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ucky Encounter From the Game Turned Into Reality RAW novel - Chapter 268
게임 속 기연이 현실로 268화
58. 새로운 시대(4)
중동에서 수없이 발생하는 종교에 의한 전쟁과 테러.
이 사태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고, 터전을 잃지만, 이 파괴의 향연 속에서도 분명 이득을 보는 사람이나 단체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을 꼽으라면 단연코 미국.
중동의 이슬람 하면 서구 선진국, 특히 미국을 적대시한다고들 많이 생각하지만, 이슬람에도 여러 종파가 있고,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나라들도 있다.
미국은 그런 중동에 무기와 기술, 사람을 팔고 있다.
무기와 기술은 둘째치고 사람을 판다는 것에 의문을 들지도 모르나, 여기서 말하는 사람은 바로 미군을 의미한다.
동맹을 지원하거나, 또는 전쟁의 주체가 되어 희생된 수많은 미군이 조국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 모두 말라죽고 말 겁니다. 론델의 마법이 사회에 깊이 파고들게 된다면 우리가 판매하는 무기는 화승총의 등장과 함께 사양길에 접어든 냉병기처럼 주류에서 밀려나게 될 테죠.”
그렇게 군수산업은 미국과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중요한 축이 되어왔다.
하지만 그 축이 흔들릴 위기에 처하자 각자도생을 고민하던 군수 기업들은 하나의 방법을 떠올렸다.
“그래서 지금은 우리가 힘을 합쳐 공통의 적에 대항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통의 적에 대항하는 방법이 테러 지원이다? 이건 도를 넘는 거 아닙니까?”
“도를 넘다니요. 이미 론델로 인해 중국과 일본이 해체된 거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옵니까? 우리의 선택은 지구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건 바로 테러단체로 악명 높은 중동의 과격 무장집단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이슬람이란 종교 아래 신앙심으로 똘똘 뭉친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광전사들이다.
만약 이들이 더욱 질 좋은 무기, 풍요로운 자원을 갖고 있었다면 세계의 권력 구도는 바뀌었을지도 모르는 일.
그런 무장 단체들과 미국의 군수업체가 손을 잡는다?
음모론에나 등장할 법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그걸 가능케 했는데, 바로 론델이란 공통의 적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론델은 그들이 믿어 의심치 않는 종교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구의 권력 구도를 바꾸고 있다.
이렇게 강력한 적의 등장에 절대로 섞이지 않을 것 같은 두 세력이 뭉치고 있었다.
“론델에는 테러가 거의 없다지요? 종교에 의한 전쟁도 없고요.”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종교가 단일 종교라더군요.”
“과연 그 고상한 사람들이 미쳐 날뛰는 광전사들의 테러를 경험하고도 지금처럼 영역을 마구 확장할 수 있을까요?”
“하긴…….”
“녀석들에게 보여주는 거죠. 지구는 매우 위험한 땅이라고. 하루하루의 생존 자체가 전쟁인 곳이라고요.”
“그런 상황을 가능케 하는 게 우리의 첨단무기를 지원받은 무장 단체들이란 거고요?”
“그렇습니다.”
이들이 바라는 바는 단 한 가지였다.
론델인들이 지구에 진출한 매 순간을 생존의 위협에 놓이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론델 측에 덜미가 잡히는 것 말이군요.”
“잘 알고 계시네요. 그러다가 자칫 우리 미국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과격한 수단은 죽음의 상인이라 불리는 군수기업의 주인들조차 망설이게 하였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까? 여기 있는 사람 중에 중개인을 이용해 중동에 무기 안 팔아본 사람이 어디 있다고요.”
“크흠…….”
“하던 대로 하면 되는 겁니다. 중개인들에게 많은 물량을 풀어주고, 바람잡이를 이용해 부채질만 하면 무기는 알아서 중동에 흘러 들어갈 테니까요. 그럼 우린 뒤를 잡히더라도 책임을 중개인에게 전가할 수 있죠.”
비리와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세력이 무기상인들이었기 때문에 방법은 새로울 게 없었다.
만약 UN과 인터폴이 멀쩡했다면 써먹기 힘든 수단이지만, 현재 두 기구는 유명무실해진 상황이었기에 이들을 제지할 세력은 없다시피 했다.
물론, 미 정부라면 상황을 파악할 순 있겠지만, 정부와 가장 관계가 깊은 게 바로 이들.
더구나 미 정부입장에서는 추후 이 사태가 알려지더라도 몰랐다고 잡아떼면 그만이니 일을 진행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됐다.
“이것저것 따져보니 시도해봐서 나쁘지 않은 방법 같군요.”
“그렇죠?”
결국, 미국 군수 업체의 테러리스트 지원작전이 공감을 얻게 되면서 지구에 진출한 론델인의 위협은 종교 단체뿐만이 아니게 되었다.
* * *
1차 대재해 당시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의 지반이 붕괴되어 가라앉았다.
그로 인해 수에즈 운하를 포함한 수에즈만 전체가 사막의 모래로 뒤덮였고, 수많은 인명피해를 냈다.
그중 가장 피해가 큰 나라를 꼽으라면 대표적인 곳이 이집트였으며, 수도 카이로는 완전히 제 기능을 잃었다.
그렇게 나라의 정부가 제구실을 못 하게 되면서 이집트 사람들은 전염병과 독지의 독충과 싸워야 하는 생존 게임에 강제로 내던져지게 되었다.
더욱 큰 문제는 IS를 비롯해 극단적인 이슬람 무장 단체 다수가 이집트 옆 나라인 리비아에 있다는 점.
그동안 이집트는 이슬람 무장 단체들의 대표적인 테러 표적이었으니, 살아남은 국민들은 하루하루를 지옥 속에 살아가야 했다.
“체이스 왕국의 기사단이 알렉산드리아에서 IS를 완전히 몰아냈다는구만.”
“오오, 그거 기쁜 소식이군.”
“그리고 수에즈 운하의 정비도 시작한 것 같아.”
“운하를?”
“지브롤터 해협이 막히면서 지중해가 완전히 고립되었잖아. 수에즈가 뚫리면 이집트가 지중해와 흑해의 유일한 통로가 되는 거니까.”
“과연, 확실히 론델의 국가가 대단하긴 하네.”
하지만 이집트에 론델 소속 국가인 체이스 왕국의 조사단이 파견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체이스 왕국은 론델에서도 루시아스 다음가는 왕국 사이의 강국이었으며, 조사 책임자로 오러마스터를 파견하기까지 했다.
당연히 조사단치고는 과한 무장 전력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이것이 이집트에선 매우 유효했다.
무장 단체를 몰아내는 것만으로도 토착민인 이집트 사람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더구나 체이스 왕국인은 중동 사람들과 비슷한 외형을 갖고 있어서 지역민들 사이에 둬도 그리 이질적으로 튀지 않았다.
덕분에 이집트 카이로를 중심으로 체이스 왕국은 안정적으로 세력을 넓혀나갔고, 급기야 운하를 재개통하여 해운업에 손을 댈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론델 입장에선 가장 이상적인 침략행위라 할 수 있다.
비록 체이스 왕국의 왕실은 지역민을 핍박하는 무장 단체를 몰아내는 과정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말아 아드리안의 경고를 무시하는 행동이 될까 걱정했지만, 그럼에도 세력 확장을 멈추지 않았다.
“총독 각하!”
“무슨 일이지?”
이집트 카이로에 위치한 체이스 왕국의 총독부.
임시 총독으로 임명된 35살의 젊은 오러마스터 에이로스 백작은 황급히 달려와 자신을 찾는 부하의 모습에 느긋하게 책을 읽다가 미간을 좁히며 일어났다.
하지만 이어진 부하의 보고에 그의 표정은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바, 방금 로렌스 공왕 전하로부터 전달사항이 있다며 연락이 왔었습니다.”
22살의 나이로 론델의 패권을 움켜쥐었다 평가받는 아드리안 엘 로렌스 공왕.
지구에서의 영토 확장에 가장 큰 걸림돌은 토착민들의 반발이 아닌 로렌스 공왕의 눈 밖에 나는 것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조심해야 하는 상대였다.
때문에 에이로스 백작은 한껏 긴장하며 급히 내용을 물었다.
“종교를 중심으로 한 지구의 무장 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답니다. 그러니 자국민을 잘 보호하고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검문검색을 강화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뭔가 꼬투리를 잡는 것 아닌가 걱정했으나, 의외로 메시지는 배려가 넘쳤다.
‘다른 지역에 자리를 잡은 론델의 국가들과 달리, 이집트에 자리를 잡은 우리는 이미 이슬람 무장 단체들의 격렬함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백작은 아드리안의 경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렵지 않게 깨닫고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경고까지 해주실 정도라면 큰 게 올 수도 있단 뜻이군.”
“하지만 현재 병력으론 지금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요?”
에이로스 백작은 아드리안의 충고를 흘려듣지 않고 충실히 이행하려 했으나, 부관들이 반발했다.
총독은 나라를 다스리는 위치기에 자연히 그의 부관은 군인이라기보다 행정관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관들이 그리 말했으나, 태생부터 군인인 에이로스 백작은 단호했다.
“이곳에 세운 텔레포트 게이트는 장식인가? 마음만 먹으면 10분 내로 병력을 증강할 수도 있는데. 그러니 본국에 병력 충원을 요청하게. 이왕이면 뱅가드 중심으로.”
지구와 론델의 거리를 생각하면 아무리 텔레포트 게이트를 세웠다고 해도 한번 이동하는데 대량의 마력이 소모될 수밖에 없다.
이 말은 즉, 비용 소모가 매우 크단 뜻이다.
게다가 비용을 처리하는 것은 총독인 그가 아닌 자신들이었기에 부관들은 내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부탁하지.”
“네, 총독 각하.”
임시 총독이라고 해도 에이로스 백작은 장래가 유망한 젊은 귀족인 데다가, 그의 뒤엔 제레미 공작이란 거물이 버티고 있었으니 말이다.
제레미 공작은 프리우스 공화국조차 보유하지 못한 왕국 유일의 그랜드 마스터였으며, 에이로스 백작은 그랜드 마스터의 수제자였다.
권력의 중추에 있는 인물이란 것이다.
그러니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각하, 본국에서 뱅가드 2천 명을 추가로 보내 주겠답니다.”
“오오, 그래? 아주 좋군. 그 정도면 충분하겠어.”
현재 이들이 보유한 병력은 뱅가드 500명이 전부.
그런데 지금보다 4배나 많은 병력을 보내 주겠단 것은 체이스 왕실에선 아드리안의 충고가 전력을 증강할 절호의 명분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전격적으로 대량의 뱅가드를 추가로 배치하기로 했다.
“그럼 자네들은 나와 함께 추가 병력의 배치구역을 짜도록 하지.”
“네, 알겠습니다.”
에이로스 백작과 부관들은 충실히 맡은 바 임무를 이어갔다.
그런데 그때.
-콰아아아앙! 콰아아앙!
공기가 울리는 위협적인 폭음과 함께 지진이라도 난 듯 바닥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뭐, 뭐야.”
에이로스 백작은 무슨 일인지 확인을 하고자 발코니로 다가가는데….
묵직한 무언가가 이들의 머리 위, 건물 천장을 뚫고 나타났다.
-콰아아앙!
곧이어 총독실 전체가 화염과 폭발에 휩싸이고 말았다.
예고 없이 떨어진 그것의 정체는 바로 벙커 버스터였다.
아무리 론델의 마법에 비해 지구의 공학 기술이 열세라지만, 론델인도 결국 피륙으로 이뤄진 사람.
총알에 머리가 꿰뚫린다면 오러마스터라도 죽는 게 당연했다.
물론, 고위 귀족인 에이로스 백작은 다양한 아티팩트로 기습대비가 되어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정도로 성능 좋은 아티팩트를 보유하지 못했다.
자칫 백작이 지닌 아티팩트조차 간당간당할 뻔했을 정도이니, 그를 제외한 총독부의 모든 이들이 몰살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빠득.
“이런 개….”
그랜드마스터의 제자인 에이로스 백작이 기습 공격을 당했다.
그뿐 아니라 총독부의 고위 행정관과 체이스 왕국의 국민 수백 명이 죽임을 당했다.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기기 힘든 중대한 사안.
“먼저 싸움을 걸어왔으니, 대응하는 건 상관없겠지.”
아드리안이 우려하던 사태가 발생하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