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58
58화 해외로 향하는 만드라고라의 정기
“아이템 착용이 각성 조건이라고요? 그,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네. 어차피 믿기로 한 거 그냥 한번 속는 셈 쳐주시죠.”
“……정말이지. 그쪽도 참 유별난 사람이네요.”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특성 ‘뱀의 혀’의 도움으로 완전히 주도권을 잡고 진행하게 된 대화.
어차피 각성이 급한 것은 진우가 아닌 카나에 쪽이다.
3년의 짐꾼 생활을 해 왔던 진우조차도 각성을 그토록 바랐었는데 일왕의 딸이라고 어찌 바라지 않겠는가?
지위가 얼마나 높든 일단 각성자가 되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것은 상당히 많다.
굳이 사냥을 나서지 않더라도 능력치를 올리는 것으로 건강을 유의미하게 챙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령사와 같은 희귀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외교에 있어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그럼 잠시 실례할게요.”
“예.”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카나에가 각성하게 될 직업인 달의 아이.
약간의 고민 끝에 카나에는 흑표범의 가죽 갑옷을 착용했다.
우웅- 우우우웅-
“아, 이건…….”
심장 부위에 모이는 달빛과 함께 진행된 각성.
진우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상태창의 공유를 요구했다.
헌터 사회의 생태를 생각하면 매우 실례인 행동이지만, 진우는 이번 각성을 이루게 만들어 준 인물.
덧붙여서 용혈 가방과 신화 등급의 무구도 공개해 주었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첫 테스트였는데 다행히 카나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창을 공유해 주었다.
[나가모리 카나에]* 레벨 : 1
* 성별 : ♀
* 나이 : 25
* 직업 : 달의 아이
* 능력치 포인트 : 0
* 힘 : 3 민첩 : 3 체력 : 3 마력 : 22
‘역시 대박이네.’
버프를 사용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느낌이 왔지만 이건 대박감이다.
마력이 주로 발달된 귀족 계열의 직업. 게다가 ‘달의 아이’라는 최초의 클래스.
그에 걸맞게 보유 중인 특성도 상당히 쓸 만하다.
[특성]* 달빛 속에서 : 항상 달빛을 품고 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증가합니다. 최대 10명에게까지 ‘달빛 속에서’의 효과를 나눠 줄 수 있습니다. 해당 특성은 레벨에 비례하여 강화됩니다. (현재 추가량 1)
비록 1개뿐이나 그 1개만으로도 엄청난 메리트를 지닌 옵션.
막말로 10명에게 공짜 능력치를 선사해 주는 셈이지 않은가?
물론 당연하게도 그 혜택의 첫 타자는 뻔할 뻔 자다.
[‘달의 아이’ 특성, ‘달빛 속에서의 시전’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YES / NO]※ 패널티 및 부정적인 효과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버프입니다.
“YES.”
각성시켜 준 진우가 아니면 누가 받겠는가?
덧붙여서 카나에의 직업인 달의 아이가 지닌 사기적인 점은 특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심장 부근에 잘 집중해 보시면 월석 제어기라는 유물도 있을 겁니다.”
“……당신이 이걸 어떻게?”
“다 방법이 있죠.”
대지모신 님이라는 사기적인 치트키로 다 알아본바.
숨기려고 해 봤자 의미는 없을 거다, 이 말이야.
아무튼 알짜배기로 가득한 직업.
이것이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에게서 발현된 것은 아쉽지만 상관없다.
“어쨌든 이걸로 약속은 지켰습니다?”
“정말,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일왕의 딸이라는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에게 지우게 된 엄청난 빚의 무게.
적어도 고마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은혜를 원수로 갚지는 않을 터.
뭐, 혹여라도 안 좋은 마음을 먹는다면 진우로서도 나름의 보험은 미리 깔아 두었다.
[드루이드의 특성, ‘선지자를 향한 대지모신’의 축복이 활성화됩니다.] [당신에게 우호적인 대상에게 ‘대지모신의 축복’을 부여하시겠습니까? YES / NO]※ 주의! 승낙 시 체력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3만큼 소모됩니다.
“아, 이거요? 소소한 서비스에요. 땅의 정령과 소통할 수 있게 해 줄 거랍니다.”
달의 아이로서 각성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부여한 ‘대지모신의 축복’.
힘겹게 얻은 직업을 잃고 싶어서 환장한 것이 아니라면 배신은 곧 파산으로 이어질 거다.
* * *
달빛의 버프를 이것저것 챙겨 받는 것을 끝으로 카나에는 농장을 떠나갔다.
어차피 더 있어 봤자 이제는 얻어먹을 것도 없거니와,
“드디어 제 차례네요.”
더 이상 기다리게 했다가는 유리 자이스가 냉기의 화신이 될 것 같았으니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응애 오리들이 있다고는 해도 한계는 있기 마련인 법.
그러나 카나에를 포함한 일본 관계자들이 모두 떠나간 이후 유리는 어째 기분이 더 좋아진 듯 싱글벙글 웃어 보인다.
……정말이지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고, 알다가도 모르겠다.
물론 그건 그거고.
유리를 포함한 자이스 가문.
미국이 진우의 농장을 방문한 이유는 알고 있다.
“그룩 님은 이곳에 계신 게 맞을까요?”
“네. 잠시 모습을 숨기고 계시는 상태이십니다.”
“그렇군요.”
미국의 방문 목적이 드워프 말고 또 있겠는가?
본래는 자신들에게 소속되어 있었던 그룩 토르산.
뭐, 생명체인 드워프가 물건도 아니고, 비대칭 전력으로 취급받는 만큼 강제적으로 데려갈 수야 없겠지만 어떻게든 꿍꿍이는 보여 줄 터.
다만 지금의 상황이 유리는 그다지 마음에 드는 모양이 아닌 듯싶다.
“저, 정말로 이런 얘기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그래도 이게 자이스 가문에도 많이 일이 얽혀 있다 보니…….”
“아뇨, 충분히 이해합니다.”
상관이 까라면 까는 것은 나라 공통인 법이니까.
특히나 이 모든 원인이 피터 자이스가 그룩을 한국으로 불러서 초래한 결과물이다.
덕분에 진우는 이득을 보았지만, 역으로 미국은 크나큰 피해를 입은 격.
물론 세상일이라는 것이 다 생각하는 대로 굴러가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미국의 입장에서는 설마 드워프가 한국에 남고자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일.
마음 같아서야 힘을 써서 강제로라도 데려오고 싶겠지만 드워프라는 생명체가 그런 것이 통하는 생명체가 아니다.
힘으로 억압하려 든다면 아예 작업을 진행하지 않는 종족.
그러한 드워프에게는 협박도 통하지 않는다.
목에 칼을 들이밀 경우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자존심으로는 엘프와 함께 쌍두마차로 둘째가라면 서럽게 생각하는 이들.
심지어 진우는 자이스 가문에게 생명의 은인 같은 존재이기도 했으니 좋지 못한 행동을 취하는 것도 꺼림칙한 상황.
헌데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미국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접근해 왔다.
“그래서 말인데요, 혹시 진우 씨. 미국으로 귀화하실 생각 없으신가요?”
“……네?”
“미국에 대한 시민권을 약속해 드릴 수 있어요. 아, 그리고 전성에 대해서도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미국에도 전성의 지부는 있으니까요. 시간 차이라던가, 언어의 장벽이 있긴 하겠지만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어요!”
드워프를 설득할 수 없다면 드워프가 점찍은 인간을 설득하라고 했던가?
아예 진우를 한국이 아닌 미국인으로 귀화시키려고 하는 미국의 목적.
확실히 환경이라던가, 게이트라던가 모든 면에 있어서 미국이 한국보다 장점이 많기는 하다.
우선 땅이 넓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농부에게는 무척이나 유리한 조건.
진우도 사람인지라 솔깃하기야 했지만, 그것도 잠깐일 뿐이다.
“죄송합니다만 귀화에 관해서는 거절하겠습니다.”
“네? 어, 어째서요?”
“뭐랄까. 그래도 고향이잖아요.”
대한민국을 향한 애국심 같은 것은 아니다.
애국심은 군대를 다녀오면서 이미 다 마모되다 못해 갈아 없어진 지 오래.
진우가 포기할 수 없는 것.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에 자리 잡고 있는 자신의 완성된 농장과 칼날엄니 숲에서 자생 중인 군락지들이다.
이미 완성한 것들을 또 다시 미국으로 넘어가서 하라니.
텃세 관련 문제도 빼놓을 수 없을 터.
자이스 가문이 뒤를 봐준다고 해도 미국에서 황인종.
무엇보다도 아시아계 사람이 받는 대접이 얼마나 박한지를 생각해 보면 귀화는 어디까지나 염두에 둘 만한 조건일 뿐.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거다.
“후우, 역시 진우 씨 답네요.”
“네?”
“어쩐지 이렇게 될 것 같았거든요. 뭐, 저로서는 같이 미국으로 가면 좋았겠지만요.”
저기요.
그쪽은 어떻게든 귀화시키려고 설득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무슨 포기가 그렇게 빨라? 뭐, 그래도 설득해 봤자 진우의 생각은 크게 변치 않겠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아마 이대로 돌아가면 자이스 가문으로서는 입지에는 상당한 타격이 있을 터.
진우로서는 자이스 가문과의 인연을 생각하면 이렇게 빈손으로 보내기에는 아쉬운 노릇.
허나 다행스럽게도 진우에게는 자신에게도, 그리고 또 자이스 가문에게도 서로 상부상조할 수 있는 방안이 존재했다.
“저, 혹시 괜찮다면 미국에 있을 경매장에 이것들을 납품할 수 있을까요?”
“……이게 뭐죠?”
“뭐긴요. 정기와 열매죠. 확인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 그거야 알고 있어요. 그런데 만드라고라의 정기랑 폭발 화염초의 열매라니? 이런 건 처음 보는 걸 떠나서 말이죠! 세, 세계수의 기운을 품었다는 건 대체 뭐죠?”
“자세한 부분은 업계 비밀입니다. 너무 알려고 들면 곤란해요. 물론 납품 과정은 전적으로 전성 쪽에서 도와줄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행복한 만드라고라의 정기(유니크)]* 분류 : 소모품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1시간 동안 마력+35, 온전히 섭취할 시 마력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2만큼 상승합니다. (1회 한정)
– 만드라고라에게서 채취한 무척이나 특별한 정기입니다. 행복하게 성장해 온 만드라고라의 기억이 담겨있기에 달콤한 맛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추가적인 가공은 불가하며, 자연 그대로 섭취를 권장합니다.
[세계수의 기운을 품은 폭발 화염초 열매(희귀)]*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6시간 동안 민첩+5, 온전하게 80회 섭취할 시 랜덤한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1만큼 상승합니다. (0 / 80, 2회 한정)
※ 폭발 화염초의 기운 : 공격 시 15% 확률로 화속성의 폭발이 발생합니다.
– 세계수의 기운을 품게 된 폭발 화염초의 열매입니다. 섭취 시 폭발적인 속도를 낼 수 있게 되며, 공격 중 일정 확률로 폭발이 발생합니다.
펠기르브 선생님으로부터 전수받은 지식과 잔나비 일족의 힘으로 마침내 얻는 것에 성공한.
살아 있는 만드라고라에게서 채취해 낸 정기와 폭발 화염초의 열매.
여기서 한 가지, 진우도 예상치 못했던 점은 왼손의 녹음의 나뭇가지 문신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화염초 열매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 정도?
뭐, 나쁜 방향은 아니었으니 다행이었지만.
“……진우 씨는 대체 정체가 뭐죠? 외계인이라도 되는 건가요?”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평범한 농부일 뿐입니다.”
“어머, 이게 평범한 거면 놀라운 건 얼마나 더 보여 주실지 기대되는데요?”
“기대해 주시면 좋고요. 아무튼 이 정도면 자이스 가문으로서도 체면은 챙길 수 있겠죠?”
“덕분에요. 암살 때도 그렇고. 늘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뭐, 이번 일은 진우 씨가 너무 유능한 탓에 발생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죠.”
‘세계수’라는 이름 탓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구렁이 담 넘어가듯 마케팅으로 삼은 센스.
아마 모르긴 몰라도 황금 고블린인 체르가 보았다면 농부가 아닌 ‘상인’으로서 훌륭하게 자랐다고 엄지를 치켜들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