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59
59화 정복해요 인내의 숲
– 아가씨. 어떻게 됐습니까? 대화는 잘 되셨습니까?
“아뇨. 후훗, 전혀요. 미국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나 봐요.”
– ……역시 보통내기는 아니군요. 단번에 승낙할 거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말이죠.
미국으로의 귀화 제안.
전 세계 중에서도 미국이 단언컨대 가장 힘 있는 나라라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축적된 자원이며, 국력, 자본력에다가 소유 중인 게이트와 헌터들까지.
여타의 나라에는 극히 소수만 있다는 S등급의 헌터가 두 자릿수를 넘어서 세 자릿수에 육박할 정도로 많은 나라.
물론 그렇게 많은 강자가 모여 있다는 것은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당장에 자이스 가문만 하더라도 바깥은 물론이요,
안에서도 몇몇 이들과는 사이가 그다지 좋지는 않은 관계.
텃세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겪어 보았더라면 결코 가볍게 볼 수가 없다.
– 이거. 사방에서 물어 뜯어오겠군요.
“아마도요. 100%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그런 의미에 있어서 미국의 중요 자원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었던 드워프, 그룩 토르산.
한국으로 드워프를 불러들였다가 아예 그곳에 눌러앉게 되어 버린 사태는 자이스 가문을 물어뜯기에 최고로 좋은 계기가 되어 주었다.
잘만 하면 강력한 자이스 가문을 박살 내고 실력 있는 정령사만 쏙쏙 빼내 갈 수 있는 기회.
그렇기에 자이스 가문의 강경파들은 원인을 암살해서라도 드워프를 되찾아 와야 한다는 기막힌 주장도 펼쳤지만, 피터가 목숨까지 걸면서 뜯어말렸다.
그는 드워프를 잃게 만든 원흉이기도 했기에 상당히 쓴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어떻게든 주어진 단 한 번의 설득 기회.
그것이 날아갔으니 이제는 톰의 말처럼 미국 전체가 자이스 가문을 압박해 올 것이다.
드워프를 되찾아 오라고.
아마 그 과정에서 자이스 가문에서는 온건파보다 강경파 측에 힘이 실리게 될 터.
좋든 싫든 간에 골머리를 앓아야 할 테다.
게다가 온건파도, 강경파에도 속하고 싶지는 않은 유리 자이스로서는 은인인 진우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싶은 상황.
처음에는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귀화를 거절했을 때에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이었다.
허나,
– 그런데 아가씨. 뭔가 있으시군요?
“어머, 눈치채셨어요?”
– 여유가 넘치는 목소리에서 감을 못 잡으면 정보원의 자격이 없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던가?
진우가 건네준 2개의 아이템인 만드라고라의 정기와 폭발 화염초의 열매.
진우가 준 작물들은 연금 협회에서 유통하는 약초와 비교했을 때 좀 더 성능이 뛰어난 정도지만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효과가 포함되어 있었다.
[행복한 만드라고라의 정기(유니크)]* 효과 : 1시간 동안 마력+35, 온전히 섭취할 시 마력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2만큼 상승합니다. (1회 한정)
[세계수의 기운을 품은 폭발 화염초 열매(희귀)]* 효과 : 6시간 동안 민첩+5, 온전하게 80회 섭취할 시 랜덤한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1만큼 상승합니다. (0 / 80, 2회 한정)
– 이 효과들이 정말로 사실인 겁니까?
“그럼요.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따로 본업이 있는 농부라고 말이죠.”
– 정말이지…… 타고난 정보 수집 능력도 그렇고. 믿어지지 않는군요. 정말 인간이 맞는지도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영구 능력치의 상승과 더불어 직접 ‘재배’하여 수확한 것이라는 점.
한마디로 게이트에서 간간이 얻을 수 있는 식생의 불확실성과는 달리 꾸준한 공급이 가능하다는 거다.
반면에 수요는 수많은 헌터의 숫자만큼 넘쳐 날 지경.
이것을 제공받는 이들과 제공받지 않는 이들 간의 격차는 어마어마하게 벌어지게 될 일.
이쯤 되면 자이스 가문의 강경파들도, 미국에서도 머리가 조금이라도 돌아간다는 이들도 진우를 건드린다는, 최악의 선택을 할 가능성은 0%에 한없이 가까워진다.
“드워프가 직접 선택한 사람이니까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것 말고 더한 것도 수확해 내고도 남을걸요?”
– 아마도 그렇겠죠. 아니, 분명히 해낼 겁니다. 김진우라는 분께서는요.
“효과는 보여 드린 정보 그대로고 전성 측을 통해서 유통될 테니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아시겠죠?
– 모든 정보망을 동원해서 최대의 가격, 최고의 서비스로 판매할 수 있도록 이 톰 그리드가 힘 써 보겠습니다!
“최고의 이익. 최대의 결과물로 보여 주자고요.”
– 맡겨만 주십시오, 아가씨!
드센 자존심으로 미국조차도 내려보던 드워프가 직접 선택한 인간.
대한민국이 아닌 한 명의 인간을 택한 사실을 미국이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유리 자이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였다.
* * *
일왕의 딸과 유리가 떠나간 농장.
진우는 편해진 상황에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었다.
“……휴, 이건 거의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기분이네.”
일본과 미국.
세세하게 따지고 들면 사실상 한 번이 아닌.
두 번이나 연달아서 몰아친 폭풍인 셈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나름 잘 해결했지.”
위기는 기회로 돌아와서 잘 해결되었다.
일본에는 ‘달의 아이’라는 전 세계 최초의 클래스로 공주를 각성시키는 것에 힘을 보태 주었고, 미국이라는 세계적인 판매처도 확보했다.
전성이 있었기에 미국으로의 판매권을 따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지만 이런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 아니겠나?
또, 숨기기에는 드워프의 존재로 인해 너무 커져 버린 유명세.
그럴 거면 차라리 글로벌하게 수익을 쫘악 당겨 갈퀴를 휘젓는 게 베스트일 거다.
한국의 경매장들도 제법 큰 시장이긴 하지만, 글로벌하게 판매하는 편이 영향력으로 보나 수익적인 부분으로 보나 차이가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라는 것은 두말하면 입 아플 소리다.
“우끼. 거슬리게 굴면 그냥 머리부터 제압하면 될 일 아닌가 친구? 너에 비하면 별로 강해 보이지는 않은 인간들이었다.”
“대화로 풀 수 있다면 대화가 가장 좋지.”
“하나가 오면 하나를 처리한다. 둘이 오면 둘을 처리한다. 그게 잔나비의 방식이다.”
“그건 너희들한테나 가능한 방식이고. 어쨌든 결계 펼치느라 고생했어.”
“별로 힘든 일은 아니었다.”
오늘 가장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엔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결계로 모든 이들의 눈을 속인 것도 그렇지만, 만드라고라의 정기 자체도 잔나비 일족인 녀석이 없었더라면 애당초 ‘유니크’ 등급으로 얻지도 못했을 거다.
은근 츤츤대는 성향이 꽤나 있다.
하긴, 그런 녀석이었으니 천묵이와도 친해진 거겠지.
어린 나이에는 착하고 나쁜 것을 본능적으로 잘 구별한다고도 하지 않던가?
……1천 살이지만 말이다.
꺄꺄꺄! 꺄아아아아앙!
“그래, 그래. 잘 놀고 있으렴.”
꺄아아앙!
자기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알아챘는지 기가 막히게도 존재감을 어필하는 녀석.
하여튼 하는 행동 참 귀엽다니까.
삐삐! 삐삐삐삐!
꾸와아아악!
“커커커! 예전에는 내가 미안했다. 너도 살고 싶은 약초였을 텐데 말이야.”
끼이이이-
그러한 농장의 최강 인싸, 천묵이의 곁으로는 수많은 오리가 떼지어서 뛰어놀고 있다.
사실 논다는 표현보다는 놀면서 일한다, 가 더 맞는 표현이겠지만.
만드라고라에게 사과하는 뿔 없는 슬픈 사슴인 뮤린.
사람은 변하지 않는 법이지만, 사슴은 변하는 법.
정확히는 다음에 자라날 녹용을 지키고자 하는 목적이 다분히 보이긴 했지만, 그렇다곤 해도 세 번째까지는 효과를 봐야 했다. 미안하다, 사슴아.
“내 농장은 내가 어떻게든 지켜야지.”
농장의 주인된 자격으로서 강해질 수 있는.
체력+10의 영약을 어떻게 참겠어?
깡- 까아앙-!
거기에다가 이제는 녹용의 하대 부분도 재료째 팔 필요 없이 직접 가공해 주는 드워프의 존재까지.
이러나저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질 수밖에 없는 게 진우의 상황.
하물며 진우에게 주어진 길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이제 정말로 괜찮은 거죠?”
[대지모신이 더 이상 시선은 느껴지지 않으니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스바프니르를 사냥한 이후 한층 약해진 니드호그와 뱀들의 시선.
이 말인즉슨 세계수의 숲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뜻.
물론 그중에서도 진우가 먼저 택할 지름길은 이미 정해 둔 지 오래다.
“비로스 님. 혹시 지금 계십니까?”
[……늘 지켜보고 있었다, 신참. 아니, 이제는 신참이라고 부르기도 힘들겠군. 어엿하게 성장을 이루어 낸 드루이드여.]잔잔한 목소리로 답변하는 인내의 숲의 수호자, 비로스.
진우가 숲의 수호자인 그를 찾은 이유는 뻔할 뻔 자였으니,
“인내의 숲 2단계에 도전하겠습니다.”
[실패할 경우 적지 않은 패널티와 유예 시간이 생길 것이다. 타 종족에 비해 짧은 삶을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치명적일 터. 확실하게 각오하고 결정한 것이겠지?]“물론입니다.”
[좋은 각오다, 드루이드여. 내 이름을 세 번 말하면 인내의 숲으로 올 수 있는 문이 열릴 것이다.]미뤄 두었던 2단계 인내의 숲에 대한 도전.
다만 이번에는 1단계 때와는 달리 그저 시험을 극복하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장소인 인내의 ‘숲’이라는 점이다.
* 숲의 주인 : 정복한 숲을 자신의 소유로 삼습니다. 그곳에 서식 중인 개체는 당신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적대하지 않습니다. 주인이 된 숲의 숫자에 따라 능력치가 소폭 상승하며, 정신 집중을 통해 정복한 숲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거리가 멀고 함께 이동하는 개체 수가 많을수록 이동에 필요한 마나와 정신 집중의 양이 증가합니다. (이동 후 재사용 시 본래 사용했던 위치로 되돌아갑니다.)
└ 고블린 부락 (민첩+1)
└ 칼날엄니 숲 (힘+2)
시험을 극복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든 ‘정복’을 해내면 진우가 보유 중인 특성인 숲의 주인을 적용시킬 수 있는 기회.
핑크 인시리움.
천묵이의 고향이기도 한 공간을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쓸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면 앞으로 재배하게 될 핑크 인시리움의 양과 질, 둘을 모두 챙기는 것은 물론이요.
능력치의 보너스와 더불어 다른 약초에 대한 재배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욕심 많은 인간으로서 하나같이 전부 다 포기할 수 없는 것들 뿐이다.
‘못 먹어도 고지.’
각성자인만큼 능력치도 중요하지만, 농부로서는 젖과 꿀이 흐르는.
기름지고 풍요로운 땅에 대한 짙은 소유욕도 충족할 셈인 진우였다.
* * *
이제는 익숙한 세계수의 숲.
인내의 숲도 그곳의 영역에 속해 있기에 비슷할 수밖에 없는 환경.
이전까지는 육체는 지구에 남겨 두고 정신만 넘어가는 선택뿐이었지만 이제는 진우에게도 선택지가 생겨났다.
[달성한 신용도가 100을 넘어섰기에 세계수의 영역에서도 모든 힘을 지닌 육체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예전에 신용도 100을 넘김으로써 충족된 자격.
인내의 숲 2단계.
결코 쉽지 않은 상대인 만큼 제대로 상대할 수 있는 몸 전체로 넘어가는 편이 좋다.
무엇보다도,
(……여긴, 고향의 일부로군요.)
진우와 동화된 채 함께 넘어온 시오와,
– 흐아아, 이번에는 오랫동안 있지는 않아서 다행이네.
– 이제 뭐 하면 되는 거야?
용혈 가방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령들까지.
숲의 정복을 위해서는 4대 속성 정령들의 힘이 필요한 법.
아무래도 정신만 넘어갔을 때는 용혈 가방도 사용하지 못했을 테니 육체 전부가 넘어가는 쪽이 여러모로 이득인 것이 많다.
“그나저나 역시 몸으로 직접 느끼는 게 더 좋구나.”
정신만 넘어왔을 때는 잘 느끼지 못했던 건데.
세계수의 숲에서 느껴지는 자연의 기운은 지구와는 비교가 안 된다.
조금도 오염되지 않은, 물 좋고 공기 좋은 산.
아마 등산하기에는 이만한 곳이 또 없을 터.
그건 그렇고,
[제 발로 찾아온 것이니 시험은 바로 내려도 상관없겠지? 이번에는 구멍 내는 일 없이 잘 극복해 보도록 해라.]“아하하, 예.”
정확히 말하자면 극복이 아닌 정복을 하러 온 거지만.
그것까지는 알려 줄 필요가 없을 터.
진우의 대답이 신호탄이 된 것인지 이어서 눈앞에는 승낙으로 처리된 퀘스트 내용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