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Blasted Reincarnated Life RAW novel - Chapter 141
〈 빌어먹을 환생 142화 〉 사냥
“헥토르님?”
유진은 땅에 내려서며 앞을 보았다. 헥토르 라이언하트. 그가 어둠 속을 배회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유진?”
뒤에서 말을 거니, 헥토르가 놀란 표정을 하고서 고개를 돌렸다. 유진은 그의 표정에 어린 당혹감을 읽었다. 무슨 일인가 묻기 전에, 먼저 헥토르를 살펴보았다.
헥토르는 혼자였다. 그건 신경 써야 할 문제였다. 데콘 라이언하트.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왜 혼자 계십니까?”
“내 불찰이야.”
헥토르는 빠른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붙잡아야 했는데… 데콘은 숲이 깊어지고, 마물이 난동을 부리는 것에 겁먹고 도망쳐 버렸어.”
있을 법한 일이다. 고작해야 18살 꼬마 아닌가. 마물 사냥은 처음일 거고, 주눅이 잔뜩 들어있던 모습을 보건데 실전경험도 많지 않을 거다. 실력은 말할 것 없이 부족할 거고.
짙은 마기는 정신의 착란을 일으킨다. 정신력이 약한 놈일수록 착란은 빠르고 격렬하다. 공포, 그를 이겨내지 못하고 겁에 질려 도망치는 것은 애송이에게 어울릴 결말이다.
“도와줄 수 있겠나?”
헥토르는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유진은 곧장 답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방이 어둡다. 짙은 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 촘촘한 어둠은 정령의 농간이리라.
“…그 정도야 뭐… 어려운 부탁도 아니니.”
“고맙네. 숲이 원체 넓으니, 나 혼자 찾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말이야.”
헥토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유진에게 다가왔다.
“이 숲, 무언가 이상해. 나도 루하르에서 지내면서 마기가 짙은 곳에는 몇 번인가 가봤지만… 내가 가보았던 곳 중에 이곳만큼 불길하고 어두운 곳은 없었어.”
“뭔가 더해져 있나 보죠.”
“더해져 있다고? 누군가 농간을 부리고 있단 말인가?”
“그럴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하…! 그거야 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대체 누가, 라이언하트의 최정예인 흑사자 기사단의 소굴에서 농간을 부릴까?”
“간이 부은 놈.”
유진은 그렇게 대답하며 몸을 돌렸다.
“정신머리가 돌아버린 놈.”
“그도 그렇군. 제정신이 아니고서는 시도도 하지 않을 테니.”
고개를 끄덕거리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자아, 이제 어쩐다… 정면에서 싸우고 싶지는 않다. 상대는 유진 라이언하트. 위대한 베르무트 이후로 라이언하트 최고의 천재라는 평가를 받는 놈이다.
헥토르도 어려서부터 천재 소리는 숱하게 들었지만, 저만큼의 극찬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그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
유진에 대한 흥미는 있다. 허나 그 흥미가 헥토르가 해야 할 일을 가로막지는 않는다.
‘이상적인 것은 기습. 오래 끌지 않고, 기왕이면 일격으로. 그 편이 서로 좋아. 힘도 별로 안 들고.’
같은 기습이라도 제압하는 것이 죽이는 것보다 훨씬 까다롭다. 섣불리 공격할 수도 없는 노릇. 헥토르는 유진보다 조금 뒤쪽에서 걸으며, 유진의 등을 노려보았다.
‘…허…’
놀람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헥토르가 보기에, 유진에게는 정말 아무런 빈틈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쪽을 돌아보고 있는 것도 아니고, 걸음을 멈춰서 제자리에 서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평범하게 앞을 걷고 있을 뿐인데… 마치 정면에서 검을 빼들고 있는 것과 같은 압박감이 느껴졌다.
“…만약… 정말로 누군가가 농간을 저지르고 있다면. 누구일 거라고 생각하나?”
“누가 간이 붓고, 정신머리가 나갔을 지를 추측해 보란 겁니까?”
“그렇지. 역시 헬무드의 마족들일까? 아니면 흑마법사거나… 흐음, 사마르의 야만족들일 수도 있겠어. 어쩌면 나하마의 어쌔신. 자네도 알지? 키옐과 나하마의 정세가 그리 좋지 않아.”
“흐음, 어느 쪽이든 저지를 법한 놈들인데… 아니겠죠.”
“아니라고? 그럼 누구라고 생각하나?”
“너요.”
방금 뭐라고 한 거지? 헥토르는 유진이 내뱉은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데다 너무 짧기도 했고,
목소리가 들려 온 순간.
헥토르의 발밑이 폭발했다. 오히려 목소리보다 저 폭발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었다. 헥토르는 즉시 위로 뛰어오르며 오러실드를 일으켰다.
어느새 유진은 몸을 돌리고 헥토르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 시선. 뒤늦게 ‘말’을 이해한 헥토르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얼음장처럼 차갑게 가라앉은 두 눈. 제 행동에 단 한 점의 의심없이 확신을 갖고, 대화하고 이해하는 것보다는 쓰러트려 굴복부터 시키려는 눈.
“…좋은데.”
헥토르는 뒤로 몸을 젖히며 웃었다. 대화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흥미로운 주제, 재미난 성격, 그런 사람과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
이곳이 카페나 주점이라면 대화를 나눴을 것이다. 아마, 앞으로 평생 유진과 그러한 자리에서 대화를 나눌 일은 없겠지. 헥토르는 그 사실에 작은 아쉬움을 느꼈다.
‘흥미가 있다는 것은 진심이었는데 말이지.’
ㅡ화륵.
새빨간 색의, 불꽃 같은 마나가 헥토르의 몸을 휘감는다.
“…일단 물어보고 싶은데… 어떻게 알았지? 살의나 적의는 전혀 드러내지 않았는데.”
“냄새.”
유진이 대답했다.
“피냄새에 금속기름 냄새가 섞였다.”
“고작 그것 뿐?”
“충분하지. 그 기름 냄새는 본가에서 매일 맡던 것이거든.”
맙소사. 헥토르는 웃음을 흘리며 제 양손을 힐긋 쳐다보았다. 시안의 검을 붙잡았을 때의 상처. 피는 이미 멎어있고… 기름냄새? 헥토르도 감각에는 제법 자신이 있었지만, 피냄새에 섞인 기름냄새까지는 구분할 수 없었다.
“…이거 참… 깨끗하게 닦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본가를 등신으로 보지 마.”
유진은 손가락을 들면서 말했다.
“라이언하트는 무가(武家)고, 본가는 그 중심이다. 무기를 손질할 때 바르는 기름조차도 최고급에, 배합해 넣은 향은 맞춰제작한 세정제를 쓰지 않고선 지워지지 않아.”
상처 입히고 놓친 사냥감을 쫒기 위해, 암살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본가의 일원은 그 향부터 기억한다.
“…그것 뿐? 물어보고 싶은 것은 많을 텐데? 누구한테, 왜 베였는지…”
“괜찮아.”
…파직! 유진의 손끝에서 전류가 튀었다.
“널 반 죽여 놓고 물어볼 거니까.”
마나가 번쩍였다.
꽈지직! 뒤틀리며 쏘아진 빛이 헥토르가 서있던 곳을 꿰뚫었다. 저게 대체 뭐지? 마법? 급히 피하는 것은 성공했지만, 저런 식의 공격은 처음 보아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영창도 하지 않고 마법을… 아니, 마법이 맞기는 한가? 마나를 검강으로 만들고, 그냥 쏴댔을 뿐인 것 같은데?’
그런데 저렇게 빠르고 강하다고? 어쨌건, 직격당해서는 안 된 다. 판단을 끝내고 움직였다. 허리를 훑어 내려간 양손이 각각 검을 쥔다.
‘쌍검.’
한손으로 검 하나를 휘두르는 것과 양 손에 검 하나씩 잡고서 휘두르는 것은 비교할 바가 안 된다. 뛰어난 실력의 검사라 해서 쌍검을 능숙하게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지간한 숙련도와 센스가 아니고서는 다룰 수 없는 무기지만. 잘만 다뤄낸다면 두 자루의 검이 아니라 수십, 수백 자루의 검을 상대하는 것처럼 까다로운 무기가 된다.
‘길이가 달라.’
오른손의 검은 반신만큼이나 길고, 왼손의 검은 그보다 훨씬 짧다. 균형도 맞지 않을 무기… 유진은 입가가 일그러졌다.
‘제 맘대로 거리를 가지고 놀겠다. 이기적인 새끼.’
누굴 상대로?
유진의 몸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헥토르는 기다렸다는 듯이 쌍검을 휘두르며 응수했다.
망토 안에서 뽑혀나온 위니드가 은빛을 터트렸다. 쩌엉! 충돌에 마나와 바람이 폭발했다. 헥토르는 미끄러지듯 발을 움직이며 왼손의 검을 휘둘렀다. 장검을 휘두르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거리지만, 그보다 짧은 단검은 얼마든지 휘두를 수 있다.
“허.”
가로막혔다. 헥토르의 눈이 얇게 떠졌다. 어느새 유진도 왼손에 검을 쥐고 있었다.
쌍검과 쌍검.
“흥미로워.”
헥토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양팔을 들썩였다. 물결치듯 휘몰아친 검격, 유진은 물러서지 않았다. 부릅뜬 두 눈이 헥토르의 검로를 읽는다. 그득 섞어 놓은 허초, 같잖다. 무엇이 가짜고 진짜인지 구분하는 것은 유진에게는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말도 안 돼.’
검이 뚝뚝 끊어지고 있다. 흘러가야 할 곳에는 이미 유진의 검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공격의 허리가 끊긴다. 달리 이으려 하면 역으로 닥쳐온다. 공격과 반격을 번갈아 나눈다. 그건 헥토르의 의도가 아니었다. 고작 몇 번 검을 나눴을 뿐인데, 헥토르의 검은 유진에게 완전히 끌려 다니고 있었다.
‘이 정도라고?’
난적일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만큼 강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무리하면 제압할 수 있고, 죽이는 것이라면 보다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준비가 부족해. 죽이는 것도 힘들어.’
그렇게 판단한 순간, 헥토르의 공격이 바뀌었다. 작정하고 덤벼도 죽이는 것이 힘들단 것을 알았으니, 더 이상 제압을 목적으로 검을 휘두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더욱 빠르고, 날카로우며, 치명적으로. 감탄해 줄 만한 기교이긴 했다. 전생에도 이만큼 쌍검을 능숙하게 다루는 검사는 본 적이 없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쌍검이 비주류 무기이기 때문이다. 쌍검이라는 특징이 없다면?
‘강하긴 해.’
불과 몇 달 전이라면 고전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고전할 이유가 없었다. 기술의 완성도? 비교하는 것이 모욕이다. 유진의, 하멜의 기술은 300년 전에도 베르무트 외에 견줄 상대가 없었다. 경험? 노련함? 그것 또한 마찬가지.
지금으로서는 아직 하멜의 모든 것을 사용할 수는 없다. 백염식은 뛰어난 마나수련법이지만, 고작 5성의 경지로 전생의 힘을 재현해낸다면… 솔직히 자존심이 상할 일이다.
하지만.
백염식이 5성이 되면서, 4성일 적보다 크게 힘이 늘었다. 헥토르 정도의 상대는 이그니션을 쓸 필요도 없다.
격의 차이. 헥토르는 빠르게 그것을 인정했다. 기술로 앞서지 않는다. 힘으로 앞서는 것도 아니다.
‘…어쩔 수 없지.’
저쪽의 도움은 받고 싶지 않았는데. 혼자 힘으로 제압할 수 없다는 것을 파악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헥토르는 숨을 훅 몰아쉬며 왼손의 검을 놓았다.
키이잉! 헥토르의 손을 벗어난 검이 새빨간 불꽃에 휘감겼다. 그리곤 마법에 걸린 것처럼 스스로 움직여, 유진에게 쏘아졌다.
마나를 정밀하게 조작해서, 손을 대지 않고 검을 움직이는 것이다. 유진의 입장에서는 의표를 찌르는 것 외에는 딱히 기능적이지도 않은 잡기술일 뿐이었다. 저 지랄을 하느니 손으로 직접 검을 휘두르는게 훨씬 빠르고 강하다.
이렇게.
꽈앙! 위니드가 단검을 박살내고, 담겼던 마나가 눈부신 빛이 되어 터졌다. 헥토르는 유진의 눈이 잠시 멀어졌길 바라며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ㅡ화아악! 돌풍과 함께 유진의 몸이 하늘로 떠올랐다. 등뒤에서 그를 느낀 헥토르는 혀를 차며 몸을 낮췄다.
유진은 새빨간 불씨를 흘리며 달려가는 헥토르의 등을 노려보았다.
파직! 번개불꽃이 퍼져나갔다. 유진은 망토 속에서 아카샤를 쥐었다. 무수히 많은 마법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에어로블래스트.]망토 안에 들어가 있던 메르가 입술을 달싹거렸다. 동시에 유진의 손이 앞으로 나아갔고, 술식이 완성되었다. 바람의 정령왕 템페스트. 그가 일으킨 바람이 마법에 섞였다.
6서클의 공격마법.
하지만 그 위력은 정해진 서클을 아득하게 웃돌았다. ㅡ꽈아앙! 압축된 공기와 바람이 일점에서 터진다. 헥토르는 시뻘건 검강을 휘둘러 마법을 양단하려 했지만, 마법의 위력은 헥토르의 상상을 아득하게 웃돌았다.
콰르르릉! 어둠이 요동쳤다. 한참 뒤로 날아간 헥토르는 어질거리는 정신을 바로잡았다.
‘…맙소사… 이 정도 되는 공격마법까지 무영창으로…?’
방어는 했다. 하지만 온몸이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저리다. 바람 계열의 공격마법이었을 텐데? …맙소사. 헥토르는 헛웃음을 흘리며 목을 더듬었다.
“아티펙트군.”
망토가 바람에 펄럭거린다. 유진은 높은 곳에서 헥토르를 내려보며 아카샤를 뻗었다.
“디스펠 계열 마법이 2, 카운터 계열 마법이 3, 강화계열 버프 마법이 5… 방어 계열 마법은 7? 사치스럽기도 하군.”
17개의 마법이 내장된 아티펙트라니. 억만금을 줘도 살 수 없는 보물이다.
“저번에 봤을 때는 없었는데… 비장의 한수인가 봐?”
“날 몇 번이고 구해 줄 생명줄이지.”
“몇 번이고 구해주지는 않을 거야.”
유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아카샤에 마나를 집중했다. 빠직… 빠지직…! 번개불꽃이 한 점에 모인다. …착각이 아니었다. 유진 라이언하트의 마나에는 번개가 실려 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헥토르는 저린 몸을 일으켰다.
“…괜히 왔어.”
헥토르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오른손의 검을 힐긋 보았다. 방금 마법과 충돌한 여파로, 검은 완전히 박살나 있었다.
그 순간, 유진의 마법이 쏘아졌다. 수십 다발의 빛줄기가 공간을 꿰뚫는다. 그건 단어 그대로였다. 공열난광(空裂亂光). 이 마법은 공간에 구멍을 관통하며 궤적을 속이고 덮친다.
콰콰쾅! 헥토르는 발을 뒤로 끌면서 박살난 검을 휘둘렀다. 미처 막지 못하는 마법은 목걸이의 방어에 맡긴다. 일단 직격당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그렇게 방어에 열중하며, 계속해서 뒤로 물러섰다.
공간을 관통해 튀어나오는 빛을 상대하는 것은 까다롭지만 아주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진이 개입하니 끔찍해졌다. 유진은 빛의 사이사이를 누비면서 헥토르에게 검을 쑤셔넣었다. 헥토르가 할 수 있는 것은, 치명상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피투성이가 되는 것뿐이었다.
[어떤가?]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헥토르는 감정을 표정에 내색하지 않고서, 왼쪽 손목의 팔찌에 집중했다.
‘죽겠습니다.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어요. 20살이 아니라 200년 수행한 고수와 싸우는 것 같다고요.’
[그러게 말했잖아. 그 녀석은 제노스 라이언하트와의 대련에서 기술로 우위를 점했다고.]‘대체 누가 그 말을 사실이라 믿겠습니까? 제노스 경이 후배를 상대로 적당히 양보해줬다고 생각하지…’
[흠, 거짓말을 하는 군. 네가 그리 알아듣지는 않았을 것 아냐? 그냥, 네 흥미를 겸해 한 번 싸워보고 싶었던 거겠지.]‘예,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좀 도와주면 안 됩니까? 이대로 가다가는 여기서 죽을 겁니다.’
‘…그 뒤에는?’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뒤로도, 옆으로도 더 물러서지 말고 정확히 그 자리.]헥토르는 지시대로 행동했다. 어차피 걸음은 계속 뒤로 밀리고 있었으니, 조금 옆으로 움직이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지정한 위치. 헥토르는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자 그럼… 으음… 마음속으로 열을 세고, 뛰어 올라라.]그 지시를 이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바로 앞에 있는 유진의 공격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받아내야 하는 것이다.
‘죽겠…’
1, 2…
‘정교해. 하얀 송곳니에서도 이만큼이나 검을 쓰는 놈은 드물…’
5, 6…
‘아니, 없다. 검이 무겁고, 빠른 놈은 있어도. 이만큼 정교한 놈은 없었어. 마치 이쪽의 생각을 읽는… 수를 앞서고 있다. 어떻게?’
8, 9…
헥토르는 즉시 뒤로 뛰어 올랐다. 유진은 그런 헥토르를 쫒아 고개를 들었다.
바닥이 시커멓게 물들어간다.
[유진님?]겁에 질린 메르의 목소리.
유진의 머리카락이 위로 곤두섰다.
“개자식이.”
미치광이 같은 분노와 살의를 느끼며, 유진은 욕설을 내뱉었다.
검은 송곳들이 바닥에서 치솟아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