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68
269화 흑우 발두르
새로이 태어난 거인들로서는 굳이 험악한 짐승들과 목숨을 건 혈전을 치를 필요가 없어지고, 진우로서는 태생부터 훌륭한 노동력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상부상조의 기회.
또한, 거인들을 농부로 부린다고 해서 진우에게는 손해가 전혀 없다.
제아무리 농사일을 하더라도 숨길 수 없는 거인으로서의 타고난 골격.
유사시에 전투에 동원되더라도 능히 1인분은 충분히 하고도 남을 저력을 보유한 것이 바로 새내기 거인들이다.
이른바 전투와 농사.
모든 부분에 있어서 만능인 생명체.
누군가.
예컨대 지금은 진우의 영혼 셔틀이 된 거인왕은 그런 거인들로 농사나 짓는다면서 버럭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농사를 얕보면 곤란하다고.”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농사는 중노동 중에서도 늘 빠지지 않고 최고로 힘든 일 중의 하나다.
요령이 붙는다고 해도 허리나 다리 관절 등.
뭐, 이미 닳고 닳은 농부라 할 수 있는 진우나 팜오리들이야 요령을 넘어선 경지로 인해 쉽기야 하겠지만 이제 막 적응한 거인들에게 요령이라는 게 있을 턱이 있겠는가?
“후욱, 후욱.”
“힘들다. 이제는 쉬고 싶다.”
“작은 새는 대단하다. 지치지도 않고 움직인다.”
온몸을 혹사시키기 딱 좋은 행동들.
허나 농사의 뉴비이기에 누릴 수 있는 특권.
그것은 혹사시키는 활동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말인 즉슨,
…….
능력치의 영구 상승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인 셈.
물론 거인의 기본적인 스팩 자체가 인간을 아득히 상회하기에 1의 증가가 사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테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계속해서 쌓이게 된다면 얘기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
어디 그뿐만이겠는가?
“일은 잠시 멈추고 밥부터 먹자.”
진우가 엘드룸니르로 직접 조리해 낸 요리와 그 밖의 각종 약초가 곁들여진 음료의 탈을 쓴 영약들.
모름지기 구두쇠처럼 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자고로 써야 될 때에는 아낌없이 투자를 해 줘야 하는 법이다.
특히나 이 거인들의 경우에는 육성의 방향성에 따라서는 전투와 농사.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고오급 인재들.
그러다 보니 아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래, 열심히 일한 만큼 배 터지게 먹어라. 남기지 말고.”
열심히 일한 자, 먹을 권리가 있다고.
먹거리와 일거리로 병 주고 약 주면서 당근과 채찍을 골고루 활용하는 진우의 방식.
“이거 더 없나?”
“벌써 다 먹었다고? 그 많은걸?”
뭐…… 누가 거인 아니랄까 봐.
먹는 양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는 게 흠이기는 하다.
덧붙여 한창 성장기라는 것도 한몫 단단히 해 주었을 터.
그 덕분에 버는 족족 나가는 돈과 영약의 재료들이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팜오리 비료(희귀) 320개 묶음이 판매되었습니다.] [지옥표 지룡의 분변토(유니크) 10개 묶음이 판매되었습니다.] [마른 소똥의 비료(유니크) 5개가 판매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팔려 나가고 있는 거름들로 충족되는 재화와 신용도.
쓰는 족족 충전되는 구조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하지만 현재 팔려 나가는 수많은 물품들도 그렇지만 진우의 관심을 끌기에 최적화된 것은 따로 있었으니.
[순도 높은 미미르의 샘물(초월)이 판매되었습니다.]“드디어 물었네.”
헤이드룬을 통해 신들의 상점에 등록해 두었던 순도 높은 미미르의 샘물이 마침내 판매되었다.
무려 700의 신용도로 판매가를 설정해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팔려 나갔다.
웬만한 거름이나 작물 수천, 수만 개를 팔아야 겨우 벌어들일 수 있는 신용도의 수치.
허나 신용도도 그렇지만 진우의 노림수는 단순히 그것만으로 끝이 아니다.
“좋아, 이제 어떻게 나오려나?”
요툰헤임의 특산품(?)이라 할 수 있을 미미르의 샘물.
숱한 세월 동안 변함없이 존재해 왔던 것이었으나 이번에 ‘순도 높은’이 추가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진우의 영향이 크다는 것쯤은 아무리 머리가 나쁜 초월자들이라고 해도 알 수 있을 터.
초월자가 제아무리 영생을 살아간다고 해도 약육강식에 민감하다는 것은 그간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는 진우이지 않던가?
그런 상황 속에서 순도 높은 미미르의 샘물과 같은 초월자가 보았을 때도 혹할 만한 영약이 눈에 띈다면 어떻게 될까? 심지어 그것이 자연적으로 생산된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방법으로 획득해 낸, 예컨대 지속적으로 얻어 낼 수 있게 된다면?
이렇게 되었을 때 이것을 알아차린 초월자가 앞으로 취해 올 태도는 예상컨대 크게 봤을 때 둘 중에 하나밖에 없다.
협박과 함께 강압적으로 물품의 꾸준한 공급을 요구하거나, 혹은 살살 구슬려서 또 하나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거나.
그리고 진우는 둘 중 어느 쪽이든 간에 모두 환영인 입장이다.
전자라면야 재 봐서 약하면 자기 혼자 나서서 꿀꺽하면 그만이고, 너무 강하면 아우둠라를 동원하면 그만일 뿐이요, 후자의 경우에는 호주머니 털기 딱 좋은 흑우들이 잔뜩 생기는 셈 아니겠는가?
그렇게 각을 보다가 누가 구매했는지 헤이드룬에게 귀띔으로 물어보려던 찰나였다.
[이봐, 인간. 괜찮으면 지금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급한 사안이야!]“네. 헤이드룬 님 부탁인데 당연히 시간을 내드려야죠.”
[휴우, 그렇다면 다행이네. 신들의 상점으로 오면 되는데 오는 법은 알고 있지?]“금방 가도록 하겠습니다.”
진우가 묻기도 전에 선수 쳐서 들려오는 헤이드룬의 목소리.
“……그나저나 벌써 온다고?”
척하면 척이라고.
타이밍만 봐도 헤이드룬이 부른 이유가 무엇인지는 뻔하다.
진우가 등록해 둔 미끼인 미미르의 샘물을 덥썩 문 초월자의 부름 일 터.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빠르기는 했다.
적어도 팔리고 난 이후 며칠 정도의 시간이 있은 뒤에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즉시 요청을 해 올 줄이야?
이게 좋은 반응일지, 나쁜 반응일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상관은 없다.
“갑이라는 것만 알려 주면 되는 거니까.”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갑을 관계에 있어서 누가 갑의 위치를 선점하느냐일 뿐.
그리고 유일무이한 물건의 생산처라는 것만으로도 갑이 누구일지는 두말하면 입 아플 지경이었다.
* * *
신들의 상점.
벌써 몇 번이고 방문한 경험이 있는.
현재까지 진우가 본 그 어떠한 경매장이나 상점들 중에서도 가장 값진 물품들을 판매하는 공간.
하지만 몇 차례 방문했었던 곳이라고는 해도 이번만큼은 좀 더 색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있었으니.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구나. 대지모신의 사랑을 받는 인간이여.]입장과 동시에 느껴지는 거대한 힘.
굳이 상태창을 확인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발두르(초월자 – 주신)]눈앞의 존재가 주신격에 이르는 초월자인 발두르.
그것도 아우둠라나 대지모신과 비견될 수준의 존재라는 것쯤은 말이다.
마음만 먹는다면야 진우 같은 필멸자는 한 손으로 찍어 누를 수 있는 실력자.
뭐, 그것도 어디까지나 ‘데미 갓’이 적용되기 이전의 진우에게나 통용되는 이야기이기도 하거니와 지금 눈 앞의 발두르에게서는 전투에 대한 의욕이라거나 투지같은 것이 전혀 느껴지지가 않는 것은 물론이요,
지금까지 마주했던 대다수 초월자들이 보여 준 필멸자에 대한 혐오.
미물을 낮잡아 보는 태도가 전혀 없다.
[이쪽으로 걸음을 오게 해서 미안하구나. 원래 급한 쪽인 내가 직접 찾아가야 정상일 텐데 말이야.]“아뇨, 저도 사정이 있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닙니다. 지구에 발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페널티가 있으실 테니까요.”
[이해해 줘서 고맙구나.]오히려 그 반대로 진우의 사정을 헤아리기까지 하는 모습.
물론 저러한 태도 자체가 거짓된 것일 수도 있겠으나 진우가 누구인가?
[발두르라면 제법 괜찮은 놈이니 믿어 봐도 괜찮을 거다 선지자여.]‘여신님께서 그렇게까지 말하신다면 믿어 보겠습니다.’
폭풍 성장하는 것에 큰 도움을 준 대지모신이라는 치트키.
그러한 여신님이 인증해 줄 정도라면 적어도 통수를 치거나 로키처럼 속이 시커먼 인물은 아니란 소리일 터.
다만 공과 사는 명확하게 구분해야 하는 법.
신뢰할 만한 대상이라고 해서 물건을 싸게 넘길 이유는 없지 않겠나.
“그래서 원하시는 건 순도 높은 미미르의 샘물이시겠죠?”
[그렇긴 하지.]진우의 물음에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역시나 초월자도 영구 능력치 상승은 못 참는 법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면야 이제 남은 것은 손쉬운 과정일 뿐이었으니,
“저는 만약에라도 고정적으로 거래를 하게 된다면 한 달에 최대 5개까지. 한 개당 1천 신용도에 판매해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1천 신용도라니? 누이의 신뢰를 받고 있는 친우여 무언가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닌가? 분명 신들의 상점에서는 700신용도에 구입했는데 말이야?]“기본적으로 등록한다면 그렇겠죠. 하지만 물건에 절대적인 가격이란 없지 않겠습니까?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샘물의 가치는 더욱 알려질 테고 그럴수록 가격은 더욱 뛰게 되겠죠. 미리 선점한다는 의미에서 1천 신용도는 저렴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전형적인 상인으로서의 흥정 과정.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해 본 이들은 개소리하지 말라며 이딴 독점 체제가 어디 있다고 따지고 드는 것이 정상일 거다.
물론 그렇다 한들 진우의 작물부터 미미르의 샘물 등.
모든 것이 독점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최대한의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농부가 되었든, 상인이 되었든 간에 가장 최우선인 것은 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변함없다.
더 많은 돈과 신용도는 훗날 진우와 진우가 운영하는 농장에 있어서 막대한 부와 명예, 그리고 무력을 선사해 줄 터.
그렇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초월자를 설득해 낼 각오가 되어 있는 진우다.
애초에 1천 자체가 세게 부른 것은 본인도 인정하는 바.
원래 흥정이라는 것부터가 처음에 세게 부른 뒤 차차 내리면서 합의점을 맞추는 것이 또 묘미 아니겠나?
그러나 초월자가 누구던가?
[흐음, 확실히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말이로군. 내가 경솔했어. 좋아. 1천 신용도에 거래하도록 하지. 다음 물품은 언제쯤 입고가 되겠는가?]“……으으음? 거래하시겠다고요? 1개당 1천 신용도에요?”
[그래. 그대가 1천에 팔겠다고 하지 않았는가?]“아아, 그렇죠. 그 물량 공급 부분은 미미르랑 대화를 해 봐야 알겠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아, 아하하 예. 감사합니다.”
흑우 오브 흑우.
날 때부터 초월자로 살아온 금수저들 아니랄까 봐 물가 따위는 개나 줘 버린 상식.
“……이거야 원. 이럴 줄 알았으면 200 정도 더 붙여서 말해 볼 걸 그랬었나?”
나름 피 튀기는 흥정을 생각했던 진우였으나 그러한 것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뭐, 가격은 나중에 차차 올리면 그만이니까.”
돈이야 추후에 올리면 그만일 뿐.
아스가르드라는 초월자의 집단.
다른 의미로는 블랙 말랑카우들을 손에 넣게 되었다는 것에 있어서 어떻게 써먹으면 좋을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입가에 미소를 띠는 농부이자 상인인 진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