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07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06화
“으으…….”
“저거 좀 더 다른데서 치우고 할 순 없어?”
“냄새가…… 솔직히 말해서 썩 좋진 않군요.”
모두가 내가 갓 잡은 마수 고기를 얇게 저며서 훈제하는 것을 보고 불만을 토해냈다.
“참아라. 이게 너희들을 강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프로테나.”
“네, 네엣…….”
나는 그저 프로테나와 함께 여러 가지 과열 열매를 따러 숲으로 들어갔다.
“나무의 정령이시여, 그대의 결실을 우리에게 허락해주시옵소서.”
파스스-.
“…….”
하지만 프로테나의 말에도 나무는 딱히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이긴 했다.
그게 마치 그녀의 말을 무시하듯 파스스 잎을 떠는 거라서 그렇지.
‘허, 살아있듯이 나무가 파스스 떨리다니. 역시 판타지.’
난 별 다른 감정이 들기도 전에, 그냥 그 사실 자체가 신기했다.
“으, 으읏…….”
하지만 프로테나는 적잖이 당황했는지 귀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죄, 죄송해요…… 아무리 제가 정령술에 익숙하지 않아도 나무가 저에게 열매를 내려 주는 걸 거부한 적이 없어서…….”
‘아마도, 내가 이 숲의 짐승을 먹은 것 때문에?’
프로테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절망감을 느꼈다.
“감히 나무 주제에, 말대꾸?”
당황한 나머지 거의 울려고 하는 프로테나를 보니 슬슬 나도 열 받기 시작한다.
“건방진 나무로군. 감히 나무 따위가 사람의 말을 안 들어?”
그것도, 내가 키운 회원인 프로테나의 말을?
턱!
“트레이너?”
나는 건방진 나무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우드드드득!
나무를 부숴버릴 기세로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네놈이 정령인지 뭔지 모르겠다만, 내가 경고한다.”
우드드득!
내 손에 짓뭉개진 나무에서 피처럼 수액이 울컥 나왔다.
“프로테나의 말에 따라라. 안 그러면 널 나무 ‘였던 것’, 나무의 정령 ‘이었던 것’으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스킬 : 전쟁함성 발동] [나무가 당신의 경고에 전율합니다.]‘흠? 이 스킬이 식물한테도 영향을 끼치는 건가?’
이건 처음 알았다. 나중에 쓸 만하겠는데?
파스스스!
내 전쟁함성을 듣는 순간, 갑자기 나무가 전율했다.
그러더니,
“어?”
갑자기 나뭇가지에서 작은 자두 정도 크기의 열매가 마구 열리더니,
후드드득!
쏟아지기 시작했다.
쏟아진걸 보니 준비한 바구니를 세 개는 채울만한 양이 순식간에 자라 쏟아졌다.
“헐…….”
프로테나는 그 광경을 보고 넋이 나갔다.
“저, 저도 이런 건 처음 봐요…… 나무의 정령이 이렇게나…… 게다가.”
그녀의 눈에 보이는 나무 정령은, 무서워서 웅크린 채 덜덜 떨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엄청…… 겁 먹었는데요?”
“프로테나, 이건 잘 알아둬라.”
“네?”
“세상이 예의범절과 이성적인 대화로 모든 갈등이 해결되면 참 좋겠지만, 아쉽게도 세상은 절대로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조금만 상대가 얕보여도, 능력이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해도.
인간은 상대를 아래로 보고, 갑질을 하려 시도한다.
자기가 착하게 살았다고 자부해오는 사람조차도, 다른 사람 눈으로 볼땐 그런 짓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다.
그것은 인간의 선악 이전에, 하나의 본능이다.
물론 세상엔 그런 본능을 이겨내고 정도를 지켜내는 사람도 있지만,
애석하게도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응 어쩔티비~ 무게 나보다 못 들죠? 삼대 나보다 못 치죠~?] [중량 허접~ 삼대 허접~ 근육량 허접~ 그냥 유산소나 하지 그래~.] [나보다 키도 골격도 작은놈이 대회는 무슨. 넌 빨리 내 프로틴이나 타와!] [야, 새X 쪼그만 게 뭘 올려다봐? 가서 빵이나 사오고 만원 남겨와라?]내가 봐온 남녀노소를 불문한 모든 사람은, 자신보다 키가 작다고, 힘이 약하다고, 돈이 없다고 날 무시하고, 깔보고, 갑질을 하려 들었다.
나에게 무례했다.
그래서 난 그들이 더 이상 무례하지 못할 방법을 찾아냈다.
“그런 세상에서, 상대가 나에게 예의를 차리게 만드는 방법은 단 하나, 힘이다.”
“힘……!”
“물론 그 힘에는 권력도 있고 돈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 모든 것은 힘을 가지지 못했기에 쓰는 부차적인 수단일 뿐!”
빠직!
내 손아귀에 있는 나무를 뜯어 뽑은 파편이 악력으로 산산조각나 사라졌다.
“충분한 힘은 상대가 나에게 예의를 차릴 수 있게 만드는 거다.”
“그, 그렇군요……!”
그 순간, 프로테나는 며칠 전, 자신이 정령 누옴의 가호를 받아낸 것을 떠올렸다.
“나는 정령술이 뭔지 모른다. 하지만 네가 말한 바에 따르면 아마도 정령에게 부탁을 하는 거겠지. 그러나 방금처럼 그 정령이 건방지게 너의 예의에 예의를 차려주지 않는다면?”
불끈!
로헨의 꾹 쥔 주먹에 핏대가 터질 듯 솟아올랐다.
그의 너클파트엔 마치 갑옷처럼 굳은살이 박혀있어, 순간 별도의 너클을 쥔 것처럼 보였다.
“상대방이 예의를 차릴 수 있도록, 힘으로 인도해 주는 수밖에 없는 거다.”
“……네!”
나는 그녀의 눈에 순간 살기가 돋아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한번도 제대로 쥐어지지 않았던 그녀의 주먹이, 꽉 쥐어진 것 또한.
“좋아, 필요한 과일은 이걸로 충분하다.”
우적. 나는 그 과일을 안에 있는 씨앗 째로 씹었다. 달콤한 맛과 산미가 나는, 정말로 자두 같은 과일이다.
“돌아가자.”
“네에…….”
“돌아가고, 오늘부터 너는 근력운동으로 돌아간다.”
“앗……!”
근력운동이란 말에 프로테나의 눈빛이 순간 빛났다.
“알겠습니다!”
그녀의 큰 대답에 나뭇잎이 전율하듯 떨려왔다.
*
주르르륵.
나무컵에 녹색과 알 수 없는 보라색이 뒤섞인 끈적한 액체가 흘러들었다.
“마셔라.”
나는 그것을 이종족+오크 다섯에게 내밀었다.
“운명을 손에 넣어라. 근육을 키운다는 운명을!”
“……거 운명 한번 심히 고약하군요.”
“뭐야 대체 이게…….”
“뭔가 상큼한 과일의 향에 묻혀서 잘 느끼기 힘들긴 한데.”
“그 너머에서 문득문득 불쾌하기 그지없는 냄새가 툭툭 솟구쳐 오른다.”
오크인 카카와 에이크 조차도 이 ‘음료’에는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서, 대체 이게 뭔가요?”
“단순히 과일 주스는 아닐 테고.”
뭐 결국 과일로도 마수 고기 특유의 불쾌함을 가리진 못했으니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과일주스에 불에 훈제해 말린 마수의 고기를 갈아서 넣었다.”
“우윽!”
“히엑!”
오크를 제외한 모두가 그 순간 나무컵을 홱 집어던지려다 간신히 얼굴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트리는 것으로 참았다.
“아니 도대체 자꾸 그놈의 마수 고기를 왜 자꾸 먹이려고 드는 거야!”
“끄응, 솔직히 저도 마수 고기는 좀…….”
“이게 다 너희 잘되라고 하는 것이다.”
“잘 되라고 이따위 쓰레기를 먹이는 거야?”
“쓰레기라니! 마수 고기는 엄청난 영양의 보고다! 물론 맛이 쓰레기 같다는 건 인정하지만! 지난번 나와 카카, 에이크의 펌핑된 걸 보지 못했나!”
“아니 뭐, 그렇긴 합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마수는 좀…….”
“우리야 뭐 지난번 효과를 봤으니 먹긴 하겠다만.”
“비위도 위장도 나약한 이종족이 먹기는 아무래도 좀 무리인 것 같다.”
“으음…….”
카카와 에이크마저 저런 반응이다.
‘어떻게든 냄새를 줄여보기 위해서 훈제해서 말리고 그걸 또 가루로 내서 과일 간 것과 섞었는데도 안 되는군.’
반응을 보아하니 오히려 기분 좋은 과일의 향 너머로 문득문득 솟구쳐 오르는 다 없애지 못한 향 때문에 더 기분나쁜 것 같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역시 ‘먹을 게 아니라고 생각해온 것’을 먹는다는 원초적 거부감이 제일 큰 문제인 것 같다.
‘역시 오크가 아닌 이종족에게 먹이는 건 무리일까?’
먹는 음식이 아닌 다른 형태로의 섭취 방법을 좀 더 강구해봐야-.
“……대가는.”
“음?”
그러다 문득, 프로테나가 말을 건넸다.
그녀는 컵 안에 든 ‘스무디’를 내려다보며, 두려운, 하지만 동시에 의지에 찬 눈빛으로 말한다.
“이걸 마신다면, 그 대가는, 무엇인가요?”
나는 그 말에 씩 웃엇다.
“모든 근육의 성장이다. 즉, 모든 것이지.”
“……!”
그 말에 프로테나의 얼굴에 어린 일말의 망설임도 사라졌다.
“으읍!”
프로테나는 더는 주저하지 않고 그것을, 마셨다.
“오오옷?!”
“프, 프로테나!”
“야 엘프! 너 미쳤-.”
꿀꺽-
“어? 생각보다 먹을만- 우욱! 커흑! 커헉! 쿨럭!”
물론 한 모금 마시자마자 곧바로 마수 고기의 특유의 개같은 향이 올라와서 토할것처럼 쿨럭거렸다.
“야야야 지난번부터 엘프가 그렇게 토하고 그러면 되냐! 내 안에 있는 도도한 귀쟁이의 이미지를 깨지 좀 말아 줄래?”
세일럼이 거의 토하기 직전이 돼서 입을 틀어막고 있는 프로테나에게 손수건을 가지고 가지만,
꿀꺽!
“괘, 괜찮아요…….”
프로테나는 창백해진 얼굴로, 끝까지 컵을 붙들었다.
“강해질 수 있다면…… 근육을 키울 수 있다면……!”
꿀꺽!
“커흡!”
꿀꺽! 꿀꺽!
기침을 하고, 토할 것 같아도 악으로 깡으로 참고 ‘스무디’를 마시는 그녀를 모두가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곧, 그 시선은 존경심과 경이로 바뀌었다.
갸아아악!
구와아악!
카카와 에이크도 그에 질 수 없다는 듯 스무디를 한 번에 들이켰다.
“끄응…….”
“으…….”
두 인간은 결국 차마 그걸 마시진 못했다.
“커흡! 쿨럭! 콜록! 우에엑…….”
결국 그녀는 스무디를 모두 마셨다.
“다, 다 마셨어요…….”
“진짜냐고…….”
“잘했다 프로테나!”
나의 칭찬과 함께 프로테나는 힘없이 웃다가 이내 욱 하고 올라오려는 입을 가렸다.
“내가 단언한다. 너는 오늘…… 근육을 얻게 될 것이다!”
“으으…….”
“이젠 마수의 고기까지…….”
“이젠 저 여자는 엘프같은 게 아냐, 마수의 고기까지 입에 댄 걸 엘프로 인정할까보냐…….”
레나는 진심으로 혐오스럽다는 듯, 구역질을 할 것 같은 입을 가리며 고개를 돌렸다.
이후, 나는 프로테나가 진한 붉나무 열매 드링크로 입가심을 하게 시킨 뒤, ‘약빨’이 돌 때까지 기다리게 했다.
약 30분 정도 지났을까.
“……어?”
프로테나가 문득 자신의 두 손을 들어 보이며 어리둥절했다.
마치 처음 느끼는 알수 없는 감각에 놀란 듯.
“온 몸이 뜨거워지지?”
“네, 네에…….”
“온 몸의 근육이 꿈틀거리는 것 같고, 피부가 간지러워질 것이다.”
“네에……!”
마수의 고기 안에 있는 아르기닌, 시트룰린 등의 혈관 확장을 일으키는 영양이 그녀의 온 몸을 돌고 있단 증거다.
“때가 왔다, 프로테나. 일어서라!”
“네엣!”
내 말에 프로테나는 아드레날린이 도는 목소리로 일어섰다.
“로헨……님.”
“뭐냐 세일럼.”
문득 세일럼은 복잡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와 말했다.
“저 엘프, 프로테나. 꼭 근육을 키우게 만들어줘……요.”
“음?”
“근육으로 많은 게 달라지는 걸, 싫었던 자신의 과거의 모습과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단 걸 잘 아니까……요.”
그러며 그녀는 온몸에 도는 혈류를 주체할 수 없다는 듯 팔다리를 동동 구르는 프로테나를 보며 말했다.
“아까도 봤지만, 저 녀석의 각오는 보통이 아니야……요.”
“그래, 맞다.”
“그러니, 그 각오에 답해줘……요. 트레이너. 난…… 다음에 마실 테니까……요.”
그러며 그녀는 괜한 말을 했다는 듯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떠나갔다.
“……트레이너인가.”
그 이름의 무게감을 간만에 느꼈다.
이제 그 이름의 무게로, 무게를 친다!
“자아, 프로테나. 너에게 이제 이 바벨을 이용한 삼대 운동을 가르칠 것이다!”
“넷!”
초보에게 삼대 운동보다 머신을 많이 가르치는 건, 초보자가 일으킬 수 있는 실수를 방지하여 부상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프로테나는 삼대 프리웨이트를 할 기초 체력이 완성되었다.
“자아, 처음으로 데드리프트다!”
그러며 난 일단 빈 봉으로 데드리프트 자세를 가르쳤다.
“자아, 들어라! 팔이 아닌 등과 엉덩이 뒷면으로!”
“네엣!”
화악!
‘자세가 좋다.’
이미 그녀는 숲을 뛰어다니면서 하체와 등이 충분히 단련되었다.
그리고 내 근심안을 통해도 그녀는 등과 하체 근육이 강점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가 아직 약점을 보이는 팔 근육도 강화해야한다.
그렇다면, 비록 주된 타겟이 되는 근육이 없다는 약점이 있지만.
상체와 등, 팔, 악력, 하체 등 프로테나가 필요한 모든 근육을 골고루 발달시킬 수 있는 데드리프트.
‘그녀에겐 이것이 가장 이상적인 운동이다!’
“자아, 자세를 알았다면 이제 무게를 더한다!”
그녀는 얼마나, 더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