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6
6화 아기 팜오리
* 분류 : 소모품, 재료, 가축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300분 동안 체력+8
– 영양이 가득 담겨 있는 팜오리의 알입니다. 풍부한 단백질을 통해 체내에 쌓인 노폐물을 오랜 시간에 걸쳐 제거해 줍니다만 생명을 품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 주세요.
은은한 열기를 품고 있는 10개의 오리알.
아직은 새끼 오리는커녕 부화도 하지 못한 상태인데 잡초 제거와 벌레 잡이는 무리다.
“잘 키울 수 있겠지?”
어린 시절에는 강아지도 키워 보고 소도 키워 보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버지께서 다 관리해 준 덕분에 무리 없이 키웠던 거다.
홀로서기 한 이후부터는 제 몸 챙기기도 버겁던 입장.
그렇기에 생명을 탄생시킨다는 것이 조금 낯설고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동시에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
“태어나자마자 먹이면 되겠지.”
[브락시온의 특제 오리 영양제(희귀) 10개]* 분류 : 소모품
* 사용 조건 : 새끼 오리
* 효과 : 자잘한 병마 및 독에 대한 면역력을 대폭 상승시킵니다. 체력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3만큼 상승합니다. (1회 한정)
– 조류에 살고 조류에 죽는 조류 낭만 드루이드 브락시온이 수많은 연구를 거듭한 끝에 완성한 오리 전용 영양제입니다. 대부분의 바이러스 및 독에 대한 침투를 완전히 무시하며 오리의 체력을 강화해 줍니다.
※ 주의! 새끼 오리 외에는 섭취하더라도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오리의 숫자에 맞춰서 영양제도 딱 맞춰서 받았다.
심지어 이 영양제와 오리알을 각각 10개씩 구매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자그마치 1,150만 원!
같은 희귀 등급이었던 보따오리가 1마리에 2,500만 원이라는 것을 따지고 보면 사실 거저나 다름없긴 하지만, 오리알 상태부터 직접 부화시켜야 했다.
이쪽 업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진우도 알을 부화시키는 게 쉽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오리알은 일반적인 조류의 알과는 전혀 다른.
나름 ‘아이템화’가 적용된 펫과 같은 존재.
당연히 평범하게 부화기 같은 방식으로 부화가 쉽게 될 거라는 안일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일단은 아이템이라면 응당 그에 맞춰서 아이템으로 대비해 줘야 하기 마련.
“우선은 따뜻하게 해 줘야 한다 이거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진우에게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운이 좋다면 좋다고 해야 할까?
[켈틱 짚단(노말) 28개]* 분류 : 재료
– 켈틱 쌀의 낱알을 떼어 내고 남은 줄기를 모아 둔 짚단입니다. 완전히 건조된 상태이며 추위를 상당량 막아 줍니다. 추가적으로 다양한 쓰임새를 지니고 있습니다.
때마침 켈틱 쌀을 수확하면서 따로 남은 부산물인 볏짚을 짚단으로 모아 두었던 상태다.
“역시 따로 팔지 않길 잘했네.”
켈틱 쌀과 함께 납품해서 팔아 치울까도 생각했지만, 농사일을 하다 보면 이래저래 쓸 곳이 많은 부산물이 볏짚이다.
가축의 사료로도, 식품을 발효시킬 때에도, 나아가서는 난방을 할 때도 두루두루 쓰임새를 갖춘 물건.
흔히 볼 수 있는 볏짚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템화’된 볏짚도 최초이지 않겠는가?
쓰윽- 쓱-
완전히 건조된 짚단을 한켠 바닥에 아낌없이 깐 이후 오리알을 하나씩 조심스럽게 볏짚에 감싸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건 내 목숨줄이다.”
※ 성공 시 : 신용도 상승
※ 실패 시 : 신용도 하락, 브락시온과 관련된 이들에 안 좋은 소문이 퍼지게 되어 15일 동안 특별한 제안이 대폭 줄어듭니다.
돈도 돈이지만 어떻게 보면 더욱 중요한 신용도까지 걸린 일이다.
거기에다가 보름 동안 제안이 대폭 줄어들 수도 있는 일.
귀하디 귀하신 오리알에 금이라도 갈까.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깔아 둔 볏짚을 어미 오리가 알을 품듯.
빈틈없이 깔아 놓는다.
그러나,
[크흠, 빈틈없는 정성은 좋으나 가장 왼쪽에서 두 번째랑 네 번째. 위 아래가 반대로 되었어! 뾰족한 부분을 아래로 향하게 놔둬야 해! 저렇게 하면 숨구멍 다 막힐라!]나름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쏟아지는 브락시온의 잔소리.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다.
“감사합니다.”
[큼큼. 알면 괜찮네.]차라리 잔소리가 무관심보다는 낫다.
지금만 해도 그의 보조가 없었더라면 2개의 오리알은 확실히 죽은 알이 되었을 일.
진우의 빠른 감사와 잘못 인정에 브락시온도 더 이상 나무라지는 않는다.
누구나 처음은 모르는 것이 당연한 법이고 모르면 알아 가면 될 일일 터.
“브락시온 님. 혹시 이제 더 해야 할 일이 있을까요?”
[없다네. 이제부터는 대지모신께서 굽어살펴보시기를 바랄 뿐이지.]“…….”
다만 기도 메타에는 배워 나갈 방법 따위는 없었다.
* * *
새 식구로 10여 개가 추가된 이후.
첫날은 걱정으로 가득했다.
오리알이 부화하지 못하면 어떡할까?
솔직히 퀘스트 완료 조건인 6개가 부화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겠지만, 사람 욕심이라는 게 어디 쉽게 조절할 수 있는 종류던가?
가능하다면 10마리 모두 다 영양제를 먹일 수 있게끔 전부 부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대지모신의 자상한 면모를 믿고 욕망을 버려라, 드루이드여.] [잡생각을 비우는 것에는 허수아비를 6시간 동안 치는 것만큼 좋은 게 또 없지.]허나 숙제 거리를 처리하는 게 우선이다.
증식 씨감자와 이장님을 통해 구한 끗발 좋은 우량종자 작물을 심어 둔 농지를 관리하고 머리를 비우기 딱 좋은 허수아비를 향해 맹렬히 돌진한다.
퍼억-
[노력하는 자의 허수아비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현재 달성률 : 9 / 15
주먹 한 방을 시작으로 오늘도 6시간 동안 쉬지 않고 내리 후드려 패 준 덕분인지 상승하는 허수아비의 호감도와 달성률.
그렇게 어느덧 아침은 점심이 되고, 햇빛 속에서 마저 잡초도 제거하고 나니 금세 저녁이 찾아왔다.
“쩝. 변화는 없는 건가.”
그럼에도 여전히 껍질에는 변화가 없는 오리알.
뭐,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다.
이제 겨우 오리알을 받은 지 하루.
브락시온에게서 얼마나 있었는지는 알 수 없는 데다가 팜오리라는,
지구의 오리와는 종이 다른 녀석이긴 해도 세상에 하루 만에 태어나는 오리가 어디 있겠…….
까득-
“응?”
그 순간 들리는 무언가가 부딪치는 소리.
까득- 까드득- 까득- 까득-!
그것이 들려오는 곳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파사삭-
그 순간 유리가 깨지듯.
한쪽 면의 껍질을 부수고 살그머니 얼굴을 내미는 새끼 오리들.
삐삐삒!
삐삐삒!!! 삐삐삐삐!
응애 오리답게 특유의 노란 솜털의 조그마한 날개를 파닥거리며 마저 남은 껍질을 부수는 것에 성공한 녀석들은 이어서 생명의 탄생을 알린다.
조막만 한 크기답지 않은 실로 웅장한 장면.
그러한 새끼 오리들이 처음으로 발견한 진우를 어미로 알고 뽈뽈거리며 뛰어가는 모습은 가히 심장에 무리가 갈 정도였다.
[껄껄, 귀여운 녀석들. 저 솜털 좀 보게나.] [앙큼한 생김새로다.] [오호라. 귀여운 것이 잡아다 경매에 출품하면 돈 좀 만지겠……왜? 뭐? 어쩌라고?] [에잉, 쯧쯧. 하여튼 누가 천박한 황금 고블린 아니랄까 봐.] [내가 피부에 금칠하는 데 보태 준 거 있어? 감정에 솔직한 드루이드일 뿐이라고.]허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세상에. 대지모신께서 정말로 굽어살펴 보셨군.]1마리도 실패 없이 10마리 모두 다 오리알에서 태어나기 성공!
진짜 말 그대로 기도 메타가 성공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진우는 그것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드루이드의 특성,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가 활성화됩니다.]*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 : 자연과 관련된 것이 더 건강하게, 더 빠르게 자랍니다. 한 번 적용된 이후 거리 유무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적용됩니다.
진우가 지닌 특성의 효과.
거기에서 중요하게 볼 것은 역시나 ‘더 건강하게, 더 빠르게 자란다’라는 부분이다.
건강하다는 것은 실패할 확률을 줄여 주는 것이고, 빠른 성장은 알 껍질을 깨고 나온 것일 터.
그리고 10마리 완전 부활에 대한 보상은 귀여움x10배 심장 어택으로 끝이 아니었으니,
[클리어 보상으로 신용도가 1 상승합니다.] [조건에 그 이상으로 완벽하게 클리어했습니다. 추가 보상으로 신용도가 2만큼 더 상승합니다.]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200% 완벽한 클리어’] [신용도가 3 상승합니다.]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대지모신께서 보내는 미소’] [신용도가 5 상승합니다.] [새로운 특성, ‘대지모신의 축복’을 획득합니다.]“……!”
새로운 특성의 획득.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각성자로서 모를 리 없는 진우였다.
* * *
삐삐! 삐삐삐!
삐삐삐삐!
농장에 울려 퍼지는 10마리 새끼 오리들의 귀여운 하모니.
노란색과 갈색 등.
뽀얀 솜털을 자랑하듯 조그마한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오리 특유의 몸 부풀리기를 하는 새끼 오리들. 동글동글한 털 공이 된 녀석들의 모습에 진우의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맺혔다.
“이래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건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고 에너지가 차오르는 듯한 기분.
그리고 새끼 오리들의 추가적인 투입은 단순히 농장에 활기를 가져온 것으로 끝이 아니다.
[특성]* 대지모신의 축복 : 땅과 접촉 중인 상태일 시 방어력과 항마력이 상승하며, 생명력과 마나의 회복 속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또한 6시간마다 땅의 정령에 대한 친화력이 조금씩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진우의 특성인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의 덕분이라곤 해도 어찌 되었든 새끼 오리들이 있었기에 획득할 수 있었던 새로운 특성.
“이런 거라면 언제든 환영이지.”
사람이라면 응당 땅에 발을 맞대고 살아가기 마련인 법.
거의 상시 적용되는 패시브격이나 마찬가지인 대지모신의 축복 효과.
심지어 이것은 농사일과 전투.
둘 모두에 있어서 효율적인 활용이 가능하다.
“추후 획득할 스킬의 존재도 있으니까.”
그런 스킬을 보조하기 위한 마나의 회복 속도 증가.
거기에다가 땅의 정령에 대한 친화력 상승도 좋다.
“헌터 중에서도 정령을 다루는 부류가 있긴 했었지, 아마?”
흔히 ‘정령사’라는 직업으로 취급받는 극소수의 헌터.
그들은 귀족으로 취급받는 마법사나 힐러보다도 더욱 귀한 존재들이었다.
계약한 정령의 종류에 따라서 차이점이 있긴 해도 공격과 수비, 치유까지 삼박자를 고루 해낼 수 있는 만능의 직업.
어찌 보면 잡캐일 수도 있겠지만 계약한 정령이 중급 이상만 돼도 길드에서 서로 모셔 가려고 난리일 정도로 고급 인재들이다.
“뭐, 미리 김칫국 마실 생각은 없지만.”
친화력이 6시간마다 꾸준히 영구적으로 상승한다 해도 어디까지나 ‘조금씩’이다.
그리 큰 기대를 하기는 힘들다는 소리.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쉽지는 않다.
“더 좋은 게 있는데. 굳이 욕심을 너무 부릴 필요는 없겠지.”
특성의 획득 외에도 총합 11에 달하는 신용도를 추가로 획득했다.
이것만 있다면 신용 상점을 통해서 전설 등급의 아이템을 구매할 수도 있을 정도다.
상위권의 헌터들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전설 등급을 얻을 수 있는 기회.
다만, 그 전에 일이라는 것은 순서에 맞게 진행해야 하는 법.
진우에게는 먼저 서둘러야 할 일이 남아 있는 상태다.
“자, 얘들아 잠깐만 이리로 와 볼래?”
삐삐!
삐삐삐!
삐이이잉!
진우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이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던 것을 멈추고 일렬로 다가오는 새끼 팜오리들.
알을 깨고 나온 시기가 제각각 다른 영향인 탓일까?
크기도 제각각 다른 녀석들.
뭐, 그래도 도토리 키재기라고 다 같은 쪼꼬미인 것은 매한가지지만 그래도 그중에서는 몸집이 가장 큰,
어떻게 보면 첫째라고 볼 수 있는 팜오리부터 순서대로 진우는 영양제를 먹였다.
삐읶! 삐삐삒!
삐삐삐삐!
“자자, 착하지. 먹어야 착한 오리예요.”
삐에에에엑!
누가 그랬던가.
몸에 좋은 것은 입에 쓴 법이라고.
그리고 오리든 인간이든 간에 어린아이가 쓴맛에 거절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법.
다만, 문제라면…….
삐이이이익!
삐삐삒! 삐삐!
삐삐삐삐!
그야말로 새끼 오리들의 대탈출.
자그마한 크기의 녀석들의 산개는 숙련된 군인들을 보는 것처럼 재빠르기 그지없었고,
“……애완동물 키우는 사람들. 대단하네.”
당연하게도 총 10마리에 달하는 새끼 오리를 잡아서 하나하나 빠짐없이 영양제를 먹이는 것.
그것은 단언컨대 6시간 동안 허수아비를 때리는 것보다 수십 배는 더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