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27
228화 밑져야 본전
종족이나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 등.
오랜 삶을 살아가다 보면 음식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다 각자 다른 법이다.
“배만 채울 수 있다면야 나무뿌리도 귀중한 식재료지.”
“으으, 그걸 먹을 바에야 차라리 굶는 게 낫지.”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그 부분은 동감이군.”
음식을 그저 영양분을 충족시키는 정도로 생각하는 포우포포와는 달리, 미식에 진심인 편인 시드와 베리.
엘프와 드워프와 준할 정도의 견원지간 사이인 것치고는 그래도 공통되는 부분은 있다고, 이런 쪽에서는 또 쿵짝이 제법 잘 맞는다.
“진우. 다른 건 몰라도 베리 이것한테는 요리해 줄 필요 없어. 자기 먹을 몫은 꼭꼭 챙겨 두는 능구렁이 같은 녀석이니까.”
“하! 그럼 자기 몫은 스스로 챙겨야지. 하여튼 유인원 아니랄까 봐. 그리고 누가 인간이 만든 음식을 먹겠다고 말이라도 했냐고!”
“큭큭큭. 지금 그 말. 장담컨대 후회할 거다.”
“……그, 그래 봤자 요깃거리잖아!”
“상상도 못 할 맛의 요리라는 게 중요하지.”
“…….”
아, 그러고 보니 시드는 니드호그 토벌 당시 지구로 왔을 때 요리를 대접받은 적이 있었던가?
엘드룸니르가 없었던 당시라고 해도 진우가 팜오리들과 함께 직접 재배한 신선한 작물과 자극적인 조미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맛은 이런 숲속에서는 맛보기 힘든 진미였을 터.
물론 엘드룸니르가 추가된 지금의 진우가 펼치는 요리는 그때와는 비교할 수 있는 급이 아니다.
“캬! 기가 막히는군! 예전이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맛이 좋아지지 않았나!?”
“하하, 과찬이십니다.”
“아니, 겸손도 적당해야지! 평생 동안 살아오면서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이야!”
“굉장히 맛있다.”
“……확실히 음식에 대한 내 생각 기준이 바뀔 정도의 맛이다.”
난리블루스를 추는 시드와 과묵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샤카.
그리고 배만 채우면 그만이라던 포우포오의 생각 변화까지.
일행들이 칭찬하기 바쁜 진우의 요리.
심지어 보는 자리에서 요리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보았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뻔할 뻔 자 아니겠는가?
꿀꺽-
자고로 요리란 입으로 맛보고 즐기는 미각만이 전부가 아니다.
보는 맛의 시각과 유혹하는 냄새의 후각.
모든 부분에서 진우의 요리는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을 건데 더 나아가서 베리는 구미호다.
누가 개과에 속하는 여우 아니랄까 봐 안 그래도 발달한 후각으로 인해 더욱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을 터.
사실상 고문이나 다름없는 폭력.
그래도 나이에 따른 자존심은 있는지 이를 악무는 모습이다.
“쯧쯧. 저러다가 화병 나는 거지.”
역설적으로 그와 달리 입에서는 침샘이 폭발해서 줄줄 흐르는 상황.
그에 시드는 더 골려 주고 싶어 하는 듯 보였지만, 진우는 그 정도로 매정하지는 않았다.
“괜찮다면 드셔 보시겠어요?”
“이, 인간이 준비한 음식 따위! 나는 내 것이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거든!”
“그래도 남아서 버리면 아깝잖아요.”
“흐응……. 정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지.”
말은 그렇게 해도 몸은 솔직하다고 했던가?
구미호를 상징하는 아홉 개의 꼬리가 기분 좋다는 듯이 살랑거리며 이내 게걸스럽게 요리를 먹어 치운다.
“제, 제법 먹을 만하네.”
“그릇 기름도 핥아서 전부 다 처먹어 놓고는 잘도 말하네.”
“뭐, 유인원이.”
“이런 빌어먹을 것이!”
아무튼 남김없이 먹어 치워진 요리들.
성공리에 사이가 좋아졌다고 느껴진 것은 단순히 기분 탓인 것만이 아니다.
“크, 크흠흠. 조금 전에 처음에는 미안했어. 유인원이랑 친하다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적대감을 표했나 봐.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아뇨, 괜찮습니다.”
“이건 부족하지만 받아 줘. 인간에게는 꽤 쓸 만할 수도 있을 거야.”
우호 관계가 되었다는 상징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는 선물.
나름 어머니의 숲에서 한가락 하는 여우 일족답게 선물도 끗발 있다.
[구미호의 여우 구슬(측정 불가)]* 분류 : 재료
*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력이 5 상승하며, 이성에 대한 매력을 이끌어 냅니다.(1개 제한)
– 구미호 베리가 친구로 인정한 대상에게만 선물로 주는 여우 구슬입니다.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짙은 마력과 은근한 매력을 선사해 주며 가공을 통해 뛰어난 무구로 재탄생시킬 수도 있습니다. 다만 내부가 굉장히 독특하기에 무척 실력 있는 장인의 손에 맡겨야 할 듯합니다.
무려 측정 불가 등급에 해당하는 재료.
진우도 지금까지 얻은 가짓수로도 유석의 파편과 그라프비트니르의 액체 외에는 몇 없을 정도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귀중품!
이런 것을 요리 대접 한 번으로 얻어 냈으니 나쁘지 않은 거래일 터.
어디 그뿐만이겠는가?
식후 반응은 베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제 한번 우리 마을로 오게나. 내 크게 대접하지.”
“네. 꼭 찾아뵙겠습니다.”
베리 만큼은 아니었어도 진우에게 딱히 우호적이지 않았던 포우포포도 이제는 어깨동무를 할 정도로 친해졌을 정도.
그렇지만 이 둘보다도 놀라운 것은 뜻밖에도 과묵한 켄타우로스 샤카 쪽이었다.
“비로스한테 자네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네. 괜찮다면 잠시 건틀렛 좀 손봐 줘도 되겠나?”
“……장비를 말입니까?”
대뜸 장비를 넘겨달라는 샤카의 말.
물론 아무런 이유 없이 장비를 요구하지는 않을 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헌터들의 사회에서 무구의 존재는 또 하나의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당연하게도 그러한 것을 대뜸 넘겨달라고 하는 것은 지극히도 무례한 일.
허나,
“어, 샤카. 내 것도 부탁한다.”
“나도 해 줘!”
“흠흠, 괜찮다면 내 것도 부탁함세.”
“끄응. 너희들은 저번에도 해 주지 않았나.”
“쩨쩨하게 굴지 말고 좀 해 줘! 최근이라고 해도 벌써 5년 전이거든?”
“이번 공략이 나만 좋자고 하는 거야? 서로 서로 좋자고 하는거지.”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 그리고 충분히 합당한 내용이니 알겠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들의 헌터 사회이지 드루이드들에게는 그들만의 또 다른 사회가 있다는 것을 말해 주기라도 하듯.
시드를 비롯한 드루이드들이 먼저 무구를 샤카에게 건네주었고, 놀라운 것은 그다음의 일이다.
파팟- 파파팟-
거대한 체구의 켄타우로스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손놀림.
궁수라는 직업 덕분인지, 아니면 타고난 종족의 특징인지는 몰라도 손재주 부분만큼은 드워프의 바로 밑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아니, 적어도 이 분야에서만큼은 드워프보다 우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천둥석 건틀렛에 고대의 영혼 ‘샤 라르프’가 깃들었습니다.] [고대의 영혼 – 샤 라르프 -]* 분류 : 영혼 부여(남은 시간 72시간)
※ 고대 전투의 신 샤 라르프 : 민첩이 30만큼 상승하며, 하루에 1번 치명적인 일격으로부터 데미지가 완전히 면역됩니다.
– 고대 전투의 신 샤 라르프가 깃들었습니다. 3일 동안 무구의 성능이 상향되며, 특별한 기능이 생겨납니다.
※ 단, 고대의 영혼은 한 자리에 오래 머물지 않기에 한 번 적용된 무구는 이후 30일이 지나야 부여가 가능합니다.
무구에 영혼을 부여하는 켄타우로스 특유의 샤머니즘의 주술.
이러한 것은 드워프가 아무리 무구를 잘 만들어도 불가능한 오로지 켄타우로스만의 고유한 힘이지 않은가?
심지어 그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민첩이 30 상승하는 것은 물론이요,
하루에 1번뿐이지만 치명적인 일격을 무시한다는 가히 파격적인 옵션.
단언하건대 지구상에 이러한 힘을 상업화한다면 돈을 갈퀴로 쓸어 담는 것도 떼놓은 당상이나 다름없을 터.
그러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이 정도 되는 힘을 부여하는 것이 공짜로 되는 것일 리는 없다.
“괜찮으십니까?”
“……후우, 괜찮다. 다만 잠시만 쉬었다 출발하면 좋겠군.”
“그래 샤 라르프로 부여해 줬으니까 좀 쉬었다 출발하자.”
아이템에도 등급이 존재하듯이 부여해 주는 영혼에도 급이 있기 마련인 법.
그리고 다른 드루이드들의 반응으로 보건대 확실히 효과만큼이나 샤 라르프는 상당히 높은 등급이란 것은 안 봐도 비디오.
어차피 포우포포로 인해 골렘들에게 인식되지도 않겠다.
식후 소화도 시킬 겸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지는 것도 잠시.
[드루이드의 특성, ‘야생을 받아들여라’가 활성화됩니다.] [짙은 갈기 켄타우로스 족장 샤카와의 높은 친화력을 통해 힘 일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진우에게 오랜만에 떠오른 ‘야생을 받아들여라’의 알림음.
분명 오늘 처음 만났고 이제 막 알게 된 사이라지만 본래 ‘친화력’이란 절대적인 것이 아닌 상대적인 법.
아마도 과묵한 성격인 만큼 한 번 마음의 문을 열면 끝까지 친구로 지내는 스타일이라는 얘기.
아니,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러한 것이 아니다.
샤카.
켄타우로스이자 궁수이지만 그에게 부여받을 힘 중 가장 탐나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천둥석 건틀렛에 적용된 영혼 부여라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세 말 하면 입 아픈 얘기.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야생을 받아들여라’에 짙은 갈기 켄타우로스 족장 샤카의 고대 영혼 부여가 추가됩니다.]* 야생을 받아들여라
└ 고대 영혼 부여 : 고대의 영혼을 무구나 육체에 부여합니다. 고대의 영혼이 강한 존재일수록, 또한 육체에 부여할 경우 효과가 극대화되나 후유증도 그만큼 강하게 몰려옵니다. / 모든 능력치+5
“……미친.”
요리 한 번 대접해 준 것치고 이 정도면 남는 장사를 넘어서 마진율이 100%.
본전 그 이상을 넘어갈 지경이었다.
* * *
인간이든 드루이드든 간에 종족이 다르다 해도 게이트든 유물 던전이든 간에 결국 공략하는 목적은 똑같기 마련인 법.
그리고 당연하게도 공략 멤버 간에 사이가 나쁜 것보다는, 그래도 어느 정도 가까운 편이 난이도가 쉬워질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웬수 같은 놈이 탱커를 하고 있으면 고의로 딜을 안 하거나 힐을 늦게 해 주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짐꾼 시절 때 겪어 봤던 진우이지 않던가?
그것은 이번 유물 던전에서도 확실하게 적용되었다.
“여우불 강하게 둘렀으니까 망설이지 말고 돌진하라고!”
“진즉에 이랬으면 좀 좋냐고!”
쿠콰콰콰콰-!!!
구미호의 여우불 지원을 받은 잔나비 두령의 육탄 돌격.
아마 모르긴 몰라도 어머니의 숲.
그중에서도 잔나비나 여우 일족들이 보면 혀를 내두르며 놀랄 장면일 거다.
견원지간 사이였던 둘의 협력이라니.
아무리 공략이라는 하나의 뜻이 있다지만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처럼 서로 겉도는 이들이지 않던가.
허나 원숭이든 여우든 간에 진우라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있는데 둘을 하나로 설득시키는 것쯤이야 어렵지도 않았다.
뭘로 설득했냐고? 그야…….
“약속한 거다. 아까 해 준 거 또 해 주기로?”
“정말로 디저트 해 줄 거지?”
“물론이죠.”
먹을 거 앞에 장사가 있을 수 있겠나.
한 번도 먹지 않았다면 모를까 이미 한 번 맛본 이상 벗어날 수 없는 요리의 매력.
더군다나 요리를 해 주는 것이 진우에게도 딱히 그렇게까지 손해인 것은 아니다.
쿠릉- 쿠르르릉-
요리를 먹는 첫 번째 이유야 맛이겠지만, 헌터 사회에서는 버프의 순기능도 무시 못 한다.
실제로 버프까지 적용된 이들 앞에 빠르게 무녀저 내리는 골렘들의 모습.
다들 한 자리씩 차지하는 실력자들 답게 1인분은 월등하게 해내니, 쏠쏠하게 들어오는 경험치도 무시할 수가 없다.
‘그리고 고대 영혼도 말이지.’
무엇보다 ‘야생을 받아들여라’로 샤카에게서 얻어 낸 고대 영혼 부여만으로도 이미 사실상 뽕은 제대로 뽑아 버린 지 오래.
또한 태어날 때부터 숨 쉬는 것을 아는 생명체처럼 이 힘을 얻게 된 순간 진우는 자연스럽게 부여할 수 있는 고대 영혼들의 종류와 힘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