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7
27화 성장의 지름길
– ……아가씨. 이 정보는 대체 어디서 구한 겁니까?
“무슨 문제라도 있을까요?”
– 아뇨, 문제라기보다는 정보를 토대로 조사를 해 보니 너무 상황에 맞게 떨어져서 그렇습니다.
“톰 아저씨가 확인해 줄 정도라면 확실하다는 거겠죠.”
톰 그리드.
유리 자이스에게는 통칭 톰 아저씨로 일컫어지던 그는 자이스 가문을 오래전부터 비호해 오던 정보원들의 수장이다.
그러한 인물이 정보에 대한 확신을 주면 사실상 끝이나 다름없는 일.
물론 너무 정보가 딱딱 알맞다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의심도 생길 수밖에 없다.
예를 들자면,
– ……솔직히 말씀드려서 이 정도로 완벽한 정보. 제 정보상 경력으로 말하건대 제공한 인물이 범인이라고 해도 납득될 정도로 너무 정확합니다.
본래 의뢰를 한 이만큼 자세한 내막을 알고 있는 이는 없다고 하지 않던가?
정보의 제공자.
즉, 김진우가 암살을 의뢰한 범인이라고 해도 믿겨질 정도로 자세한 정보.
허나 그자가 범인이라고 하기에는 ‘굳이?’ 싶은 상황이 너무 많았다.
이미 전성과는 인연이 있는 상태였고, 수아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 중이었던 인물.
그나마 가능성이라면 자이스 가문 눈에 띄고자 하는 것일 텐데 이 또한 아귀가 맞지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동행을 제안하지 않았으면 처음부터 성립이 되질 않으니까.’
애시당초 진우가 공략팀에 들어간 원인은 어디까지나 유리 본인이 팀에 합류를 제안했던 탓이다.
만약 유리가 제안을 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 진우는 없었을 테고, 아마 그녀와 수아는 그 자리에서 암살당했을 터.
헌데 그러한 것까지 예상했다고?
무슨 예언가도, 심리를 꿰뚫는 것도 아니고.
오리들과 함께 농사를 짓는 농부가?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럴 리는 없을 거예요.”
– 흠, 아가씨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그렇겠지요. 이거, 따로 문제만 없다면 저희 조직으로 거두어들이고 싶을 정도의 실력자입니다.
“아마 그건 힘들걸요? 따로 본업이 있으시거든요.”
– 허어? 이 정도의 정보 수집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따로 직업이 있단 말입니까? 위장 신분이 아니고 말이죠?
“네. 그러니까 톰 아저씨도 힘내셔야겠네요.”
– 허, 허허허…….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었던 건지 스마트폰을 통해서 톰의 허탈한 웃음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일 뿐.
정보원으로서 부끄럽게도 정보를 받아먹었으니 일값은 해야 할 것 아니겠는가?
– 이 정보를 토대로 압박을 강하게 넣겠습니다.
“예. 저와 수아의 목숨을 노렸던 값은 확실히 받아 내야겠으니까요.”
– 그쪽은 전문가를 많이 알고 있으니 저에게 맡겨만 주십쇼, 아가씨.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김진우가 범인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
거기에는 정령사로서의 경험도 이유가 된다.
“운다이르. 그때의 존재는 확실히 정령왕이 맞았던 거지?”
– 응, 그때는 나도 너무 갑작스러워서 확신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알 수 있어. 노움들의 반응도 그렇고. 태산 같은 거대한 힘. 분명히 태초의 물인 엘라인 님과 같은 길을 걷고 계시는 땅의 정령왕 테라웰 님이셔. 그곳에서 그런 위대하신 분을 소환할 수 있는 존재는 그 인간. 대지의 어머니의 사랑을 받는 자뿐이겠지.
“역시…….”
비록 잠깐의 시간일 뿐이지만 무려 땅의 정령왕 테라웰을 현세에 현현 시킬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정령 친화력을 지닌 인물.
새삼스럽지만 정령과 흑마법은 엄연히 상극이다.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처럼 공존할 수 없는 힘.
조금이라도 흑마법과 연관이 있다면 대지의 어머니는 물론이요, 노움들에게조차 사랑받는 인간이 될 수가 없을 터.
어디 그뿐만이겠는가?
최근 해외에도 약하게나마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아이템화’가 적용된 농작물을 수확하는 농부요,
이제는 톰 아저씨의 팀을 놀라게 할 정도의 정보까지 지니고 있다.
까면 깔수록 오히려 수수께끼만 가득한 알 수 없는 남자.
“……이거 수아한테는 좀 미안해지겠는데?”
유리 자이스.
평생 남자에 관심 없던 그녀조차도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 * *
“역시 거대 가문이 돈이 많긴 하구나.”
요정 찻집에서 책정한 가격인 1억 1,500만 원.
까놓고 말해서 정보.
A4용지 정도의 크기에 글씨 몇 개가 적혀 있는 종이 쪼가리를 이만한 가격에 판다고 하면 정신 나갔다는 소리 듣기 딱 좋겠지만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닌 그 안의 내용물이었다.
“하긴,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지.”
다른 누구도 아닌 대기업 전성 그룹과 자이스 가문의 귀중한 여식들을 하나도 아니고 둘을 동시에 노리려 한 암살 계획.
흑마법까지 동원하여 증거고 증인이고 다 말살해 버렸는데 그 흔적이 남아 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한국과 미국.
두 국가 모두 강력한 국력을 지니고 있지만, 특히나 미국의 경우엔 전세계에서도 내로라할 정도로 상대할 만한 국가가 없는 강대국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측정 불가 등급의 1,000조의 가격을 자랑하는 세계수의 씨앗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이스 가문이 미국 전체를 대표한다는 소리는 결코 아니지만.
“그나저나 이 정보에 관해서는 나는 손 떼는 게 맞겠지.”
정수아와 유리 자이스를 암살하려고 했던 자들.
설마설마했는데 그 범인은 다름 아닌 한국의 대형 길드 질풍 길드와 연금 협회의 합작이었다.
둘 다 한국에 속한 길드와 지부이기는 하지만, 정확히 내부를 따져 보면 질풍 길드는 일본, 연금 협회는 중국 측의 자금 지원을 받고 있으니 실상은 일본과 중국이 저지른 짓이라는 것.
국내 정치, 헌터 업계의 기형적인 카르텔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국제 정치, 국가 단위의 외교 문제라니.
“어휴, 아서라. 모종이나 심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일 있으랴?
정진식 패거리와 같은 더러운 똥 무더기가 눈앞에 달려든다면 기꺼이 치워 줄지언정 안타깝게도 진우는 일일이 찾아다니는 자선사업가는 아니다.
뭐, 그래도 1억 1,500만 원.
유기농 한무 감자를 팔고 벌여들였던 돈 대부분을 사용해서 구입한 정보로 진우도 쏠쏠하게 벌긴 했다.
그래서 얼마를 받았냐고?
안타깝게도 지금 당장 받은 비용은 0원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백지수표는 드라마에서나 볼 줄 알았는데 말이지.”
진우의 손에서 팔랑거리는 한 장의 백지수표.
말 그대로 적는 금액이 곧 돈이라는 소리다.
“……허무맹랑한 가격은 어림도 없겠지만.”
아무리 백지수표라지만 1경, 만해 단위의 말 같지도 않은 금액을 적어 넣으면 퇴짜 맞기 딱 좋다.
“이런 걸 사용해 본 적이 있어야지 원.”
군대에서도 느꼈지만 뭐든지 중간만 하는 게 가장 쉬운 길이면서도 또 가장 어렵다.
적정선이라는 게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다르니 어쩔 수 없는 일.
“후우, 쓰는 건 진짜 금방이구나.”
예로부터 버는 것은 어려워도 쓰기는 쉽다더니.
정보비용으로 텅텅 빈 계좌 현황.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80분 동안 민첩+1
– 실력 있는 농부와 오리 농법의 힘으로 수확한 유기농 배추로 담근 김치입니다. 특별한 힘에 의해 발효 속도가 증진된 상태입니다.
※ 중간 발효될 시 지속시간이 300분으로 증가됩니다. (남은 시간 30일)
※ 완전히 발효될 시 등급이 희귀로 강화되며 민첩이 4만큼 추가로 상승합니다. (남은 시간 90일)
“상상 이상으로 효과가 좋아서 다행이야.”
이번 김장을 통해서 획득하게 된 김장 김치.
역시 유구한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의 전통 식품 아니랄까 봐.
확인해 본 옵션도 나쁘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강화된다 이거지?”
발효 식품이 지닌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맛의 풍미가 더욱 깊어진다는 점.
뭐, 시간에 따른 강화엔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단점이 되기도 하니까.”
30일과 90일.
솔직히 시중에 나온 김장 김치에 비하면 묵은지가 되는 속도는 훨씬 더 빠른 편이지만 이마저도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당장 사냥에 나가야 하는데 소모성 아이템의 효과가 강화될 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물론 강화될 때까지 숙성시켰다가 파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그것도 진우에게는 나름 돈을 바로 만질 수가 없으니 무조건 좋다고 볼 수는 없을 터.
그래도 진우는 해맑게 웃어 보였다.
“지금 돈이 부족하면 땡겨 쓰면 되겠지.”
첫 계약 때야 유야무야 넘어갔지만, 두 번째 계약 때부터 진우는 철저하게 계약금을 받아 낼 생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진우와 전성과의 관계에 있어서 시간은 진우의 편이지 않던가?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전성의 미래 오너가 될 정수아의 목숨을 살려 내기도 한 진우다.
보상까지 약속받은 상태이니 계약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일.
이러한 점을 제외하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강화되어 묵은지가 되는 김치처럼 나날이 늘어갈 진우의 작물들.
아니, 그저 작물들 뿐만일까?
“가공의 방법은 무한하니까.”
김장을 통해서 배추를 김치로 가공한 것처럼 농부에게도 수많은 길이 있다.
당장에 떠오르는 발효 식품 중에는 김치 말고도 숙성의 주류로 통하는 와인이나 치즈 등도 존재하지 않던가?
와인을 만들려면 포도를, 치즈의 경우에는 우유 수급을 위한 젖소가 필요할 테지만 그 부분이야 해결할 방안은 많다.
이장님의 인맥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거니와 진우에게는 오직 자신만이 이용 가능한 야생의 드루이드 상점이 존재한다.
“생각해 보면 가축들이 효율이 좋긴 해.”
초기에 각성과 함께 확인해 보았던 보따오리도 그렇고, 지금 농장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팜오리도 그렇고.
처음 들어가는 비용이 크다는 게 흠이지만, 성체가 되고 암수의 짝만 맞으면 새끼까지 칠 수 있으니 이만큼 남는 장사가 또 어디 있을까?
또, 이뿐만이랴?
꺄아! 꺄아아!
“그래, 너도 있었지. 천묵아.”
농장 한켠에 자리한 약초밭.
그곳에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는 핑크 인시리움은 단언하건대 경매장에 출품이 되는 즉시 혁명을 일으킬 거다.
인내의 숲에서 수확했던 것도 그렇지만, 진짜배기 농부인 진우가 천묵이와 팜오리의 힘으로 수확했으니 그 효과는 더욱 가중될 터.
“뭐가 됐든 지금 중요한 건 다양성이야.”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빠른 수확을 통해 그냥 감자만 내다 팔아도 밥 굶을 일은 없는 것 아니지 않냐?
과유불급, 양토실실.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으려다가 둘 다 놓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허나 그건 진우에게는 통용되는 사자성어가 아니다.
“역시는 역시 역시군.”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손맛 가득 김장’] [신용도가 1 상승합니다.]김장을 완료했을 당시 진우의 앞에 떠올랐던 표시.
돈보다도 중요한 신용도 확보의 지름길이 바로 여기에 있었고,
[현재 신용도 27] [당신의 현재까지 누적된 신용도는 50입니다. 이제 좀 뉴비 티를 벗어 던진 드루이드가 되셨군요! 넘치는 신용도! 적극적으로 환영합니다!]“그럼 뭘 사 볼까?”
아끼다 똥 되는 수가 있는 법.
진우는 모아 둔 신용도를 과감하게 사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 * *
대형 길드.
수많은 인원과 막대한 힘.
하지만 많은 힘과 권한은 역으로 독이 되는 경우가 잦은 편이다.
좋든 싫든 길드를 책임지고 있는 장이라면 챙겨야 하는 이미지라는 게 있다.
개인이라면 모를까.
집단을 이룰수록 세간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입장.
그러한 것을 단번에 깨부수기에는 언론 매체와 미디어만큼 효과적인 게 또 없다.
대문짝만하게 실린 각 언론 매체들의 기사들.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일한 시간에 올라온 글들은 각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곧장 노출되었다.
– 저거 실화임?
– 와, 미쳤네. 아무리 경쟁자가 아니꼽다고 해도 이렇게 암살까지 의뢰한다고?
– ㅋㅋ 대형 길드도 갈 때까지 갔구만.
– 연금 협회 새끼들 독점으로 시세 나락 보낼 때부터 알아봤어.
– 질풍 길드 김장혁의 조상이 유명한 친일파라며?
– 저저 매국노 새끼 저럴 줄 알았어. 하여간에 나라에 도움은 못 될망정. 에잉 쯔쯔쯔!
수많은 사람의 관심 어린 댓글과 반응.
동시에 사건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질풍 길드에서는 난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