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61
262화 고대 정령, 동료가 되라
산의 거인인 수퉁이 생각 없이 일으킨 착취해 낸 산의 정기로 인해 어디부터 찾아봐야 할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 눈사태의 현장.
거기에 더해서 요툰헤임은 거인들의 세상이다.
하나같이 인간과는 거리가 먼.
모든 것이 거대화된 버전의 세계.
당연하게도 정령왕들의 힘을 부린다 해도 녹이거나 치우기에는 터무니없는 양.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진우는 그런 고생을 할 필요가 없다.
“이쪽이다 이거지?”
싸아아아- 싸아아-
진우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여러 번 반짝여 보이는 녹음의 빛.
물론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여전히 눈으로 가득했지만 상관없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하여튼 간에 이럴 때만 공손하다니까.
– 그게 계약자만의 매력이겠지.
길이 없으면 만들면 그만일 뿐.
이 거대한 곳의 눈을 전부 녹일 수는 없다고는 해도, 확실한 부분만 녹인다면야 마나로써는 차고 넘친다.
“녹이는 데 힘든 건 없으시죠?”
– 마나만 공급해 준다면야 문제없지. 다만 안이 불안정해서 갑자기 눈을 녹여 버리면 붕괴될 수도 있는데 괜찮으려나?
아직 직접 마주하지는 않았기에 정확히는 몰라도 고대 정령들은 일반적인 정령들처럼 정신체로 이루어진 이들이 아니다.
속성을 지니되, 육체도 존재하는 이들.
지반이 붕괴되어 깔리기라도 했다가는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할 터.
허나 진우와 계약된 정령왕은 불 속성만 있는 게 아니다.
– 바위에 이 정도쯤은 문제도 아니다.
– 뭐, 알고는 있었지만 만약을 위해서 물어본 거야.
– 눈을 전부 다 기화시킬 정도로 힘을 쓸 것도 없어. 액체가 되면 내가 치워 버리면 되니까.
– 그렇다면야 나야 쉽지.
화르르륵-!
다양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장점.
불로 녹이고 지반은 테라웰이 지키고, 효율을 위해서 녹아내린 물은 엘라인이 치워 버린다.
“와우…….”
누가 그랬던가?
주인과 애완동물은 닮아지기 마련인 법이라고.
물론 정령왕들은 애완동물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고위격의 개체들이니 비교하는 것은 실례라는 것은 알지만…….
우르르르르-!
– 좋았어! 끝났다!
– 역시 효율이 최고지, 암.
– 바위처럼 우직하게!
“다들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게 되었구만.”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국민이라면 무엇 하나 가릴 것 없이.
심지어 힐링을 하는 그 순간에도 극한의 효율을 따지고 보는 것이 진리인 법.
대한민국의 건아 김진우와 계약한 정령왕들은 어느새 극한의 효율충들이 되어 버린 지 오래였다.
* * *
[요르 광산을 발견했습니다!]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설원의 광산’] [신용도가 180 상승합니다.]“크흐으…….”
취한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것이 올바를까?
과연 녹음의 빛이 인도해 준 길답게 도착과 함께 진우를 가장 먼저 반겨 주는 것은 바로 무더기로 뭉쳐 있는 광물들이다.
[순도 높은 요르 광물 덩어리(신화)]* 분류 : 재료
* 사용 조건 : 힘 1,000 이상
– 강력한 힘을 지닌 자만이 캘 수 있는 요르 광물입니다. 무척 순도가 높기에 다룰 수 있는 장인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농부인 탓에 본격적으로 채광을 해 본 적은 없기에 자세하게 판별할 수는 없더라도 척하면 척.
거기에 더해서 이미 요르 광물로 제작된 아이템을 사용하고 있는 입장이기도 하다.
순도까지 높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터.
게다가 무엇보다도 진우는 거인들처럼 강제로 장인들을 찾아가서 착취를 할 필요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집에만 위대한 장인들인 드워프가 하나의 마을을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이지 않은가?
[선지자여 아마 그 말을 그대로 드워프들에게 했다가는 그대로 망치 찜질을 당해도 할 말이 없다.]“크흠흠…….”
……그래, 솔직히 인정한다.
굳건한 체력을 통해서 지치지 않는 덕분에 상당량 부려 먹었다는 점.
그리고 똥 묻은 전리품을 그대로 전달해 준 점까지.
툭 까놓고 말해서 진우가 아닌 다른 평범한 인간이 그런 꼴로 재료를 가지고 갔다가는 여신님의 말대로 망치로 머리가 수박 터지듯 박살이 나도 진즉에 박살이 났을 터.
하지만 진우도 나름 할 말은 있다.
“그래도 저는 드워프 맥주를 드리잖습니까.”
[그건 그렇지.]공짜로 부려 먹지는 않는다.
그저 일을 좀 많이, 또 더럽게 줄 뿐.
그래도 이번 거인들을 처리할 때는 드워프들과 펜리르의 바람대로 소똥 지옥을 사용하지 않고 입으로 잡지 않았나.
뭐, 어찌 되었든 이곳에 요르 광물이 산더미처럼 있다는 것은 알게 되었다 해도 여유롭게 채광할 때가 아니다.
“일단은 퀘스트 우선이지.”
애당초에 이곳에 온 목적이라 할 수 있을 파묻힌 고대 정령들의 구조 작업.
게다가 진우는 어디까지나 농부이지 광부가 아니다.
곡괭이를 준비한다면야 어느 정도 채광은 할 수 있겠지만 전문가만큼은 불가능할 일.
그렇다면 해답은 하나뿐이지 않겠는가?
“전문가를 구하러 가 보자고.”
씨익하고 올라가는 입가.
이곳까지 오는 과정 중에 정령왕들을 통해 습득한 정보들.
순수 100%의 정신체가 아닌, 육체가 존재하기는 고대 정령이기에 정령들과 달리 좀 더 가성비 좋게 육체적인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이 현재 있는 광물에 파묻힌 이유.
그건 단순히 산사태로 인해 휘몰아치는 눈을 대피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처음부터 고대 정령들이 살아가던 터전이 바로 광산이었던 것.
예컨대 농사일이나 채광 같은 분야에 있어서 날 때부터 전문가라는 소리.
퀘스트도 깨고 광산도 발견하고, 거기에 추가로 전문 채광업자들까지?
이런 걸 보고 꿩 먹고 알 먹기라고 하지 않으면 무어라 하겠는가?
– 그러게,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 ……저 정도일 줄은 몰랐지.
– 기도나 해 주자고. 비록 속성은 다를지라도 같은 정령이지 않겠나.
의도치않게 고대 정령을 팔아넘기게 되어 버린 정령왕들.
여신님 다음으로 진우를 잘 알고 있는 이들답게 곧바로 명복부터 빌었다.
* * *
태어날 때부터 대부분이 정신체인 정령들의 경우 굶어 죽거나 얼어 죽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육체가 없기에 허기를 느끼지 않고, 또 환경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정신체로 태어난 정령들에게만 통하는 얘기다.
‘대부분’이라는 말처럼 극소수의 예외 상황은 어디에나 존재하기 마련인 법.
그중에서도 육체를 지닌 채 태어난 고대 정령은 환경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단점만 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일반적인 경우의 정신체로 탄생하는 정령들은 열에 열.
하나도 예외 없이 전부 다 하급 정령부터 시작되는 것과는 달리 고대 정령은 다르다.
오랫동안 먹지 못하면 굶어 죽기도 하고, 온도 조절에 실패하는 것으로도 죽는 게 일상다반사다.
그저 다른 생명체와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아주 극한의 상황에 처하지 않는 한 그럴 걱정이 없다는 정도랄까?
어찌 되었든 간에 정령은 정령.
특히나 고대 정령은 태어날 때부터 거의 완전체에 가까운 형태로 탄생한다.
어째서냐고?
그야 그럴 수밖에 없다.
[요르의 정령 요르르] [천년 설원초의 정령 초] [만년설의 정령 설설]고대 정령의 탄생 원인.
그것은 어떻게 보면 에고가 깃든 무기와 방어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고대 정령의 경우에는 그것이 장비가 아닌 주로 재료에 깃든다는 점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재료에 깃듬으로써 고대 정령이 된 이들은 그 재질을 토대로 육체를 얻게 된다.
광물이면 튼튼하고 강력한 육체를, 약초라면 강력한 독성을, 눈과 같은 물질은 독특한 마나를 다루게 된다.
다만,
“초, 설설. 죽지 마라. 여기 먹을 걸 구해 왔어. 먹어라. 먹어야 살 수 있다.”
“무리야. 이런 설원초로는…….”
“나도 이런 눈으로는 허기는커녕 마나도 회복할 수 없어. 인근의 백 년 이상 묵은 눈은 다 먹어 치웠어. 너라도 살아남아라 요르. 내 아랫녀석들 좀 부탁하마.”
“…….”
강력한 재료에 깃들어 탄생한 고대 정령일수록 먹어야 되는 ‘식량’이 되는 것도 거의 동급에 해당하는 재료여야만 성립이 된다.
다행히 광산에 고립된 덕분에 요르의 정령인 요르르는 주변의 광물을 먹어 치우는 것으로 허기를 달랠 수 있었지만 천 년 설원초와 만년설에서 탄생한 초와 설설은 다르다.
동급의 재료가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그에 준하는 것을 섭취해야만 한다.
물론 오랜 역사가 흐른 요툰헤임에서는 천 년 묵은 설원초나 만년설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아래 등급은 찾아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상시의 경우일 때의 이야기다.
눈사태로 인해 고립된 현재로서는 일반 눈도 엎드려 절하며 먹어야 할 판인 셈.
“……수퉁. 모든 것이 다 그놈으로 비롯된 것이야!”
지구를 비롯한 다양한 차원에 고대 정령에 대한 정보가 적은 이유.
그건 무척이나 단순하다.
에고가 깃든 무기나 방어구를 찾기 힘든 것처럼 터무니없이 적은 개체 수.
그러한 만큼 고대 정령들은 태어난 매개체가 다르다 해도 서로가 서로를 가족에 비견될 정도로 소중하게 여긴다.
특히 그중에서도 초나 설설 같은 경우에는 일반적인 설원초나 눈에서 탄생한 것이 아닌 ‘리더’에 해당되는 고대 정령들.
“참아라. 네가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맞아. 너는 보이는 즉시 분해 당해서 무기나 방어구로 쓰일걸?”
“혼자 살아남을 바에 목숨을 걸고 흠집이라도 내겠다.”
“요르르…….”
그러한 가족을 이렇게 힘들게 만든 존재가 설령 초월자라 한들 무슨 상관인가?
눈빛을 통해 본 요르르의 각오.
“그렇다면 최소한 지혜의 거인이신 미미르 님을 찾아뵙도록…….”
그 무게를 깨달은 만년설의 정령.
이곳의 고대 정령 중에서는 가장 최고참인 편에 속하는 설설이 그나마 낮은 확률의 방법을 알려 주려던 찰나였다.
“그런데 아까부터 나만 이상한 건가? 점점 따뜻해지는 기분인데?”
“그게 무슨…….”
“잠깐만. 잘 들어 봐. 들려? 이 소리?”
화르르르륵-! 뚝- 뚜두둑-
대부분이 무력으로만 발달되어 있고, 항상 블리자드가 몰아치는 요툰헤임에서는 쉽게 들어 볼 수 없는 불을 지피는 소리.
놀라운 것은 그 혹한의 환경 속에서도 불씨가 꺼지지 않고 오히려 눈을 녹이고 있다는 거다.
어디 그뿐만인가?
쿠구구궁-!!!
스윽- 스으윽-
스르르르륵-!
분명히 지반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음에도 불구하고 무너지는 소리는커녕 너무나도 조용한 흙 치우는 소리.
그리고 머지않아 3개체의 고대 정령의 리더들은 다가오는 것이 죽음일지, 희망일지 침을 꼴깍이며 긴장하는 것도 잠시.
“휴우, 드디어 찾았네.”
“우리보다 작다니. 거인이 맞는 거야?”
“이, 인간이잖아?”
“인간? 그게 뭐지? 아무튼 살 수 있는 건가?”
“너희는 모를 수도 있겠지만 아마 불가능할 거다. 인간은…… 약하거든.”
요툰헤임의 거인들의 노리개용 장난감이나 간단한 요깃거리로 잡혀 온 것만 겨우 본 것이 고작일 뿐이다.
어떻게 이곳까지 온 것인지는 몰라도 수퉁이나 흐룽그니르 같은 거인왕에 해당될 급은커녕 일반 거인 하나도 상대하기 힘든 인간 필멸자 따위가 추가된 것은 사실상 죽음을 기다리는 생명이 하나 추가된 것일 뿐.
그러나 그 생각이 바뀌는 것은 채 1분도 걸리지 않았으니,
– 약해? 네놈들의 눈은 어떻게 되기라도 했냐?
– 나름 고대 정령들도 동족이라고 생각했거늘. 계약자를 욕보인다면 죽일 수밖에.
– 간만에 나랑 생각이 맞는데?
– 늘 다를 수야 없지. 우선 필요 없는 시야부터 제거해야겠군.
“저, 정령왕…… 들이라고?”
인간의 곁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불과 어둠의 정령왕.
하지만 놀라는 것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 적당히들 해. 얘들 홀쭉해진 거 안 보여?
– 광물의 정령은 바위의 이웃이다.
– 자자, 다수결로 가자고. 3 대 2니까 다들 진정하는 걸로 어때?
– 이럴 때만 착한 척들 하기는. 그리고 투표권은 아직 끝이 아니야. 인간. 네 생각은 어떻지?
보통은 하나도 보기 힘든 정령왕을 무려 5속성이나 다루는 필멸자라니.
어지간한 초월자도 불가능한 일.
허나 그것보다도 자신들의 목숨이 저 인간의 선택에 걸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고대 정령들은 흡 하는 소리와 함께 숨을 죽인다.
약육강식을 극도로 추구하는 요툰헤임의 차원.
저 정도의 힘을 가진 이라면 마음 내키는 대로 죽이더라도 누구에게도 불만을 말할 수 없을 터.
그렇지만 들려온 답변은 살려 주는 것도, 죽이는 것도 아니었으니,
“선택해. 일꾼. 아니, 동료가 될래? 아니면 여기서 묻힐래?”
협박이 더해진 동료 신청.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온 고대 정령들이라고 해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는 요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