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62
263화 미미르의 샘
생명을 가진 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 바로 생존 의식.
고대 정령들은 때아닌 진우의 협박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이것이 기회라는 것도 알아차렸다.
다른 평범한 정령들도 아닌.
무려 정령왕들과 친구 지내듯이 대화를 나누는 인간.
어차피 이곳에 계속 머물러 봤자,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광산에서 압사당해 죽는 길밖에 없다.
심지어 광물에서 탄생한 고대 정령을 제외한 이들은 모두 아사가 확정인 상태.
그렇다면야 결과야 뻔할 뻔 자 아니겠는가?
“정말로 목숨은 보장해 주는 거겠지?”
“물론이지. 제대로 된 휴식도 실력에 따라서 확실히 보장해 준다고.”
저 말이 어디까지 지켜질지는 모른다.
힘을 지닌 이들이 언제나 밥 먹듯이 저지르는 말 바꾸기.
거인들만 하더라도 그렇다.
광물이나 약초 등.
그들이 요구하던 것을 분명히 전부 맞춰 줬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생매장이지 않았던가.
아마 거인들이라면 자신들이 있었던 것도 까먹을 수도 있었을 터.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약육강식이 지극히 당연한 요툰헤임에서는 힘이 곧 법으로 통하기 마련.
허나 그렇기에 걱정되는 부분도 당연히 있다.
제아무리 인간이 강하다고 해도 결국은 필멸자.
자신들을 부리던 수퉁은 물론이요,
초월자에 속하는 거인 대전사급만 와도 위험해질 터.
“인간이여. 그대가 지닌 친화력과 힘이 굉장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살아남고 싶다면 지금 당장 이곳을 벗어나는 게 좋을 거다.”
“응? 왜 그래야 하는데?”
“요툰헤임에는 각자 지배하는 구역이 있지. 그리고 이곳은 산의 거인 수퉁의 구역. 멍청한 놈이지만 침입자를 결코 용납하지 않고 찾아올 거다.”
아사와 압사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 준 것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
그런데 이게 웬걸?
“수퉁이라면 이미 죽었어.”
“무슨 말도 안 되는…… 거인왕이랑 착각한 거 아닌가?”
“착각이 아닐걸? 주변을 살펴보면 알 거 아니야.”
“…….”
이미 죽어서 먼 강을 건너 버린 산의 거인에 대한 소식.
그러나 믿기지 않는 사실은 하나 더 남아 있었으니,
“인간. 그런데 이 균열은 대체?”
“아, 이거? 걱정할 필요 없어. 내 농장으로 가는 길이지. 죽거나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지금 당장은 광산이 이 모양이기도 하고. 일하는 요령 같은 것도 터득해야 될 거 아니야?”
“……인간은 요툰헤임에 납치되어 온 게 아니라는 건가?”
“납치될 리가 있겠어? 내 차원에 내 발로 찾아온 건데.”
“그렇다면 설마…….”
대부분이 광산이나 눈 깊숙한 곳에서 살아가는 고대 정령이라고 해도 큼지막한 내용들까지 모르거나 하지는 않다.
예를 들자면 자신들의 세계에서 가장 강한 거인왕이 다른 차원에 쳐들어갔다가 죽음을 맞이했다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
본래 요툰헤임의 지배자였던 거인왕을 제외하고 요툰헤임을 제집 안방처럼 드나들 수 있는 필멸자는 딱 하나의 경우뿐이다.
거인왕을 죽인 존재.
그제서야 거짓말처럼만 느껴지던 수퉁을 죽였다는 것에 더욱더 큰 신뢰가 생긴 고대 정령들이었고,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고대 정령의 친구’] [신용도가 50 상승합니다.]그에 따라 소소한 이득도 챙겨 가는 진우였다.
* * *
“이렇게 멀쩡한 재료들을 가지고 오다니! 진우 이 녀석. 하면 되잖아.”
앞서 똥 덩어리인지 부산물인지 구분이 안 될 재료를 줬었기 때문일까?
멀쩡한 전리품에 바라보는 시선부터가 다르다.
하긴, 아무리 좋은 전리품이라고 해도 똥 묻은 걸 누가 좋아하겠는가.
“잠시만요. 그거 공짜로 드리는 거 아닙니다.”
“공짜라니. 내가 가공해 주는 거잖아?”
“그룩 님이 싫으시면 다른 분께 맡기면 되죠, 뭐.”
“나 없이 잘될 것 같냐 이 녀석아. 드워프 아니면 이거 가공할 엄두도 못내.”
“체르 님한테 맡기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요?”
다만 그렇기에 진우로서도 주저함 없이 말할 수 있다.
“진우 너 이놈! 내가 따라 준 술은 벌써 잊어먹은 거냐?”
“그건 그거고요. 이건 거래잖아요?”
“쳇. 이 치사한 녀석 같으니라고!”
거래에 있어서 공과 사는 명확하게 구분해야 하지 않겠는가?
보통의 일반인.
아니, 각국에서 내로라하는 S등급의 헌터들도 드워프들에게 무구 제작을 맡기기 위해서라면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에만 통용되는 일.
진우의 경우에는 얘기가 다르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전리품이 아닌 초월자가 사용하던 무구와 그들 자체인 몸뚱어리까지.
가공하는 방향성에 따라서 기본적으로 상상을 아득히 넘어서는 것을 제작해 낼 수 있는 최고의 재료들.
이러한 것들은 반대로 드워프들이 가공하겠다고 억만금을 쥐고 들러붙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좋아. 원하는 게 뭔데? 돈은 아닐 거 아니냐.”
“정확하시네요. 어떻게 아셨지?”
“너랑 하루 이틀 함께 지낸 것도 아닌데 뭘.”
먼저 백기를 들어 보이는 그룩과 드워프들.
그러나 진우가 요구 조건으로 내민 것은 그다지 큰 것은 아니다.
“요툰헤임에 있는 광산의 채광 일을 도와달라고?”
“그런데 그곳에도 광산이 있었나?”
“그 거대한 세상에 광산 하나 있는 것도 이상할 일은 아니긴 하지.”
“거인들 문제는 해결된 거겠지?”
“뒤탈은 전혀 걱정할 필요 없죠.”
눈사태로 파묻힌 광산에서 채광하는 일.
보통은 엄두도 못 낼 일이지만, 주변에 적이 없다면 문제 될 것 하나 없다.
“간만에 채광이라. 이거 심장이 뛰는걸?”
“곡괭이들 준비하자고!”
실력 있는 대장장이인 동시에 광부이기도 한 것이 바로 드워프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곳에서도 광질을 하는 이들인데 안전까지 확보된다면 망설일 필요가 있을까?
파묻힌 탓에 험한 길이라고 해도 주저 없이 발길을 옮기는 행동력.
“그럼 잘 부탁하지.”
“아니, 우리 쪽이야말로 잘 부탁하지.”
무엇보다도 초면인 고대 정령들과 함께하는 일.
극도로 폐쇄적인 종족에 속하는 드워프와 고대 정령.
두 조합이 얼마나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꾸왁! 꾸와아악!
“이 녀석들아. 아무리 너희가 따뜻한 깃털을 가지고 있어도 요툰헤임은 힘들다니까? 진우야. 너라도 말려봐라. 네 말은 잘 듣잖냐.”
“다른 얘들은 힘들겠지만, 얘들이라면 문제없겠죠.”
“하여튼 어떨 때는 귀여워 죽으려고 하면서 어떨 때는 스파르타식으로 교육을 한다니까.”
“이 녀석들이 겉모습은 이래도 어지간한 거인들도 이길걸요? 그리고 추위에 적응할 필요는 있으니까요.”
“음, 확실히 일리가 있긴 하지.”
진우의 농장 초창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함께해 온 역사만 해도 무시할 수 없는 먼치킨 팜오리들이라면 혹한의 추위도 거뜬하게 견뎌 내고도 남을 터.
덧붙여 먼저 간 개체들이 적응하는 것에 성공하면 후발주자의 팜오리들도 적응하는 것에 보탬이 되는데 다가 경호까지 맡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광산 쪽 일은 이걸로 해결이고, 이제 마저 남은 것도 처리해 둬야겠지.”
사실상 지구 내의 농장과 더불어 요툰헤임 또한 진우가 보유 중인 여타의 게이트들처럼 언제든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입장이 된 상황.
그래도 기왕 일 처리를 할거라면 확실하게 해 두는 편이 안전이나 효율.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에 망설일 필요가 있을까?
“이쯤 되면 왕복 통로도 하나 마련해 두는 편이 좋겠는데 이거.”
이제는 완전히 제집 안방이 된 요툰헤임.
농장과의 직행 통로로 순식간에 왕복한 진우가 향한 곳은 이제는 자신의 것이 된 우트가르트성이 아니다.
또록- 또로록-
우뚝 솟아오른 고드름에서 떨어져 내린 물방울에 청아한 물결로 파문을 일으키는 거대한 샘.
모든 것이 ‘거인’을 기준으로 잡고 있는 요툰헤임의 세계답게 그 크기는 가히 엄청나다.
하물며 이 거대한 샘을 가득 메우고 있는 내용물도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것이었으니,
[미미르의 샘(초월)]* 분류 : 시설
*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나의 총량과 마력이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 태초부터 지금까지 적지 않은 지식을 담고 있는 샘입니다. 그 어떠한 현자보다도 많은 양. 끝없는 지식을 담고 있기에 무척 위험합니다.
※ 과한 지식의 탐욕으로 인해 정화 없이 섭취할 경우 목숨이 위험합니다.
※ 경고! 무단으로 퍼가지 마시오.
평범한 연못이 아님을 표현이라도 하듯.
무려 초월 등급을 자랑하는 샘.
그리고 동시에 진우에게는 익숙한 ‘미미르’가 포함되어 있는 샘이기도 하다.
[미미르의 샘물(초월)]*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온전하게 섭취할 시 24시간 동안 모든 능력치가 50만큼 증가하며, 이후 영구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10만큼 상승합니다.(0/1 1회 한정)
– 지혜를 품고 있는 현자의 우물인 미미르의 샘에서 퍼 올린 샘물입니다. 마시는 것만으로도 머리를 맑게해 줍니다. 단, 강제로 미미르에게서 약탈한 영향인지 지식이 담겨지지는 않았습니다.
거인왕을 사냥하고 얻었던 전리품 중 귀중함으로는 둘째가면 서러운 샘물.
당연한 말이지만 같은 등급과 같은 이름.
어디 그뿐만이겠는가?
쿵- 쿠웅-! 쿠우웅-!!!
“거기까지. 더 이상 샘에 대한 접근은 침입 행위로 받아들이겠다.”
[미미르(초월자 – 주신)]* 레벨 : 98
* 성별 : ♂
* 나이 : 8,150,022
* 직업 : 지혜의 거인
* 능력치 포인트 : 0
* 힘 : 2,259 민첩 : 580 체력 : 1,822 마력 : 3,923
100레벨의 아우둠라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레벨과 능력치.
그리고 나이까지 겸비한 지혜의 거인.
뭐, ‘지혜’라는 이름과는 거리가 먼 힘을 보유하고 있기는 했어도 무시 못 할 마력을 보유한 샘의 수호자 미미르까지.
우연도 이런 우연이 또 있을까?
동명이인 같은 것 따위로 넘어갈 수 없는 내용.
“세 번 겹치면 필연라고 했던가?”
미미르의 샘과 샘물, 그리고 샘을 지키는 지혜의 거인 미미르까지 세 번이나 겹친 우연.
이것이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이 거대한 샘에 자리하고 있는 물 전부가 초월 등급의 영약이나 마찬가지란 소리.
심지어 그러한 영약이 알아서 스스로 재생까지 한다?
“세상에 건물주는 들어 봤어도 연못주는 처음인걸.”
이미 요툰헤임 전체의 주인이 된 것이나 다름없는 진우였으니, 미미르의 샘도 자신의 것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
자본주의를 따르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집 앞에 석유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대박 거리가 있는데 그냥 넘어갈 이유가 전혀 없는 진우다.
* * *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예로부터 보상이 클수록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수퉁과 흐룽그니르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스팩의 지혜의 거인.
동시에 진우는 새삼 이런 보물을 앞에 두고 예전의 거인왕이 우물을 차지하지 못한 이유를 여실히 느꼈다.
‘지혜의 거인이라며, 지혜롭다는 게 저런 거냐?’
‘……아무리 그래도 저건 좀 심하잖아요.’
능력치에서 알아봤지만 ‘지혜’하고는 완전히 동떨어진 강력한 육탄 능력.
주신격의 초월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혼자라는 것에 방심한 것도 있다.
‘이 정도 힘이면 수퉁이나 흐룽그니르는 그냥 우스울 정도잖아.’
아우둠라 정도는 와야 어떻게 비빌 수 있는 강대한 힘.
이런 괴물 같은 거인이 자리해 있으니 거인왕도 차지하지 못하고 약탈하는 것이 고작이었을 거다.
특히나 죽기 전에 죽음을 두려워하면서 협상을 요구했었던 거인왕의 행동을 생각하면 더욱더 그러했을 터.
하지만 진우는 애당초에 이런 미미르와 목숨을 건 혈전을 치르려고 온 게 아니다.
실제로 그럴 목적이었더라면 아우둠라를 같이 데려와서 처리하면 그만일 뿐.
허나 그렇게 하지 않은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로는 필요 없는 살생을 저지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