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09)
109. 비밀 수송 작전.
쏴아아아아!
“빌어먹을 대수림! 이러다 몸뚱이가 물에 불어 터지겠네.”
우린 구멍 뚫린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직도 갈 길이 먼데, 대수림은 우릴 순순히 보내주지 않는다.
펠릭스 중령이 날 쳐다봤다.
“대장님, 정말 떠날 겁니까?”
“어딜?”
“정보국 말입니다. 돌아가면 그만두신다면서요?”
“그만둬야지.”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그 나이에 벌써 준장이면, 최연소 정보국 국장이 될 수도 있고, 또 압니까 추밀원장 자리에도 오를지?”
“됐다. 나 정도면 제국을 위해 할 만큼 했잖아.”
난 피식 웃어줬다.
자리 욕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높은 자리는 정치를 동반해야 한다.
신경 쓸 일이 한둘이 아니겠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그리고 아무리 올라가도 결국 황제 밑에 이인자밖에 될 수 없었다.
물론 영주도 황제와 제국의 그늘에 있는 건 맞지만, 최소한 내가 있는 영지에선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려면 힘이 필요하다!
아주 강한 힘이.
‘최소한 마르틴 대공 정도의 힘은 있어야 해. 그래야 휘둘리지 않는다.’
이번 원정을 통해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영지를 키우고, 대영지를 만든다.
그리고 아리칸 공국 수준의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는 것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래야 내가 원하는 영지를 만들 수 있어 보였다.
“나도 이번에 그만둘 겁니다.”
콜벳 소령이 말했다.
펠릭스 중령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이야? 넌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해서 군대에 말뚝 박는다면서?”
“전 타일러 영주님을 따라갈 겁니다.”
“뭐?”
기사들이 일제히 콜벳을 쳐다봤다.
“어차피 제국군에 있으나 영주님을 따라가나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이왕이면 조금 더 오래 살 수 있는 곳에 붙는 게 났죠.”
“그래?”
콜벳 소령이 날 쳐다봤다.
“대장, 데려가실 거죠?”
“글쎄.”
“에이, 왜 이러실까? 우린 그 엄청난 괴수를 뚫고 살아남은 역전의 용사가 아닙니까. 급료는 딱 제국군 수준으로만 받겠습니다. 물론 영지 내에 집을 마련해 주신다면 굳이 사양하진 않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학비는 영지에서 대주겠죠? 휴일에 근무할 순 있지만, 대신 수당은 2배로 챙겨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계속된 콜벳 소령의 요구사항에 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자 다른 기사들도 고개를 흔들었다.
“저도 대장님을 따라갈 겁니다.”
“응?”
앤서니가 말했다.
“무슨 소리야? 넌 라포트 영지 소속이잖아.”
“이번에 돌아가면 그만두고 대장님 영지로 갈 겁니다.”
“저도요.”
바람둥이 로버트도 끼어들었다.
그는 가는 도시마다 여자를 만들고 유난히 야한 농담을 좋아하는 놈이라 바람둥이란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기간트를 모는 실력만큼은 수준급이었다.
잘생긴 꽃미남 크리스와 늘 기간트가 좁다고 불평하는 거구의 마크까지.
제국군 소속이 아닌 기사들이 모두 내 영지로 온다고 떠들었다.
그러자 펠릭스 중령과 제국군 장교들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녀석들, 누가 너희를 고용한대?”
“어어? 왜 이러십니까. 역전의 용사는 다시 뭉쳐야죠!”
“맞습니다. 전 부모님과 가족들도 다 데리고 갈 겁니다.”
물론 오면 나야 좋지.
영지의 기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뛰어난 기간트 기사가 오면 좋지만, 막상 영지로 돌아가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지금이야 싸우고 구르고 1년을 넘게 함께 했기에 전우애가 넘칠 때니까 그런 생각을 하겠지만, 삶의 터전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온다면 잘 해줘야지.’
어느덧 빗줄기가 약해지더니, 거짓말처럼 그쳤다.
경계를 서던 블리언과 바드의 기간트가 다가왔다.
[대장님, 출발할까요?]“다들 기간트에 올라라! 출발이다.”
***
[카야킨 전진 기지]장장 1년 하고도 4개월 만이다.
원래라면 5개월 전에 이곳에 도착해야 했다.
하지만 탈로스 왕국 북쪽에 있는 차원 균열에서 이곳까진 너무 먼 길이었다. 그리고 부상병도 많았기에 행군은 늦어지고, 날씨까지 도와주질 않았다.
만약 내가 길 안내를 하지 않았다면, 이들 중에서 태반은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우린 다른 전진 기지도 들리지 않고, 지하 통로를 이동해 카야킨 6번 게이트로 진입했다.
“윌리엄 사령관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하도 원정대가 돌아오지 않아서 수색대를 파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전진 기지 사령관인 라그르 대령이 말했다.
“당장 전진 기지의 모든 문을 폐쇄하게. 누구도 내 명령 없인 기지 안으로 들이지 말게.”
“네?”
“서두르게.”
“네!”
원정대 지휘관들과 전진 기지 지휘관들은 곧장 회의실로 모였다.
라그르 대령은 원정에서 생긴 일을 듣고는 큰 충격에 빠졌다.
“개자식들! 그런 비열한 수를 쓰다니······.”
윌리엄 사령관이 내 부관이자, 대수림 정보대의 알베르토 중위에게 물었다.
“가디언 원정대는 언제쯤 대수림을 통과했나?”
“장벽을 통과한 시점은 모르겠지만, 6개월 전에 보르자 전진 기지를 지나간 것은 확인했습니다.”
“그럼 장벽 관문을 통과한 지는 2, 3개월 정도가 지났단 말이군.”
다행히 큰 차이는 아니었다.
“사령관님, 우리 비공정은 몇 대나 만들었을 것 같습니까?”
“뭐?”
내 물음에 윌리엄 사령관은 눈을 똥그랗게 떴다가 피식 웃었다.
“하긴, 자네라면 우리가 비공정을 만들고 있을 거라고 이미 짐작했겠지.”
당연하다.
원정을 떠나기 전부터 비공정 생산에 들어갔을 거다.
특히 황제가 황궁에서 아리칸 공국의 비공정과 기간트 기습으로 죽을 뻔했다.
그러니 엄청난 자금 지원을 했을 것이고, 모르긴 몰라도 비공정을 벌써 여러 척 만들었을 것이다.
비행석만 오면 바로 움직일 수 있게.
“적어도 10척은 만들었을 것이네. 그리고 지금도 추가로 만들고 있을 거고.”
“크기는 어느 정도입니다.”
“선체 길이는 150미터 정도고 기본 골격이나 성능은 아리칸 공국에서 사용했던 비공정 수준은 될 것이네.”
“기간트는 10대 정도 실을 수 있겠군요.”
“그 정도는 될 것이네.”
그때 다니엘 참모장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분명 놈들은 이 기회를 이용할 겁니다.”
“맞습니다. 우리 원정대가 전부 몰살당했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매러덕 소장이 말했다.
“최대한 빨리 돌아가야 합니다. 언제 놈들이 국경을 넘어 침공할지 모릅니다.”
윌리엄 사령관이 날 쳐다봤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전쟁은 바로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
매러덕 소장이 끼어들었다.
“무슨 말이오? 타일러 참모, 저들이 이런 기회를 놓칠 것 같소?”
“물론 저들은 공격할 겁니다. 하지만 저들도 준비 기간이 필요합니다. 전쟁이란 기간트만 가지고 할 수는 없습니다. 보급품이 필요합니다. 안드레아스도 원정 전엔 엘프 차원에 대해서 잘 몰랐을 겁니다. 괴수를 이용한 작전도 그곳에 도착해서 생각했을 겁니다. 그러니 가디언 제국은 전쟁 준비를 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제야 매러덕 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기간이 얼마나 걸리겠소?”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은 걸릴 겁니다. 그리고 비공정을 이용한 강하 훈련도 해야 하고, 비공정이 생겼으니 작전도 전부 새로 짜야 합니다. 안드레아스 성격상 치밀한 계획과 준비 없인 절대 국경을 넘진 않을 겁니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렇습니다. 우리도 전략을 전부 새로 짜야 합니다. 그리고 비공정을 이용한 훈련도 해야 합니다.”
“제길 시간이 없긴 마찬가지군.”
매러덕 소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여기 있는 기간트는 최대한 조금씩 장벽 관문을 넘어야 합니다.”
마이어스 소장이 말했다.
“저들의 눈을 속이자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안드레아스는 우리가 전멸한 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전력을 빼고 계산할 겁니다.”
윌리엄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타일러 준장과 같은 생각이네. 우선 비행석만 카야킨 기지의 기간트를 이용해 관문을 넘고, 우리 기간트들은 대수림 사냥팀으로 위장해 한 번에 7, 8기 정도만 관문을 넘을 것이다. 그리고 병력은 헬다임이 아니라 할데가르 외곽에 집결할 거고.”
윌리엄 사령관은 이미 세부 작전까지 세워 놓고 있었다.
이번엔 안드레아스에게 크게 당하고 나서, 각성한 것 같았다.
그런데 할데가르 외곽에 집결한다는 것을 보면, 비공정을 할데가르 기간트 공방에서 생산하고 있는 듯했다.
하긴 비공정은 황제가 독점하고 싶겠지.
일단 큰 작전이 세워졌다.
윌리엄 사령관은 지휘관들이 어떻게 언제 관문이 넘을지와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지도 일일이 지시했다.
하지만 나에겐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
“그럼 작전은 그렇게 실행하고, 다들 나가보게. 난 타일러 준장과 할 말이 있으니까.”
윌리엄 사령관의 표정에서 비장함이 엿보였다.
하지만 곧 얼굴을 풀었다.
“고맙네.”
사령관은 내게 고개까지 숙이며 인사를 했다.
“왜 이러십니까? 어색하게.”
“정신이 없어 인사가 늦었네. 자네가 아니었다면, 나와 우리 원정대 모두가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거네. 정말 고맙네. 내 이 은혜는 죽을 때까지 갚겠네.”
“뭐, 그러시다면야······.”
갚겠다는데 사양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지.
“자네도 알다시피 제국은 지금 위기에 빠졌네. 어떻게든 수습은 하겠지만, 큰 타격을 입을 것은 분명하네. 그러니 염치없지만, 한 번만 더 도와주게. 부탁하네.”
“이데아 황궁 발굴 작업이 끝났군요.”
윌리엄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 전에 시안 황자께서 보내신 전령과 이야기를 했네. 황궁은 이미 발견했고, 외성 안으로 들어가 거신 갑옷을 발굴하고 있다고 들었네. 그러니 지금쯤이면, 내성까지 당도하지 않았겠나?”
“거신 갑옷을 옮기는 작업을 도와달라는 말씀입니까?”
“그렇네. 우리가 병력을 움직이게 되면 저들에게 우리 존재를 알리게 되네. 하지만 자네라면 혼자서도 은밀히 옮길 수 있지 않겠나.”
“제 능력을 알고, 계시군요.”
“정확히는 모르네. 대충 짐작만 할 뿐이지.”
그래서 내게 명령이 아니라, 부탁한다는 건가?
그는 내 인형의 집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보여준 다른 능력도 궁금했을 텐데, 묻진 않았다.
사실 나도 가디언 제국과 아베르크 제국의 기간트 전력 차를 줄일 방법은 오리지널 기간트뿐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거신 갑옷을 할데가르 공장에 넣으면 6개월이면 오리지널 기간트를 생산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제가 그걸 다 꿀꺽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그럴 생각인가?”
“글쎄요.”
“할데가르 기간트 공방까지 옮겨주면, 10%를 주지. 그것도 완성품으로.”
“그냥 다 챙기는 게 낫겠네요.”
“15%! 더는 안 되네.”
“거기서 몇 개나 나올지 알고요? 10개가 나오면, 그래 봐야 1개가 아닙니까? 반으론 기간트도 만들지 못하고요.”
윌리엄 사령관이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이미 외성에서 10개를 발굴했네. 내성에선 더 많은 거신 갑옷이 나오지 않겠나?”
“잘하면 오리지널 기간트로 소대 병력을 꾸릴 수도 있겠네요.”
그건 상당한 수준이었다.
현재 제국의 공식적인 오리지널 기간트 숫자는 30개였다.
그런데 그만큼의 오리지널 기간트가 추가된다면 이번에 원정에서 잃은 200기의 기간트를 보충하고도 남는다.
그러니 몰래 수송해 기간트로 만들고 막상 전쟁이 시작되고 꺼내 놓는다면······.
“그럼 20%로 하죠.”
윌리엄 사령관이 고민에 빠졌다.
20개를 발굴하면 4개를 줘야 했고, 30개를 발견하면 6개를 줘야 했다.
이건 적은 숫자가 아니었기에 고민하는 것이다.
“그리고 할데가르 공방에 넘기지 않고 제가 알아서 하는 조건으로 하죠. 시안 황자님이나 사령관님은 약속을 지킬 거라 믿지만, 다른 사람들은······.”
“알았네. 내가 시안 황자님께 당장 편지를 써주지.”
윌리엄 사령관은 편지 2개를 건넸다.
하나는 시안 황자에게 다른 하나는 케인 황제에게 전하는 문서였다.
“부탁하네. 타일러 준장.”
“충! 다녀오겠습니다.”
솔직히 사령관이 저렇게 부탁하지 않아도 내가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수고비를 준다는데 사양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
그리고 챙길 수 있을 때 챙겨야, 내가 원하는 힘을 가질 수 있었다.
에테나와 괴조인형을 타고 발굴지로 향했다.
하지만 아베르크 제국의 발굴지가 아니라 가디언 제국의 발굴지로 가는 것이다.
가슴에 답답한 것이 있다면 풀어야지.
S급 인형술사가 화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 생각이었다.