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ucky Encounter From the Game Turned Into Reality RAW novel - Chapter 45
게임 속 기연이 현실로 45화
14. 논공행상(3)
승전 기념행사.
라인하츠 왕국이 크로이센 제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에 대한 기념행사다.
사실 두 국가 모두 얻은 이득 없이 손해만 보고 끝난 전쟁이었으나, 각자 자신의 나라가 승리했다며 선전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종전행사의 명칭 또한 승전 기념행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승전 기념행사를 목전에 두고 라인하츠 왕성 백청궁의 대전에서 두 세력의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곧 있으면 행사가 시작될 테니, 오늘 회의는 서로를 배려하며 빨리 끝내도록 하지.”
왕실 대전에서 가장 상석에 라인하츠 왕국의 국왕 ‘칼리츠 반 라인하츠’가 자리 잡고.
그의 양옆으로 왕태자 미하엘 반 라인하츠와 2왕자 루크 윈 라인하츠가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양 왕자를 지지하는 귀족들이 그들의 앞에 늘어서 서로를 마주보고 있으니, 이곳이 한 나라의 왕실 대전인지, 전장에서 협상을 위해 마주한 적대국 사이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아우가 할 이야기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녀석이 생떼를 쓰지 않는다면 존중해주지 못할 이유는 없죠.”
“어이쿠 형님. 생떼란 단어를 쓰기엔 아우의 덩치가 너무 크지 않소? 내가 보기엔 형님에게 더 어울리는 표현 같은데?”
올해로 60세가 된 국왕은 회의 시작 전부터 피곤한지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두 왕자에게 다투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그런 국왕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왕태자와 2왕자는 벌써부터 전투력 충만한 자세로 서로를 바라보며 한마디씩 했다.
그에 국왕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고, 어서 회의 용건이나 꺼내라며 턱짓을 했다.
“원래 이번 승전 기념행사 마지막에 왕국의 새로운 대마법사와 오러 마스터의 등장을 반기며 폐하께서 두 사람에게 백작의 작위와 함께 영지를 하사하실 예정이었습니다.”
“그랬지.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
“딱히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새로운 대마법사 아드리안 로렌스에게 주는 상이 너무 작은 게 아닌가 싶어서 제대로 된 논공을 행하고자 이 자리를 청했습니다.”
그런데 회의 내용이 의외였을까?
국왕은 머리카락처럼 색이 바랜 금색의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백작위가 작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그는 이번 전쟁에서 크나큰 전공을 쌓았습니다. 하지만 백작위는 그와 별개로 어차피 대마법사라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까? 저는 그의 천재성과 미래, 전장의 공적을 고려하여 이 기회에 후작위를 내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변경백도 아니고 느닷없이 후작위라…….”
국왕은 2왕자의 주장을 통해 그가 아드리안 로렌스를 포섭했음을 알아챘다.
그래서 우려 섞인 표정으로 왕태자를 바라보았는데, 역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왕태자는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너무 과한 것 같은데?”
국왕도 2왕자가 오러 마스터가 된 만큼 무예에 대한 능력이 출중하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에 띄는 결과는 없지만, 왕태자 또한 문예와 행정 부분에서 천재적 재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이왕이면 형이면서 왕후의 소생이란 전통성을 가진 왕태자가 이대로 국왕이 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기 선에서 이 주제를 쳐내고 싶어 했지만…….
“폐하, 전혀 과하지 않습니다! 로렌스 공자는 20살의 나이로 대마법사가 된 희대의 천재일 뿐만 아니라 자력으로 수십조의 재력을 쌓은 경제 분야의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이번 전쟁에서 그가 쌓은 공적만 해도 단승 자작위 또는 영주 남작위를 하사하셔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부디 이점을 고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구나 그에겐 오러 마스터인 아르시아 경이 약혼자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혹여 로렌스 공자가 대우가 좋은 다른 국가로 떠난다면 타국 출신인 그녀까지 잃게 될 것입니다.”
2왕자 진영의 수좌인 에너하임 공작을 포함해, 백작위 이상의 고위 귀족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봉건제 국가에서 후계를 중심으로 한 세력 싸움은 흔한 일이지만, 왕태자가 이미 책봉된 마당에 귀족들이 이렇게 큰 규모로 단합해 다른 왕자를 밀어주는 일은 흔치 않았다.
칼리츠 국왕의 눈빛에 서늘한 예기가 감돌았으나, 나이를 먹으면서 기력이 떨어진 그는 이내 왕좌에 깊이 몸을 묻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더욱이 루크 2왕자는 슬며시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무시하기 힘든 주장을 펼쳤다.
“폐하, 이미 많은 국가가 그의 천재성에 반해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세간에선 로렌스 공자를 가리켜 제2의 루카스 대공이 될 인물이라고까지 합니다. 어중간한 대우는 왕국의 미래를 이끌 유능한 젊은이를 버리는 꼴입니다.”
제2의 루카스 대공이 될 인물.
이는 흘려 듣기 힘든 비유였다.
루카스 대공의 천재성은 수천 년에 한 번 등장할까 말까 한 것이었으나, 20살에 대마법사가 되었다는 임팩트는 이 비유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국왕은 다시금 관자놀이를 주물렀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왕태자에게 바톤을 넘겼다.
반론이 있다면 직접 해보란 의미였다.
“작위 없음에서 단숨에 후작위가 된 사례는 근 500년 동안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왕자의 주장은 로렌스 공자를 포섭했으니,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하는 의도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그런데 마하엘 왕태자의 발언이 지나치게 직설적이어서, 2왕자는 물론 발언권을 넘긴 국왕조차 미간을 좁힐 정도였다.
“형님, 말씀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니오?”
“우리 사이에 포장이 뭐가 필요하냐. 설마 네 힘이 되어줄 인물인 걸 알면서도 쉽게 허락해줄 것이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뭐요!? 지금 형님의 발언이 왕태자란 자리에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 건지 이해를 해줬으면 하는군요!”
상대의 신경을 긁는 재주가 뛰어난 왕태자의 모습에 2왕자파 고위 귀족들이 언성을 높였다.
그러나 이들의 이런 반응에도 왕태자파 고위 귀족들은 실소만 흘릴 뿐 별다른 반발이 없었다.
이런 왕태자파의 모습은 자신의 세력이 상승세를 타고 있음에도 루크 왕자에게 꺼림칙한 기분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주장이 왕태자 측에 비해 객관적이라 생각했는지, 루크 왕자는 국왕에게 판단을 맡겼다.
“애석하게도 형님은 질투에 눈이 멀어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해 보입니다. 폐하께서 결단을 내려주셨으면 합니다.”
그런데 국왕은 왕태자의 망발에도 어째서인지 쉬이 입을 떼지 못했다.
이는 왕태자가 작위 없음에서 후작이 된 사례가 근 500년 동안 없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정치가 분열되어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에 내키지는 않지만, 힘으로 국왕을 압박할 필요성을 느낀 루크 왕자가 한마디 덧붙이려 했으나…….
“하지만 우리의 요구를 수용해준다면 그 주장을 받아들이도록 하마.”
왕태자가 거래를 제안해왔다.
“음…….”
루크 왕자는 무슨 속셈이냐며 눈을 가늘게 떴으나, 2왕자파의 애너하임 공작을 포함해 정치판에 잔뼈가 굵은 이들은 예상하고 있던 상황인 만큼 어쩔 수 없단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일단 어떤 요구를 하는지 들어 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상을 받는 이가 있다면 벌을 받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게 무슨? 설마, 형님!”
“내 요구는 레이븐 백작이 변경백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로렌스 공자와의 사건을 돌이켜보면 그는 국경 수호를 위해 특혜를 누릴 자격이 없어 보인다.”
갑자기 튄 불똥에 2왕자 측 구석에 찌그러져 있던 레이븐 변경백이 움찔 놀랐다.
그에 루크 왕자는 헛웃음을 흘리며 왕태자의 속셈을 입에 올렸다.
“새로운 세력을 얻으려면 기존 세력을 내놓으란 거요?”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 생각하는데? 레이븐 변경백은 백작으로나마 지위를 유지할 수 있고, 네겐 새로운 후작이 더해지는 일이 아니더냐.”
“형님은 정말이지 내가 끔찍이 싫어하는 성향을 가지셨소.”
“그래서 거래는 성립하는 것이냐?”
국왕은 공격적이긴 하지만 왕태자의 제안이 나름 합당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어진 루크 왕자의 반응도 아비로선 예상되었기에 끝까지 입을 꾹 닫았다.
“불가! 이익을 위해 내 사람을 쳐내는 비열한 일을 나는 결코 할 수 없소! 그래서야 누가 나를 믿고 따른단 말이오!”
루크 왕자의 우직함이 고스란히 드러난 외침.
레이븐 변경백은 크게 안도했고, 애너하임 공작을 포함해 2왕자파 고위귀족들은 뿌듯한 표정으로 이게 대왕의 자질이라는 듯 왕태자파 귀족들을 보며 비웃었다.
“동생님이 참 멋지군. 역시 대장부야.”
“다신 나를 시험하려 하지 마시오!”
왕태자는 어차피 2왕자의 특성상 이 제안은 받아들여질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꺼냈다.
“그럼 나는 이번 전쟁에서 로렌스 공자의 상사로 큰 공을 세운 오티스 백작을 변경백으로 임명했으면 한다.”
“오티스 백작?”
오티스 백작은 왕태자파 인사였다.
이는 너희가 후작위를 얻고 싶다면 변경백 지위 하나는 내놓으란 의미였다.
그런데 이 제안에 대해 사전에 이야기가 오간 것이 아니었는지, 오티스 백작이 깜짝 놀라 ‘저, 저요?’란 말을 내뱉었다.
“이번 전쟁에서 로렌스 공자가 큰 공을 세웠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 공의 절반 정도는 직속상관인 오티스 백작의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아드리안 로렌스에게 전장의 공을 따지며 후작위를 내리고자 한다면, 직속상관이던 오티스 백작의 공도 똑같이 따져야 한다는 뜻.
이에 말문이 막혀버린 루크 왕자는 자신의 외할아버지인 애너하임 공작을 바라보았다.
“…….”
왕태자의 제안은 나름 당위성을 갖추고 있었기에 거절할 명분이 보이지 않아 2왕자파 인물들은 머릿속으로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렸다.
“다소 무리한 후작위 제안을 받아들이고, 레이븐 변경백의 실책도 넘어가 주면서 한 제안이다. 나도 로렌스 공자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기에 이런 제안을 하고 있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야. 만약 이를 네가 거절한다면 이번 회의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패시브처럼 항상 입가에 걸고 있는 왕태자의 미소가 사라지자, 루크 왕자는 자신이 오러 마스터임에도 그를 마주 보는 게 꺼려졌다.
결국, 애너하임 공작을 포함해 다수의 고위 귀족들이 왕태자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편이 이득이라 판단했다.
“알겠소. 물리기 없기요.”
“좋아.”
왕태자는 다시금 미소를 띤 얼굴로 가만히 이 촌극을 바라보고 있던 국왕에게 물었다.
“폐하, 결정을 내려주시지요.”
그에 왠지 허수아비가 된 느낌을 받은 칼리츠 국왕이 혀를 차며 답했다.
“미하엘 왕태자와 루크 왕자의 요청을 받아들인다.”
“망극합니다.”
* * *
이틀 연속 왕성으로의 출근.
하지만 오늘은 어제와 방문 목적이 다르다.
“아르시아가 축제에 관심이 많나 보네.”
바로 왕실에서 주최하는 승전 기념행사의 참여를 위해 왕성에 방문한 것이다.
승전 기념행사는 국가적 축제였기에 왕성이 위치한 수도 라이오넬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우린 차량을 타고 빠르게 하늘 도로를 가로지르느라 수도의 풍경을 여유 있게 구경할 순 없었으나, 동체 시력이 좋은 아르시아는 발밑에 펼쳐진 도시 곳곳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축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오늘 파티가 끝나면 잠깐 둘러보고 갈까?”
“좋습니다.”
나는 그녀의 기분이 ‘흥미’에서 ‘기분 좋음’으로 바뀐 것을 확인하며 낮은 웃음을 흘렸다.
“위험하지 않겠니? 축제엔 각지에서 불한당이 몰려든다는데.”
“어머니, 저희 오러 마스터와 대마법사예요.”
“그게 왜?”
어머니는 아직 내가 애로만 보이시는 모양이다.
상황을 이해 못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아버지가 피식 웃으며 나를 대신해 물음을 받았다.
“도심에서 전쟁이라도 벌어지지 않는 이상 당할 일이 없다는 뜻이지.”
“그, 그런가요?”
“그래.”
그럼에도 어머니는 걱정이 되는지, 축제를 즐길 거면 반드시 호위를 데려가라는 당부를 하셨다.
어머니가 이렇게 걱정이 많은 성격이 된 건 나의 탓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만큼 순순히 어머니가 바라는 대로 하겠노라 답했다.
하지만 내 대답에도 어머니는 어딘가 불편한 사람처럼 안절부절못하셨다.
“왕성엔 처음이라 긴장되네요.”
아버지는 귀족인 만큼 왕성 방문 경험이 많지만, 지방 도시의 태생이자 평민인 어머니는 왕성에 방문할 일이 좀처럼 없기에 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가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아드리안, 엄마 이상하지 않니? 촌스럽다던가.”
원래부터 빼어난 외모로 유명했던 어머니다.
패션의 완성이 얼굴이란 것을 증명하듯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머니의 미모가 빛을 잃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젠 정식적으로 영주 일가의 안주인이 되었으며, 대마법사를 아들로, 오러 마스터를 며느리로 두게 되었으니, 복장이 예전과 같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고위 귀족가의 안주인들과 다름없는 드레스와 보석으로 치장하고 계셨다.
나는 어머니의 걱정에 능청스레 반응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마 어머니가 귀부인임을 모르고 춤을 청해오는 영식이 많을 테니까요.”
그리고 나는 아버지에게 어머니를 잘 챙겨주라며 눈치를 줬다.
그동안 안나의 눈치를 보느라 우리 모자에게 못 해준 게 많은 아버지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 다짐했다.
“아르시아 님도 드레스 차림이 어울릴 것 같은데…….”
루크 왕자가 자랑하듯 알려온 사실에 의하면, 오늘 아르시아와 나는 함께 작위를 받게 된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복 차림을 하고 있었다.
다만 보석, 귀금속으로 만들어진 브로치와 휘장으로 정복의 밋밋함을 없애고, 실크망토로 치장을 해서 화려함만큼은 드레스에 뒤지지 않았다.
더불어 나와 세트로 맞춰 입은 덕분에 아르시아의 복장은 더없이 눈에 띄었다.
“이 복장도 마음에 듭니다.”
“논공행상이 끝나고 파티 시작 전에 드레스로 갈아입을 시간이 있으면 좋겠네요.”
혹시 몰라 아르시아의 드레스도 챙겨온 어머니는 배시시 웃으며 아르시아의 손을 꼭 잡았다.
다행히 긴장감이 많이 누그러지신 모양이다.
“허……. 이건 이것대로 장관이네요.”
우린 머지않아 왕성에 도착했다.
오늘은 어제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는데, 전국 각지에서 귀족이 몰려든 데다가 전쟁에서 전공을 세운 기사들까지 참여하여 왕성의 출입문은 북새통을 이뤘다.
귀족가의 휘장을 단 부유 차량 수천 대가 놀이공원에 입장하듯 대기하고 있는 모습은 꽤나 장관이었다.
“여기에서 귀족들도 급이 나뉘는군요.”
“아무래도 여기저기 널린 자작, 남작과 달리 백작 이상의 고위 귀족은 왕국 전체에 30명도 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 속에서도 특혜를 받는 몇몇 인물들이 있었는데, 바로 고위 귀족가의 문장이 새겨진 차량들이었다.
앞으로 나와 아르시아도 그 무리에 속할 테지만, 아직은 아니었으니 순순히 입장 행렬 속에서 차례를 기다렸다.
“초대장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여깄네.”
“음? 헙! 로, 로렌스 가문 일가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그러나 21번 게이트를 관리하던 병사의 ‘당신들이 왜 이런 데 있어요?’란 반응을 보니 그냥 얼굴에 철판 깔고 고위 귀족 틈에 끼어들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죄송합니다. 이곳부턴 차량 이동이 불가합니다.”
그리고 우릴 태운 차량이 공원이나 다름없는 왕성의 정원을 지나 내성에 다다랐을 때.
근위병의 안내에 차량에서 내려야 했다.
-수근. 수근.
아버지는 어머니를, 나는 아르시아를 에스코트했다.
우리 로렌스 일가의 등장에 주변 귀족들의 시선이 일제히 날아와 꽂혔다.
특별한 것 없다.
앞으로 계속 받게 될 시선이니.
‘하이에나들한테 둘러싸인 느낌이네.’
저들의 눈빛 속엔 깊은 관심과 어떻게 해야 친해질 수 있을까란 계산이 담겨 있었다.
“아드리안?”
그렇게 걸음을 옮기는데, 누군가가 내 이름을 그냥 불러서 고개를 돌리니,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그들을 발견한 순간 내 입가에 진한 미소가 걸렸다.
그 이유는 언제고 한 번쯤은 보고 싶던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내 아카데미 동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