 보는 형태의 작물.
내심 영구 능력치를 꾀할 수 있는 약초나 벌꿀주를 기대했던 유석영은 아쉬움의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약초와 달리 전성에서 납품해 오는 작물들은 대부분 영구 능력치 쪽과는 거리가 멀다.
최초의 작물이라는 것이 흥미롭기는 해도 화제성으로는 ‘영구 능력치’를 이길 수 없는 것이 기본 상식일 터.
허나,
“어라? 내가 노안이 아닌데 벌써 눈이 침침해진 건가?”
“반복 사용이 가능한 부분이라면 잘못된 거 아닙니다. 그거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모품 맞거든요.”
“…….”
기본적인 상식을 아예 깨부숴 버리는 아이템의 출현에 할 말을 잃어 버린 유석영.
그것도 현대의 것이 아닌.
헬헤임의 것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