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ucky Encounter From the Game Turned Into Reality RAW novel - Chapter 141
게임 속 기연이 현실로 141화
34. 이건 또 뭐지(5)
달을 가린 구름으로 인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운 밤의 숲속.
한 사내가 미친 듯이 수풀을 가로지르며 앞으로 내달렸다.
“헉헉! 뭐야, 대체 뭐야!”
그는 연신 현실을 부정하며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런 그의 뒤에서 짐승의 것으로 보이는 기척이 빠르게 쫓아왔는데,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빛나는 눈동자가 앞선 사내의 공포심을 더욱 자극했다.
차라리 평범한 짐승이라면 이렇게까지 겁에 질려 도망치진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사내의 뒤를 쫓는 짐승이 내는 발걸음 소리와 무섭게 꺾여 나가는 나뭇가지의 소리가 결코, 작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직접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게 있다.
그는 자신을 쫓아오는 짐승의 덩치가 웬만한 자동차보다 크다고 느꼈다.
-타타타탓!
사내는 직선으로 달리지 않고 여기저기 장애물을 이용해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는 등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무심하게 거리가 좁혀질 뿐이었고, 머지않아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짐승의 숨소리에 저로 모르게 몸을 날렸다.
-핏!
“큭!”
그의 선택은 최선의 것이었다.
그가 몸을 숙이자마자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뺨을 스치며 지나갔기 때문이다.
-크르르릉.
물론, 단 한 번의 위기를 넘겼다고 해서 살아남았다는 뜻은 아니다.
구름에 가려져 있던 달빛이 드러나면서 주변이 또렷하게 분간되었는데, 덤프트럭만 한 무언가가 침을 뚝뚝 흘리며 사내를 내려보고 있었다.
“거, 검치호?”
뒤늦게 확인한 짐승의 정체에 겁에 질린 사내의 눈동자에 불신이 깃들었다.
그를 습격한 짐승의 정체는 송곳니가 길게 자란 회색의 범이었으니 말이다.
그의 상식에서 저런 짐승은 존재할 수 없기에 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있을 수 없어.”
연신 혼잣말로 현실을 부정하던 사내.
하지만 거대 검치호가 아가리를 크게 벌리며 입을 들이미는 것을 본 순간 그는 강제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성보다 살기 위한 본능이 먼저였다.
그는 다시금 바닥을 굴렀다.
-쿠웅!
“컥!”
그러나 같은 수법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검치호는 사내를 물기보다, 바닥을 쓸 듯이 앞발을 크게 휘둘러 멀리 쳐냈다.
마치 교통사고라도 당한 것 같은 충격과 함께 사내는 속수무책으로 날아갔고, 이내 지름이 10미터는 될법한 거대 나무에 정면으로 부딪쳤다.
숨이 턱 막히는 고통.
그럼에도 그는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툭.
그러다가 한 물건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사내의 주머니에서 떨어진 직사각형의 작은 판.
그는 그것을 얼른 주워들었다.
그리고 검치호가 아가리를 들이민 순간.
-찰칵!
셔터음과 함께 눈 부신 빛이 폭사 되었다.
-컹!
그에 검치호는 깜짝 놀라 바닥을 뒹굴더니, 이내 발걸음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부스럭.
요란한 풀 소리와 함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지자, 사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사, 산 건가?”
순간의 재치로 목숨을 건졌으나, 뒤늦게 몰려오는 통증에 신음을 삼켰다.
비틀거리던 그는 자리에 주저앉기보다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육식 짐승이 사냥감을 쉬이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빠르게 자리를 벗어나며, 주변의 풀뿌리를 뜯어 그게 무엇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온몸을 비볐다.
나름 냄새를 지우겠다고 머리를 쓴 것이다.
다행히 그 작전이 먹혀든 걸까?
이후 검치호는 그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고, 사내는 무사히 숲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검치호라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그는 자신이 잘못 본 건가 싶어서 검치호를 쫓아낼 때 사용한 직사각형의 판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작동시키니 화면이 들어왔고, 뚜렷하게 찍힌 검치호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서비스 지역이 아닙니다]그러나 그의 눈엔 검치호의 사진보다 화면 상단에 떠 있는 문구가 더욱 강하게 각인되었다.
‘숲을 벗어났는데도 통신이 안 된다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세상에 죽으란 법은 없는 걸까?
“어?”
먼 곳에서부터 희미하게 반짝이는 빛이 그의 눈에 들어왔고, 그것이 문명의 빛임을 어렵지 않게 알아챈 그는 환희에 찬 표정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사내의 표정이 당혹감에 깃들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지이잉.
[피아렌 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표지판과 같은 홀로그램이 허공을 떠다니고.
고층 빌딩과 고풍스런 성곽이 상반되는 분위기를 자아내며.
하늘엔 UFO가 떠 있는 이상한 장소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이, 이게 대체…….”
그는 확신했다.
이곳은 자신의 고향인 지구가 아니라고.
“여기 어디야?”
* * *
다사다난했던 왕태자의 국왕 즉위식이 끝나고 3일이 지났다.
나는 외삼촌을 통해 손에 넣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그레고리에게 물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요. 수색이 쉽지 않은가 보죠?”
“죄송합니다. 그걸 판 사람이 피아렌 영지에서 미레나 영지로 향한 것까진 확인되었으나,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증발하듯 사라져 버렸습니다.”
“음…….”
확인 결과 스마트폰을 판 사람은 신분이 불명확한 불법체류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이 물건을 판 사람이 지구인이란 확신을 갖게 되었는데, 의외로 금방 발견될 것이라 생각한 이 불체자가 쉬이 발견되지 않아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중간에 다른 누군가가 나서서 그를 도와준 게 아닐까 싶습니다.”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그게 좋은 의도인지, 나쁜 의도인지는 몰라도 말이다.
차라리 이대로 사라져 주는 게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면서도, 모처럼 동향인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공존했다.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나는 한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때마침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가벼운 블라우스에 팬츠, 코트 차림의 아르시아가 들어왔다.
“안 가요?”
“응, 지금 갈 거야.”
그녀의 모습에 잡생각을 떨쳐낸 나는 대기하고 있던 시녀가 공손히 내민 외투를 받아들고는 아르시아에게 다가갔다.
“그레고리 경, 수색 인원을 더 늘릴 수 있겠습니까?”
“지금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최대 인원입니다.”
“어쩔 수 없네요. 그럼 이대로 수고해 주세요. 나는 일이 있어서 아르시아와 함께 나갔다 오겠습니다.”
“네, 전하. 몸조심하십시오.”
그렇게 그레고리와의 이야기를 끝낸 나는 외출하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바로 아르시아와 함께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스마트폰 때문에 잠시 신경이 다른 데 팔렸지만, 오늘의 주요 업무는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침묵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외로운 섬.
오필리아에 방문하는 것이었다.
“오필리아 섬에 방문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로렌스 공작 전하, 클라인 공작 전하.”
“고생이 많네요.”
오필리아 섬에 위치한 텔레포트 게이트에 우리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많은 인원이 다가와 인사를 건네왔다.
오늘 우리가 오필리아 섬을 방문한 이유는 발전 상황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오필리아 섬은 크기가 우리 왕국 남작령에 버금갈 정도지만, 인구는 고작 3천 명뿐인 데다가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서 매우 낙후된 곳이었다.
하지만 로베르토 왕국의 사변을 해결하고 이곳을 대여받은 지 한 달이 넘은 시점에서, 오필리아 섬은 몰라볼 정도로 크게 바뀌어 있었다.
우선 인구가 많이 유입되었다.
내 영지에서 이주민을 모집한 결과 1만 가구가 지원을 했고 꾸준히 이주를 시켜 오늘을 기준으로 섬의 인구는 2만 5천여 명이 되었다.
아직 대부분의 이주민들은 급히 공수된 가건물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섬의 중심이 될 계획도시가 빠르게 건설되고 있기에 거주지 문제는 머지않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의 불만은 없습니까?”
“영주님께서 워낙 많은 것을 베풀어주고 계시기 때문에 거의 없습니다. 이주민들도 초반 생활의 불편함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데다가, 기존 주민들은 저렴한 식료품과 공산품이 유입돼서 매우 만족하고 있죠.”
그거 다행이다.
나는 가장 먼저 주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시장을 살펴보았다.
임시로 만들어진 시장임에도 꽤나 그럴싸했는데, 이용객들로 북적이는 것을 보니 드디어 사람 사는 느낌이 났다.
예전에는 시간이 멈춘듯한 풍경이었는데.
“물자가 부족하지는 않습니까?”
“네, 여유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싸게 팔아서 운송비 때문에 계속 적자가 나는데 괜찮을까요?”
“당분간은 이익을 생각하지 마세요. 어차피 약간의 손해는 다른 곳에서 충분히 보전되니까요.”
시장의 물건은 매우 저렴했다.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본토와 같은 가격으로 영주성에서 직접 거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송료가 워낙 비싸서 적지 않은 손해가 쌓이고 있지만, 이 섬의 토르말린으로 벌어들이는 이익을 생각하면 값싼 지출이었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 물건을 한가득 사는 사람이 적지 않게 보였다.
사람들의 만족 어린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지도자로서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이어서 우린 신도시의 공사현장으로 향했다.
“공사가 많이 진척됐네요.”
“공사 속도는 쏟아부은 돈에 비례한 법이지요. 아마 한 달 내엔 입주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도시는 두 개의 구역으로 나눠 놓았다.
하나는 일반 거주지구였고, 다른 하나는 마탑의 생산 시설이 위치한 보안지구였다.
지금 하늘에 떠 있는 천공요새는 3대.
이것도 적지는 않지만, 도시가 정상적으로 가동이 되면 천공요새를 최대 10대까지 늘릴 생각이다.
더불어 상주 뱅가드도 5백, 병사도 5천가량을 투입시킬 예정이니, 물샐틈없는 보안망이 만들어질 것이다.
마탑은 내 돈줄이다.
고로 이 정도 투자는 당연했다.
“하나하나 건물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재밌네요.”
마치 영지물 게임을 하는 느낌이랄까?
지금까지는 기존의 대도시를 영지로 받아왔기에 이렇게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건 처음이다.
그래서 꽤나 재밌었다.
“참, 바다를 중심으로 리조트도 하나 만들도록 하세요.”
“네? 이곳을 휴양지로 개발하시게요?”
내 지시에 섬의 관리인들이 의문을 표했다.
보안에 돈을 쏟아붓고 있으면서 외부인의 진입이 자유로운 리조트를 만드는 건 이상하지 않냐는 것이다.
“나와 내 가족, 지인들만 쓸 거니까 상관없어요. 돈 아끼지 말고 편의시설 팍팍 때려 넣으세요.”
“아, 알겠습니다.”
내 말에 관리인들은 역시 스케일이 다르다며 감탄했다.
어차피 이 섬에서 공사 거리가 추가되면 그만큼 일자리도 생긴다는 뜻이었으니 나쁠 게 없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오필리아 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지역인 토르말린 광산으로 향했다.
“인력에 의존하던 기존과 달리, 채굴 장비를 대량으로 도입하면서 채광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기존의 광산이 쌍팔년도 시대의 석탄광산 같았다면 지금은 최신식의 차량용 터널 같았다.
돌덩이처럼 아무렇게나 옮겨지는 것들이 다이아몬드를 대체하는 상품이란 것을 생각하면 웃음밖에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