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ucky Encounter From the Game Turned Into Reality RAW novel - Chapter 206
게임 속 기연이 현실로 206화
47. 론델의 바다(5)
“연락이라. 전화했을 리는 없고…… 어떤 식으로 전달해 왔는데요?”
이에리아 넬슨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는데, 추적 걱정이 있는 만큼 전화로 연락이 왔을 리가 없다.
블루문 출신으로 내가 기연자란 사실을 알고 있는 궁내부 대신은 봉투 하나를 건네왔다.
“서신?”
“네, 코랄헤임의 전 상무대신이었던 자가 가져왔습니다.”
꽤나 클래식한 연락방법 아닌가.
나는 냉랭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자는 어딨습니까?”
“현재 그레고리 님의 감시하에 응접실에 대기시켜 놨습니다.”
역시 일 처리가 깔끔하다.
나는 만족하며 서신의 봉투를 개방했다.
그러자 맞은편에 있던 실베스터 성녀가 벌떡 일어나 내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나는 개의치 않고 서신을 읽었다.
[직접 만났으면 합니다. 로렌스 공왕께 대화를 요청합니다.]서신의 내용은 그 흔한 미사여구 하나 없이 짤막했다.
하지만 나는 그 짧은 내용에서 상대의 당혹스러움을 읽었고, 이내 피식 실소를 흘렸다.
서신 말미에는 만났으면 하는 장소의 좌표가 적혀 있었는데, 그 좌표를 본 실베스터 성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0으로 시작하는 좌표는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뭐죠?”
그녀의 물음에 나는 모를 만도 하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세계의 중심, 폭풍의 바다 좌표가 0으로 시작합니다.”
“폭풍의 바다요?”
“네, 위험한 곳이죠.”
드래곤랜드가 육지를 대표하는 금지라면 폭풍의 바다는 바다를 대표하는 금지다.
이름 그대로 폭풍이 끊이질 않는 지역이며, 중심에 위치한 거대한 소용돌이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최심부엔 마나가 요동쳐 제대로 된 이능을 발휘하기가 힘들다.
이러한 기형적 지형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현재까지 원인 불명.
오직 창조주인 여신만이 알 것이다.
“그런 곳에 대화를 나눌 장소가 있긴 한가요?”
“폭풍의 바다에 작은 섬들이 몇 개 있다더군요. 아무래도 그런 장소 중 한 곳일 것 같습니다.”
“그럼 녀석들이 숨어 있던 장소 또한 그 근처일 수도 있겠네요.”
“가능성이 없진 않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유는 이 서신을 가져온 자를 만나기 위함.
나는 성녀에게 함께 갈 거냐고 물었고, 그녀는 당연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린 응접실에서 그레고리의 감시를 받고 있던 코랄헤임의 전 상무대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반갑습니다, 공왕 전하, 성녀 예하. 제 이름은 켄트 로테아라고 합니다.”
나는 그의 이름 따윈 알 필요도 없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마주 앉았다.
자신을 켄트라 소개한 인어를 나는 뚫어져라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에 켄트는 식은땀을 흘렸고, 나는 턱을 치켜들며 무시무시한 인사를 건넸다.
“만약 이에리아 3왕자가 하루가 지나도록 반응이 없다면, 코랄헤임의 왕가 전체가 악마숭배자의 지원자라고 밝힐 생각이었습니다.”
“그, 그게 무슨? 그런 거짓말을 해서 무슨 득이 되겠습니까?”
“우리 공국에는 자기가 하지 않은 일도 했다고 자백하게 만드는 기술자가 많거든요. 코랄헤임의 국왕 본인이 사실이라고 자백하면 그건 거짓말이 아닌 사실이 되는 거죠.”
“허…….”
“뭐, 그런데도 이에리아 3왕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코랄헤임 전체의 문제로 끌고 갈 생각이었지만, 다행히 좋게 마무리되는 것 같네요.”
바보가 아니라면 내 말의 무서움을 알 것이다.
“코랄헤임에 누명을 씌워 몰락시키려 했단 말입니까?”
“뜻대로 되지 않으면요. 그리고 어디 몰락뿐이겠습니까? 인어족 전체의 멸망을 부추겼겠죠. 이번 일로 인해 바닷속에 사는 여러분이 얼마나 상대하기 귀찮은 종족인지를 깨달았으니까요.”
“이, 이런.”
‘이런 미친’이란 대사를 내뱉고 싶어 하던 것 같으나 내 차가운 시선 때문인지, 그는 감히 욕설을 입에 담지 못했다.
당연했다.
그의 입장에서 나는 마왕이나 다름없을 테니.
‘그동안 쌓아온 악명 때문인지 그냥 믿네?’
사실 이는 그에게 겁주기 위해 내뱉은 엄포다.
설마 진짜 한 국가와 국민 전체를 제거하겠는가.
왕족 정돈 본보기로 처단할 수도 있겠으나, 국가 또는 종족 단위의 말살은 제정신으로 지시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크윽…….”
그런데 눈앞의 켄트란 인어는 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나라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다.
그가 돌아가서 내 말을 전하게 되면 이에리아 3왕자도 허튼수작은 부리지 못할 것이다.
이럴 때 보면 악명도 꼭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굳이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아줄 필요성을 못 느낀 나는 인상 피라며 켄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서, 이에리아 3왕자가 요청한 만남이 인질 교환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면 되는 거죠?”
그는 내 미소에 크게 움찔거렸다.
이어 마른침을 삼켰는데, 그 모습이 마치 맹수를 마주하기라도 한 듯한 것 같았다.
켄트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듯 가슴에 손을 얹으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안을 논의코자 만나자고 한 게 맞습니다.”
“논의란 말은 현장에서 인질을 교환하잔 뜻은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일단 대화를 했으면 합니다.”
자신들이 인질범이란 사실을 자백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로써 이들은 용의자가 아닌, 범인이 되었다.
인질 교환이 바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적들도 조심할 수밖에 없으니 이해해 주기로 했다.
그래도 이렇게 빨리 반응을 보여와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에리아가 예상보다 가족을 더 아끼는 것 같다.
“해당 좌표에 모이는 사람은 로렌스 공왕 전하를 비롯해 5명으로 한정해 주었으면 합니다. 괜찮을까요?”
“문제없습니다.”
대충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켄트는 더 이상 이 자리에 길게 있고 싶지 않다는 듯 벌떡 일어났다.
나눈 대화는 짧았지만, 임팩트가 너무 강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아직 이쪽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중요한 쟁점이 남아 있었으니 말이다.
“이브릴 성녀에게 해를 입히면 코랄헤임의 국왕과 그의 일가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란 말.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이브릴 성녀님은 무사하시겠죠?”
“그렇습니다.”
내 말에 켄트의 어깨가 작게 들썩였으나, 표정을 감추기 위함인지 끝내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응접실을 벗어났다.
“죽일까요?”
그레고리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오늘 이곳에서 나눈 이야기와 분위기를 전달해 줘야 할 중요한 손님이었으니 말이다.
“고문 전문가도 키우고 계셨습니까?”
그런데 모든 대화를 듣고 있던 실베스터 성녀가 뜬금없는 질문을 해왔다.
아무래도 우리 공국에 하지 않은 일도 했다고 자백하게 만드는 기술자 많다는 이야기가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럴 리가요.”
“하하, 그렇죠?”
성녀는 괜한 걱정을 했다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공국에 고문 기술자 같은 건 없다.
하지만 공국 밖, 블루문에는 그런 기술자들이 여럿 존재한다.
즉, 단순한 빈말이 아니란 뜻이다.
* * *
이에리아 넬슨과의 만남에 참석할 5인에 성녀와 성자 등 교단 측 인사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나는 별도로 조사할 게 있어서 성자와 성녀에게 양해를 구했고, 두 사람 모두 나를 신뢰해서인지 알겠다며 순순히 따라주었다.
그렇게 나는 아르시아와 버그, 다크엘프 블레이크, 검은 로브 차림을 한 뜻밖의 인물을 이끌고 폭풍의 바다로 향했다.
“아주 제대로 허를 찔러오셨더군요. 솔직히 크게 당황했었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이에리아 넬슨을 만날 수 있었다.
혹시나 싶어 만경으로 주변에 함정 같은 게 있는 건 아닌지 주의 깊게 살폈다.
결과적으로 전투 능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인어들과 함께 자리했을 뿐, 아무것도 숨긴 게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전투 능력이 떨어지는 인물들만 끌고 온 게 의아하신 모양이군요.”
그럴 수밖에 없다.
이쪽엔 무려 로드마스터가 포함된 전력이다.
우리가 공격하면 이들은 그냥 죽은 목숨이었다.
그에 이에리아는 당연한 거라며 심플하게 말했다.
“어차피 무력으론 여러분을 당해내지 못하니 머리를 굴려야겠죠. 정해진 시간에 제가 돌아가지 않는다면 이브릴 성녀가 죽임을 당하게 조치해 놓은 상태입니다.”
그때서야 나는 이해했다며 실소를 흘렸다.
이에리아란 인물이 매우 현실적인 성향으로 보였다.
-고오오오!
“굳이 이 장소에서 만나고자 한 이유가 뭡니까?”
우리가 딛고 선 땅은 폭풍의 바다 위에 있는 작은 섬 중 하나였다.
빠르게 움직이는 구름과 매서운 바람, 폭풍의 바다 특유의 거친 파도와 폭우가 거세게 휘몰아쳤다.
하지만 섬 중심에 놓인 길쭉한 테이블 주변엔 결계가 쳐져 있어서, 마치 유리 온실 안에서 태풍이 치는 날씨를 바라보는 듯한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되었다.
그런데 이능이 제대로 발휘하지 않는다는 폭풍의 바다가 지닌 특성 때문인지, 우리를 외부환경으로부터 지켜주는 방어막이 7서클의 그레이트 쉴드임에도, 위력이 많이 감소해 내가 직접 보강을 해야 했다.
‘만약 내가 8서클 마법사가 아니었다면 공간이동도 꽤나 애를 먹었을 거야.’
처음으로 마주한 폭풍의 바다가 내겐 너무 음산하게 느껴졌다.
“이곳에서 만나고자 한 건 별다른 뜻이 없습니다. 그저 제삼자의 감시 밑 간섭을 막기 위함이죠.”
일리 있는 대답이다.
이곳에선 아티팩트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방식으론 접근하는 것 자체가 힘들 테니.
나는 테이블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래서 인질을 교환할 겁니까?”
이에리아는 너무도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교환하죠. 내일 같은 시간, 바로 이 장소에서요.”
의외로 쿨한 반응에 나는 그의 정보를 만경으로 살폈다.
[이에리아 넬슨 / 정치가, 중급 정령술사]종족: 인어
나이: 122세
소속: 푸른 바다 연합 / 코랄헤임 3왕자
재능: 정치력(최상), 지적능력(상), 학습력(상), 지휘력(중), 정령력(중)
특성: 선구자, 선동가, 희생정신
관계: 경계 / 적대
상태: 긴장 / 두려움
굉장히 높은 능력치.
하지만 능력치 외엔 이렇다 할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딱 하나, 이해할 수 있었는데.
성향만 따지고 보면 그는 악인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자고 서신을 보낸 겁니까?”
내 물음에 이에리아는 살짝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제 가족은 안전한 겁니까?”
“네, 아직은요.”
“아직은 이라뇨?”
“이브릴 님이 무사해야 당신의 가족도 무사히 풀려날 것이란 뜻이죠.”
철저히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나가겠다는 반응에 그의 안색이 잠깐 어두워졌고, 그것을 캐치한 나는 그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설마 이브릴 님에게 해를 가했습니까?”
“대뜸 공격을 해오더군요. 마치 같이 죽자고 그러는 것처럼. 그래서 수차례 전투를 치러야 했습니다.”
의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 이에리아.
만경을 보니 그의 말에 거짓은 없었다.
“자세 설명해 보세요.”
“성녀님의 선공에 의해 거의 서른 번 넘게 싸웠습니다. 그로 인해 빈사에 가까운 상황도 많이 갔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녀보다 우리 쪽의 피해가 심각합니다. 현재 이브릴 님은 무사하고, 오히려 강해지기까지 하셨습니다. 반면 우리 단체엔 큰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이브릴이 그런 성격이던가?
나는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과정은 어찌 되었든 결과만 따지면, 당신은 가족들의 안위를 물을 입장이 아닌 것 같군요. 분명 경고를 했음에도 상해를 입힌 것이니.”
“죄송합니다. 하지만 우리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일단 무사하다고는 하니, 우리가 잡은 인질들도 무사히는 풀려날 겁니다. 겉모습만큼은 말이죠.”
위협 가득한 이야기에 그는 마른침을 삼켰다.
완전히 주도권이 내게 넘어온 상태다.
그러나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부디 가족들은 건드리지 말아 주십시오.”
“내가 왜 그래야 합니까?”
“대신 공왕 전하께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이브릴의 교환도 확정된 상태에서 서서히 그에 대한 흥미가 식어갈 때.
그가 내게 도움이 될 정보를 털어놓겠다고 하자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가 내뱉은 이야기는 너무 뻔했다.
지구와 론델에 대한 이야기와 그로 인해 발생할 대재앙에 관해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건 이미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만큼 당연한 거겠지만, 나는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내게 도움이 될 정보가 고작 그게 답니까?”
내 시큰둥한 표정에 이에리아는 당황했다.
그러나 이런 내 반응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신뢰하지 않아서라 생각했는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꺼냈다.
“바로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라는 거 압니다. 하지만 우린 그것을 뒷받침해 줄 증거를 갖고 있습니다.”
“증거?”
“네, 지구라 불린 다른 세계의 이방인을 다수 보호하고 있거든요. 공왕전하께서 그들과 만나 보시면 제 말씀이 거짓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
솔직히 이건 좀 놀랐다.
이들이 지구인을 보호하고 있었을 줄이야.
이는 악마숭배자 셀린도 모르고 있던 사실이다.
“그래요? 다수라고 하면 얼마나 되는데요?”
“대략 500명 정도 됩니다.”
그리고 거론된 숫자가 생각 이상으로 너무 많았다.
덕분에 나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했다.
“제가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는지 이해되지 않으실 겁니다.”
“그렇죠.”
“하지만 로렌스 공왕 전하께선 현실주의자이며 사리판단이 정확한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어서 그는 애원하듯 내게 말했다.
“부디 우리의 입장을 헤아려 주셨으면 합니다. 우린 그저 론델을 지키고자 한 것뿐입니다.”
그 모습에서 속셈을 알아 챌 수 있었다.
‘이 녀석, 지금 나를 회유하려는 것이군.’
자신과 함께 지구인을 만나고 이런저런 상황파악을 하게 되면 내게서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들 입장에선 도박에 가까운 수지만, 성공한다면 계획에 날개를 다는 셈이고, 위기가 기회로 전환된다.
그만큼 나와 이브릴의 돌발행동에 의해 코너에 몰리고 말았다는 뜻이다.
“하하.”
웃음이 난다.
하지만 이들이 자포자기하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으니, 작게 희망을 던져주기로 했다.
나는 일행 중 검은 로브를 쓰고 있던 사람에게 턱짓을 했다.
그러자 지목당한 인물이 로브의 후드를 젖혔고.
곧 붉은 머리와 붉은 눈동자를 가진 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셀린!?”
그녀의 정체는 악마숭배자 셀린.
이미 죽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인물의 등장에 이에리아는 경악하며 나를 바라보다가 환희에 찬 표정을 지었다.
“이미, 모두 알고 계셨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를 통해 지구의 마왕과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마 지구의 상황에 대해선 여러분보다 우리가 더 잘 알고 있겠죠.”
아무래도 멋대로 뜻이 맞았다고 오해한 것 같다.
나는 한번 튕기기로 마음먹었다.
“이걸로 같은 편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마시죠. 당신들은 내가 아끼는 인물을 납치해 간 적이니.”
그에 이에리아를 비롯한 인어들의 안색이 금세 어두워졌다.
그래도 이내 마냥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 판단했는지, 마음을 가다듬으며 내게 물었다.
“그럼 저희가 보호하고 있는 지구인들을 만나보시겠습니까?”
“그러죠.”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 착각은 자유다.
그러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
애초에 나는 이들을 살려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셀린을 공개한 것이기도 하다.
셀린이란 연결점을 이용해 연락을 유지하고, 이브릴을 돌려받은 다음 은밀하게 청소를 할 계획이었다.
이들의 신념과 계획 따윈 알 바 아니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