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7
7화 땅의 정령 노움
진우의 농장 속 새 식구로 입주하게 된 10마리의 팜오리.
아직 새끼인 녀석들에게서부터 무언가를 바란 것은 조금도 없었지만, 팜오리들은 진우가 시키지 않아도 눈을 뜨자마자 천방지축 농장을 뛰어다니며 벌레들을 호로록 집어삼켰다.
삐삐! 삐삐삒!
삐이이익!
농지를 뛰어다니는 것이야말로 새끼 팜오리들에게는 나름의 놀 거리나 마찬가지인 격.
뭐, 농지에 있던 벌레들 입장에서는 아닌 밤중에 재앙이요, 비극이겠지만 새끼 오리와 농장주인 진우로서는 누가 뭐라 해도 희극이다.
“조심해서 뛰어놀아라. 다치지 말고.”
삐삐삐!
삐이이익!
물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새끼 팜오리들이 쉽게 다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진우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어째서냐고? 당연한 것 아닌가.
[팜오리(희귀)]* 레벨 : 1
* 성별 : ♂
* 나이 : 1(생후 1개월 미만)
* 직업 : 농부
* 능력치 포인트 : 0
* 힘 : 8 민첩 : 4 체력 : 13 마력 : 0
[팜오리(희귀)]* 레벨 : 1
* 성별 : ♀
* 나이 : 1(생후 1개월 미만)
* 직업 : 농부
* 능력치 포인트 : 0
* 힘 : 3 민첩 : 12 체력 : 10 마력 : 0
…….
새끼 팜오리들 하나하나가 각성한 헌터와 마찬가지로 상태창을 보유하고 있는 생명체다.
각자 마음만 먹는다면 고블린 정도는 충분히 사냥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자들.
그렇다고 해서 팜오리들을 사냥에 동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특성]* 훌륭한 농사꾼 : 농사 관련 스킬 습득 및 숙련도가 빠르게 상승하며, 해충과 익충을 본능적으로 구별해냅니다.
* 뛰어난 생육자 : 작물과의 접촉을 통해 생육을 개선시킵니다.
* 물 만난 오리 : 물 만난 상태일 경우 모든 능력치가 최대 50%까지 상승합니다. 해당 효과는 물에 오랫동안 노출될수록 강화됩니다.
“왜 팜오리인가 했더니. 그 팜이 이 ‘farm’이었던거냐.”
팜오리 10마리 모두 공통적으로 ‘농부’로서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탓에 모든 특성 자체가 농부 쪽으로 쏠려 있는 상태다.
효율을 생각해서라도 사냥보다는 농사일에 동원하는 것이 응당 맞을 터.
그리고 딱히 거부감도 없는 것이 오리 농법은 친환경 농법으로 한국에서는 몇몇만 알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상당히 널리 알려진 방법이다.
광활한 농지에 농약을 뿌릴 필요 없이 친환경적으로 땅을 관리해 주는 오리들의 존재.
뭐, 수천 마리를 다루는 해외의 뉴튜브 영상 같은 것과 비교하면 아직 10마리의 새끼 오리.
어찌 보면 초라해 보일 수도 있지만, 진우는 자신이 더 뛰어날 것이라고 감히 자부할 수 있었다.
“각성한 오리면 일당백. 아니, 일당 천 정도는 찍을 수 있지 않겠어?”
그냥 오리도 아니고 각성 오리 님이시다.
심지어 직업도 무려 농부이기까지 한 갓갓 오리 님들.
모든 애완동물 주인들의 심정이 이렇지 않을까?
가능하다면 더 해 주고 싶은 게 많은 귀염 터지는 뽀얀 솜털의 팜오리들.
당연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녀석들의 집이다.
하루는 볏짚으로 대충 때우고 있었다지만 언제까지고 거기서 생활하게 둘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축사라…….”
농사라는 게 작물만 수확한다고 해서 농사의 끝이 아니다.
가축을 사육하는 것도 엄연히 농사일의 일부.
당연하게도 가축의 대탈출 환장쇼를 보고 싶은 게 아니라면 가축의 집, 축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무엇보다도 축사라는 것이 울타리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닌.
가축의 환경 개선에도 크나큰 영향력을 끼친다고 하지 않던가?
“솔직히 배워 둬서 나쁠 건 없기는 한데 말이지.”
어차피 굳건한 체력으로 지치지도 않겠다.
직접 지어 볼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건설이라는 것이 요리처럼 레시피만 보고 따라 한다고 해서 뚝딱 완성될 턱이 없다.
배워 둬서 나쁠 것은 없지만 막상 배우기에는 시간이 아쉬운.
뭐랄까, 이도 저도 아닌 아쉬운 입장.
사실 가장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따로 기술자를 부르는 게 가장 간단하긴 하다.
“오리 축사 정도 짓는 수준이라면 비용도 그렇게 많이 나가진 않을 테니까.”
조금이라도 시간 단축을 위해서라도 우선 결정을 내렸으면 이행하는 것은 빠를수록 좋은 법.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가장 가까운 건축 종사자를 검색해 나가던 진우의 눈에는 돌연 이상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이 정도로 마음에 드는 기운을 품은 인간은 오랜만이야!
– 키득키득! 생긴 건 별로지만 나쁘지 않을지도?
– 대지모신 님의 기운이 가득해!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 곁에만 있게 해 줘! 해 줄 수 있는 거라면 다 해 줄 테니까 제에바알!
“……어?”
자그마한 크기의.
얼핏 보면 벌레처럼 보이는 자그마한 크기의 소인.
[땅의 하급 정령 노움]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땅의 정령을 마주하다’] [신용도가 1 상승합니다.]구릿빛 피부의 난쟁이들은 다름 아닌 땅의 정령들이었다.
* * *
정령마다 속성에 따른 특색은 제각각 다르기로 유명하다.
가장 공격성이 높다고 소문난 불의 정령부터 회복에 특화되었다고 하는 물의 정령.
스피드와 공격의 밸런스가 적절한 바람의 정령까지.
제각각의 특징을 살려서 전투에 들어가는 정령들의 위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
그런 의미에서 땅의 정령이 지닌 특징은 상당히 독특하다고 볼 수 있다.
– 우리가 잘하는 거? 바위처럼 단단하게?
– 버티는 거 하나는 자신 있다구.
– 존버가 곧 우리를 상징하는 단어라고도 하지.
“……고기 방패인 거냐.”
그야말로 탱커의 극의.
땅의 정령의 힘이 더해지면 더욱 질긴 고기 방패가 된다는 뜻.
전투 없이 농사만 짓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잉여스러운 능력이지만, 실로 다행스럽게도 땅의 정령의 효용성은 존버만 있는 게 아니다.
– 환경 참. 너 지금까지 잘도 이런 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다?
– 인간은 어떻게 보면 정말 대단하다니까. 이런 환경 속에서도 싹을 틔워 내니까 말이야. 의지가 살아 있다고 해야 하나?
“…….”
이거 비꼬는 거 맞지? 아무리 봐도 맞는 것 같은데?
– 땅 내부에 수분 공급이 너무 과해. 땅의 환경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지금은 적당히 빼내는 편이 너희가 말하는 흔히 풍작에 가깝게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게 될걸?
– 물론 부탁만 한다면 우리가 도와줄 수도 있고.
“그런 게 가능해?”
– 당연하지. 우리가 땅이고 땅이 곧 우리인걸.
– 그리고 사실 부탁하지 않아도 이미 물은 빼두고 있는 상태야. 그편이 땅에도 더 건강하거든.
– 야, 그걸 지금 말하면 어떻게 해!
– 괜찮아. 어차피 한 번 정령 맛보면 다음에도 찾을 수밖에 없다니까?
땅의 정령이란 곧 땅 그 자체이기도 한 존재들.
농사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요,
– 그나저나 이거 주변이 왜 이렇게 텅텅 비었어?
– 저기 건물은 왜 이렇게 허름하고. 에잉. 우리 집 화장실도 여기보다는 낫겠다.
– 진심. 여기서 살 바에는 차라리 바깥에서 노숙하는 게 백번 나을 듯.
– 리얼루다가.
“이거 우리 아버지가 지으신 건물인데…….”
– ……리얼루다가 정말로 잘 완성된 건물이라는 뜻이었어! 정말이지 너무 너무 너무 완벽한 조각 같아!
– 정령왕 님도 보시면 분명히 극찬하실 거야.
– 그럼 그럼. 맞지, 맞지!
나름의 탈룰라도 갖춘 정령들.
뭐, 그건 그렇다 쳐도 흙을 재료로 건축도 가능할 정도로 다재다능한 능력자들이라는 건 변치 않는 사실이다.
– 그런데 정령왕 님도 감탄하실 것 같은 건물이긴 한데. 우리가 조금 손보면 더 좋아질 것 같은데 말이야. 혹시 괜찮으면 다듬어도 될까?
“아버지의 추억이 있어서…….”
– 아아, 딱하게도. 인간은 수명이 적은 편이라고는 들었지. 그래도 걱정 마. 기본 토대는 전혀 바꾸지 않을 거니까.
“그럼 혹시 저쪽에 축사 좀 지어 줄 수 있어? 저기 오리들이 살 만한 집으로 쓸 생각이거든.”
– 응! 물론이지! 네가 원한다면!
– 우리들의 솜씨를 보여 줄 시간이군!
– 맡겨만 달라구. 호호호호!
탈룰라 때문인지, 아니면 땅의 친화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진우의 말에 무조건 예스로 답변하는 노움들.
‘공짜는 못 참지.’
그 속에서 인간.
사회의 쓴맛 단맛을 다 맛본 진우는 속으로 미소를 머금었다.
* * *
40대 중년의 나이.
어떻게 보면 가장 야망이 들끓기도 하면서 타협하기도 좋은 위치에 있는 장덕춘에게 있어서 김진우의 존재,
정확히는 아이템화 된 농작물은 기회이자 덕춘의 타협했던 야망의 불길을 점화하는 것에 있어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아주 좋았습니다, 장 팀장님. 회장님께서 아주 만족스러워하셨어요. 계약 조건이 어떻든 간에 반드시 전성과 좋은 관계로 길게 유지해 나가야 합니다.”
작은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전성을 대기업으로 일으켜 낸 회장의 관심.
거기에는 단순히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각성자 농부라고 하더니. 직접 땅을 일구고 있나 보군요?”
“예. 근데 저 혼자만 가도 괜찮습니다만 굳이 이 시골까지 내려오실 필요까지는…….”
“아뇨, 오랜만에 시골 공기도 쐬니 기분만 좋은데요 뭘. 어린 시절 생각도 나고 말이죠.”
전성그룹 회장이 가장 아끼는 무남독녀의 늦둥이 외동딸이자 동시에 한국 내에서는 꽤 유명한 헌터인 정수아.
실제 전투에서는 힐러를 포지션으로 둔 그녀는 전세계에도 몇 명 없다는 정령사였다.
치유와 버프의 힘을 더욱 극대화해 주는 것은 물론이요,
하루에 1병.
1.5L는커녕 500mL 정도를 만드는 것이 한계이긴 하지만 정령의 힘이 깃든 물의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
[운디네의 힘이 깃든 생수(노말)]*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갈증 해소 및 상처 치유
– 물의 하급 정령 운디네의 기운으로 생성된 물입니다. 그냥 마시는 것만으로도 몸에 활기를 띄게 하며, 상처 부위에 바를 시 일부분 증세가 호전됩니다.
돈 좀 있다는 부자들은 없어서 못 사 먹기로 유명한 운디네의 생수.
아직은 비록 하급 물의 정령이 한계지만 나중에 가서는 중급과 상급.
그리고 정령들에게서만 전해 들은 정령왕 등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면 생산량부터 효과부터 말도 안 되는 이점과 수익을 안겨 줄 터.
물론 이러한 점을 파악하고 있는 수아이기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정도로 많은 ‘아이템화’가 적용된 물품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인물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법이죠.”
“하하, 그, 그렇습니까.”
몬스터의 부산물 외에 자신과 같은 정령의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면 극히 소수만이 해낼 수 있는 아이템 생산.
전성그룹의 대주주 중의 한 명이기도 한 정수아는 이미 앞서 켈틱 쌀과 튼실한 왕감자를 하나씩 샘플로 받아서 확인해 보고 직접 맛도 보았다.
늘상 먹어 왔던 쌀은 그렇다 치고 자신의 얼굴만 한 크기의 왕감자를 소금에 찍어 먹었을 때의 짭짤한 감칠맛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나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다.
“정령의 힘이 늘었어?”
– 자연의 힘. 땅의 힘이 가득 담겨 있는 농작물이니까. 그래도 1종류당 1번 정도가 고작이겠지만.
능력치로 표시되진 않지만 정령사로서 몸으로 느껴지는 힘의 강화.
– 아직은 좀 서툴지만 땅의 힘을 다룰 줄 아는 농부야. 우리 쪽과는 속성의 결이 다르긴 해도 일단 땅도 자연의 일부니까. 잘만 활용하면 각성의 여지가 될 수도 있겠어, 수아야.
이제 겨우 날개를 펼치기 시작한 높은 성장 가치를 지니고 있는 인물에게서 샘플로 받았을 뿐인 쌀과 감자만으로 이루어 낸 변화.
운디네의 조언도 있겠다.
수아는 직접 장덕춘에게 찾아가서 만남을 주선하고자 했던 것 아니겠는가?
‘계약 기간 3개월? 좋아. 그동안 얼마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추가 계약을 따내겠어.’
짧은 수확 기간과 자연을 다룰 수 있는 농부.
무엇보다도 정령사로서 느렸던 성장 속도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점까지.
강해질 수 있다면 무엇을 못 할까?
하나같이 만족스러운 조건들을 두루두루 갖추고 있는 인물.
그리고 그러한 수아의 생각은 제대로 맞아떨어졌으니,
“세상에…….”
“이, 이게 대체…….”
놀란 눈으로 농장을 바라보는 장덕춘과 정수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과거의,
그래 봤자 4일 만의 방문이지만 비교하기도 힘들 정도로 생기가 넘치는 농장의 풍경.
거기에는 추가로 건축되고 많이 개선된 건축물도 한몫해 주었을 터.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겉모습.
일반인인 장덕춘의 눈이 아닌 정수아,
정령사인 그녀의 눈에는 전혀 다른 풍경이 보였다.
– 뭐야, 노움이잖아? 너희들 왜 이렇게 많이 모여 있어? 이래도 되는 거야?
– 잉? 운디네? 물딩딩이가 여기는 웬일이래?
– 여긴 땅의 기운이 가득해서 상관없지. 넌 혼자라서 좀 외롭겠다, 야.
– 마침 잘됐다. 심심하면 이리 와서 물 좀 공급해 주라.
농장의 변화를 가져온 원인.
땅의 정령 노움.
‘대체……농부가 맞긴 한 거야?’
보통은 하나 다루는 것도 대단하다고 일컬어지는 정령.
그것을 족히 수십과 함께 어울려 지내고 있는 것이 농부라는 사실에 수아의 동공이 크게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