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266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265화
“그래서 가장 큰 문제는 말입니다.”
철컹! 철컹!
쇠사슬과 원판을 매달아서 무게를 더한 우르할콘 십자가로 티바 로우를 하던 카이란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그의 시선은 저 멀리 불쑥 솟아있는 아라트르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산을 어떻게 넘어갈 거냐 하는 건데 말입니다.”
“뭐어, 이번에도 똑같이 산을 타고 넘어가면 되는 일 아니겠습니까? 흐음!”
쿠웅!
그 옆에선 스카가 자기 키보다도 더 큰, 25kg 원판을 잔뜩 끼운 탄력봉으로 스쿼트를 하며 거들었다.
“지난번처럼 저희가 길을 개척하고! 여러분들은 뒤따른다! 그러면 되는 겁니다!”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고 아버지처럼 듬직한 나무도 없는 산을! 끄응! 또 오르고 싶지는 않은데! 흐으음!”
그 옆에는 50kg 덤벨을 양 손에 들어 런지를 하던 프로테나가 거들었다.
“허허, 이번엔 우리 바위산의 자손들에게 맡겨주게나! 저런 산쯤이야 전부 박살내고 평평하게 만들지! 후웁! 겸사겸사 허무의 대지에 있는 산이 품은 보물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확인해보고 말이야! 흐으음!”
쿠웅!
그 옆에 벤치에서 벤치프레스를 하던 보탄이 끼어들었다.
“멍청한 소리 하지 마요 수염쟁이, 아주 그냥 제국이 점령당하고 흑마련 제국이 생길 때까지 산만 주구장창 파고 있겠어!”
“……아니, 생각해 보면 모든 로헨 머슬 크루가 달려들면 몇 년 안에 될 것 같기도 하고요?”
그걸 또 진지하게 생각을 하는 카이란에 프로테나는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걱정마라! 흐음!”
쿠구구구구!!
옆에서 우르할콘 탄력봉이 휘어질 정도로 원판을 끼우고,
쿠쿠우우웅!!
그것도 모자라서 세일럼의 중력마법으로 무게를 더한 스쿼트를 하는 로헨이 소리쳤다.
쩌적! 쩌저저적!
“흐으으음!!”
쿠구구구구!!
스쿼트를 하는 무게에 딛은 발 주변의 땅이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깨져나갔다.
“후우우!”
쿠웅! 콰아아아!!
“우우웃!”
로헨이 바벨을 들어 올리면서 중력마법까지 일그러져가면서 주변의 사람들에게 엄청난 압박을 주었다.
콰아아!
“우오오오?!”
주변에서 함께 운동하고 있던 병사들이 그 일그러진 중력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밀려나 나동그라졌다.
“7회 반복! 좋군!”
로헨은 그대로 바벨을 휙 내려놓았다.
이제는 그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거치대도 없어서 거치대 없이 그냥 쿨 하게 바닥으로 던져놓는 것.
“흐으읍!”
쿠구우우우!!
그걸 바닥에 쾅 떨어지기 전 세일럼이 중력 마법으로 조정하여 그걸 붙잡고 살포시 내려놓았다.
안 그랬으면 안 그래도 갈라졌던 땅바닥이 더 갈라져서 메꾸는 데 꽤 시간이 걸릴 터였다.
“후우우! 트레이너 보조하느라 내 운동을 못 한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보조하는 거 자체가 전신 운동이네요.”
세일럼은 마치 격렬한 크로스핏 와드 한번 끝낸 듯 온몸에 땀을 흘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이미 어지간히 마법을 사용하며 전투를 하더라도 유산소로 여기는 세일럼조차,
로헨의 보조를 맞춰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운동이 될 정도였다.
“그것이 반신의 보조를 해 준다는 것이다!”
“아 예, 잘나셨어요 반신님.”
“너의 운동량까지 모두 고려한 보조 요청이다. 이제 미리 짜둔 하체 루틴을 하면 오늘 운동량은 달성할 것이다.”
로헨의 배려에 투덜거리던 세일럼도 투덜거림을 멈추고 그저 얼굴만 붉혔다.
‘딴 데 가서 했으면.’
‘정말 딴 데 가서 했으면.’
‘로헨 황태자님은 존경하지만 진짜로 딴 데 가서 했으면.’
‘아무리 트레이너라지만 신성한 웨이트 트레이닝 중에…… 딴 데 가서 했으면.’
정작 로헨은 생각 없지만, 세일럼은 마음앓이를 하고, 주변인들은 눈꼴시려 하는 여느 때와 같은 광경이었다.
“나도 그 문제는 익히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중이지.”
“아니 뭐, 지금 로헨 트레이너라면 왠지 혼자서 저 산을 1년 안에 다 부수고도 남을 것 같긴 합니다만.”
“나도 1년이면 저 산 하나 정도는 다 돌더미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뭐 당장의 전쟁을 끝내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되니 넘어가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며 나는 운동을 마친 크루원 들을 돌아보았다.
역시 뭔가 안 풀린다 싶으면 일단 운동을 하는 것이 해결책을 쉽게 떠올리게 하지.
“일단 카페리아와 아르길이 정찰을 떠났으니, 그들의 판단을 좀 기다려 보도록 하지.”
“보통 정찰은 제가 담당하는데 말입니다.”
스카가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걱정 마라. 나중에 너를 써먹을 곳은 많아질 거다. 지금은 아르길의 눈을 믿지.”
아르길은 우리 중 가장 뛰어난 두뇌, 그리고 무엇보다 다재다능한 마법을 구사할 수 있다.
분명 그의 눈과 머리라면 뭔가 방법을 찾아낼 거다.
*
한 편, 아라트르 산 부근.
휘오오오-.
푸른색으로 반짝이는 비늘이 아름다운,
하지만 그보다 완벽히 형태가 잡힌 근육이 더 아름다운 드래곤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흐으음-.”
그 등에 탄 것은 여전히 멋진 마법사 모자를 쓴 미중년, 아르길이었다.
그의 눈에는 마나의 흐름이 흐르고 있다는 푸른 빛이 감돌며 빛나고 있었다.
[아르길이 천리안을 쓸 수 있는건 처음 알았네요?]“마탑의 다른 마법사들과 교류를 한 것도 있었네. 거기다 이런 특수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건 내 가설이다만,”
아르길은 깊이 생각에 든 눈빛으로 말했다.
“아마도 로헨 트레이너의 회원이라서 생긴 일종의 특수한 혜택이라고 생각하네.”
[아아-.]카페리아도 알겠다는 듯 맞장구쳤다.
이제는 숨길 수도 없이, 로헨 머슬 크루 회원들은 근태창의 혜택을 확실하게 체감하기 시작했다.
있을 수 없는 정도의 근성장, 근회복력은 기본이며, 전사, 기사들은 근육을 자유자재로 컨트롤 하거나 상대의 동작을 예측, 따라 할 수 있게 된다거나,
엘프의 경우 정령술을 더욱 잘 사용할 수 있게 된다거나, 드워프들은 더욱 피부가 단단해지고 열에 강해진다거나.
마법사들의 경우 마나의 용량이나 자신의 적성 마법이 강해지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는 쓸 수 없었던 마법을 쓸 수 있게 되기도 했다.
아르길의 경우 특히 천재라 불릴 정도로 다재다능한 마법사였지만,
천리안이라는 재능있는 자들만이 사용하던 마법까지 사용할수 있게 된 것은 분명히 외부의 어떤 조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확실히 로헨 트레이너 덕분에 우리 모두의 가능성이 활짝 열린 것 같죠.]“그렇네. 이제 더는 뭘 더 할 수 없이 노쇠해가기만 하던 내가 아직도 성장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주었지.”
아르길은 훗 웃으면서 천리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흐으음…….”
[길조차 나지 않은 깎아지른 절벽까지는 아니지만, 확실히 군대가 나아가긴 힘든 곳이네요.]“넘어갈 수야 있지. 하지만 넘어갈 길은 한정적이고, 그곳은 적이 반드시 지키고 있을 테니.”
이미 몇 군데 산을 넘어갈 만한 루트는 찾았지만,
답사로 찾아낼 수 있을 정도의 루트라면 적은 이미 모두 꿰뚫고 그에 대응책을 마련했을 터.
적의 의표를 찌를 수 있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하지만 이런 불모한 곳에서도 원주민이 있을지는…… 있더라도 쉽게 발견할 수가-.’
“응?”
그 순간, 아르길의 천리안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뭔가 찾았어요?]“그렇군, 저쪽이네.”
[흐음?]드래곤 카페리아의 눈으로는 그저 아라트르 산자락에 조금 특이한 형상의 절벽이 있는 곳이었다.
“다른 빛으로 한번 봐 보게.”
[아아.]자외선, 적외선 등 다른 파장으로 무언가를 볼 수 있는 천리안으로 뭔가를 발견한 아르길의 말에,
카페리아도 드래곤이면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적외선 시야를 켰다.
[누군가가 저 산자락 안에 있어요! 그 말은-.]“그래, 아라트르 산 아래에 있는 동굴일세.”
[내려갈게요!]화아악!
실마리를 찾은 카페리아는 즉시 급강하하여 문제의 장소로 향했다.
*
“동굴이네요.”
“그것도 상당한 규모로군.”
아라트르 산자락에 비하면 작은 규모라 외부에선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일단 다른 바위에 가려진 그 입구를 보니, 어지간한 인파도 한꺼번에 들어갈 만한 거대한 크기였다.
“역시, 산 아래에는 언제나 빈틈이 있기 마련이지.”
“튼튼해 보이지만 그 아래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간과하지 마라, 5대 마탑주가 남긴 말이었죠?”
아르길과 폴리모프한 카페리아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러면서도 아르길은 마법 스태프를 들며 곧바로 마법을 시전할 수 있는 태세를 늦추지 않았다.
“조심하게 카페, 이곳에 분명히 원주민이 있어.”
“예. 우리에게 적대적일지 어떨지는 모르지만요.”
그러며 둘이 나아간 순간,
쐐애애액!
“흐음!”
파카앙!
갑자기 날아든 무언가에 아르길은 빠르게 매직 쉴드를 펼쳐서 막아냈다.
“뼈침?”
그것은 뼈로 이루어진 뼈침이었다.
카락카락카락카락!
마치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한 기괴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르길!”
“KRRRR…….”
“침……입자…….”
동굴 너머 어둠 속에서 나타난 것들은 기괴하게 긴 팔다리로 기어 다니는 검보랏빛의 인간 형상이었다.
“저건……?”
“모르긴 몰라도 딱 보니 흑마련이지 않겠나.”
“침입자……!”
“죽인다!”
쩌어억!
퓨퓨퓨퓽!
그들이 엎드린 채 몸을 낮추더니, 갑자기 굽은 등이 열리며 뼈침이 날아들었다.
퍼퍼퍼퍽!
“후우!”
강력한 아르길의 매직 쉴드조차 꿰뚫고 박힐 정도로 강력했다.
마수의 뼈침과 비교해서도 정확하고, 위력도 강했다.
“흑마련 놈들이에요!”
치잉치잉치잉!
촤아아아-!
카페리아는 곧바로 다중 마법진을 펼쳐서 광선을 쏴댔다.
끼아아악!
세 명의 형상 중 한 명의 몸을 빛이 관통하여 쓰러트렸다.
푸르르르-퍼버버벅!
“어이쿠!”
그러나 나머지 둘은 아르길 조차 순간 놀랄 정도로 마치 경련하듯 몸을 떨며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KYAAA!”
그들 중 한 놈이 날카로운 손톱으로 아르길을 공격하려 했지만,
“라잇 웨잇!”
푸화아악!
“KYAAAAA!”
아르길의 매직 스태프에서 갑자기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넓은 범위에 흩뿌려지는 화염이라 놈은 피하지 못하고 당황하며 몸을 지키기 위해 주춤했다.
그 순간,
뻐어어억!
“케에엑?!”
아르길은 마나가 흐르면 강철보다 단단해지는 금흑단으로 만들어진 매직 스태프로 놈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근접전으로 들어가면 마법사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미안하지만!”
푸화아악!
아르길은 곧바로 매직 스태프에서 더욱 뜨거운 대신 범위가 좁은 푸른색 화염을 내뿜었다.
“우린 로헨 머슬 크루원일세!”
메타볼 마법사단의 근접전을 상정한 마법을 응용한 격투술, ‘매직 아츠’였다.
“KYYYY!!”
“그만 조용히 하게나 동굴이라 소리가 울려 시끄럽네!!”
빠아아악!
푸른색 불꽃에 몸이 타들어 가며 몸부림치는 놈의 머리통을 아르길의 매직 스태프가 여지없이 박살 냈다.
“카페!”
쾅! 콰앙! 콰직, 콰아앙!
“어이쿠.”
아르길이 본 카페리아는 팔만 드래곤의 것으로 되돌린 후,
덤벼든 괴생명체를 붙잡고 빨래 휘두르듯 마구 바닥에 내리쳤다.
끼이이이…….
괴생명체는 온몸의 뼈가 부서져 죽었다.
“끝났어요!”
“근접전을 익힌 카페리아도 멋지다고 생각하네.”
아르길의 너스레에 카페리아는 살짝 볼을 붉혔다.
“그나저나 이 녀석들은 대체 뭘까요?”
“흑마련의 군세에 이놈들을 봤네.”
카페리아에게 패대기쳐져 끔살당한 ‘였던 것’을 둘이 함께 내려다보았다.
근손실난 몸인가 싶었지만 사실 굉장히 가느다란 근육이 마치 나무섬유처럼 붙은 몸이었고,
온몸 곳곳에 곤충과 같은 갑각과 마수와 같은 기괴한 신체기관이 나 있었다.
“어라, 이 귀는…….”
그러던 중, 카페리아는 톱날 같은 이빨을 가진 끔찍한 얼굴의 머리카락 너머 비죽 튀어나온 긴 귀를 보았다.
그것은 카페리아만 아니라 아르길에게도 익숙한 형태였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일그러지나?”
그제야 카페리아와 아르길 모두 이 ‘동굴 속 괴생명체’의 정체가 뭔지를 직감하며 윽 하고 역겨워했다.
그때,
“드, 드래곤이다……!”
“마침내, 드래곤이 돌아오셨다!”
“잠을 깨울 자가 오셨다!”
“으응?”
갑자기 어두운 굴 너머에서부터 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나 느껴지는 인기척에 적대감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 목소리는 구원을 만난 것 같은 분위기였다.
카페리아와 아르길이 동굴 너머에서 바라보자,
쿵! 쿵! 쿵!
그곳에서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졌다.
그리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그들은,
“흐음?”
“당신들은…….”
그것은, 네 개의 팔을 가지고 키가 5m는 넘어가는 덩치를 지녔지만,
근손실이 잔뜩 일어난 몸이라 안쓰러운, 오우거- 아니,
눈이 하나뿐인 퀴클롭스 들이었다.
“우리를 구원해주실, 깊이 잠이 드신 드래곤의 전령이시여…….”
퀴클롭스들은 카페리아를 향해 기도하듯 손바닥을 보이며 무릎을 꿇었다.
*
“찾았습니다, 로헨 트레이너.”
로헨에게 돌아온 카페리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단언했다.
“아라트르 산으로 넘어갈 수 있는 길을요.”
그 눈은, 마치 복수를 결의한 듯한 눈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