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74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73화
“무, 무슨!”
“이건…… 마, 마법……? 크으윽!”
쿵! 쿠쿵!
탱그랑!
모든 마법사들이 어깨를 짓누르는 중력의 무게에 무릎을 꿇고 쓰러졌고, 스태프를 놓쳤다.
“대, 대체 이게 무슨…….”
“고귀하신 자연 원소 속성 마법사님들 께선, 나 같은 희소 속성 마법사들하고 싸우는 법은 아예 상정도 안했나봐?”
마법진을 펼친 두 팔을 뻗으며 세일럼이 비꼬듯 이죽이는 표정으로 걸어왔다.
“주, 중력마법……!”
“이, 이렇게나 강력한 범위의 중력 마법이…… 어떻게…….”
“안 그래도 적은 희소 속성인 데다, 나처럼 단련된 마법사는 없을 테니 당연하겠지!”
쿠우웅!
우드드득!
“크하아악!”
“끄으으윽!”
세일럼은 자신의 앞에 무릎 꿇은 마법사들에게 더욱 강한 중력을 가했다.
“세일럼.”
“아-하하핫! 그래, 이걸 보고 싶었어! 어때! 너희들이 그토록 버러지 취급했던 희소 속성 마법에 짓눌리는 이 기분이!!”
그러며 세일럼은 과거 중력의 마녀 시절로 돌아간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살이 쪄서 둥글둥글했던 과거에 비해 운동으로 강인해진 결과 날카로운 인상이 된 뒤 짓는 사악한 미소라,
어딘지 익살스러운 면이 있던 그때보다도 훨씬 더 빌런처럼 보였다.
“세일럼, 진정하고-.”
“이 마녀 년이!”
치잉- 슈우웅-.
그 순간, 짓눌리고 있던 부테롤이 손으로 조그맣게 마법진을 그렸다.
퍼엉!
“윽?!”
디스펠 마법, 자신에게 걸린 상대의 마법을 일시적으로 상쇄시키는 마법.
상당한 고위급 마법임에도 그걸 중력에 짓눌리는 와중 조그만 손짓으로 해낸 것이다.
‘미친, 저걸 어느 틈에!’
그건 기고만장해 있던 세일럼도 순간 놀랄 정도의 신기였다.
“겨우 그 정도로 이 부테롤을 제압했다 생각했나!”
치이잉!
그 순간 그의 스태프에 빠르게 날카로운 얼음 화살이 만들어졌다.
퓨퓨퓩!
“헉-.”
그 얼음 화살은 미처 세일럼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가슴을 향해 날카롭게 날아들었다.
“흐음!”
콰차창!
“앗-.”
하지만 그 아이스 볼트는 로헨이 뻗은 팔에 가로막혔다.
“세일럼, 진정해라. 그리고 방심하지 마라.”
“아, 죄, 죄송합…… 니다.”
“지금이 기회다!”
“전원! 저 녀석들을 향해 일제 공격한다!”
화아아악!
치이이잉!
쿠르르륵!
촤아아악!
중력 마법에서 해방된 마법사들은 일제히 스태프를 다시 들고, 저마다 마법을 시전했다.
얼음 화살, 불덩어리, 땅에서 암석들을 모아 뭉치고, 물이 없는 곳에서 물덩어리를 만들어냈다.
슬란 산맥의 그 마법사 영감 이후로 오랜만에 온갖 종류의 원소 마법이 펼쳐지는 것을 보니,
이상하게 들리지만, 불꽃놀이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피유우우!
콰아아!
촤아아악!
콰콰콰콰!
그 마법들이 일제히 나와 세일럼을 향해 쏟아졌다.
“크윽!”
“라잇 웨잇!”
나는 곧바로 늘 허리에 차고 다니는 덤벨 매단 쇠사슬을 꺼내서 붕붕 돌렸다.
붕붕붕붕붕붕!!
콰가가가각!!
“무, 무슨!”
마법이 로헨이 휘두른 쇠사슬 달린 덤벨에 죄다 튕겨 나가고 박살 나는 것을 본 마법사들이 경악했다.
“하아앗!”
투우우웅!
끼기기긱!
퍼엉! 콰직!
철써억!
세일럼도 가만히 있지 않고 중력마법을 역으로 펼쳐서 날아드는 마법들을 튕겨냈다.
“무슨 연놈들이! 우리들의 마법을 죄다 튕겨냈다고?!”
“저 중력의 마녀는 그렇다 쳐! 저 오크는 대체 뭐야!”
“당황하지 마라! 계속해서 마법을 쏟아부어! 언젠가 틈이 생긴다!”
“로헨, 그냥 다 때려눕히면 안 되나?”
“참으십쇼, 저 사람들은 마탑의 마법사들입니다. 척져서 좋을 게 하나도 없어요.”
“카이란.”
카이란이 우르할콘 십자가를 어깨에 짊어지고 나와 내게 말했다.
“마르두크의 광휘여!”
쿠웅!
두쿠우웅!!
“우오옷?!”
카이란이 우르할콘 십자가를 바닥에 수직으로 내리치자, 그곳에서 엄청난 신성력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 신성력은 내리친 십자가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퍼져나가, 그 자리에 있는 모두를 뒤덮었다.
뒤틀린 근원, 흑마법과 같은 사악한 기운이 아닌지라 피해를 입진 않았지만,
강력한 신성력이 교란 작용을 해서 순간 준비하고 있던 마법들이 중단되거나 하는 일이 발생했다.
“여러분, 잠시만 진정해 주시겠습니까?”
“마르두크 교단의 사제?”
부테롤도 갑작스런 카이란의 등장에 당혹스러워했다.
‘이 정도의 신성력이면 최소한 주교 급의 신성력이다. 어떻게 일개 사제가 이런 힘을?’
“마탑의 마법사 여러분, 적의를 거두시고 잠시 저희 이야기를 들어보시지요.”
“으, 음…….”
의외로 마탑을 중심으로 한 마법사 집단과 마르두크 교단은 크게 사이가 나쁘진 않았다.
마법사 하면 금기에 도전한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의외로 마탑의 경우 기존의 마법 체계가 상당히 공고했다.
기존 학파들에 의해 새로운 마법 이론이나 주문 등이 철저히 검증을 거쳐 발전하는 체계를 가지고 있어서,
금기에 도전? ‘일단 우리 심사부터 통과해보시지’가 되어, 지나치게 극단적인 시도를 하는 마법사들은 잘 없었다.
이런 안정된 체계와 성향. 그리고 신비의 힘을 다룬다는 공통분모 때문인지,
마탑의 마법사 집단은 교단의 사제들과 협력하면 협력했지, 갈등 반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당장 로헨과 세일럼을 갈아 마실 기세였던 부테롤 조차 카이란의 등장에 멈췄던 것이다.
“그래, 도대체 왜 마르두크의 사제가 저런 오크들과, 마녀와 함께 다니고 있는지…… 얘기나 들어보지.”
게다가 학문을 추구하는 마법사 특유의 호기심이 괴상한 조합의 파티원에 흥미를 느끼도록 만들었다.
“오크들만 종족인가! 이 흑철 망치 혈족의 보탄도 잊지 말게!”
“어떻게 엘프인 절 못 볼 수 있나요! 하여간 시력도 안 좋은 하등한 인간이란!”
“허어…….”
드워프 보탄에, 엘프인 프로테나까지 보고 나자 부테롤은 어이가 없어서 탄식했고,
이후 정말 저 이상한 파티의 정체가 뭔지에 대해 강렬하게 알고 싶어졌다.
*
카이란은 부테롤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모두 말했다.
슬란 산맥의 제국 국경지대 로아노르에서 있던 흑마련의 흑마술사와의 전투,
바남 공국을 위협하던 마수와 손을 잡고 바남 공국을 삼키려던 검은 사자 용병단과 그들을 물리친 것,
그리고 그들의 뒤에 있던 흑막인 흑마련의 마도연금사.
자신들은 그 마도연금사를 쫓고 있음을 전부 설명해주었다.
“흐음…… 바남이 마수의 공격을 받았다는 건 알고 있었네. 자세한 사정은 오늘 처음 알게 되었지만.”
“그 마도연금사의 흔적이 이곳으로 이어졌다고 저희 일행인 엘프, 프로테나가 말해주어서 이렇게 찾아온 것입니다. 특별히 여러분들에게 적의가 있어서 온 것이 아닙니다.”
“저 ‘블루 마운틴’에 있는 블루드래곤의 사주를 받거나 한 게 아니란 말이로군?”
“드래곤이요?”
“드래곤?”
“드래곤!”
중세 서양풍 판타지라면 반드시 나오는 드래곤!
그 드래곤이 정말로 있었구나! 갑자기 엄청나게 흥미가 돌기 시작하는군!
“로헨의 눈빛이 달라졌다.”
“저 녀석이 운동과 근육 말고 다른 것에 저렇게 관심을 가지는 거 본 적 있나?”
“아니, 거의 못 본 것 같은데…….”
어찌나 눈에 확 띄도록 눈을 반짝였는지, 카카와 에이크가 깜짝 놀랄 정도였다.
“드래곤은 금시초문입니다. 애초에 현대 제국에 남아있는 드래곤이 존재하긴 합니까? 종족이 천상계로 승천했느니, 대륙 너머의 마의 영토로 갔느니 소문만 무성하지 않습니까.”
“자네라면…… 믿을 수 있긴 하겠군. 그 흑마련과 맞서 싸워 제국의 영토를 지켜냈으니.”
“믿어주시는 겁니까?”
“아직 저 이종족 들은 믿을 순 없지만, 자네가 저 이종족 들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겠네.”
참 기묘한 사고방식이로군. 이런 뻐X 레이시스트. 내게 대화가 안 들릴거라 생각하나?
“사실 특별히 숨긴 것은 아니네. 다만 우리 마탑의 마법사들이 굳이 마탑의 비밀을 발설해서 손해가 될 만한 일을 입에 담지 않았을 뿐이지.”
“예에.”
“마탑은 제국이 건국되기도 전부터, 이 블루 마운틴에 있는 블루 드래곤과 거래를 했네. 10년에 한 번씩, 그의 구미에 맞는 아티팩트나 신기한 물건 등을 가져오면 우리에게 마법의 태동기에 있던 고대의 마법의 지식을 전수해주기로 말이야.”
“그렇군요.”
“그런데…… 그런데 이 빌어쳐먹을 파란 도마뱀 녀석이 말일세!!”
부테롤은 좀 전과 같이 블루드래곤 ‘카페리아’에 대한 울분과 분통을 터뜨렸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까지 협력해왔던 드래곤을 사냥한다는 것은, 글쎄 도의적으로 어떨지…….”
“그대들이 종족을 막론하고 생명을 중히 여기는 건 아네. 하지만 우리는 오직 실리를 찾네. 마법이라는 강력한 힘을 더 가지고, 제국의 힘을 더 강하게. 자네도 뼈저리게 깨닫지 않았나.”
그러며 부테롤은 진지한 표정으로 카이란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흑마련이 오고 있네. 바로 그에 대비해서 어떻게든 마법의 지식을 더욱 쌓아야 하네. 사냥이라고 드래곤을 죽이자는 말은 아닐세, 생포해서 지식을 모조리 뽑아내야지. 게다가.”
“저 레어 안에는, 각종 아티팩트들과 마법 도구들로 가득하다. 그것들을 되찾아 오겠다, 그런 생각이시군요.”
“순진하지만,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건 아니로군, 카이란 사제.”
“마음을 선하게 가지더라도 지혜가 없으면 마르두크 님을 제대로 섬길 수 없는 법이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카이란의 눈은 냉철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럼 이제 다시 묻겠습니다. 프로테나 양은 여러분들에게서 마도연금사의 흔적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무언가, 아시는 바는 없습니까?”
“실례로군. 우리야말로 흑마련관 상종을 하지 않네. 어찌 우리가 마도연금사 놈과 접촉을 했다고 말하는 건가!”
“놈은 뛰어난 기술력을 가졌다. 어쩌면 속일 수 있는 방도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읏…….”
내가 잠시 끼어들자, 부테롤이란 마법사는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저 표정 본 적 있다. 괴벨스가 유태인 사진사를 보고 지었던 그 표정이다.
“나에게 말을 걸지 말게, 자네와 말을 섞는 것조차 불쾌하군.”
이 삼대 200도 못 칠 것처럼 생긴 종차별자 놈이…… 그냥 여기서 박살 낼까?
“참으십시오, 마법사란 자들은 대체로 이종족들에게 꽤 적대적입니다.”
“카이란 너를 봐서 참는 거다.”
솔직히 지금 내가 쌓은 포징 스킬이나 전쟁함성 스킬이라면 겁박해서 공포로 군림하는 것도 가능은 하겠지만,
‘그래선 고급정보를 얻을 수 없고, 앞으로 귀찮아질 염려가 크다.’
참자. 인내야 말로 헬창의 미덕이니.
“그렇다면, 최근에 새롭게 만난 인물이나 접촉한 인물이 있습니까? 만약을 위한 일입니다.”
“흐음…….”
부테롤은 잠시 간신수염을 손가락으로 쓸며 생각에 잠겼다.
“……사실 이번 블루 드래곤 사냥은 ‘아나벨’이라는 내 친우 덕분에 계획할 수 있었네.”
“아나벨?”
“내 마탑 동기이자 동부의 두뇌라 불릴 정도의 마법사일세. 그의 신원은 확실하네.”
“그렇습니까? 그가 어떤 도움을 주었죠?”
“드래곤이란 강력한 마법생물의 마법력을 봉쇄할 정도의 강력한 봉인 마법을 전수해주었네. 솔직히 이건 우리 마탑의 마법식과는 전혀 다른, 이단에 한없이 가까운 방식이라 좀 꺼려지긴 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블루 드래곤을 포획하고 싶으신 거였군요.”
“흑마련에 대항하기 위해선,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라 판단했네.”
카이란이 그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흐음…… 외출을 하지 않고, 괴팍한 성격…… 게으름…… 흐음…….”
“로헨, 일단은 이런 사정이 있었습니다. 뭔가 불분명한 것이 많군요. 저희의 첫 인상도 있고 해서 함부로 더 개입했다간 자칫-.”
“그 드래곤 말이다.”
“로헨?”
“나에게 말을 걸지 말라고 했을 텐데, 더러운 오크놈.”
치이잉-.
부테롤은 내가 그를 바라보고 몸을 돌린 것만으로도 스태프에 마법을 일으킬 준비를 할 정도로 적의를 보였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바라는 건 저 드래곤을 잡아서 고기로 만들어 단백질 보충을 한다, 뭐 그런 게 아니라.”
“누, 누가 드래곤을 먹는다고! 하여간 이래서 무식한 오크란!”
“그 드래곤의 지식과,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나누는 게 목적이지 않나?”
“…….”
여전히 부테롤은 대답조차 하지 않고 그저 나를 노려볼 뿐이다.
하지만, 침묵하는 걸 보니 정답인가 보군.
“그렇다면 일은 간단하군.”
“응?”
“내가 그 드래곤을 꺼내오면 되는 거 아닌가.”
자아, 판타지 속 드래곤을 만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